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에서 여름 특집으로 추천한 작품이다.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 4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그 중 '식객 히다루가미'만 골라 읽었다. 마침 '맛있는 녀석들'의 금요일 저녁에. 


운이 다한 무사나 문인에게 얹혀사는 이름 모를 식객이 알고보니 대단한 기운, 운을 끌어오는 얘기가 많다는데  이 소설은 도시락밥집을 하는 후사고로에 깃든 식객 귀신, 식신, 혹은 히다루가미 (길에서 아사해 버린 원귀) 이야기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파요오오오오. (갑자기 길에서 당 떨어져서 무릎이 꺾여 풀썩 주저 앉아봤다면 그 존재를 인정할 수 밖에)


무섭다기 보다는 인간에게 자신이 줄 수 있는 운을, 밥만, 맛있는 음식만 잘 먹여주면, 돈과 명예로 갚는 귀신이지만 그 댓가가 무겁고 커서 (문자 그대로! 무겁고 크다. 먹깨비가 깃들었으니 인간 후사고로가 원 체격을 유지하더라도 그 귀신은 커지고 무거워져서 주위를 짓누른다)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 


이 먹깨비, 혹은 걸신은 은근 멋과 풍류도 알아서 후사고로가 만든 음식이 맛있으면 팥 세 알을 베개에 늘어 놓는 것으로 별평점을 매긴다. (귀신은 팥을 무서워 한다더니, 걸신은 그 팥도 오도독 씹어드심) 맛이 없으면 팥 한 알 달랑. 


나에게도 이런 귀신....이? 라는 상상을 오 초 쯤 해봤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버 2020-09-11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식에 평점을 매기는 먹깨비라니 귀엽네요~ 밥을 주면 돈과 명예로 갚는다니 좋은 거래인 것 같은데 해법을 찾아야한다니요.... 귀신과 인간은 공생하기 어려운걸까요...?

유부만두 2020-09-11 20:40   좋아요 1 | URL
무겁고 큰 존재감으로 일상생활에 폐를 끼치거든요. 집이 무너 앉아요;;;;;;
이야기 주인공 인간은 욕심을 조절할 줄 알아서 해법을 찾지만 많은 경우 그러긴 힘들 것 같아요. 그나저나 베개에 팥이 한 알 올라있는 걸 본 인간은 화도 났겠더라고요. 명색이 음식점 주인인데 말에요.
 

일곱 명의 작가들이 쓴 엣세이 모음집이다. 김혼비 작가의 글이 포함되었지만 한 편을 읽자고 구입하자니... 가만, 하지만 이건 아홉 주제의 엣세이가 모였으니 김혼비 작가의 엣세이도 아홉 편을 읽을 수 있다. 


어쩜. 


이렇게 딱 맞춤일 수가. 좋습니다. 


엣세이가 짧아서 소개를 따로 하기도 어렵고, 읽는 즐거움을 빼앗을 수도 있어 참고 있어요. 


김혼비 작가의 글을 읽다보면 깔끔하고 씩씩하고 밝아서 그 에너지를 나눠 받는 기분이 들어서 좋다. 오늘 같이 비바람이 거세고 방금 완독한 괴수 소설의 비릿한 결말에 마음이 무거울 때, 읽으면 딱 좋다. 맞춤. 김솔통 같은 느낌. 왜 김솔통이냐, 책에 나옵니다. 너랑 나랑 합치면 우주야! 이 말도 책에 나옵니다. 비오는 날 바쁜 엄마를 기다리는 대신 친구들이랑 달렸던 아이, 윗집의 동화구연의 예쁘고 새침한 여주인공에 딴지를 걸어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까칠하고 선을 긋는듯 하지만 손을 내밀기도 하는 작가(의 엣세이의 화자)에게 반하고 있습니다. 일단, 글을 잘 씀. 딱 김솔통. 


나머지 여섯 작가들의 글은 나중에 읽기로.... 


그나저나 노트를 다 쓰기 전엔 예쁘고 멋진 노트를 보고도 참는다는 건, 은근 독한 사람이란 건데.. 난 얼마전 본 카툰 북의 할머니 같은 사람임. 예쁜 노트 (굿즈들)가 수십 권이지만 새 것도 많고 쓴 것도 다섯 쪽 미만인 사람. 나는 참;;; 한결 같군.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버 2020-09-07 19: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일곱 작가들이 아홉 주제로 쓴 육십삼 편의 에세이라니 대단한 책이네요!

유부만두 2020-09-08 18:47   좋아요 1 | URL
매일 엣세이 한 편씩 연재/배달 하는 프로젝트였대요. 그 후 책으로 묶어냈고요.
일단 전 제가 좋아하는 작가 것만 골라 읽었어요. ^^

파이버 2020-09-08 18:53   좋아요 0 | URL
아하 그래서 에세이의 숫자가 어마어마하게 많았군요 여러 작가님들이 쓰신 책은 골라읽는 재미가 있지요
유부만두님 좋은 저녁 되세요~

북극곰 2020-09-07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씩씩하고 밝고 에너지를 나눠 갖는 그 기분 완전 알 것 같아요!

유부만두 2020-09-08 18:48   좋아요 0 | URL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요즘은 긍정 에너지가 더더욱 필요한 시간입니다.
북극곰 댁 모두 건강하고 평안하게 지내시죠?

북극곰 2020-09-09 14:24   좋아요 1 | URL
네, 무탈하게 시간 보내고 있어요.

요즘 일어나는 모든 이들이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그런 상태이고,
하나같이 답답한 뉴스들 뿐이라 기운이 안 나긴 하지만....
변치않는 사람들과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아요. ^-^
 

표지의 괴수 모습이 낯익기도 하다.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을 오마주 해서 SF작가들이 시리즈를 냈다. 책소개 방송에서 듣고 궁금해서 기억해 두었다가 읽었다. 거푸 역병이라니, 역(疫)을 피해서 집에만 있는데도 이런 집착이라니... 하지만 재미가 있더라고요? 


러브크래프트의 '인스머스의 그림자'를 지금의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변주한 소설이다. (그래서인가 주인공 이름이 무영)


동해 시 근처에 지진이 일더니 바위섬이 솟고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전염병에 걸린다. 이 병은 사람 몸을 괴상한 모양으로 만들고 머리카락은 빠지며 악취가, 생선 썩는 내를 풍기게 만든다. 3년이 넘도록 병은 낫지 않고 나라에선 사건 발생 해안 마을 을 봉쇄했다. 사람들은 점점 괴물이 되어 각 집에 갇히고 어린 조카와 이 마을에 관광왔던 주인공은 아직은 멀쩡한 몸으로 감염자들을 통제하는 자경단이 되어있다. 어느날 이 마을의 실태를 조사한다며 외부인이 오고 병자들을 수용했던 병원의 비리가 폭로되면서 이제는 대다수가 된 병자들과 그 가족들은 동요한다. 


오늘이 날인가 보다. 


계속 생각하던 주인공은 그 '날'이 오는 것을 보고 삼년 간 늘 맘에 걸렸던 문제의 근원을 향해 달려, 혹은 날아간다. 


내게는 절대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 


이런 막연한 믿음, 혹은 회피. 하지만.


사람들의 이기심, 나약함, 혹은 멍청함을 다 읽을 수 있다. 얼핏 '셰이프 오브 워터" 영화도 생각이 났는데, 인간 보다 나은 '인간적인' '온전한 생명체'를 강조할 수록 그들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그래서 이 사단이 났다는 점을 확인하기만 했다. 우리가 아닌 적. 외지인. 거부감. 죄. 책임.


갈등과 파국 혹은 해결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하다. 상황 묘사나 사람들 행동 순서를 읽으면서 내내 영화를 보면서 비릿한 냄새를 맡는 상상을 했다. 영화 '부산행'을 보면서 재난 영화가 우리나라 상황을 입으면 더 생생해지는 걸 배웠다. 이 소설은 한강변의 그 '괴물' 보다 더 무서운 상황이다. 이웃 사람들이 하나씩 모습이 바뀌고 끼꺽 거리는 소리를 내는 사람 아닌 것으로 변해가는 봉쇄된 마을에서 삼년 째 자포자기한 무영에게 남은 그 용기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라딘에는 없는 책.


밀리의 서재 한 달 체험중이다. 이북이 많아 보이지만 문학 쪽은 많지 않다. 밀리의 서재 '독점'이라는 이한 작가의 전염병 주제 책 (두 권으로 나옴)이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 


스페인 독감이 미국에서 시작했고, 그 끔찍한 확산은 세계대전 덕이며 한반도에도 '무오년 감긔'로 악명을 떨치고 김구 선생도 앓았다, 는 이야기를 읽었다. 여러 예방접종이 70년대 까지만 해도 엉성하게 관리되어 사상자를 냈고 불주사란 말이 주사바늘 재활용하느라 불로 소독하는 과정 때문에 생겼다고. 우리가 유난스레 손 씻고 소독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상하수도 정비가 인류를 얼마나 살렸는지 다시 생각했다. 혈청 백신을 엿새 만에 옮기는 공을 세운 썰매 개들이 나중엔 볼거리로 학대 당하는 사연, 소아마비도 경제 인종 차별의 선을 그으며 발발했다는 등, 엄청난 전염병이 돌 때 마다 인간들이 차별과 폭력을 더 뻔뻔스레 행해왔다는 이야기 들을 읽었다. 염병, 전염병, 헛소리 하는 환자들, 죽어 넘어가는 사람들 중심엔 전쟁과 종교가 늘 있어왔다.


인간은 내내 멍청했구나. 나라고 다르지 않구나. 


서문에서 저자는 그래도 인간은 독하니까 지금의 코로나 바이러스도 살아낼 거라고 썼다. 그게 희망의 문장으로만 읽히진 않는다. 저자의 쯧,쯧, 하는 안타까움이 문장 사이사이에 배어있다. 


내용은 무겁지만 에피소드/ 질병과 역사 별로 분류되어 있고 문장도 (너무) 가벼워서 쉬이 읽힌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20-09-06 1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6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6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 둘이 한꺼번에 원격수업을 듣는 바람에 컴퓨터 쓰기가 아주 어렵다. 북플도 사진 올리기가 잘 안되는데 아마도 우리집 와이파이가 문제인듯 싶고.

어린이책과 그림책 특집으로 나온 릿터와 일본잡지 Casa 를 구입해서 보았다. (일본 책은 읽은다기 보단 핥는? 보는 편. 화려한 사진이 달콤하다.) Casa에 실린 여러 작가들의 작업실, 도서관 사진들이 멋지다.

릿터는 백희나 작가 특집도 좋았지만 너무 짧고 (애개? 다섯 쪽?!) 여러 작가들의 애정 그림책 소개도 좋다. 릿터를 사면 매번 김혼비 작가의 ‘전국 축제 자랑‘을 신나게 읽는다. 이번 축제는 아마 코로나 바이러스 이전에 취재해 놓았을텐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즐기는 (전주 와일드푸드 축제, 거의 모든 괴식의 총합!) 주제에도 불구하고 역하지 않고 흥겹게 보여준다. 맛! 보다는 재미! 무엇보다 축제에서 만난 어린이들의 그 순수하고 뜨거운 놀이에의 몰입 묘사가 감동적이다. 이 아이들이 지금은 마스크 뒤에서 갑갑하게 있고 컴 앞에서 수업을 들어야 한다.

여러분, 릿터의 ‘전국 축제 자랑‘ 시리즈에요. 작년에 시작했는데 정말 재미있음. 추천! 집안에서라도 전국을 누벼바바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이버 2020-09-04 18: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전국 축제 자랑‘ 너무 재밌었어요 주제랑 작가님 입담이 잘 맞아서 글이 흥겹더라구요~언젠가 지역축제가 다시 열리는 날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저는 새코너 ‘첫책을 내는 기분‘도 재밌었어요 처음의 설렘이 느껴져서요

유부만두 2020-09-04 20:57   좋아요 1 | URL
그쵸?!
릿터는 사서 조금씩 나눠 읽는데 아기자기한 코너들이 읽는 재미를 줘서 좋아요.
특히 이번호는 더더 귀엽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