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겨울이다. '겨울궁전'으로 불리는 에르미타시 박물관 프랑스 미술전을 구경하고 왔다. 저 안내서 표지의 '안나 오블렌스카야 초상화'는 매혹적인 붉은 드레스 때문에 그 앞을 떠나기 어려웠는데, 사진 속에선 칙칙하다. 고전주의부터 근대의 작품까지 미술사를 알차게 담아내는 전시회였다. '여성의 대상화'로 악명높은 '노예시장' 그림의 우윳빛깔 나신은 너무 노골적이라 화를 내기도 귀찮다. 프시케가 연인 큐피트의 정체를 발견하는 장면을 표현한 조각품 속 '어린이'큐피트는 장난스럽기도하고, 장르화의 대가 르 냉 형제들의 (어쩐지 가분수로 보이는 어색한 인물들) 작품과 세잔의 풍경화도 감사한 마음으로 만났다. 4월15일까지 전시중이니 많이들 가 보시라고 추천합니다. 그때까지 겨울은 아니겠지...

 

전시 마무리는 '겨울궁전' 에르미타시의 사진과 영상을 틀어놓은 방 (추워도 어제는 春삼월의 춘분), 탁자에는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펼쳐보도록 러시아 소설들이 놓여있었다. 안나카레니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렇게 훑어볼 소설들은 아니지만, 뭐 방금 짜르의 소장품을 내 것처럼 둘러보고 왔으니 문화의 귀족쯤 되어 톨스토이고 도스토예프스키고 만만해지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전쟁과 평화'에 나오는 아름다운 황제, 알렉산드르 1세의 누이 옐레나 파블로브나 어린이 초상도 다시 떠올렸다. '하지 무라트'에선 띠동갑 동생 니콜라이 1세가 누이를 증오하고 있지만. 그들의 집, 겨울궁전은 미술관이 되었다. 오늘도 춥겠지.

 

https://www.museum.go.kr/site/korm/exhiSpecialTheme/view/all?exhiSpThemId=259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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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3-22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가는 지하철 속에서 읽고 있네요. ^^

유부만두 2018-03-23 08:21   좋아요 0 | URL
잘 다녀오셨나요? 어느 작품 앞에서 오래 서계셨나요? ^^

psyche 2018-03-22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펑펑 오고 다시 겨울이라던데... 그래도 나가서 미술전 보고 온 유부만두님 잘하셨어요 ㅎㅎ

유부만두 2018-03-23 08:22   좋아요 0 | URL
게으른듯 은근 돌아다니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