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다가오면 장보기 목록을 챙기고 일의 순서를 꼽아본다. 그리고 (속으로) 내던지며 에잇, 하고 승질을 (혼자서) 부린다. 이 짓을 한국 와서 십 몇 년을 했는데도 매년 매년 지겹고 때려치우고 싶다. 사실 음식은 전날 하면 된다. 며칠 전 부터 장을 보고 묵힐 이유가 없다. 당일에 똑 떨어져서 난감하지 않도록 부침가루와 식용유, 간장만 잘 챙기면 된다. 그리고 그날 버틸 내면의 힘, 심, 깡, 참을 인 팔 백 자를 잘 챙겨두면 된다. 그리고 명절 사흘 전까지 열심히 책을 사고 읽는다. 읽는다. 달고 달게 읽는다.
요즘 좋은 책을 거푸 읽어서 축복받은 심정인데 이게 또 난감한 것이... 책이 너무 좋으면 감히 몇 줄이라도 남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더해서 알라딘 이웃분들의 글솜씨와 예리한 분석이 나의 감상과 비교되는 기분도 들어서 위축된다. 고작해서 복숭아 사진이나 올리고 .... (그래도 어쩌란 것이냐, 책 읽다가 먹거리가 나오면 반사작용 처럼 초집중하게 되는걸) 그리고 아침에 시작하는 소설은 <버터>. BTS 노래를 틀어본다. 비건지향이라 버터를 멀리하(려 하지만 크로아상 사랑해요)는 식습관에 냉장고의 버터스틱은 말라비틀어졌다. 서재 친구는 내게 이 책의 위험을 경고했다. 나는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달려가보겠어. 해보자고! 어차피 명절이 오고있어!
그래서 실은 오늘 아침에도 몇 줄 적으려고 앉았다가 명절 이야기 부터 쓰고 그래서 기분이 우울해졌다가 일단 막내가 등교를 했기에 활기찬 하루 목요일 (으악 벌써 목요일이여?!!!!) 을 찐한 에쓰뿌레쏘로 시작하였던 거시다. 책 리뷰는 이따가 쓰겠지. (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