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데 한눈을 파느라 '프루스트' 읽기를 소홀히 했더니 그새 프랑스에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줄 알았던) 유고가 발견되어 시리즈의 첫 부분을 더 풍부하게 해준다는 설명과 함께 "75쪽" 이라는 제목으로 책이 출간되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프리퀼 정도로 이해하면 될까.
다행히 이 원고는 75쪽이다. 그정도는 더 읽을 수 있다.
이 열다섯 살의 마르셀 프루스트가 3권 (원서로는 2권 '꽃피는 소녀들의 그림자')의 1부 '스완 부인의 주변' (스테판 외에 시리즈로는 7권... 아 복잡허다) 의 화자 '나'와 또래다. 질베르트의 변덕에 맞추어 같이 샹젤리제 공원에서 뛰어 노느라 툭하면 앓아눕는 소심한 중3. 엄청 멋지고 엄청 훌륭해 지고 싶은데 엄청 다른 사람 눈치 보느라 툭하면 앓아눕는 중3. 천식이 심해지자 '어떤 의사'의 처방대로 꼬냑을 마시면서 은근 즐기는 중3. 엄마를 아주 좋아하고 외할머니의 걱정과 사랑을 담뿍 먹고 자랐던 만 십오세 소년. 조금 징그럽고 변태로 자랄 가능성이 농후한 소년, 마르셀.
사진: @Gallimard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