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타이밍이다. 서로 친구가 되거나 연인이 되려고 해도 타이밍, 바로 그 순간 서로가 좋은 감정으로 만나서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어야 한다. 시간이 어긋나면 난감하다.

 

타이밍을 놓쳤다. 하루 늦게 주문한 '핫팩'이 오기전 막내는 투덜대며 빈손으로 등교했다. 도서관 책 반납을 제 때 하지 못했다. 벌금은 오백원, 사서 선생님께 민망했다. 처음도 아니라서. 책을 다시 몇 권 더 대출하면서 그냥 나올까 하다가 따뜻한 열람실에 잠깐 앉았다. 조용한 어린이책 열람실이라니.

 

전학 온 낯선 아이, 낡고 큰 옷만 입고 낡은 장난감을 갖고 오는 아이, 같이 놀자고 하지만 껴주기 싫은 아이. 그런데 그 아이가 다시 떠났다. 매몰차게 '내 친구 아니야' 라고 소리지르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마음이 서늘하지 않았을텐데.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작은 물결 만들기에 나는 끼지 못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혼자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지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본다. 잘해줄걸 그랬지.

 

떠난 아이는 그 아픈 경험이 처음이 아닐텐데. 낡고 몸에 큰 옷을 입고 계절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은 그 아이의 마음엔 언제쯤 따뜻한 물결이 일까. 꽁꽁 얼지나 않았으면. 시원한 느낌의 수채화로 아이들 표정이 솔직하다. 얼굴 각도에 따라서 머리 모양과 키가 달라 보여서 옷 색으로 아이들을 구별했다. 이렇게 바라보면 다 같은 아이들인데. 낡은 옷은 그림에선 티가 나지 않는데, 혼자 노는 아이는 저 만큼 쓸쓸하게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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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2-07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볼래요!

유부만두 2018-02-07 18:04   좋아요 0 | URL
추천해요.

책읽는나무 2018-02-0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금을 내나요??
ㅜㅜ
저도 요즘 상습 연체를 하고 있어 벌금 내야 마땅하네요ㅜㅜ
지금 집에 또 연체된 도서가 있는데 빨리 반납해야겠어요.
뜨끔합니다^^

책 표지의 그림이 넘 예쁘네요^^

유부만두 2018-02-07 18:06   좋아요 0 | URL
연체일수만큼 대출을 못해요. 벌금내면 대출 할 수 있고요. 벌금, 이란 말을 하니까 사서쌤이 웃으시긴하시더라구요. ;;;
표지가 시원하죠?

단발머리 2018-02-07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습 연체자 등록하는 시간이예요?
저예요, 저... ㅠㅠ

유부만두 2018-02-07 18:09   좋아요 0 | URL
날씨 탓이라고 해봐요, 우리.
책보따리 이고 고개를 넘으려니 엄동설한에 해는 짧고.....

북극곰 2018-02-07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책이었군요.ㅜ.ㅜ 표지가 왠지, 자기계발서?같은 느낌이라서 선뜻 손이 가지 않던 책이었는데.

유부만두 2018-02-07 18:08   좋아요 0 | URL
막 가르치는 그림책 같죠? 제목이요.
이야기는 가만 생각할수록 슬프고 또 어쩌면 따뜻해요. 마야가 새동네에선 친구들을 사귀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psyche 2018-02-07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머리모양이나 그런걸로 아이들 구별이 안되서 옷으로 구별했었어. 마야가 이사간 동네에서는 손을 내밀어준 아이가 있었기를... 아 맘 아프다.

유부만두 2018-02-07 18:09   좋아요 0 | URL
그쵸... 애 표정이 냉대에 익숙해서 체념한듯 보여서 슬펐어요. 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