1.

보사노바풍의 음악이 좋다.

사시사철 즐겨듣는 음악은 윤상의 '바람에게'이고,

겨울 시즌을 앞두고는 김광진의 '눈이 와요'를 듣는다.

노래 잘하는 '김범수'가 리메이크 하기도 했지만,

난 김광진의 목소리로 듣는 '눈이 와요'가 더 좋다. 

올해는 '화이트크리스마스'를 위해 기우제(祈雨祭) 아니 祈雪祭용 음악으로 아껴두었는데,

그러다가 까먹고 지나갔다~--;

 

올해 들은 크리스마스용 음악은 Bing Crosby & Martha Mears가 1942년에 부른 White Christmas다.

몇 번 되돌려 듣다보니, '마이 페어 레이디'라는 영화가 연상됐다.

 

 

2.

(엊저녁의 럭키문)

 

'마이 페어 레이디'가 연상된 까닭은 이 노래 전반에 걸쳐 Bing Crosby가 Martha Mears를 리드하고 있어서 였는데,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피그말리온 효과'가 '마이 페어 레이디'의 원작이다.

 

어찌 보면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 여겨지지만,

관점을 살짝 비틀어보면 이 '간절히 원하는' 게 상호적이지 않을 때는 지독한 폭력이 될 수도 있다.

버나드쇼의 '피그말리온 효과'까지 얘기하려면 너무 거슬러 올라가게 되니, 마이 페어 레이디의 꽃파는 처자만 놓고 얘기해보자.

 

꽃파는 처자는 신사의 노력에 부응하여 상류층의 억양과 발음을 완벽하게 익히게 되는데,

(원작자인 버나드 쇼는 사회주의자였고,) 그런 그가 이 작품을 통해 보여 주려고 한 것은,

신분이나 계급의 차이는 교육에 의해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이었고,

반면 꽃파는 처자는 귀부인은 어떻게 행동하냐가 아니라 어떻게 대하느냐(어떤 대접을 받느냐)에 따라 만들어진다고 작품 전반에 걸쳐 항변하고 있다.

 

3.

며칠 전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김도균을 보았는데,

예능프로를 같이 하고 있는,

상대파트너 양금석이 전화속에서 '김도균이 귀엽고 사랑스럽고 아이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고 한 뒤,

'거기까진 좋은데 혼자 오래 살다 보니 옆에 사람을 챙기기보다는 자기가 우선이다.'라고 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양금석이 챙김을 받아야 하는데, 김도균이 제대로 못챙겨줘서 아쉬웠다, 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듯 해서...왠지 씁쓸했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상대방이라는 거울을 통해 나를 비춰 위치를 자리매김하며, 성장하는 동물이다.

 

'우린 대화가 잘 통한다. 그래서 좋은 거지 그 외에 감정은 없다. '라고 하는데,

상대가 이성이고 아니고, 를 떠나서,

아무래도 영혼의 찝찌름한 냄새랄까, 감성의 리트머스 파장이 비슷하면 동질감을 느끼게 되나 보다.

양금석은 그 외에 감정은 없다고 하는데,

난 대화가 잘 통하면 그걸로 충분하다.

 

4.

 

 

 

 

 

 

 

 

 흐린 세상 맑은 말
 정민 지음 / 해냄 /

 2015년 12월

 

 

정민의 '흐린 세상 맑은 말'을 읽고 있다.

저자는 겉표지에서 마음은 멀리 달아나고 내 속에 괴물이 날뛴다고 하면서,

명청 지식인들의 말을 처방전으로 제시한다.

 

이 책은 1997년에 다른 이름으로 출간되었던 걸 재출간했단다.

그래서 그런지 어디선가 봤었던 구절 같았고,

그래서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절판된 지 오래된 것을 이번 참에 체재를 다시 흔들어 평설을 고쳐쓰고 편집도 대폭 바꿔 면모를 일신했다.(6쪽)'는데,

난 책이 거듭 태어나는건 형식이나 외형이 아니라, 내용이고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체재를 흔들고 평설을 고쳐쓰고 편집도 대폭 바꿔 면모를 일신했다'고 해서 새로운 탄생이라고 명함을 내밀긴 좀 민망하지 않았을까?

 

돈 주고 산게 아깝지만 내칠 수는 없으니,

책을 앞뒤로 이렇게 저렇게 마구 넘기면서, 글씨연습이나 해야겠다.

 

한참을 '흐린세상 맑은 날'로 잘못 읽고 읊조리다 보니...

그러다보니 '흐린세상 맑은 말'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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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2-26 23:53   좋아요 0 | URL
오늘 눈이 조금 왔던것 같은데, 낮에는 다 녹았어요, 어제 저녁엔 슈퍼문이 뜬다고 해서 내다 보았는데, 저런 달이 떴는데도 구름이 많아서 흐린 하늘만 봤어요, 달이 반짝반짝빛나는 느낌이예요^^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인 것 같아요, 잘 이해하고 잘 맞춰주는 사람이 되는 것도,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것도 좋은 일일것 같고요,
양철나무꾼님, 크리스마스의 짧은 연휴도 하루 남았어요, 편안하고 좋은 밤 되세요^^

2015-12-26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5-12-27 12:56   좋아요 0 | URL
흐린 세상에 맑은 말이 많이 필요한 세상이네.
기쁜 일이 많은 연말 되시게~

cyrus 2015-12-27 18:15   좋아요 0 | URL
정민 교수의 신작이 예전에 나왔던 절판본을 새로 펴낸 책이라길래 궁금해서 책 정보를 확인했어요. 그 절판본이 《마음을 비우는 지혜》였군요. 이 책은 구입 안해도 되겠어요. 그래도 구판과 한 번 비교해보고 싶어져요. ^^
 
떠도는 먼지들이 빛난다 창비시선 379
손택수 지음 / 창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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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이를 먹은 것은 헛먹은 것이고,

요즘에서야 제대로 옹골차게 나이를 먹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몸의 기능이 서서히 퇴화를 하고,

그에 비례해서 포기할 것이 하나 둘 생겨나는 걸 온몸과 마음으로 실감하는 요즘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포물선을 그리며 서서히, 가 아니라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뚝 떨어지는 계단의 형태를 취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가 다른 모든 것들에는 무방비 상태일지라도,

죽음에 대해서는 삶의 또다른 이면으로 받아 들이고 대비하려고 마음 먹었었고,

늘 죽음을 직시하려 노력했었다.

 

죽음을 직시하는 순간 삶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체념을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흔히 빛을 얘기할때,

어둠이 있어야 대조하여 빛이 난다고 얘기한다지만,

난 그 어둠과 빛의 중간의 어스름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다.

 

이건...어둠과 빛이 아니라,

맑은 날을 기준으로 비가 오는 것에 대해서 얘기할 때 좀더 이미지를 객관화하기 쉬울텐데,

비가 내리는 것과 그 비가 내리다가 잠시 멈춘 그 순간이나 찰나 같은 경우 말이다.

 

그걸 책 뒷표지에서 함민복 님은 이렇게 얘기한다.

손택수 시인의 시는 일단 명징해서 좋다. 무슨 문제풀이 콤플렉스에라도 걸린 듯 난해함을 섬기는 작금의 유행 시들과 사뭇 다르다. 그는 세계와 세계를 연결하는 탁월한 중매쟁이다. 그는 늘 무엇과 무엇 사이에 관절 튼튼한 접속사로 존재한다. 그를 만나면 세계는 벽을 벗고 경계 이전의 알몸을 허한다. 서로 영통하는 길들을 내어놓는다.

'명징'이라고 하면 어려운 말처럼 들리니까,

경계나 나눔을 명확하게 구별한다는...뭐 그런 말 대신,

번짐이나 스며듬 따위의,

경계를 허무는,

경계없음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다.

 

'경계'라는 말을 구체화시켜야만 경계를 허물 수도 있고,

그 '경계'가 생기기 이전의 '경계 (따윈) 없음'을 형상화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수묵의 사랑

 

수묵은 번진다

너와 나를 이으며,

누군들 수묵의 생을 살고 싶지 않을까만

번짐에는 망설임이 있다

주저함이 있다

네가 곧 내가 될 수는

없는 법이니

경계를 넘어가면서도 수묵은

숫저운 성격, 물과 몸을 섞던

첫마음 그대로 저를 풀어헤치긴 하였으나

이대로 굳어질 순 없지

설렘을 잃어버릴 순 없지

부끄러움을 잃지 않고 희부연히 가릴 줄 아는,

그로부터 아득함이 생겼다면 어떨까

아주 와서도 여전히 오고 있는 빛깔,

한 몸이 되어서도 까마득

먹향을 품은 그대로 술렁이고 있는

수묵은 번진다 더듬

더듬 몇백년째 네게로

가고 있는 중이다

암튼,

목련전차에서도 그랬고,

삶에서 자연스레 죽음을 떠올리게 하고 예비하게 하는 그를 나와 같은 나이라고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극점'을 통하여 그는,

그동안 '기준과 방향'이 있어야 비롯함과 말미함을 얘기할 수 있다고 했던 나의 생각 또한,

선입견이고 편견이라고 통렬히 깨부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극점

 

극점엔 동서남북이 없다

오직 마주한 방향만이 있을 뿐

눈 폭풍 몰아치는 극점이

극점에만 있을까

둘 데 없는 시선이

돋보기 속 빛처럼

골똘해지는 가로수

우듬지 끝

팔랑,

잎 하나 떨어진다

차들이 경적을 울려대는 도로변

매미 울음소리도 따갑게 이글거리는 정오

내가 한점으로 가장 단순해진

극점

거기선 네가

지워진 모든 방향이다

 

이 '극점'이라는 말은 삶의 밑바닥을 맛봐야 날아오를 수 있다는 의미로 내게 읽혔다.

때문에 '천상천하유아독존'이라는 말처럼 무의미한 말이 없는 것이고,

내가 있고 네가 있어야,

다시 말해 '기준점과 동시에 방향'이 주어졌을때 극점을 논할 수 있는 것이고,

바닥인 동시에 꼭대기이고,

끝이면서 시작이 될 수 있는 것일게다.

 

이렇게 읽어야,

함민복 님이 얘기하셨듯이 그의 그것들이 명징함이 된다.

'자전거 바퀴에 바람 넣기'를 보게되면 그는 명징함으로 내게 마법을 건다.

이건 햇살이 눈부셔 실눈 뜨고 바라보는 듯 보이지만,

실은 '떠도는 먼지들이 빛나'는 형상을 바라보기 위해 햇살을 향해 실눈 뜨고 바라봐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ㆍㆍㆍㆍㆍ

  나는 기억한다 타이어 바퀴에 착 감기던 땅의 굴곡을, 끔틀거리던 말잔등처럼 숨결을 따라 오르내리던 리듬을

  그 리듬을 어깨 위에 싣기 위해선 적당히 바람을 뺄 줄 아는 것도 내 쓸쓸한 나이가 가르쳐준 기술이다 너무 빵빵하면 엉덩이가 아파오므로, 길바닥과 나 사이에 부질없는 긴장을 불러오기도 하므로

  땅과 바퀴 사이애, 그리고 바퀴와 나 아이에 가장 알맞은 쿠션을 위해서는 부푸는 어느 지점에서 펌프질을 그만 멈추어야 한다

  짓눌려 있던 타이어 거죽이 툭툭 꺾은 무릎을 펴고 일어선다 발굽이 땅을 짚는가 싶던니 장딴지에 제법 힘이 실리면서 시무룩하게 내려앉아 있던 인장이 올라가는 그때,

  안장 위의 하늘도 덩달아 들어올려졌다.

                                                                                                  (자전거 바퀴에 바람 넣기' 중 '일부')

'차심'도 좋았고,

'쥐는 것이 아니라 벌어지는 것이,/너무 벌어지기보단 살짝 오므려지는 것이/꽃에게 가는 길인 걸 알겠다'라고 읊는 '손바닥을 파다'도 좋았다.

'물수제비 잘 뜨는 법'은 너무 황홀하여 '떠도는 먼지들'의 형태가 아니어도 내내 반짝거릴 듯 하다, 좋다.

 

물수제비 잘 뜨는 법

 

1

물결의 미끄러움에 볼을 부볐다 뗄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미끈한 돌을 찾아 한나절쯤을 순전히

길바닥만 보고 돌아다녀본 적이 있는가

무엇보다 손바닥에 폭 감싸인 돌을 만지작만지작

체온과 맥박소리를 돌에게 고스란히 전달해본 적이 있는가

돌을 쥘 땐 꽃잎을 감싸쥐듯, 돌을 날릴 땐

나뭇가지가 꽃잎을 놓아주듯

미련을 두지 않아야 한다

바람 한점 없는데 나뭇가지가 툭, 자신을 흔들 때의 느낌으로

손목 스냅을 사용할 줄 안다는 것, 그건

이별의 끝에서 돌과 함께 날아갈 채비가 되어 있다는 거다

 

스침에도 몰입이 있어, 딱

성냥을 긋듯이

단번에 한 점을향해 화락

타들어가는 정신,

 

2

그러나 처음 물에 닿은 돌을 튕겨올린 건 내가 아니라 수면이다 나의 일은 수면을 깨우는 것으로 족하다 그다음 돌을 튕겨올리는 건 물결들이 알아서 할 일, 앞물결의 설렘이 뒷물결까지 이어지도록 그냥 내버려둘 일

 

똑똑똑, 가능한 한 긴 노크 속에

나른하게 퍼져 있던 수면을 바짝 잡아당기면서

 

스침에도 몰입이 있단다.

난 이 시집과의 스침을 몰입으로 간직하고 싶다.

그리곤 앞물결의 설렘이 뒷물결까지 이어지도록,

앞 시집과 이 시집의 설렘을,

다음 시집가지 주욱~ 연결시켜 갈 수 있도록,

내게 다가온 이 스침을 감사하며 온몸과 마음의 감관을 열고 받아들이고 볼 일이다.

 

그러기 위해선 '맥낚시' 한구절을 또 인용할 수밖에 없는데,

물의 속내를 놓치지 않게 하는 힘은 제약과 불편이란다.

어찌보면 퇴영이라 하겠으나, 최고의 손맛은 생략에서 온다, 고 퉁치는 이 시인을 어찌할 것인가 말이다.

아흑~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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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12-24 00:09   좋아요 1 | URL
문장도 아름답다는 표현 이럴때 쓰게 되나 봅니다.
타이어 바퀴에 땅의 굴곡이 착 감긴다는 표현..ㅎㅎㅎ
물수재비가 글쎄 물의 미끄러운,그리고 스침의 몰입 !~~~

와우...

양철나무꾼 2015-12-26 23:22   좋아요 1 | URL
님의 감탄사도 멋진걸요.
이 시의 옵션(플러스 알파)라는 생각이 듭니다.
럭키하고 해피한 크리스마스 되셨나요?^^

서니데이 2015-12-25 15:43   좋아요 0 | URL
양철나무꾼님,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도 좋은하루되세요^^

양철나무꾼 2015-12-26 23:25   좋아요 1 | URL
나이 한살 더 먹는다는게 마냥 좋을 수만은 없는 나이가 됐는데,
내가 나이를 먹어야 님 같은 자라나는 새싹도 같이 풍성해질 수 있겠죠?
메리 베리 해피 크리스마스 주간 보내셔요~ㅅ!
 
홀가분한 삶 - 그들은 어떻게 일과 생활, 집까지 정리했나?
이시카와 리에 지음, 김윤경 옮김 / 심플라이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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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춥다길래 옷을 껴입었더니,

허리께는 배둘레햄인데다가,

몸이 둔해서 굴러다니게 생겼다.

 

얼마 안 있으면 돌아올 성탄절 맞이 산타할아버지와 구색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자위 하는데,

실상 치킨집 앞의 그 할아버지랑도 닮았고,

내가 매일 만나게 되는 할아버지 ㆍ할머니들의 몸매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추위에 대한 반응은 어르신들이 더 민감하신듯,

할머니 한분이 몸의 두배는 되는 부피에다가 무게도 제법 나가는 털모자가 달린 가죽 외투를 입고 오셨는데,

얼핏 보면 입으신게 아니라, 끌고 짊어지고 다니는 듯 힘겨워 보였다.

 

"이래뵈도 작년에 L백화점에서 이백만환을 넘게 주고 산 옷이여~.

 이래 저래 무겁긴한데,

 내가 이제 살면 얼마나 더 살겠다고 옷을 새로 장만하겠어."

하며 쓸쓸하게 웃으시는데,

꽃이 져야 열매 맺을 줄 알기 때문에 꽃잎을 떨어뜨리는 꽃송이인듯 여겨져서 마음 한켠이 쓰라렸다.

 

나는 그런 마음을 들킬세라,

"맞아요, 엄마.

 요즘은 옷이 떨어지거나 해지지도 않더라고...싫증나서 못 입지."

라며 헤프게 웃으면서 설레발을 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나에겐 못 버리는 병이 있었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소유와 집착, 무소유, 정리 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일본 프리랜서작자가 기획한 것이라서 그런가,

일본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이라서 우리의 그것과는 다른 정서적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었고,

그게 내게는 낯설기만 했다.

 

집 안에 돌아가신 분의 넋을 기리고 공양하기 위한 불단을 만드는 것도 그랬고,

이젠 우리에게도 보편화되고 있지만, 부모님이나 어른들을 요양원에 모시는 것도 그랬다.

화이트 수납이 깔끔해서 좁은 집을 넓게 보인다는 얘긴 들어봤지만, 이런 화이트 수납은 병적이지 싶다.

색깔옷이나 색깔 침구들을 감춰둔다는 것도 그랬지만, 손님이 올때는 텔레비전도 감춰둔다니 말이다.

 

집은 편하게 쉴 수 있는게 최우선이 아닐까?

효율적인 수납이 필요한 것도 적재적소에 물건을 배치해서 조금이라도 편안하고 쾌적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내게,

보이기 위한 수납으로도 부족해 손님이 올때를 대비해서 텔레비전까지 감추는 수납이라니 아이러니 컬 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외엔,

연령대 별로 삶을 홀가분하게 하기 위해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준비하여야 할지,

홀가분한 삶이라는 것이,

자신의 소유를 홀쭉하게 하는 것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쭉 벌여 놓았던 것들을 정리하고 홀쭉하게 하되,

나다운 삶을 모색하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걸 어떤 이는,

긴장하며 버틸 때와 느슨하게 풀어줄 때를 구분하여 균형을 잡는다. 시간에 쫒기는 생활을 호되게 경험해본 덕분에 시간의 앞에 서서 '쫒기기 전에 리드한다'는 감각을 깨달은 셈이다.(43쪽)

라고 하고 있고,

누군가는,

 "굳이 말하자면 번창하지 않으면서도 망하지 않는 것, 그것이 목표예요."(68쪽)

라고 하며,

다른 누군가는,

'평범하게 밥 먹으며 살아가는' 일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어떤 일이 생기면 '평범하게 밥 먹으며 살아가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먼지 생각한다(95쪽)

고 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절벽 아래에 있는 통나무 가게를 여는 날은 금, 토, 일 사흘 뿐이다. 다른 날은 작품을 만드는데 몰두한다. 종종 두 사람의 개인전을 열기도 하지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자신들이 만든 작품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은 생각보다 큰 행복을 안겨주었다.(126쪽)

라고 하고 있다.

 

내가 거의 매일 만나는, 만성통증을 앓아 오신 어르신들은 주사 한 대, 침 한 방으로 단숨에 낫게 해달라고들 하신다.

당신들을 향하여 내가 녹음기 리플레이 버튼을 누르듯 하는 말이 있다.

"더 아프지 않으면 낫는거지, 어케 주사 한대, 침 한방으로 나아요?

 주사 한대, 침 한방으로 낫게 해준다는 사람들 다 거짓말쟁이다~ㅅ!"

 

이 책의 제목처럼 홀가분한 삶이란,

그동안 전투하듯 앞만 보며 치달려 왔다면,

이제 좀 느슨하게 내려놓고 홀가분해져도 좋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 방법은 각자 나름대로 모색해 볼 수 있는 자기만의 방법인 것이지,

어떤 롤모델이나 모범답안 따위는 존재할 수가 없다.

 

이 책에 나오는 누군가의 말처럼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계획한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나이 들어서야 알게 되었죠. 그래서 지금은 앞날을 크게 생각하지 않아요."(67쪽)

에 격하게 동의하며,

지금 이순간을 재밌게, 바로 여기 이곳이 천국이라는 느낌으로, 내 옆에 또는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홀가분한 삶'을 꿈꾸는 나는 온천까지는 아니어도, 사우나와 찜질방을 좋아한다.

받아드리기에 따라 그걸 충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는 거라고 생각하는게 '홀가분한 삶'의 취지에 맞는것 같다.

 

이렇게 보면,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이 많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난 너무 많은 것들에 샘내고 집착하는 욕심쟁이 인지도 모르겠다.

 

맨날 말로만 불끈 할 것이 아니라,  책을 들이는 것을 좀 줄여야 겠고,

여기 저기서 주는 공짜 사은품 따위도 필요없으면 받지 말아야 겠다.

필요한 물건들도 편리를 생각할 것이 아니라,

다른 것들로 대체할 수 있으면 구입에 신중해야 겠다.

 

하지만 이 모두를 차치하고,

일단은 타인의 평가에 연연하지 않고,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나다움을 회복하는게 '홀가분한 삶'의 최우선 요소일 것이다.

이젠 그렇게 줄이고 비워 홀쭉하게 살고 싶다.

이젠 그랬으면 좋겠고,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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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5-12-19 20:58   좋아요 2 | URL
싸이(psy)의 dream, 노래도 가사도 너무 좋다~^^



내게 있을 땐 옆에 있는 게
그게 그렇게 소중함을 소중한지 잊는다
결국 잃는다
결국 실은 나
그렇고 그저 그런 인간이었다
감사한 걸 감사할 줄 모르는
간사한 남사스러운 사람
행복 찾아 왜 먼 산만 바라봤을까

보이는 그대로 믿기 싫어서
믿고 싶은 대로 보기 시작해
외로워지는 지름길인데
괴로워지는 기름칠인데
꿈을 잃거나 이루거나
그 다음 날을 다시 살아가잖아
걱정하지마 이 모든 게 꿈이야

이 꿈에서 깨어날 때
그 모든 게 그대로 다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해 여전했으면 해
그때는 영원했으면 해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 때
지난날처럼 다시 행복을 위해
노래 부르며 그 노래 들으며
인생이란 꿈에서 깨어날 때

믿기 어려운 일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
원래 혼자 왔다가 혼자 살다가
혼자 떠나가는 외로운 길
외로움이 굳은살이 되어
그만큼 내게 피와 살이 되어
담담해져 가 점점 변해 가
무덤덤해져 나
어른이 되어가

갈 사람은 간다
또 산 사람은 산다
신이 내게 주신 가장 잔인한 감정
그 익숙함에 눈물 말라간다
해가 지면 아쉬워하다
달이 뜨자마자 아름답구나
기쁘면 꿈이 아니길 바라는 나
슬프면 꿈이길 바라는 나

이 꿈에서 깨어날 때
그 모든 게 그대로 다 그 자리에
있었으면 해 여전했으면 해
그때는 영원했으면 해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 때
지난날처럼 다시 행복을 위해
노래 부르며 그 노래 들으며
인생이란 꿈에서 깨어날 때

만남의 기쁨도 헤어짐의 슬픔도
긴 시간을 스쳐가는 짧은 순간인 것을

만남의 기쁨도 헤어짐의 슬픔도
긴 시간을 스쳐가는 짧은 순간인 것을


서니데이 2015-12-19 21:39   좋아요 0 | URL
연말이라서 그런지, 정리나 간소화에 대한 책이 많이 보여요.
저는 주말에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를 읽어보려고요.
어쩌면 이 책과 생각이 많은 부분 비슷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양철나무꾼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마녀고양이 2015-12-20 16:08   좋아요 1 | URL
나 허리 또 삐긋했오.
근데 우리 집 근처의 한의원은 침을 너무 아프게 놔.... 흑, 월요일에 또 가봐야 하는뎅.
자기가 놔 줘, 침. ^^

서니데이 2015-12-23 15:12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 크리스마스가 얼마 남지 않았네요.
날씨는 오늘도 그냥 많이 춥진 않지만,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앵두를 찾아라
배혜경 지음 / 수필세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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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책머리에서 '세상이 한 권의 거대한 책이라면 사람은 또 한 권의 작은 책이다.'라고 했지만,

내가 그 말의 의미를 헤아려 수긍을 할 깜냥은 아니어주시고,

'글은 그 사람을 반영한다'정도에서 타협을 보아야 할 것 같다.

 

한번도 실물로 본 적이 없는 그녀이지만, 글들이 야무지고 정갈하다.

책 뒤 '해설'의 박양근 님의 말대로, 열정과 냉정이 공존하는 느낌이랄까?

 

실은 이 책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그녀의 글들이 그랬다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그랬다.

실물을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넷 상에선 엄청 친한 척 설레발을 치고 호들갑을 떨던 그녀를 향하여,

실체가 없는 대상을 향하여 명확하지 않은 일종의 부러움과 질투, 시샘 따위의 감정을 느꼈다.

 

책을 주문하고 내 손에 도착할 때까지 문득 문득 고개를 들었던 감정은,

책을 받아 첫 페이지를 펼치면서 감히 비교의 대상이 아니라는 걸 직시한 순간 눈 녹듯 사라져 버렸다.

이쯤에서 다시 박양근 님의 '해설' 중 한대목을 인용할 수밖에 없겠는데,

그녀의 글은 '자기 성취의 탑이 아니라 달란트를 나누는 기쁨'이기 때문에 반짝거리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내가 부러움을 느끼고, 질투와 시샘으로 몸부림을 쳐도 그것은 나의 사정일뿐,

경지에 다다른게 아니라 경지에 넘어선 글들을 쓰는 그녀의 입장을 헤아려 보자면 이쯤이 되겠다.

애증의 기억과 생각의 결을 갈무리하며 흔들릴 때마다 낭독 녹음 해 둔「무비 스님의 신심명 강의」를 들었다. 구하지 않으니 행복이라는 말도 없고 내치지 않으니 불행이라는 말도 없다는 일침을 얻었다. (4쪽)

 

그녀의 글들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적재적소에 적절한 글들을 배치하여 글에 군더더기가 없다.

이 말은 감정의 과잉이 없다는 말로 바꿀 수가 있겠는데,

이게 박양근 님이 말씀하신대로 냉정과 열정이 공존하는 느낌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고 그녀가 세상과 동떨어진 글을 쓴다는 얘기가 아니다.

삶의 중심부를 통과하며 열정적으로 살았지만,

글을 쓸때는 마냥 감성으로만 치닫지 않도록 기억과 생각을 갈무리하고,

그것들을 묵혀 숙성시킨,

말하자면 관조적인 깨달음이 배어나는 글들이다.

 

온몸으로 겪고 통과한 깨달음이니 울림이 클 수밖에 없고,

그런 울림이니, 읽는 이로하여금 감동을 줄 수밖에 없다.

 

책 속의 글들은 처음 보는 것도 있고, 알라딘 서재에서 봤던 것도 있었다.

알라딘 서재에서 봤던 것들이지만 새롭게 읽히는 거슬도 있었다.

글이 야무지고 정갈해서 그런지, 책으로 만들어진 품- 예를 들면 책의 형식이나 배열, 앉음새 또한 단정하다.

책 표지의 앵두 그림도 좋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녀의 글들 못지 않게 좋았던 사진들을 이 곳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다.

책으로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칼라인쇄를 사용하는게 부담스러워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흑백사진처럼 단색의 삽화를 넣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그녀의 알라딘 서재에서 느꼈던 것은,

책 뒷표지의 홍억선 님의 말씀처럼 문학 주변의 다양한 장르들과의 접목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책이라는 제한성 때문에 다 담아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울 따름이다.

 

좋은 작품들을 잘 읽었다.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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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2-16 18:02   좋아요 1 | URL
ㅎㅎ 저는 이 책 검색해보니 18일 부터 배송된다고 했다가 21일 부터 배송된다고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궁금했는데 양철나무꾼님 글을 읽으며 저도 이 책을 읽으며 시기와 질투를 하는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살포시 하게 되네요 ^~^

양철나무꾼 2015-12-19 21:04   좋아요 1 | URL
요밑 책읽는 나무 님 말씀처럼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책을 읽기 전에는 부러움과 질투, 시샘에 배가 아파 몸부림을 쳤었는데...(ㅋ~.)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런걸 까맣게 지워버렸어요.
비교할 대상이 아니었던게죠.
글들이 정말 찰집니다, 님도 읽어보세요~^^

책읽는나무 2015-12-16 20:23   좋아요 2 | URL
`질투`는 나의 `힘`이라지요?
많이 질투하면 더 좋지않겠습니까?^^
아~~전 프레야님이나 나무꾼님이나 모두 다 `질투`가 납니다
그래서 전 무한파워 장착중입니다^^

앵두책 무척 읽고프네요?

양철나무꾼 2015-12-19 21:10   좋아요 2 | URL
와아~, 너무 좋아요.
무한파워 장착중이시라는 말이, 너무 이쁜걸요~^^

전 기실 알고보면 전투력 제로의 속빈 강정입니다.
무한도전은 하시되, 무한파워 장착까지는 안하셔도 되실 줄로 사료되옵나이다~!

서니데이 2015-12-16 22:03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님의 신간이네요. 바쁘실텐데, 벌써 읽고 리뷰를 쓰셨네요.^^
리뷰를 읽고 나니, 저도 읽어봐야 할텐데, 하는 마음이 들어요.
양철나무꾼님, 오늘도 많이 추웠는데, 내일은 더 춥대요. 아침에 따뜻하게 입으셔야 할 거예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5-12-19 21:1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도요.
한해를 마무리한다 생각하면 마음이 분주해져서 괜히 부산을 떨게 되어요~^^
하지만 삶은 도돌이다 하는 생각으로 조급해하지 않으려구요.
님도 훈훈한 주말 저녁시간 보내고 계시겠죠?

2015-12-17 0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5-12-19 21:21   좋아요 1 | URL
하고싶은 말은 많지만, 그냥 말줄임표로 생략할래요~^^
제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빈말은 몬하는 성격이라서 말이죠~(,.)
책을 앉힌 품이 좀 아쉬웠지만, 글들은 정말 좋았어요.
저 이 수필집 옆에 놓고 필사하면서 글공부하고 싶어졌어요.
`청출어람이청어람`이라고 몇년후엔 제가 앞서갈지도 몰라요~~~~, 불끈~!

서니데이 2015-12-19 21:42   좋아요 1 | URL
조금은 생각이 많은 주말인 것 같아요,
그래서 양철나무꾼님의 댓글을 읽으면서 따뜻하고 좋은 위로 받는 것만 같아요,

연말이 다가오니 많이 바쁘실것만 같은데, 감기조심하시고 좋은하루되세요^^

양철나무꾼 2015-12-19 21:26   좋아요 2 | URL
곰돌이 푸우라는 만화 영화를 보면 피그렛과 크리스토퍼가 `생각`에 대해 얘기하는 부분이 있어요.
둘다 꼬마인데, 심각한 척 하는게 어찌나 웃기고 귀엽던지~~~~~^^
님도 마찬가지예요.
생각은 잠시 한쪽으로 접어두자구요.

생각 속에 침잠하기에는...
너무 아름다운...밤이에요~^^

서니데이 2015-12-19 21:42   좋아요 1 | URL
앗, 지금 제가 그런 모습으로 심각한 얼굴일 거예요.
(화면 앞의 제 얼굴을 보고 계신 건 아닌가요.^^)
네, 생각은 조금 밀어두어도 괜찮은 그런 주말 보낼게요.
고맙습니다.

[그장소] 2016-01-18 13:43   좋아요 0 | URL
지금 이 글을 앉힌 양철나무꾼 님 글쏨씨도 보통아니셔서
벌써 아이구ㅡ질투는 요...무슨...그냥 존경만 할랍니다.
이러고 있어요. 양철나무꾼 님도 어여 어여 결실을 맺으소서..^^
저야 무심한 인간이라 ㅡ서재로 드나드는 걸 잘 못하니 북플에서만 소통을 주로 하는편인데 그분의 인격은 이미
아 ..내가 아는 차원을 넘어 있다 ㅡ라는 것 였죠.
책을 내신것도 겨우 알았답니다.
모두 다 다녀가신 후 저는 늑장 걸음을 했더라고요.
ㅎㅎㅎ
곧 볼참입니다.리뷰는 감히...그러는 중...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손맛으로도 먹고삽니다 - 10인의 먹거리 소상공인 성공기
박희선.은유 지음 / 황금시간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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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내가 좋아하는 '은유' 님이 작가로 나오셔서 구입하게 되었다.

'올드걸의 시집'이나 '글쓰기의 최전선'을 내신 분이 이런 책은 어떻게 만들어내고 있는지 궁금하였다.

이런 류의 글을 쓰는 사람하며 김서령과 한정원이 떠오르는 고로,

은유 님이 이런 책을 어떻게 풀어나가는지 궁금했다고나 할까?

 

부제가 '10인의 먹거리 소상공인 성공기'라고 하는데,

그러면서도 '음식점 창업을 위한 안내서는 아니다'라고 하고 있다.

 

그런데, 어찌보면 이 책은 이런 방식으로 '음식장사'를 해야 성공할 수 있다 까지는 아니어도,

소자본 창업자들의 분투기 정도로 읽힌다.

 

사람들에게 먹고사는 일은 원초적이지만 신성한 일인데,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은 글쎄 뭐라고 해야할까...

먹고살기 위해 하는 창업이라는 느낌이라기보다는,

내가 맨날 얘기하는 공방 느낌이 강했다.

소꿉놀이 하는 느낌이랄까.

 

물론  책의 내용이 다 그렇다는 것도 아니고,

그들의 모든 순간이 다 그렇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모든 순간 다 그랬다면 이 성공기에 등장할 수도 없었을 테니까 말이다.)

이렇게 열 명이 등장해서 이러저러한 자신들만의 노하우를 들려주고 있다.

 

다른 건 모르겠고,

내가 애정하는 은유 님은,

'그러니까 손맛으로 먹고사는 비결은, 이것이다. 가혹한 경쟁이나 무모한 유행에 휘말리지 않고 '먹다'와 '살다'의 가치를 지키는 것. 내가 잘하는 음식으로 나도 살고 남도 살고. 이 얼마나 멋진 삶의 시나리오인가.'

라는 말로 머리말을 끝맺는다.

 

이 책을 읽다보면,

플리마켓을 통해 제품을 선보이고 그러면서 입지를 굳힌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블로그나 카페등을 통해서 홍보를 한 경우도 있다.

아직 사업자등록증을 내지 않은 상태에서 블로그 이웃들의 부탁을 받고 판매를 해서 영업행위로 이어진 사람도 있고,

프렌차이즈 계약을 해서 몇번의 시패를 거듭한 사람들도 있다.

 

수익이 빤한 동네상권에서 수요가 한계가 있자,

저녁에 맥주도 팔고 배달도 하고 하며, 운영방식을 원화하여 위기를 극복한 사람도 있다.

 

이쯤에서 고대 앞의 영철 '스트리트 버거'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포장마차 형식의 햄버거 가게에서 사세를 확장하여 점포를 임대하고,

프렌차이즈 가맹점도 열고 했는데,

지금은 신용불량자가 되어 전전 긍긍한다는 얘기를 들었었다.

 

이 책은 지금 만들어진 따끈 따끈한 신간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비교적 최근의 상황들을 나열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막 시작하는 점포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소자본창업이라고 하는데,

정말 소자본 창업도 있지만,

시댁에서 친정에서 원조를 받은 경우도 있다.

 

손맛만 있고 노력만 하면 성공할 수 있다...따위의 말은 시대의 조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말이 되겠다.

왜냐하면 먹는 장사를 하겠다는 사람이라면 손맛은 검증된 사람들일 것이고,

손맛이 별로라면 적어도 자신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 것이고,

겉으로 보기엔 띵가띵가 노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게 영업방침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손맛과 노력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것이고,

내가 생각하기엔 트렌드를 제대로 파악하는 분석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걸 1이 책의 한쪽에선, 이렇게 얘기하고 있다.

 

소비자는 함부로 지갑을 열지 않는다. 비싼게 문제가 아니라 비싼 값을 치르고도 대가가 부실할 때 외면한다. 그러니 젊고 감각적인 딸의 입맛과 안목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ㆍㆍㆍㆍㆍㆍ같은 재료를 쓰더라도 조리법과 스타일링을 고급화했다. 집밥 같지만 일반적인 집밥 같지 않은, 조금 색다르고 한번 더 정성을 쏟은 메뉴들이 새로 구성됐다.(142쪽)

 

빼어난 손맛을 자랑하며 음식을 만들어 나눠 먹는 것과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여 돈을 버는 것은 다르다.

음식을 판매하겠다고 하는 순간, 위생이나 법률, 각자의 역할분담 따위의 많은 것들이,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의 책임이 되는 것이다.

 

내 생각에, 손맛과 노력은 기본이고,

트렌드를 읽고 얼마큼 잘 합류하는가 하는 것이 성패를 가름하는 열쇠이기는 하지만,

한가지를 더 꼽으라고 한다면, 꾸준히 연구하고 개발하는 것을 꼽고 싶다.

시행착오를 하더라도,

안주하지 않고 꾸준히 연구하고 개발하는 사람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뒷부분에 가면, '미래의 먹거리 소상공인을 위한 스타트업 가이드'가 쪼로록~ 열개가 나열되고 있는데,

나름 알찬 팁이다.

'손재주로도 먹고 삽니다'도 읽은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 책이 '소상공인'이라는 의미에 잘 맞는것 같다는 느낌은 어쩔 수가 없다~--;

 

먹기 위해 사는걸까, 살기 위해 먹는걸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엉뚱한 의문이 되겠지만,

내 경우...맛난 걸 먹기 위해, 맛난 걸 먹는 기쁨을 누리기 위해 사는 것은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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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12-15 13:13   좋아요 1 | URL
저 같은 사람만 있으면 세상에 음식장사 하시는분들 다 망하지 싶어요.ㅎㅎㅎ
요즘은 매일 저녁한끼 먹는거..김장 김치 이거 하나라서요.
하루 밥 굶지 않고 물에 밥말고 김치면 족할 줄 알면 행복이거든요.
(장모님 양념에 김치는 제가 비벼 넣었던 김치라서 그런가? 싶더군요)

양철나무꾼 2015-12-19 21:31   좋아요 0 | URL
저 지금 심히 궁금하여 턱괴고 바짝 당겨앉았습니다.
하루 한끼 드시고 어찌 사시나요?
제가 댓글 해석을 잘몬 한거겠죠?@@

세상에 맛난게 얼마나 많은데,
먹는 즐거움을 포기해요~ㅅ!!!

세상에 많은 욕구가 있다지만, 명예, 권력 다 필요없고 말이죠~...
성욕과 더불어 식욕은 사람이 건강하다는 `정거`아니겠습니까???

하늘바람 2015-12-15 13:43   좋아요 0 | URL
멋진 언니

양철나무꾼 2015-12-19 21:32   좋아요 1 | URL
감솨, 꾸벅~(__)

서니데이 2015-12-15 14:37   좋아요 0 | URL
책을 읽다보면 책마다 강조하는 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실제로 시작하면 하나하나 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일거예요.
사소해보이는 것들도 생각만큼 잘 되지 않는 것들도 많으니까요.
이 책에 소개되는 분들 정도라면 그래도 성공한 케이스에 속할 것 같아요.
잘 읽었습니다. 양철나무꾼님, 오늘도 편안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5-12-19 21:38   좋아요 1 | URL
이 책, 책을 앉힌 품이 좀 많이 아쉬웠어요.
글을 띄어쓰기 단위로 앉혀서 군데 군데 여백이 너무 많았다고나 할까?
그래서 처음엔 오타나 교정오류인줄 알았어요.
근데 가만보니까 책 전체가 다 그렇더라구요.
그렇게 띄어쓰기 단위로 하는게 어쩜 정석인데, 우리에게 낯설기 때문에 어색한 건지도 모르지만요~^^

또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이들이 소자본 창업을 해서 지금 궤도에 올랐는지 어땠는지가 알 수 없는 `미지수`라는거죠.
책을 보다보면 올해 개업한 곳도 있고 하던데,
올해 개업한 곳이라면 성패를 얘기하기엔 조심스러운게 아닐까 싶었어요.

조심스럽지만, 제 견해는 그랬습니다. 헤에~^____^

서니데이 2015-12-19 21:46   좋아요 0 | URL
네, 그 말씀에 공감해요.
올해 개업한 케이스라면, 개업까지는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창업의 성공을 말하기에는 조금 짧은 시간으로 볼 수도 있을 거예요.
나중에 다시 이분들이 책을 출간하신다면, 그 때에는 그 사이의 과정을 조금 더 소개할 수도 있었으면 좋겠어요. 잘 되어 성공한 케이스에서도 시행착오나 실패한 경험이 있을 수 있겠고, 그러한 것들이 이후에 시작하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아서요.



cyrus 2015-12-15 19:59   좋아요 0 | URL
먹기 위해 사는걸까, 살기 위해 먹는걸까? 이 질문,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처럼 정답이 없는 우문인 것 같습니다. ㅎㅎㅎ

양철나무꾼 2015-12-19 21:40   좋아요 0 | URL
우문 아니랍니다.
전 아주 진지하게~!!!
먹기 위해서 산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