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손님 그림책이 참 좋아 47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비오는 어느 날, 누나도 나랑 놀아주지 않아서 심심한데 우리집에 방구대장 뿡뿡이, 아니 손님 '달록'이가 왔다. 집에 가고 싶은데 갈 수가 없다고, 배고픈거 같아서 이것 저것 주며 달래도 보고 놀아도 주는데 변덕이 삼월 날씨 같은 꼬마. 집안을 엉망으로 (진짜 엉망! 물바다로 만들어버림!) 진창으로 뒤집어놓아도 웬지 정들어버리는 달록이.

 

한참 뒤 달록이는 집으로 가고, 지친 누나와 나는 그래도 또 달록이를 돌봐주고 싶다는, 아니 함께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달록이 엄청 귀엽습니다. 책소개 페이지의 사진 그림보다 실물이 더 따뜻하고 정겹고 마음이 포근포근해집니다. 며칠전 춘분날 왜 그리 ㅈㄹ 맞은 날씨였는지 다 이해가 가고요, 아, 백희나 작가님의 전작 '이상한 엄마'를 다시 꺼냈습니다. 이젠 비오는 날씨, 따위는 두렵지 않아. 우리에겐 이상한, 아니 따뜻한 엄마, 손님, 그리고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아이 아침밥으로 계란 세 개나 넣은 볶음밥을 해줬어요. 백 작가님 그림책 보면 계란 많이 먹고싶어집니다. 빵도, 아이스크림도, 솜사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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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3-23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미있겠다!

유부만두 2018-03-25 07:46   좋아요 0 | URL
재밌어요! 엄청 귀엽고 이리 저리 생각할 거리도 있고요.
 

다시 겨울이다. '겨울궁전'으로 불리는 에르미타시 박물관 프랑스 미술전을 구경하고 왔다. 저 안내서 표지의 '안나 오블렌스카야 초상화'는 매혹적인 붉은 드레스 때문에 그 앞을 떠나기 어려웠는데, 사진 속에선 칙칙하다. 고전주의부터 근대의 작품까지 미술사를 알차게 담아내는 전시회였다. '여성의 대상화'로 악명높은 '노예시장' 그림의 우윳빛깔 나신은 너무 노골적이라 화를 내기도 귀찮다. 프시케가 연인 큐피트의 정체를 발견하는 장면을 표현한 조각품 속 '어린이'큐피트는 장난스럽기도하고, 장르화의 대가 르 냉 형제들의 (어쩐지 가분수로 보이는 어색한 인물들) 작품과 세잔의 풍경화도 감사한 마음으로 만났다. 4월15일까지 전시중이니 많이들 가 보시라고 추천합니다. 그때까지 겨울은 아니겠지...

 

전시 마무리는 '겨울궁전' 에르미타시의 사진과 영상을 틀어놓은 방 (추워도 어제는 春삼월의 춘분), 탁자에는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펼쳐보도록 러시아 소설들이 놓여있었다. 안나카레니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렇게 훑어볼 소설들은 아니지만, 뭐 방금 짜르의 소장품을 내 것처럼 둘러보고 왔으니 문화의 귀족쯤 되어 톨스토이고 도스토예프스키고 만만해지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황제, 알렉산드르 1세의 누이 옐레나 파블로브나 어린이 초상도 다시 떠올렸다. '하지 무라트'에선 띠동갑 동생 니콜라이 1세가 누이를 증오하고 있지만. 그들의 집, 겨울궁전은 미술관이 되었다. 오늘도 춥겠지.

 

https://www.museum.go.kr/site/korm/exhiSpecialTheme/view/all?exhiSpThemId=259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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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3-22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가는 지하철 속에서 읽고 있네요. ^^

유부만두 2018-03-23 08:21   좋아요 0 | URL
잘 다녀오셨나요? 어느 작품 앞에서 오래 서계셨나요? ^^

psyche 2018-03-22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펑펑 오고 다시 겨울이라던데... 그래도 나가서 미술전 보고 온 유부만두님 잘하셨어요 ㅎㅎ

유부만두 2018-03-23 08:22   좋아요 0 | URL
게으른듯 은근 돌아다니죠? ^^
 

오묘하다.... 우미옥 작가 동화집 중에서 제일 짧고 제일 내 맘에 든 '오늘의 행운'을 읽고나서 막내가 말했다. 이거 진짜일지 상상일지 구분이 안된다고도. 아이가 재미있게 읽을 책을 찾고 있다. 점점 게임, 웹툰과 만화책, 그리고 유툽에 빠져들어 시간을 써버리는 아이에게 책을 들라는 이야기는 잔소리일 수 밖에 없지만. 책읽기가 공부나 숙제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엄청 재미있거등? 그래서 엄마가 책사다가 집이 엉망이지.... 

 

작가의 첫 소설집이라 조심스럽고 싱그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하지만 기존의 틀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점은 아쉽기도 하다. 특히 엄마 캐릭터들. 왜 하나같이 잔소리에 공부 성화에 신경질을 부려대는지. (아? 저는 아닙니다만) '수고했어, 코끼리' '솔직캠프 마지막 밤에 일어난 일'은 우화로도 읽히는데 쉬운 비유와 상징이다 싶다가 강렬하게 현실을 불러오고 색다른 결말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역시 상을 탈만한 이야기. 초반에 까칠한 독후감 남긴 것을 후회합니다. 내가 뭐라고.

 

그래도...'룰루 보다 좋은 것'은 별로였다. 김애란 작가의 '노찬성과 에반'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이야기에 룰루와 오래 함께 산 세월이 느껴지지 않았다. 만일 우미옥 작가님이 반려견과 함께 한 경험 없이 소재로만 룰루를 다뤘다면 엄청 차갑고 냉정한 동화다. 에반도 룰루도 그런 대접을 받고도 아이에게 화내지 않는다. 서늘함은 이어지는 '주먹왕' 아이에게도 느껴진다. 교회에 친구 많이 데려와서 '아이패드'를 타려고 하는 아이. 주먹을 들이대는 덩치 큰 아이가 교회에 다니라고 윽박지르는 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지쳐서 엎드려 있던 영미의 힘든 생활에 주먹 대신 손을 내밀어 맞잡는 아이의 변화를 기대해보고 싶지만 '전도'하는 리얼한 묘사에 마음이 식는다. 그래도 '오늘의 행운'은 좋았다. 오묘했지. 바위에 새겨진 두꺼비와 저 멀리서 울리는 천둥소리와 소나기. 그리고 절터. 마침 읽던 프루스트의 콩브레 장면도 비슷하다. 아, 이 엄마는 아이가 식후에 바로 책을 읽을까봐 걱정했구나. 그 시절엔 웹툰이고 게임이고 없었으니까.

                                                                                                                         

 

오묘하고 신비하고 흔할 것 같은데 뭔가 더 쏟아지고 갈라지고 터지고 누군가 짠 하고 만날 것만 같고. (실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떠올렸....) 그렇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 흔한 소재를 가져와 자기 식으로 다듬고 마음을 담아 이야기로 빚어내는 작가는 그만의 '오묘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참을성이 없고 성마르며 ...배고픈 아줌마라 신경질을 부리는건가. 두꺼비, 하면 헌집 줄게 새집 다오의 집타령만 생각하는 속물이라 그런가. 에잇. 오늘의 행운을 인형뽑기에서라도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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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8-03-21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인형은 뽑으셨습니까? 언니님아...ㅋㅋ
프루스트는 잘 읽어나가고 있죠? 언니의 완독을 응원합니다! ^^

유부만두 2018-03-21 11:39   좋아요 0 | URL
뽑았겠습니까.... ㅜ ㅜ 뭐 이렇게 쌓인 ‘운‘은 언젠가 내 주머니 속으로 들어오리라 믿고 있지만... 프루스트는 조금씩, 야금야금 국방부 시계 처럼 멈추지 않고 읽고 있음.

psyche 2018-03-21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어릴적 밥먹자마자 아니 밥먹으면서 책 읽지말라는 말 매번 들었었는데... 만약 아들녀석이 밥 먹자마자 책 읽는다면 디저트도 가져다 바칠텐데 그럴일이 전혀 안생기네

라로 2018-03-21 14:13   좋아요 0 | URL
모범생들은 역시 다르군요. 전 밥먹을 대 TV봤는뎅~. 그러니 아들들이 책 안 읽는 거 뭐라할 수 없다는,,,ㅠㅠ

유부만두 2018-03-22 06:36   좋아요 1 | URL
책 읽기가 저에게도 놀이였어요. 밤에 안자고 이불 속에서 동화책 읽다가 혼났는데 그때 읽은건 공부가 아니었;;;; 아, 어릴적에 프님을 만나서 함께 고무줄도 하고 그랬어야했어요. ㅎㅎㅎ

저희집 막둥이는 책을 읽어도 재미를 느끼려고들지도 않아요, 그저 쓱~ 줄거리만 보고 말아요. 안타까울뿐이죠.
 

봄바람이 거세고 빗방울도 내렸다. 봄 아니네. 패딩을 입기는 싫은데 따뜻해...

 

매일 매일 교토의 기록이라는 제목에 사진이 많고 나른한 여행기라고 짐작했는데 '한달 살아보기'의 기록이란다. 저자는 (유명하다는데 몰랐어요. 인스타나 페북 안합니다) 처음 만나는 아주 젊은 작가로 중학생 시절부터 관심 가져온 일본 문화와 여행을 직접 경험해낸 야무진 사람.

 

한달 살아보기, 라며 저자는 여느 관광객의 짧은 3-4일 급하게 쫒기는 여정 대신 느긋하게 교토라는 작지만 역사 깊은 곳을 자세히, 하지만 관광지 너머를 걷고 호흡한다. 실려있는 예쁜 카페 사진과 정보들은 짧은 여행을 가더라도 유용할 듯 보인다. 몇몇 카페나 음식점들은 다른 교토 여행책에도 실려있어서 낯익다. 하지만 한 달.... 그동안 저자의 '살아보기'는 카페와 음식점, 그리고 개인적 감상과 다시 카페로 반복된다. 편의점과 마트 방문이 변화랄까. 기차도 전차도 타지만 한 달이 잔잔하다 못해 3박4일 여행을 늘여놓은 것과 다르지 않아서 심심하다. 언어의 벽이 있겠지만 교토에도 있는 박물관과 미술관도 가지 않았고, 전통 시장이나 공공장소도 언급이 없다. '살아보기'라면서.... 하지만 아주 젊은 작가니까. 대학4년생일 저자가 한 달, 한국의 어느 낯선 도시에서 혼자 산다면? 그 생활의 패턴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문장도 젊은 사람 티가 났다. (아아 나는 이토록 늙었구나,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늙은 눈에는 그 문장의 나이가 보.인.다.)

 

젊은 사람의 한 달과 아줌마의 한 달은 꽤 다르다는 게 생각났다. 나에게 한 달이 주어진다면...하고 상상하다가, 막내의 밀린 숙제와 마구 벗어놓은 (꼭 뒤집어서) 옷가지들이 눈에 밟힌다. 한 달이 너무하다면 하루라도 혼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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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0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20 15: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8-03-20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사 바꾸셨네요.
이 분은 누구신가요? 이 쏀 언니~~~~^^

수이 2018-03-20 13:29   좋아요 1 | URL
내 사랑 줄리언 무어 언니~~~~~ 입니다. ㅋㅋ

수이 2018-03-2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_ 프사 짱입니다!!!!!!!!!!!!!! 하트 백만개!!!!!!!!!!!!!!!

유부만두 2018-03-20 15:24   좋아요 0 | URL
줄리언 무어가 저 영화 ‘매기스 플랜‘에서 정말 귀여웠지요. 쎄 보이지만요. ^^
‘책에는 경제이론‘ 정말 맞는 말 같아요. 주절주절 양만 불리는 책 싫어요.
 

참... 그렇다...

직접 본 적 없는 삼촌 이상, 집에 그의 책이 없으니 구해달라는 질부, 유물은 없지만 이상의 방,은 조카가 (자신의 음식점 한켠에서) 운영해야한다는 주장... 막무가내로 찾아가 이상 조카 맞냐고 들이대는 저자, 꼽추라고 써대는 그의 수준...

‘오빠 이상, 누이 옥희’ 에서 여성주의를 읽을줄 알았던 내가 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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