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타이밍이다. 서로 친구가 되거나 연인이 되려고 해도 타이밍, 바로 그 순간 서로가 좋은 감정으로 만나서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어야 한다. 시간이 어긋나면 난감하다.
타이밍을 놓쳤다. 하루 늦게 주문한 '핫팩'이 오기전 막내는 투덜대며 빈손으로 등교했다. 도서관 책 반납을 제 때 하지 못했다. 벌금은 오백원, 사서 선생님께 민망했다. 처음도 아니라서. 책을 다시 몇 권 더 대출하면서 그냥 나올까 하다가 따뜻한 열람실에 잠깐 앉았다. 조용한 어린이책 열람실이라니.
전학 온 낯선 아이, 낡고 큰 옷만 입고 낡은 장난감을 갖고 오는 아이, 같이 놀자고 하지만 껴주기 싫은 아이. 그런데 그 아이가 다시 떠났다. 매몰차게 '내 친구 아니야' 라고 소리지르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마음이 서늘하지 않았을텐데.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작은 물결 만들기에 나는 끼지 못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혼자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지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본다. 잘해줄걸 그랬지.
떠난 아이는 그 아픈 경험이 처음이 아닐텐데. 낡고 몸에 큰 옷을 입고 계절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은 그 아이의 마음엔 언제쯤 따뜻한 물결이 일까. 꽁꽁 얼지나 않았으면. 시원한 느낌의 수채화로 아이들 표정이 솔직하다. 얼굴 각도에 따라서 머리 모양과 키가 달라 보여서 옷 색으로 아이들을 구별했다. 이렇게 바라보면 다 같은 아이들인데. 낡은 옷은 그림에선 티가 나지 않는데, 혼자 노는 아이는 저 만큼 쓸쓸하게 그려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