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400. 어느 날 구두에게 생긴 일 (황선미)

 

이런 가슴 아픈 일이 어린 아이에게 일어났다니, 읽는 내내 나도 속이 상해서 어쩔줄을 몰랐다. 이런 이야기를 동화라고, 아이가 좋아하는 황선미 선생님께서 쓰신 책이라고 막내에게 건네 줄 수가 없다. 다 읽고 나서도 아직 가슴이 아프다. 그나마 상황을 진정시키신 담임 선생님이 계셔서 다행이긴 한데.... 너무 빤한 계집애 혜수는 바뀔 것 같지가 않다. 그애를 어떻게든 혼내고 싶은 내 맘이....더 어린 아이 같다.

 

"그날, 나는 내 어린 시절이 끝나 버렸다는 걸 알았어요."

떨리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데, 나는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아서 언젠가 이 이야기를 꼭 써야겠다 생각했어요.

여기에 큰 사건처럼 보이는 건 나오지 않아요. 세상에는 이보다 끔찍한 일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할 사람들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런 문제만 중요한 게 아닙니다. 드러내기 어려운 사소한 아픔도 사람을 외롭게 하고 상처받게 하고 분노를 가진 어른이 되게 합니다.

물어보고 싶었대요.

"그때 너희들도 나처럼 가슴이 아팠니?"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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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테리라는 단어는 `자궁의 병`을 뜻하는 그리스어 `히스테리코스`에서 유래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자궁이 여자의 몸 안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다 폐를 비롯한 내부 장기들을 압박하여 호흡 곤란이나 흉부 통증 같은 신체적 증상을 유발한다고 믿었으며, 이 믿음이 그리스와 유럽 전체로 이어졌다. 1880년대 여자들은 순결과 순진성을 상징하는 코르셋으로 몸을 압박하도록 강요당했으며 이에 따라 히스테리 환자도 증가 추세에 있었다. (167)

1950년대의 번쩍번쩍한 잡지 광고에 그려진 `행복한 주부`가 프리단이 말한 유령이었다면 1980년대에 등장한 `슈퍼맘`은 우리를 괴롭히다 그 힘을 소진하고 구겨진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또 다른 유령이었다. (256)

나는 여기서 소개한 책들에 비평가나 학자로서가 아니라 `일반 독자`로서 접근했다. 버지니아 울프는 일반 독자란 "무엇보다도 ... 어떤 가능성이나 결말에 맞닥뜨리든 스스로의 본능에 인도받아 일종의 완전체, 한 여자의 초상, 한 시기의 윤곽, 문장작법의 이론을 창조하는 ... 사람". (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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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400. 빨래하는 페미니즘 (스테퍼니 스탈)

 

달걀부인님의 "간장독, 된장독, 아닌 필독"에 홀려서 읽기 시작했다. 물론 그 며칠 전에 어느 멍청이가 쓴 칼럼 때문에 관심을 두고는 있었다. 책 표지의 휘날리는  흰 속옷과 제목이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그 이유로 전철로 이동할 때 가방에서 꺼내들고 읽을 수가 없...) 부제, '여자의 삶 속에서 다시 만난 페미니즘 고전'을 "고전(문학)"으로 오독한 것이 독서의 시작이었다.

 

저자는 나와 동년배로 90년대에 활기찬 대학생활을 할 때만 해도 양성평등을 당연한 가치로 여겼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변화에 흔들리고 "난 누구, 여긴 어디"를 외치며 갈등을 겪다가 (생활에서 겪는 문제는 정말 절절하게 와 닿는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학부때 들었던 "페미니즘 고전 읽기 강좌"를 청강하기로 결심한다. (원래 1년 과정은 사정상 2년이 되고, 그 동안에 교외지역에 살았던 저자의 가족은 다시 뉴욕 시내의 좁은 투베드룸 아파트로 돌아온다. 교외지역 3층집에 살 때, 이웃 아줌마들과의 묘한 알력은....어쩜 한국과 이리 비슷한지!

 

저자의 페미니즘 소설, 이론서 독서 경험과 강의 관찰기록(?)은 생각보다 솔직하고 담백하다. 그러면서 계속 생각한다. "나는...잘 하고 있는건가" 전투적인 페미니스트에 대한 적대적 비아냥거림이 난무한 세상에서, 아줌마, 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다가 조금은 숨통이 틔인 기분이었다. 저자가 이 강좌를 다 듣고, 대단한 변화가 깨달음을 얻지는 않는다. 다만, 자기 자신을 조금 더 긍정하고, 남편을 또 하나의 개인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느 아줌마의 여대 여성학 수업 청강기 쯤이라고 치부하기엔 그녀의 눈물과 울화가 너무 생생하게 와닿았다. 그리고 미국의 여대생들이 이젠 1,2,3세대 페미니즘을 다 지나고 ...그 모든 수사학과 이론들을 읽고도 아직 맹숭맹숭한다는 건 의외였다. 결국, 그녀들도 나이 더 먹고, 더 여자의 삶을 경험해 보고, .... 돌아와 거울 앞에 서야 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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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2-21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딱 한권 책 살 적립금이 있는데 이 책을 사야겠네요.

유부만두 2015-02-21 22:04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 운동의 변천사를 의외로 친근(?)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울컥하기도 하고요;;;

라로 2015-02-22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북플에서는 잘려서 다 안 보이는데 맨 마지막이 남자 팬티인가용???여자 속옷은 왜 그걸 사용했을까용???암튼 이해 안 되는 표지에요~~~제목도 좀 싸구려티구해요~~~. 스테파니 스탈이 기분 나쁠 것 같아요~~~^^;; 암튼 스탈과 동년배라시면 제가 언니네요!!!!!!ㅋㅎㅎㅎㅎㅎㅎㅎ

유부만두 2015-02-22 09:32   좋아요 0 | URL
네 남자 흰 팬티에요;;;
내용중 남편이랑 빨래 때문에 폭발하는 장면이 있긴하지만..
번역판 표지와 제목이 아쉽죠..

유부만두 2015-02-22 09:32   좋아요 0 | URL
동년배... ㅎ 실은 제가 스탈보다 두살쯤 언니 같은데,;퉁~ 했지요
 

97/400. 민들레 소녀 (로버트 F. 영)


˝시간여행자의 아내˝ 대신 ˝시간여행자의 남편˝.
아버지를 잃고, 사랑하게 된 과거의 남자를 찾아 이백 몇십 년을 거슬러 과거로 건너온 소녀.

투박한 묘사가 여러 겹의 시간대에서 잔잔한 여운을 남긴다.

민들레 색깔의 머리칼을 날리는 소녀가 나오는데 표지엔 참한 동양 여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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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래하는 페미니즘》151~175 쪽에 계속 언급되는 책 ˝각성˝ Awakening 의 작가 이름 Kate Chopin이 `케이트 쵸핀` 으로 표기되어있다. 알라딘 작가 표시에는 `쇼팬`이나 `쇼팽`이라 되어있고 유툽이나 오디오북에도 쇼팽에 가깝게 발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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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ㅋㄱㅈ 2015-12-16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chopin 프랑스 성인데 아마 kate chopin이 미국인이라서 미국식으로 표기하려고 했나 봐요 ㅇㅇ 그래도 /ʃoupæn/ 쇼팬 정도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