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400. 빨래하는 페미니즘 (스테퍼니 스탈)

 

달걀부인님의 "간장독, 된장독, 아닌 필독"에 홀려서 읽기 시작했다. 물론 그 며칠 전에 어느 멍청이가 쓴 칼럼 때문에 관심을 두고는 있었다. 책 표지의 휘날리는  흰 속옷과 제목이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그 이유로 전철로 이동할 때 가방에서 꺼내들고 읽을 수가 없...) 부제, '여자의 삶 속에서 다시 만난 페미니즘 고전'을 "고전(문학)"으로 오독한 것이 독서의 시작이었다.

 

저자는 나와 동년배로 90년대에 활기찬 대학생활을 할 때만 해도 양성평등을 당연한 가치로 여겼다. 하지만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변화에 흔들리고 "난 누구, 여긴 어디"를 외치며 갈등을 겪다가 (생활에서 겪는 문제는 정말 절절하게 와 닿는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학부때 들었던 "페미니즘 고전 읽기 강좌"를 청강하기로 결심한다. (원래 1년 과정은 사정상 2년이 되고, 그 동안에 교외지역에 살았던 저자의 가족은 다시 뉴욕 시내의 좁은 투베드룸 아파트로 돌아온다. 교외지역 3층집에 살 때, 이웃 아줌마들과의 묘한 알력은....어쩜 한국과 이리 비슷한지!

 

저자의 페미니즘 소설, 이론서 독서 경험과 강의 관찰기록(?)은 생각보다 솔직하고 담백하다. 그러면서 계속 생각한다. "나는...잘 하고 있는건가" 전투적인 페미니스트에 대한 적대적 비아냥거림이 난무한 세상에서, 아줌마, 라는 이름표를 달고 살다가 조금은 숨통이 틔인 기분이었다. 저자가 이 강좌를 다 듣고, 대단한 변화가 깨달음을 얻지는 않는다. 다만, 자기 자신을 조금 더 긍정하고, 남편을 또 하나의 개인으로 바라보고 있다. 어느 아줌마의 여대 여성학 수업 청강기 쯤이라고 치부하기엔 그녀의 눈물과 울화가 너무 생생하게 와닿았다. 그리고 미국의 여대생들이 이젠 1,2,3세대 페미니즘을 다 지나고 ...그 모든 수사학과 이론들을 읽고도 아직 맹숭맹숭한다는 건 의외였다. 결국, 그녀들도 나이 더 먹고, 더 여자의 삶을 경험해 보고, .... 돌아와 거울 앞에 서야 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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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2-21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딱 한권 책 살 적립금이 있는데 이 책을 사야겠네요.

유부만두 2015-02-21 22:04   좋아요 0 | URL
페미니즘 운동의 변천사를 의외로 친근(?)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울컥하기도 하고요;;;

라로 2015-02-22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북플에서는 잘려서 다 안 보이는데 맨 마지막이 남자 팬티인가용???여자 속옷은 왜 그걸 사용했을까용???암튼 이해 안 되는 표지에요~~~제목도 좀 싸구려티구해요~~~. 스테파니 스탈이 기분 나쁠 것 같아요~~~^^;; 암튼 스탈과 동년배라시면 제가 언니네요!!!!!!ㅋㅎㅎㅎㅎㅎㅎㅎ

유부만두 2015-02-22 09:32   좋아요 0 | URL
네 남자 흰 팬티에요;;;
내용중 남편이랑 빨래 때문에 폭발하는 장면이 있긴하지만..
번역판 표지와 제목이 아쉽죠..

유부만두 2015-02-22 09:32   좋아요 0 | URL
동년배... ㅎ 실은 제가 스탈보다 두살쯤 언니 같은데,;퉁~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