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역사>가 리커버로 나왔는데 검색하면서 영화도 있다는 걸 알았다. 예전 표지로 눈물까지 흘리며 읽었지만 영화는 거리감을 갖고 봤다. 할아버지 레오가 너무 비호감 그럼피 올드맨으로 나오고 뉴욕의 어린 알마는 반가운 얼굴, 영화 <책도둑>의 리젤이다.















할아버지 레오가 어린 알마를 만나는 게 께름칙했지만 (그는 영화 내내 젊은 여자들에게 매우 무례하다) 그가 인생에서 마지막 하나 남은 '삶의 역사'를 다시 만나는 데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까, 영화는 사랑과 약속에 악착스레 매달려 살아남은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에겐 '사랑'이라는 단어가 더 진하고 서럽고 무겁다. 그 사랑의 역사가 아름답지만은 않다.


레오의 슬픈 인생사, 부르노의 진실과 사라진 원고 혹은 기억, 옛 알마의 사정 등과 무엇보다 다 알고있던 이작의 안타까움. 이 모든 게 퍼즐처럼 흩어졌다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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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한 생쥐 첫 읽기책 9
정범종 지음, 애슝 그림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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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의 고양이에 눈길을 빼앗기지 않아야 합니다. 화난, 아니 놀란 고양이가 긴장한 눈으로 노려보는 상대가 주인공이니까요.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막내 생쥐가 큰일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어찌나 큰 일들이 하나도 둘도 아니고 줄지어 벌어지고 이 작은 친구가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지 읽으면서 막 신이 납니다.  


스포일러가 되지 않으려 애쓰면서 이야기를 하자면,...


재미있다!

귀엽다!

당당하고 슬기롭다! 

판에 박히지 않았다!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후속편을 기다린다! 


전형적인 셋+객원 삼총사 스타일의 첫 만남과 친구 되기로 시작합니다. 서로 기싸움을 하지만 돕기, 잘못을 인정하고 나누기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기 자존감 뿜뿜 가족끼리 사랑하기 이런 저런 동화책의 '가치'들이 많이 나오지만 너무나 귀엽고 재치있는 말장난과 상황에 다 녹아있지요. 너무 티나게 늘어두면 촌스럽거든요. 새앙이가 사고 칠까 조마조마한데 어째 이 되바라진 아이가 우리집 애 같고 막 그럽니다. 말을 안 듣는데 밉지가 않고 귀여워서 엉덩이 두드려 주고 싶지만 쥐야;;;; 


고양이와 쥐 이야기라고 스쳐 지나가면 안됩니다! 쥐, 라고 어떤 고정관념만 갖고 있으면 안돼요. 그런데 이런 반짝이는 보석이 이미 4년 전에 나와 있었네요. 작은 생쥐가 큰일을 하는데 어떤 큰일 들인지가 하나 하나 나오고요, 큰일 중의 큰일 대장은 역시나 '육아'라는 진실을 확인했습니다. 아, 나는 큰일 하는 중인 아줌마.


7월, 인간에 실망했다면 생쥐 이야기로 (응?;;;) 마음을 위로 받아보십시다. 


됩니다. 위로가. 이야기, 특히 동화가 더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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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7-14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로가 되는 동화라니.... 아, 정말 필요한 이야기인데요.
카테고리가 <막내와 읽는다>이네요. 중딩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인가봐요.

유부만두 2020-07-14 13:24   좋아요 0 | URL
아...아니요. 이 책은 초등 저학년을 위한 책이에요.
막내가 벌써 중학생이지만 어린이 책은 그냥 습관처럼 이 카테고리로 정리해요.

동화는 안전하고 솔직한 세상을 주로 보여주잖아요. 그래서 동화를 읽으면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어요. 현실의 세상 만큼이나 내 마음도 뜻대로 하기는 힘들지만, 적어도 책 안의 새앙이가 당당하고 솔직하게 친구를 만들고 문제를 해결하는 걸 따라가면서 위안을 얻었어요. 강추합니다.
 

산에 살던 여자 사냥꾼 이야기라서 모노노케 히메를 생각했다. 인간과 문명을 증오하고 자연으로의 회귀만 꿈꾸던 공주. 


이 영화 주인공 사냥꾼 하마지는 산을 내려와서 도시에 사는 오빠와 힘을 합쳐 개/늑대인간, 후세 사냥에 나선다. 인간의 심장을 빼먹는 둔갑한 짐승, 후세는 우리네 구미호 (와 몇 년 전 드라마 구가의 서)를 연상시키지만 인간에게 멸시와 차별을 당해온 비운의 소수자들로 묘사된다. 하마지는 도시의 매력에 정신 없지만 어쩐지 자신도 길을 잃은 한 마리 늑대 같다는 생각이 들... 무렵 오빠와 동네 서민들을 만나 금세 인간 무리에 스며든다. 


오빠와 후세 미남자 시노 사이에서 쥴리엣처럼 괴로워하는 하마지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시노의 비극과 권력집착증 성주에 더 집중되어있다. 중간에 나오는 놀이동산 스케일의 유곽과 칼부림에 피범벅(껄쭉한 피) 표현에 뜨악했지만 (다 보여줌) 일단 구매 버튼을 누른 이상 계속 전진. 


흥미로운 인물로는 하마지를 돕는 친구 메이가 나온다. 할아버지가 후세 전설담을 이야기책으로 만든 작가였고 자신도 이야기를 만들려고 애쓰는 아이다. 별 거부감 없이 하마지와 후세를 응원한다. 그 와중에 소식지 혹은 찌라시를 만들어 시내에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글'을 판매하고 있다.  



이룰 수 없는 사랑 이야기라지만 억지로 애절함을 넣지는 않았다. 애절함, 말하지 못한 사랑이라면 후세 엄마와 아이 사이의 서러움과 애달픔이다. 널 멀리한 건 널 사랑해서였단다. 부디 넌 살아남아야해. 반면 인간과 후세의 차이가 너무 커서 영화 내내 차라리 느네는 따로따로 살아라, 라는 마음이 들었는데 시노가 그닥 하마지를 사랑하는 것 같지 않아서 였다. 폭력과 성적 표현 수위가 예상보다 높아서 놀랐고 하나의 중심 이야기, 주인공들을 위해 심장이 뜯겨 나가고 베이고 불에 타는 수 많은 사람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다들 해맑아서 무서웠다. 그림은 모노노케 히메 보다 더 밝고 날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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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0-07-12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영화가 있었군요@_@; 궁금하네요@_@;

유부만두 2020-07-12 13:52   좋아요 0 | URL
부드럽기보다는 격렬한 애니메이션이에요.
예상보다 수위가 높아서 놀랐어요. 이야기는 다채롭게 활극과 환상을 넘나듭니다.

파이버 2020-07-12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우들이 연기를 잘한거 같아요.저도 오랜만에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유부만두 2020-07-12 13:53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애니메이션에선 성우 역할이 크겠네요.
잘 몰랐지만 생생한 느낌을 받았어요.

moonnight 2020-07-19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서 vod로 봤습니다ㅎㅎ 뭔가 굉장히 생생한 느낌이었어요. 약간 거친 분위기도 있었지만 작가의 의도인 걸까요-_-a 너무 슬프거나 애달프지 않아서 저는 좋았습니다. 일본 애니보고 후유증이 심했던 경험 많아서요ㅠㅠ 유부만두님 덕분에 좋은 영화 보았습니다. 감사드려용^^

유부만두 2020-08-23 20:38   좋아요 0 | URL
댓글을 너무 늦게 봤네요. 죄송합니다;;;;
강렬한 장면이 많지요? 수위도 높고요.
님 말씀 처럼 너무 늘어지고 슬프지 않고 씩씩해서 다행이었어요. 그래도 나름 해피엔딩이기도 하고요.
 

공감 .... 몇 프로인지 쓰면 내가 많이 이상해 보일까봐 조심스럽다. 동화, 만화, 엽기 스릴러, 삼국지, 호메로스 등 이것 저것 다 읽는 내가 실은 많이 이상한 독자이긴 하지만, 뭐, 그래도 남한테 해는 끼치지 않고 조용히 살고 있습니다. 


만화에서 건질 짤들이 많아서 캡쳐를 했다. 책 말미의 대반전 장면은 피했다. 스포일러는 금지. 힌트라면 독서 중독자들이 절대로 전혀 네버 가능하지 않을 이야기의 마무리 혹은 새출발을 한다. 재미가 없진 않았는데 기대만큼 아주 재밌지도 않았고, 그래도 공감, 고개 끄덕임, ... 그리고 작은 위로를 책 구매 목록과 함께 얻었다. 


나는 유부만두, 책은 닥치는 대로, 재미를 찾으며 읽습니다.



미국 여행가서 스벅에 들렀을 때 이름을 묻기에 난 '리즈'라고 했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지만 나 혼자 흐뭇했었.... 또, 표지의 극한점은 문학사상사 아닐까 싶고. 난 책을 사기도 하고 도서관도 이용하는데 책엔 3M의 작은 플래그를 붙였다 떼거나 사진을 찍는 편이지 접지도 밑줄을 치지도 메모는 더더군다나 하지 않는다. 그냥 깨끗하게 본다. 따로 리뷰나 밑줄을 남겨두지 않으면 그래서 잘 잊는다. 반복. 역서의 목차 순서 및 조합을 싹 바꾼 최근 책은 <예술하는 습관>이다. 몇몇 인물은 빼기도 했다. 그리고 내게 독서란 주로 소설, 이야기 읽기다. 다른 역사책이나 인문 서적 혹은 이런 만화책을 읽을 땐 잠시 곁길로 새는 기분이 든다. 그림컷을 찍지는 않았지만 역자의 소개글이 오글거리게 길면 신뢰도 혹은 책 읽을 마음이 뚝 떨어진다. 그리고 인생과 스포츠, 야구, 그것도 엘지의 야구를 생각하면, 진짜...


적다보니 공감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내가 중독자 까지는 아닙니다요. 완독에 욕심을 부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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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0-07-19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엔 3M의 작은 플래그를 붙였다 떼거나 사진을 찍는 편이지 접지도 밑줄을 치지도 메모는 더더군다나 하지 않는다. 그냥 깨끗하게 본다. 따로 리뷰나 밑줄을 남겨두지 않으면 그래서 잘 잊는다.‘ 이 부분 나랑 똑같아! ㅎㅎ

유부만두 2020-07-19 16:1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특히 ‘잘 잊는다‘에서 언니와 하이파이브 하겠습니다.
 


떡집 이야기 세 권을 다 읽었는데도 아쉽고 아깝다. 이야기와 떡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입과 마음이 함께 궁금해서 쑥버무리나 콩떡, 절편 하나 두 개쯤 더 먹고 싶다. 한 입 거리 떡으로 마음의 짐이나 고민, 내 안의 '싫은 나'를 고칠 수 있는 마법의 떡이라면 더더욱. 


월요일부터 마음과 기분이 바닥을 치고 내내 힘들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나도 없고 아이들에게 이 엉망진창 세상을 '바르게 살아라' 말하는 것도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그저 더럽고 악한 것들은 피해라 정도가 최선이었다. 다 버리고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이 나이에, 이제야 세상의 민낯을 마주한 기분이었다. 내가 너무 순진했던게지, 난 온실에서 살았구나, 반백년 동안. 아 징그러. (3권에서 늦둥이 둔 늙은 엄마 이야기에서 눈물 흘렸고요) 


어쩌면 온실과 꽃밭의 연속일까, 동화 읽기는? 그래도 내 눈을 계속 닦아주는 건 동화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용기, 집중력, 그리고 실수라면 되새기고 반성하는 것, 피하거나 거짓말 하지 않는 것이라고, 이런 가치들을 말해주는 다정하고 단단한 이야기들을 읽는다. 만만해보이지만 쫀쫀한 밀도.


계속 읽어야겠다. 나를 버티게 해주는 김리리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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