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에 처음 극장에서 보고, 영화 video도 사고, 나중에 dvd도 사고, 어쩌다 불어 더빙판도 보고, 한국어 더빙도 봤다. 종종 다시 봤다. 어제도. 거의 20년 전 영화인데 화면 속의 애나의 통바지와 블럭버스터 비디오 대여점 카드 말고는 세월이 느껴지질 않는다. 내 눈엔.

 

애나와 첫 결별?후 힘들어하는 윌리엄은 친구 맥스와 벨라의 집에서 소개팅 후 쓸쓸하게 말한다. 너네는 잊었어, 서로를 사랑해줄 사람을 찾는 게 얼마나 특별한 건지. 
 I think you have forgotten... what an unusual situation you have here -- to find someone you actually love, who'll love you -- the chances are... always miniscule.

소개팅한 여인이 아무리 완벽해도 윌리엄은 별다른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녀는 바로 얼마전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서 베로니카의 엄마로 나오는 에밀리 모티머.

세월이 보이네..

 

윌리엄의 친구 스파이키역의 리스 이반스는 '이런 사랑 Enduring Love'에서 사이코패스로 나왔다.

 

 

 

 

 

 

 

 

 

 

아 아, 내가 처음 읽은 이언 매큐언 소설.

 

핑크 셔츠의 윌리엄은 터덜터널 집으로 돌아가 플라스틱 면도기로 면도를 하다 초인종 소리를 듣고 얼굴의 거품을 닦으며 문을 연다. 눈 앞에는 그녀, 애나. 곤경에 처한 애나가 찾아온 윌리엄의 집. 벽에 걸린 달력 그림을 보고 애나가 말한다. 이 장면 뒤에 바로 그 유명한, 다락방님의 페이보릿, '남자가 발이 크면...'이 나온다. 깊은 푸른 하늘을 날아가는 사랑에 빠진 신부, 그 옆의 바이올린 켜는 염소.


Anna: I can't believe you have that picture on your wall.
William: You like Chagall?
Anna: I do. It feels like how being in love should be. Floating through a dark blue sky.
William: With a goat playing the violin.
Anna: Yes - happiness isn't happiness without a violin-playing goat.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애나의 고백 장면. 애나는 다시 시작하자고 했지만 윌리엄은 아니라고, 당신과 나는 너무 멀리 있고, 다시 상처 받기 싫다고 말한다. 그에 애나는 '좋은 선택이에요.' 라며.... 눈물을 억지로 참으며 말한다. 하늘색 가디건과 치마 , 산뜻한 조리 샌들 너무 예쁘지만 애나니까 예쁜거 알아요.

William: I live in Notting Hill. You live in Beverly Hills. Everyone in the world knows who you are, my mother has trouble remembering my name.
Anna: I'm also just a girl, standing in front of a boy, asking him to love her.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친구들과 함께 애나를 만나려 전력 질주하는 윌리엄. 친구 맥스는 그 와중에도 부인 벨라 없이는 움직이지 않겠다고 말한다. 사랑은 함께 하는 거.

 

어딘가 부족한 친구들의 해피 엔딩이 좋다. 윌리엄의 파란 대문집도. 한밤중 데이트 중의 공원도 결혼 후 느긋한 낮의 공원도. 윌리엄이 들고 있던 책Captain Corelli's Mandolin과 애나가 촬영한 영화의 원작, 헨리 제임스의 'Siege of London'을 검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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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01-14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는 볼 때마다 참 좋죠...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 잔잔한 느낌이 다가오는.
유부만두님 글 보니 또 보고 싶어지네요~

유부만두 2018-01-14 12:20   좋아요 1 | URL
네, 정말 그래요. 볼 때 마다 새롭게 발견하는 재미와 인물들의 매력이 있어요.
영화 다시 보시면 비연님께서도 새로운 걸 찾으실거에요. ^^

2018-01-14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18-01-14 13:19   좋아요 0 | URL
네! ^^

psyche 2018-01-14 1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 이 유명한 노팅힐을 안봤다는......
이제라도 봐야할까?

다락방 2018-01-14 16:37   좋아요 0 | URL
꼭 보세요!!!!!>.<

유부만두 2018-01-14 18:24   좋아요 0 | URL
꼭 보세요!!!!

목나무 2018-01-15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어공부하기 위해 저는 어학교재로도 가지고 있어요. ㅎㅎㅎ;;;;;
이제는 고전 로코영화인 노팅힐, 간만에 보고싶어진다는. . ^^

유부만두 2018-01-17 07:31   좋아요 0 | URL
휴일에 봐~~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프레이야 2018-01-16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넘나 좋아요 만두 님. 저도 새로 한 번 보고 싶네요. 세월이 흐른 만큼 달리 보이겠다 싶어요. 몇 가지 담아갑니다.
쌩스투유

유부만두 2018-01-17 07:32   좋아요 0 | URL
유아 베리 웰컴이에요, 프레이야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