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절 중국 지식인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청년이, 마오 사상이 지닌 문제를 알면서도 거기에 자석처럼 끌려간 것은 마오 사상이 그런 각성 효과와 환각 효과를 동시에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딩링도그렇고, 중국은 물론이고 동아시아와 세계의 많은 청년이 마오 사상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한 시절 나도 그랬다.그 선택이 때로는 역사의 거름이 되기도 했고, 때로는 문화대혁명처럼 역사의 비극을 만들기도 했다. 마오의 학생들은 홍위병만 있었던 게 아니다. 유토피아적 열정 속에서 민중주의 신화에 심취한 채 지식인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마오의 학생이다. 마오의 유령은 늘 떠돌고 있다. - P140
"우리는 산 하나, 강 하나, 성인 한 사람밖에 없어."산둥 사람들의 산둥 스타일 플렉스다. 산둥에는 그저 공자 한 사람, 태산 하나, 황허 하나밖에 없다는 거다. 산둥사람은 중국의 다른 지방 사람에게 이렇게 산둥을 뽐낸다. - P146
“안덕벌 떼과부가 따로 읎어”역경을 헤쳐나가는 억척스러운 여성을 빗대어 이르는 충청도 속담
청주의 내덕동 일대의 옛 이름은 안덕벌이었다. 6.25전쟁 직후안덕벌에 남편을 잃은 여성들의 마을이 형성되었다. (당시에는 ‘과부촌‘이라 불렸다.) 남편을 잃은 안덕벌의 여성들은 애를 들쳐 업고 두부를 팔면서 삶을 이어 나갔다고 한다. 그렇다면 안덕벌에는 어떻게 남편과 사별한 여성들이 모이게 되었을까.그 배경에는 보도연맹 학살 사건이 있다. 1948년에 국가보안법에 따라 구성되었던 국민보도연맹은 ‘극좌 사상에 물든 사람들을 사상 전향시켜 보호하고 인도한다‘는 명분으로 좌익 성향을 가진 사람을 가입시켰다. 보도연맹원 가입은 할당제로 이루어져 지역공무원들은 좌익 성향과 관계없는 일반인도 가입시켰다. 전쟁 직전에는 가입자 수가 수십만에 이르렀다. 전쟁이 발발하자 정부와 군은 보도연맹원들이 인민군에 협조할 것을 우려해 이들을 무차별로 살해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을 포함한 일반인이 최소 10만 명 이상 사망했다. 전국 곳곳에서 법적절차 없이 즉결 처형이라는 형식의 집단 학살이 일어났다. 충남 홍성군 담산리, 충북 청주시 분터골 등 충청 지역도 대량 학살의 예외가 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청주의 안덕벌에서만 40여 명의여성이 남편을 잃었다. 남편을 잃은 이들이 애를 들쳐 업고 콩나물이나 두부를 팔며 생계를 잇는 장면이 일대 주민들에게 각인된것이 이 속담의 유례다.매년 보도연맹 희생자의 유해가 수백 구씩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들려 온다. 억울한 누명을 안고 죽은 사람과 유족들의 한은언제 풀릴까. - P115
검색해보니 창경궁 대온실 보수가 2013-2017에 있었지만 소설은 2023년 준공을 설정하고 있다. 이 책은 30대초반 여성 영두가 문화재 보수 과정 기록과 보고서 담당 계약직을 맡으면서 과거를 마주하는 이야기. 주인공 영두의 2003년 중2 서울 생활, 문자 할머니의 (1945-)1951년 중학생 나이 때 서울 생활이 창덕궁/창경궁 대온실을 중심으로 소환된다. 현재 영두의 친구 딸(초6) 산아도 그 두 아이들과 연결되며 또다른 시간 속 이야기를 보여준다. 고향이 아닌 곳에 이식된 아이들은 어떤 일을 보고 겪는지, 대온실 지하에는 무엇이 남아있는지 찬찬히 추적해간다. “과거를 끄집어 낸다는 거 되게 용기가 필요한 일이거든요.”(340)“인간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들이 언제나 흐르고 있다.”(403)대온실을 세운 일본인 학자/관리와 그 아래서 일하던 조선인들, 광복 후 남아있던 일본인들, 어지러운 사회와 전쟁. 2020년대 문화재 보수 담당 관리와 건축사무소 이야기도 좋았다. 단순한 스릴러나 역사물이 아닌 “부서진 삶을 수리” 하려는 시도 그리고 그 보고서 같은 소설이다. 후반부는 좀 힘이 빠지는 감이 있지만 그건 독한 걸 좋아하는 내 취향 탓.대온실은 실내 식물과 대탐험+제국주의 시대를 연상시키는데 (유럽의 온실, 새로운 식물 이식/이종 이야기) 전에 재미있게 읽은 <실내식물의 문화사>가 떠올랐고 소설 속 문자 할머니는 박완서 작가보다 대여섯 살 정도 어린 나이라 그 두 사람이 보는 그 시대의 차이와 공통점을 생각해봤다. 원서동 2000년대 딩 아주머니와 1940년대의 두자 아주머니 대조도 그렇고 시간대별 인물들이 만드는 조합이 흥미롭다. 모든 우연과 인연이 영두와 대온실에 모인다,는 설정은 과한 느낌도 있지만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은 세대와 다(다)음 세대에게 이 이야기는 아주 낯설진 않을 것 같다. 재미있게 읽었고 위로도 받았다. 일거양득 이상임. 할말많아.. 일단 추천.
https://tobe.aladin.co.kr/t/764993272‘한국어 배우는 일본인의 에세이툰‘ : 투비컨티뉴드
https://youtu.be/Nqwn5Y_Y4x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