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허무해, 아무것도 아무도 남지 않았어. 마음이 찢어지게 슬퍼.


그래. 책을 던져 버릴만했네.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https://youtu.be/oOBr8lOTZ6I)


초반엔 나쁜 남자 헨리 중위가 캐서린을 너무 막 대해서 화가 났고, 캐서린의 맹목적인 사랑공식에 화가 났고, (그저 헨리와 하나가 되기를, 옛사랑을 덮기를, 아이를 낳고 다시 날씬해지면 다시 헨리와 사랑에 또 빠지기를, 자기가 죽더라도 헨리가 다른 여자와 같은 사랑에 빠지지 않기를 바랐던 그저 good girl 캐서린. 헤밍웨이는 여자 캐릭터를 참 단순하게 쓰는군.) 후반부엔 계속 조마조마 하며 읽었다. (둘이 다시 잘 만났는데 아직 꽤 남아있어서, 결론이 비극이라는데, 장면마다 고비가 언뜻 언뜻 비치면서 긴장이 풀리질 않아) 행군이나 탈주 장면에선 언뜻 전쟁과 평화도 떠올렸다.

그리고 죽음. 죽음과 이별.

그래도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희망이랄까, 속죄나 아니면 깨달음, 아니면 인간애 같은 것들. 하지만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없다. 그냥 끝. 인생이, 삶이 그런거래. 모닥불에 던져진 나무 토막에서 살던 개미들 같은 인간. 비가 오는 거리로 나온 탈영병, 차가운 봄비를 홀로 맞는 헨리 중위는 어디로 가야하는걸까. 다소 투박하고 작위적으로도 보였지만 (역시 마스터피스는 ‘노인과 바다’임) 마지막 챕터를 읽고 몰려오는 쓸쓸함에 ....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나쁜 작가. 이토록 잘 써서 독자를 아프게 하다니. 헤밍웨이. 하아....ㅜ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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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읽고있는 헤밍웨이. 배경을 떠올리며 에스프레소 한 잔 더 마신다. 건조한 전쟁터, 미묘한 느낌의 캐서린.

‘전쟁과 평화’를 완독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전쟁 소설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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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에 읽기 시작하려는 책은 A Farewell to Arms 무기여 잘있거라.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너무 좋아해버렸기에, 작가의 미친 마쵸 일화등에도 불구하고 읽기로.

영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도 일조했다.

 

 

주인공이 정신없이 읽어내려간 후, 새벽 네시에 창밖으로 던져버린 바로 그 책!

 

https://youtu.be/oOBr8lOTZ6I

 

좀 '긍정적인 엔딩'이 아니어서 버럭해버린 주인공처럼 F-word를 내뱉을만한지, 아니 그전에 밥도 잠도 잊을만큼 몰입하게 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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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이야기이지만 매월 소개되는 책보다는 북클럽의 뉴비, Ava의 가족 이야기가 중심이다. 북클럽 책들은 정말 곁다리라 큰 이야기의 양념으로 보기에도 미미한 정도.

 

Ava의 가족 비극은 어린 시절 여동생과 어머니를 잃고, 결혼후 이십년을 함께한 남편의 배신, 방황하는 딸의 막가는 행동으로 첩첩 산중이다. 그런데 이런 패턴이 너무 전형적이고 파리에서의 딸 메기의 기행도 뻔해 보인다. 파리에서 글을 쓰겠다고 하고, (21살의 여대생이 헤밍웨이가 자기 Hero라며 그 족적을 더듬는건 ...뭐랄까, 엄마 옷 입은 아이 같...) 우연히 만난 프랑스 남자는 돈많고 예술일을 하고 술과 마약을 .... 앗, 이런거 너무 많잖아요. (피츠제럴드의 '밤은 아름다워라'가 생각나고요...뭐 롤리타 설정도 좀 보이고요) 미국 중부 아줌마들의 판타지 같은거죠. 아들뻘 젊은 남자랑 사랑은 아닌 육체적 관계. 자긴 책을 읽고 프랑스어도 해, 그런데 책 안읽는 아버진 너무 무식해서 싫었어, 이런거요. 독서를 즐긴다는 게 무슨 대단한 특별계급인거 마냥....그러면서 책토론 장면도 너무 무식해 보여...(아 괴로웠어요) 문장들도 참...말이 얄팍하게 많다는 거. 책읽기를 통한 치유...가 안 보이더라구요.

 

에바의 과거 이야기에선 조금 흥미가 생겼지만 먼로나 스트라우트 흉내내는 티가 너무 났다. 그런데 문장과 이야기 마무리가 너무 촌스러워서..특히 마지막 장면...하아....한숨이 나왔다. 그냥 먼로 이야기를 읽을걸 그랬어요. 인생의 책 이야기라며 넣은 마지막 책이 ... 어쩐지 그럴거 같더니만, 딱 고만큼의 쉽고 적당히 감동적인 '파리' 이야기에요. (저자의 로망이 너무 적나라해서 민망함) 행크의 회상에서 샬롯 대신 부인 얘기만 나오는거 우스웠고, 에바 남편의 '다시 우리...'하는 부분은 헛웃음만 나오게 했다. 그러니까 인생과 책을 가지고 뻔하지 않고 아프며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 먼로나 스트라우트가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깨닫게 되는 값진 독서였다고 위로를 .... ㅜ ㅜ 궁금하신 분들은 번역본 소개(내 인생 최고의 책)를 보신다면 아시겠지만, 책 소개는 정말 혹한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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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7-08-23 0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가서 책소개 보고 왔잖아. 정말 혹하게 쓰여있네. 근데 인생의 책 이야기 마지막 책은 뭐야? 이것만 궁금하다는 ㅎㅎ
얼마전에 처음(ㅜㅜ) 먼로책 읽었는데 (라로님 처음 만난날 선물로 주셨다는..) 아 좋더라구. 대가가 괜히 대가가 아니었어. 내가 그동안 왜 안읽었지? 싶기도하고 내가 이번에 읽은건 dear life 인데 다른거 추천 좀 부탁해용

유부만두 2017-08-26 17:05   좋아요 0 | URL
실은요.....저도 먼로 책은 사놓기만 하고 ..... 흠....

마지막 책은 가상의 책으로 스토리상 주인공의 트라우마를 풀어주는 역할을 해요. 그리고 끝엔 그 다음해 책 주제를 노벨상 수상작가로 정하고, 먼.로. 책으로 시작하기로 하죠. 나름대로 오마주겠죠? ㅎㅎ
 

친구들이 추천했고, 빨책 방송도 괜찮아서 읽기 시작했다. 완독이 힘겨웠다. 내용이 내용인지라 각오는 했지만 저자의 '엄마' 입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그 아들의 '가해자' 이면서 '피해자'인 상태가 힘들고 아프다. 

 

학교에 폭탄을 설치하고 자동발사 장총을 준비하고 여러 달 동안 자살을 꿈꾸고, 가학적인 일기와 작문을 했는데도 부모는 모를 수 있.다. 아이가, 심각한 우울증이나 정신 불안/불안정 상태라면 (저자는 mind 보다 brain 이라는 어휘를 택했다) 자학적인 자살이 밖으로 향한 타살로, 그것도 끔찍한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 개인의 노오력으로 막거나 치유할 성질이 아니다. 자살로 향하는 뇌이상(?)은. 주위에서 지켜보고 북돋고 교훈이나 설교대신 이야기를 듣고 도움이 필요하지만 숨죽여 감추고 죽어가는 청소년들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끝까지 불편하고 무서운 독서였다. 저자 Sue는 지금도 그 고등학교 동네에 산다. 자신이 괴물을 키운 게 아니며 청소년의 폭력적/자살 성향은 알기 힘들다고 말한다. 폭력적 웹사이트를 미리 알지 못한 건 불찰이며 자녀들을 계속 주의깊게 살폈어야 했다고. 자녀를 너무 믿고 희망적으로 생각한 것은 후회한다고. 여러 희생자들의 유족들에게 깊이 사죄하고 싶고 슬프다고. 그래도 자기는 딜런을 사랑하며 딜런 역시 희생자였다고. 이 강렬한, 어쩌면 뻔뻔한 주장이 계속 반복된다. 독자 입장에선 흉칙한 사고 영상/사진의 기억 속에서 차라리 어느 '책임자' 혹은 괴물을 맞닥뜨리는 게 편할지도 모른다. 지금도 저자는 자살방지를 위해 강연과 연구활동을 한다. 18년전 벌어진 그 일은 바뀌지 않는다. 책을 덮고 나선 컬럼바인 사건 보다 더 '강한' 엄마에 대해 생각했다. 책임은 지겠다만 내 아들은 '심신미약' 상태였다. 하아.... 도돌이표를 찍는 기분이다. 다만 이 끔찍한 상황이 나와 내 가족을 비켜가기만 바랄 뿐.

 

콜럼바인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책이 출간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가해자, 피해자 측 이야기를 모두 담았다고 하는데, 더 이상 이런 사건이 생기지 않길 바라기에 사건을 기억하자는 의도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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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7-07-27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책 출간된대?

유부만두 2017-07-27 11:17   좋아요 0 | URL
david cullen의 Columbine 번역본이 나온대요.

psyche 2017-07-27 11:22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구나. 저번에 나는 가해자의.. 읽고 그 책 읽었는데. 객관적인 시각으로 어떤일이 있었는지 썼기때문에 저 책 읽을때처럼 힘들지 않고 아 그랬구나 하면서 읽을수있었어. 근데 이게 과거로 갔다 현재로 갔다 이렇게 내용을 배치해서 정신이 좀 없더라구. 앉은자리에서 좍 읽는 그런게 아니다보니 이게 누구였지? 하면서 앞을 뒤적뒤적이게 되고.

유부만두 2017-07-27 11:2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전 당분간 콜럼바인 관련 책 못읽을거 같아요. 이번책 너무 힘들었어요. 겁나고요 슬프고 ...ㅠ ㅠ

psyche 2017-07-27 11:29   좋아요 0 | URL
나는 저 책읽고 너무 힘들어서 우울증에 편집증까지 걸릴 지경이더라구. 그래서 오히려 콜럼바인을 막 팠었다는.

라로 2017-07-28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은 대단하십니다. 저는 아직 저런 글을 읽지 못해요~~^^;;

유부만두 2017-07-31 16:18   좋아요 0 | URL
쎕니다. 이 책은 사춘기를 앞 둔 아들을 키우면서 읽자니 더더욱 공포였어요. ㅜ ㅜ

얄라알라 2017-07-29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참 많이 추천받았는데, 전 인터뷰 동영상만 보아도 너무 무거워서 차마...아직...

유부만두 2017-07-31 16:19   좋아요 0 | URL
준비를 단단히 하고 읽으셔야 합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 자살 충동과 우울증을 대쳐하는 태도에 대해서 많이 고민하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