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400. 유럽, 빵의 위로 (구현정)
얼마전 읽었던 <빵의 세계사>가 빵을 만드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고 서문에 나와 있) 었다면, 이번 책은 빵을 먹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유럽이 요즘엔 부쩍 가깝게 느껴지는데, 그건 동네마다 한 두 개씩 보이는 빠리.... 이라는 빵집 덕분은 아니겠지. 이번 책에는 빠리....나 뚜레...에서 보다 훨씬 더 새롭고 다양한 유럽의 빵들을 진열해 놓았다. 이 책은 그러니까 유럽에 가고 싶은 사람이 (그게 바로 나!), 빵 냄새와 케익의 달콤함과 진한 커피를 원하는 사람이 (그러니까, 나!), 새로운 빵과 그 빵에 깃든 따뜻한 이야기도 궁금해하는 사람이 (역시, 나!) 읽기에 좋은 책이다. 가볍다면 가벼울 수 있는 저자의 개인 이야기, 블로그 글에서 흔히 보이는 예뻐요, 좋아요, 풍인 글인데 얄미울 정도는 아니고 그 빵들을 먹고, 그 케익들을 먹고, 그 커피와 차를 즐긴 저자가 부럽긴 했다....몇몇 소설 작품 속에 빵이 인용되는 부분을 읽을 수 있는데, 이 역시 나같은 독자를 위한 것이리라. 저자나 나는 이렇게 빵에 대한 마음이 너그러운, 아니 '나이브'한 편이었다보다. 궁금하면 먹고, 맛있으면 먹고, 하지만 우리에겐 밥이 있으니까, 이런 태도. 그래서 책 마무리는 울름에서 만난 '빵문화 박물관'은 이 책의 밝음과 행복함에대한 반성이 "최소한" 으로 담겨있다. 유럽인들에게 빵은 생존이었다. 그동안 저자가 끼니 대신하는 빵보다는 후식과 간식으로서의 빵, 케익에 집중한 것이 살짝 부끄러웠을까. 하지만 빵은 위로가 맞다. 배고픔을 달래고 아쉬움을 달랜다. 또 빵은 유혹이다. 봉지에 남겨둘 수가... 없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식탁 위 봉지에 담겨있던 밤빵을 다 뜯어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