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해보니 창경궁 대온실 보수가 2013-2017에 있었지만 소설은 2023년 준공을 설정하고 있다. 이 책은 30대초반 여성 영두가 문화재 보수 과정 기록과 보고서 담당 계약직을 맡으면서 과거를 마주하는 이야기. 주인공 영두의 2003년 중2 서울 생활, 문자 할머니의 (1945-)1951년 중학생 나이 때 서울 생활이 창덕궁/창경궁 대온실을 중심으로 소환된다. 현재 영두의 친구 딸(초6) 산아도 그 두 아이들과 연결되며 또다른 시간 속 이야기를 보여준다. 고향이 아닌 곳에 이식된 아이들은 어떤 일을 보고 겪는지, 대온실 지하에는 무엇이 남아있는지 찬찬히 추적해간다. “과거를 끄집어 낸다는 거 되게 용기가 필요한 일이거든요.”(340)“인간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들이 언제나 흐르고 있다.”(403)대온실을 세운 일본인 학자/관리와 그 아래서 일하던 조선인들, 광복 후 남아있던 일본인들, 어지러운 사회와 전쟁. 2020년대 문화재 보수 담당 관리와 건축사무소 이야기도 좋았다. 단순한 스릴러나 역사물이 아닌 “부서진 삶을 수리” 하려는 시도 그리고 그 보고서 같은 소설이다. 후반부는 좀 힘이 빠지는 감이 있지만 그건 독한 걸 좋아하는 내 취향 탓.대온실은 실내 식물과 대탐험+제국주의 시대를 연상시키는데 (유럽의 온실, 새로운 식물 이식/이종 이야기) 전에 재미있게 읽은 <실내식물의 문화사>가 떠올랐고 소설 속 문자 할머니는 박완서 작가보다 대여섯 살 정도 어린 나이라 그 두 사람이 보는 그 시대의 차이와 공통점을 생각해봤다. 원서동 2000년대 딩 아주머니와 1940년대의 두자 아주머니 대조도 그렇고 시간대별 인물들이 만드는 조합이 흥미롭다. 모든 우연과 인연이 영두와 대온실에 모인다,는 설정은 과한 느낌도 있지만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은 세대와 다(다)음 세대에게 이 이야기는 아주 낯설진 않을 것 같다. 재미있게 읽었고 위로도 받았다. 일거양득 이상임. 할말많아.. 일단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