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영국 깡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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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금서기행’ 밑줄

-가난에서 벗어나려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고 들었다. 삶의결핍은 문학의 깊이와 비례할까.
결핍은 상상을 일으킨다. 더 많이 결핍될수록 더 많은 상상이온다. 상상으로써 인간은 현실에서 탈피하고 어딘가를 동경한다. 동경은 세계를 이해하는 힘이다. 따라서 둘은 비례한다고 본다(옌롄커는 극도로 피폐한 유년을 보냈고, 그 이야기를산문집 나와 아버지』에 썼다). - P66

미국은 소련이 일본의 731부대 생체 실험 자료를 확보할 것이 두려워 일본으로부터 직접 그 자료를 넘겨받았고, 이후 이 사안에 대해 침묵했습니다. 그 중심에 선 인물이 바로 맥아더 장군이었다고 소설은 기술합니다. 켄 리우는 이 소설에서 먼저 ‘과거의 정보와 기억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기술의 발견‘을 언급한 뒤, 그기술이 인간 사회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상상력을 동원해 이야기했습니다. 반일 소설만은 아니고, 중국과 미국까지 동시에 비판한 작품입니다. 소설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사람들」은 켄 리우의단편 14편이 실린 종이 동물원」 맨 끝에 수록됐는데, 일본에서는이 소설만 빼고 작품집을 펴냈습니다. 중국도 켄 리우의 작품에 불쾌감을 드러냈습니다. 그의 책은 중국에서 4권 이상 출간됐는데,
중국어판에는 공산당을 비판한 대목이 곳곳에서 삭제된 채 출간됐다고 전해집니다. 한중일 가운데 이 소설을 온전한 형태로 읽을 수있는 나라는 한국뿐입니다. - P86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에 매달린 ‘음란서적‘이라는 꼬리표, 이것이 가장 푸른 눈』을 둘러싼 미국 사회금서 논쟁의 전말입니다. 한 남성의 인면수심의 가정 범죄를 다룬소설을 성장기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자유롭게‘ 읽도록 한다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미국도서관협회도 자녀들이 이 책들을읽도록 ‘권장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타인이 책을 읽거나 책을 읽지 않을지 판단할 권리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책의 자유로운유통과 표현의 자유를 믿고 따르는 미국 도서관은 금서 지정 요청때문에 상당한 사회적 논란을 겪는 중입니다. - P98

「아메리칸 사이코」는 발표 후 페미니스트들의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등장 여성 대다수가 이성적 사고력이 결여된 인물로 그려졌기 때문입니다. 비판에 앞장섰던 페미니스트는 저널리스트이자사회운동가로 지금도 활동 중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었다고 전해지는데, 그녀가 바로 영화 「아메리칸 사이코」의 주인공으로 낙점되는 크리스천 베일의 ["새"]어머니였다는 사실도 의미심장합니다. - P112

금서 지정을 원하는 이들의 요구에 "표현의 자유를 바탕으로 세워진 국가인 미국이 특정한 목소리와 생각들을 침묵시키는 것을 허용한다면, 왜 다른 국가들은 그것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라며 반박했습니다.
ALA의 주장은 어린 학생들이 동성애 성애 묘사 서적을 자유롭게 읽도록 ‘권장하자는 게 아닙니다. 정확히 옮겨 적자면 ‘자녀에게 책을 읽게 할 혹은 읽지 못하게 할 권리는 독자 개인과 부모에게 있으며, 제3자가 그것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입니다. 성적으로 노골적인 주제의 책을 읽기에 너무 어리더라도 이는 독자와 부모가 결정할 문제이지, 타인이 관여할 일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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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절 중국 지식인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청년이, 마오 사상이 지닌 문제를 알면서도 거기에 자석처럼 끌려간 것은 마오 사상이 그런 각성 효과와 환각 효과를 동시에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딩링도그렇고, 중국은 물론이고 동아시아와 세계의 많은 청년이 마오 사상 속으로 스스로 걸어 들어갔다. 한 시절 나도 그랬다.
그 선택이 때로는 역사의 거름이 되기도 했고, 때로는 문화대혁명처럼 역사의 비극을 만들기도 했다. 마오의 학생들은 홍위병만 있었던 게 아니다. 유토피아적 열정 속에서 민중주의 신화에 심취한 채 지식인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은 언제 어디서나 마오의 학생이다. 마오의 유령은 늘 떠돌고 있다. - P140

"우리는 산 하나, 강 하나, 성인 한 사람밖에 없어."
산둥 사람들의 산둥 스타일 플렉스다. 산둥에는 그저 공자 한 사람, 태산 하나, 황허 하나밖에 없다는 거다. 산둥사람은 중국의 다른 지방 사람에게 이렇게 산둥을 뽐낸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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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덕벌 떼과부가 따로 읎어”
역경을 헤쳐나가는 억척스러운 여성을 빗대어 이르는 충청도 속담

청주의 내덕동 일대의 옛 이름은 안덕벌이었다. 6.25전쟁 직후안덕벌에 남편을 잃은 여성들의 마을이 형성되었다. (당시에는 ‘과부촌‘이라 불렸다.) 남편을 잃은 안덕벌의 여성들은 애를 들쳐 업고 두부를 팔면서 삶을 이어 나갔다고 한다. 그렇다면 안덕벌에는 어떻게 남편과 사별한 여성들이 모이게 되었을까.

그 배경에는 보도연맹 학살 사건이 있다. 1948년에 국가보안법에 따라 구성되었던 국민보도연맹은 ‘극좌 사상에 물든 사람들을 사상 전향시켜 보호하고 인도한다‘는 명분으로 좌익 성향을 가진 사람을 가입시켰다. 보도연맹원 가입은 할당제로 이루어져 지역공무원들은 좌익 성향과 관계없는 일반인도 가입시켰다. 전쟁 직전에는 가입자 수가 수십만에 이르렀다. 전쟁이 발발하자 정부와 군은 보도연맹원들이 인민군에 협조할 것을 우려해 이들을 무차별로 살해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을 포함한 일반인이 최소 10만 명 이상 사망했다. 전국 곳곳에서 법적절차 없이 즉결 처형이라는 형식의 집단 학살이 일어났다. 충남 홍성군 담산리, 충북 청주시 분터골 등 충청 지역도 대량 학살의 예외가 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청주의 안덕벌에서만 40여 명의여성이 남편을 잃었다. 남편을 잃은 이들이 애를 들쳐 업고 콩나물이나 두부를 팔며 생계를 잇는 장면이 일대 주민들에게 각인된것이 이 속담의 유례다.

매년 보도연맹 희생자의 유해가 수백 구씩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들려 온다. 억울한 누명을 안고 죽은 사람과 유족들의 한은언제 풀릴까.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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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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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해보니 창경궁 대온실 보수가 2013-2017에 있었지만 소설은 2023년 준공을 설정하고 있다. 이 책은 30대초반 여성 영두가 문화재 보수 과정 기록과 보고서 담당 계약직을 맡으면서 과거를 마주하는 이야기.

주인공 영두의 2003년 중2 서울 생활, 문자 할머니의 (1945-)1951년 중학생 나이 때 서울 생활이 창덕궁/창경궁 대온실을 중심으로 소환된다. 현재 영두의 친구 딸(초6) 산아도 그 두 아이들과 연결되며 또다른 시간 속 이야기를 보여준다. 고향이 아닌 곳에 이식된 아이들은 어떤 일을 보고 겪는지, 대온실 지하에는 무엇이 남아있는지 찬찬히 추적해간다.

“과거를 끄집어 낸다는 거 되게 용기가 필요한 일이거든요.”(340)

“인간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들이 언제나 흐르고 있다.”(403)

대온실을 세운 일본인 학자/관리와 그 아래서 일하던 조선인들, 광복 후 남아있던 일본인들, 어지러운 사회와 전쟁. 2020년대 문화재 보수 담당 관리와 건축사무소 이야기도 좋았다. 단순한 스릴러나 역사물이 아닌 “부서진 삶을 수리” 하려는 시도 그리고 그 보고서 같은 소설이다. 후반부는 좀 힘이 빠지는 감이 있지만 그건 독한 걸 좋아하는 내 취향 탓.

대온실은 실내 식물과 대탐험+제국주의 시대를 연상시키는데 (유럽의 온실, 새로운 식물 이식/이종 이야기) 전에 재미있게 읽은 <실내식물의 문화사>가 떠올랐고 소설 속 문자 할머니는 박완서 작가보다 대여섯 살 정도 어린 나이라 그 두 사람이 보는 그 시대의 차이와 공통점을 생각해봤다. 원서동 2000년대 딩 아주머니와 1940년대의 두자 아주머니 대조도 그렇고 시간대별 인물들이 만드는 조합이 흥미롭다. 모든 우연과 인연이 영두와 대온실에 모인다,는 설정은 과한 느낌도 있지만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은 세대와 다(다)음 세대에게 이 이야기는 아주 낯설진 않을 것 같다. 재미있게 읽었고 위로도 받았다. 일거양득 이상임. 할말많아.. 일단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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