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한테는 부끄럽다고 우리 알라딘 서재 메인에서 빼자고 얘기해놓고
먼댓글 쓰는 나는 또 뭥미
(그래도 이거 서재 메인이랑은 달라~)

ㅅㄹ 이라는 니나의 글을 계기로
ㅅㄹ이라는 자음을 가진 글자들을 가지고 좀 놀아보았다. ㅋㅋㅋ

예전에 시조같은 거 배울 때
왜 종장 첫 어절은 3글자로 맞춰놓나
음율, 규칙, 이런 거 까칠하게 왜 만드나,
그들 스스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구나
이런 생각 했었는데



오홋, 정말 묘한 카타르시스가 있구나
(카타시르스라고 하고싶고 막 ㅋㅋ)
제한된 규칙 속에서 오히려 더 자유로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암튼 뭐 그런 것들. ㅎㅎㅎ
나 심지어 생각날 때마다 메모장에 적어놓고
ㅅㄹ 사전도 구축했다는거


덕분에 재밌었다
문제는 '누구한테 자랑도 못하고' 우리끼리만 신나서
막 웃고 놀았던 재미라는 거다, 하하핫

부작용이라면,
모든 단어를 ㅅㄹ이 들어가는 단어와 그렇지 않은 단어로 구분하게 됐다는 것 정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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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ㅅㄹ이를 만나다
    from 지극히 개인적인 2008-09-29 23:45 
    하하 이제 ㅅㄹ 만 들어도 지겨워하시는 분들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마무리는 해야 할 것 같아서. ㅇㄷ : 니나야, 그런데 ㅅㄹ 그 친구 누구니? (니나의 친구는 왠지 다 알것 같고 막 ㅋㅋ) ㄴㄴ : 응 ㅅㄹ(이름)이 (것봐 아는 애잖아) ㅇㄷ : 푸하하, 정말? 혹시 그럼 ㅅㄹ이 혹시 ㅅㄹ(이름) 아니야? ㄴㄴ : 에에에, 설마. 사실 나도 그 생각 하긴 했는데, 설마 했지.  ㅇㄷ : 잘됐다. 마침 내가 이번주
 
 
마늘빵 2008-09-23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뮬라크르가 맞을까요, 시뮬라르크가 맞을까요? 카타르시스 때문에 갑자기 이거 떠올랐다요.

웽스북스 2008-09-23 11:15   좋아요 0 | URL
시라뮬크르 아니고요? ㅋㅋㅋ

마늘빵 2008-09-23 22:11   좋아요 0 | URL
털썩.

2008-09-23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23 1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나 2008-09-2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렉 정말 아까비-(아차상이라도^.^) 슈렉 불러내려고 쉬라 쓴거였는데ㅎㅎ 수고했어!!!(수로했어라고 쓰고 싶고 막 ㅋㅋ)

웽스북스 2008-09-23 11:16   좋아요 0 | URL
그치 슈렉 ㅠㅠ 아까워 아까워
쉬라가 슈렉을 부르기 위한 거였구나
이런 상상력의 부재라니
너의 수로에 실례를 범했구나
(수로에 실례라니, 갑자기 뜻이 막 이상해진다 ;;;)

니나 2008-09-23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ㅅㄹ에 미치다... (멋있는 듯하나...;; 먼댓글 찾아가보고 놀라지 마셔요. 저희도 알고보면 멀쩡한 아가씨들이랍니다?ㅋ)

웽스북스 2008-09-23 11:17   좋아요 0 | URL
나 아까
여자가 한을 품으면 아닌 밤중에 서리가 내린다,
이거 막 생각하고 웃었어 ㅋㅋ

먼댓글 찾아가보고 놀라지마세요
뒷풀이는 서래마을에서 ㅎㅎ

니나 2008-09-23 11:23   좋아요 0 | URL
소라무침과 동동주 어때요? 서로서로 즐겁게 놀아보아요 (큰일났다, 메인에서뺄 준비해야 되는거 아니니? 소란스러워질라 ㅎㅎ)

웽스북스 2008-09-23 12:40   좋아요 0 | URL
점심먹고 오는데 (두부집에서 황태도 파는...)
두부마을 황태는 미'시령'에서.......

소라무침에 미시령황태 추가요

순오기 2008-09-23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 페이퍼에 고무되어 나도 가서 한 소리 끼적이고 왔어요.^^

웽스북스 2008-09-23 12:41   좋아요 0 | URL
후후훗 순오기님~~~ ^_^
하면할 수록 재밌어요 ㅎㅎ

사과나무 2008-09-23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oly Ghost가 인사했습니다. Shalom!

웽스북스 2008-09-23 22:31   좋아요 0 | URL
셀라!

2008-09-24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24 1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과나무 2008-09-24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느덧 눈가에 샤링 잡히는 나이
월급 수령은 항상 아슬아슬하기만 하고
슬림한 몸매에 대한 욕심 버릴 수 없어
서래마을 가서 맛난 거 먹고 싶은 마음을 접는다

웽스북스 2008-09-24 16:04   좋아요 0 | URL
털썩, 사부로 모시겠습니다
수락하여 주십시오

니나 2008-09-24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춘의 선로를 넘어오는 다크서클
순리에 어긋나게 보톡스한판 맞아볼까
아니야 설록차 내려 보온병에 담고
수락산에 올라 성룡처럼 멋지게 운동이나 하련다

니나 2008-09-24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웬디 답글 오르기 전에 수락산 썼는데, 아깝다)
 



어제 늦은 시간에 비교적 한산한 지하철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다. 남은 자리는 몇 되지 않았고, 사당에서 남은 자리보다 많아보이는 사람들이 탔고, 그 가운데는 할아버지도 한 분 섞여 있었다. 잠깐 고개를 들었다. 아, 저 할아버지가 빈자리로 빨리 가서 앉으셔야 나도 편하게 갈텐데. (이런!) 다행히 할아버지는 맞은편 의자에 앉으셨고 나는 안심하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잠시후 도란도란 이야기소리가 들려온다. 앞좌석에 앉은 아주머니와 그 할아버지의 대화였다.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건 매우 좋지 않은 버릇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실은 나는 나이가 든 사람은 자신의 인상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는 말 역시 신뢰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아주머니는 신뢰하기 어려운 인상이었다. 아, 그러니까, 내가 괜히 지나가는 엄한 사람 붙잡고 이런 믿을 수 없게 생긴 사람 같으니!! 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아주머니의 신뢰성 여부를 판단할 수 밖에 없었던 그 상황에 기반하여 말하자면 그랬다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축농증이 있으신지, 자꾸만 킁킁 숨을 쉬셨나보다. 아주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매우 친절한 목소리로' 자신이 축농증을 치료해드리겠다며 어떤 명함을 내밀며 월요일에 중앙역으로 오시라고 얘기했다. 옷차림으로 직업을 짐작하는 것 역시 좀 미안한 일이긴 하지만, 핫핑크 재킷에 핫핑크 가방을 매고 내 취향은 아닌 -_- 색조 화장으로 진하게 치장한 (우리 엄마는 주로 '야하다'고 표현하는 치장이랄까...) 아주머니는 의사는 아닌 것 같았다. 저 아주머니가 도대체 어떻게 축농증을 치료한다는 거지? 나는 너무 궁금해 자꾸만 그쪽을 흘끔흘끔 바라봤다. 자기가 줄 무언가를 먹으면 다 낫는다고 하는 걸로 봐서, 아주머니는 아무래도........ 약장수인가보다. 할아버지더러 '병원이 아닌' 자기네 사무실로 자꾸만 오라고 얘기하신다. 싹! 낫는다고 얘기하는 걸로 봐서는 확실히 의사는 아니다. 비염은 완화는 가능해도 완치는 어려운 병이라고 들었는데. (내가 살짝 비염이 있어서 찾아봤다) 나이 든 것도 서러운데, 돈 챙겨서 가실 거냐고. 아낌 없이 건강 위해 투자하는 게 남는 거라고, 자꾸만 그렇게 얘기하신다. 난 자꾸만, 아주머니가 비염을 어떻게 치료하실 거냐고, 그게 어떻게 낫는 병이냐고 묻고 싶다. 하지만, 용기는 나지 않는다. 아.... 소심하게 그저 바라만 보고 있을 뿐. (그리고 만에 하나, 저 아주머니가 정말 좋은 사람이면 어쩌지, 하는 마음... 정말 만에 하나이긴 했지만...)

여기서 재밌는 건, 할아버지가 아주머니에게 '혹시 교회를 다니냐'고 물었던 것이다. 할아버지 역시 아주머니를 완전히 신뢰하기는 어려웠나보다. (그런 걸로 봐서 의사가 아니라는 나의 심증은 더욱 굳어졌다) 그래서, 아주머니가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어야만 믿을 수 있다는 걸까. 할아버지의 얘기를 듣는 심정은 가끔 지하철에 뿌려져 있는 구직 찌라시에서 '교인 환영'이라는 문구를 보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 그런 방법으로 의심이 가는 사람의 진정성에 대해 확인하려고 하는 할아버지의 나이브함이, 실은, 안타까웠던 것 같다. 예수 그리스도를 목적이 아닌 도구로 삼은 사람들이 판치는 세상이건만, 할아버지는 아주머니가 '그럼요~' 하면서 내민 성경책에 마음이 누그러지셨나보다. 나는 아주머니의 저 큰 핑크 레쟈 가방 안에, 사실은 기독교용 성경책과 천주교용 성경책, 그리고 불경이 모두 들어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상상을 해본다.

그 이후로도 두 분은 계속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셨다. 성경책 이후로 분위기 급 반전. 우리는 다 형제 자매다, 막 이런 얘기까지 나오기 시작한다. 귀가 어두우신 할아버지는 아주머니에게 다정하게 귓속말로 얘기를 했다. 귓속말을 하는 도중에도 킁킁. 아주머니는 할아버지를 드릴 휴지를 막 찾고 있었고, 할아버지는 본인이 가지고 다닌다며 패애애앵 하고 코를 푸셨다. 할아버지는 외로워보이기는 했지만 궁색해보이는 분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매우 풍족해 보이는 분도 아니었다. 어쩌면 아주머니는 사람을 제대로 잡은 건지도 모른다. 그걸 보는 중에도 나는 내가 비겁한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니지, 부디, 이게 나의 편견이길. 하고 바라는 이중적 마음을 갖는다. 그 마음은 할아버지를 위한 것이었을까, 나를 위한 것이었을까.  

할아버지는 인덕원에서 내리셨다. 아주머니는 말끝마다 꼭 월요일에 중앙역으로 오시라는 얘기를 한다. 너무나 걱정스러운 말투로, 할아버지 꼭 나으셔야 한다고. 창밖에 보이는 할아버지는 자리를 금방 뜨지 않으셨다. 아주머니는 창밖을 향해 웃으며 손까지 흔드신다.

할아버지가 내리자마자 아주머니는 갑자기 썬글라스를 꺼내어 쓴다. (밤에, 실내에서...-_-) 동그란 테 양쪽 가장자리에 0.5cm 간격으로 큐빅이 종종종 박힌. 그리고는 미소짓는다. 미소는 웃음으로 번진다. 내쪽까지 소리가 들리지는 않았지만, 피식, 피식, 아주머니는 매우 오랫동안 웃으셨다. 한 건 했다,는 회심의 웃음이었을까. 중요한 건 아주머니의 그 웃음과 마주치는 순간 소름이 돋으며, 역시 내가 비겁했다는 심증에 확신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나는 뭘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최선이었을까? 앞에서 얘기할 용기가 없었다면, 할아버지를 따라 내려서 가지 마시라고 얘기라도 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 그 때는 왜 생각이 거기에 이르지 못했을까? 할아버지는 월요일에 중앙역에 가실까?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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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9-2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슨 스릴러 소설에 나올 법한 에피소드에요. 진짜 소름 끼치는군요. 할아버지 걱정스럽네요ㅠ.ㅠ

웽스북스 2008-09-22 00:27   좋아요 0 | URL
네 아줌마 웃을 때 정말 무서웠어요 (어쩜 그렇게 대놓고 웃니?)

차좋아 2008-09-22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월요일 중앙역에서 잠복근무 하실 생각은 마세요.(월차를 소중히~)
(두 분 다 안 나올지도 몰라요.ㅋㅋ)

웽스북스 2008-09-22 00:28   좋아요 0 | URL
아줌마는 나오지 않을까요? 그렇게 다짐을 시켰는데.
다만 할아버지는 안나오시길 바랄 뿐이죠.

이틀이면 생각할 시간은 충분한데...

바람돌이 2008-09-22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노인분들을 노리는 저런 비상식적인 마케팅은 왜 이렇게 많은지...
예전에 저도 저 마케팅에 속은 우리 집 어르신 한분의 무지막지한 약값을 치른다고 고생했답니다. 정말 딱 미치겠더라구요. ㅠ.ㅠ

웽스북스 2008-09-22 00:31   좋아요 0 | URL
아, 정말요.....
그런 건 법적으로 재제는 없나요?
사기죄, 이런거 안되나 모르겠네요 ;;;

바람돌이님도 속상하셨겠어요 정말...ㅜㅜ
(그러고보니 그 아줌마 할아버지한테 자식들에 대해서도 물어본듯...)

사과나무 2008-09-22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부터 「한국의 글쟁이들」에 열받음.
이원복이 한국의 글쟁이 중 1人이라니.

2008-09-22 1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중앙선데이



오늘 오후엔 모처럼 교회 사람들과 커피 한잔을 마셨다. 20대 초반 두 아가씨의 우여곡절 끝의 취업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 사실 나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요 두 아가씨와는 무슨 얘기를 해야될지 잘 모르겠다. 아무리 우리가 같은 80년대 생이라지만(!!) 첫 세대이고 마지막 세대여서 그런가. 아니다, 뭐 이런 이해 따위. 그냥 다른 인간이다. 그래서, 좀 잘 지내보려고 노력해도 잘 안된다. 흡흡.

이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닌데. 아, 그러니까, 그래서 이 친구들을 축하해주는 자리에서도 나는 그냥 C와 함께 수다 작렬 모드를 했다는 거다. 모 집사님이 오늘 직장에서 신용카드 할당이 떨어져 (!!) 그걸 만들어 드리고, 누구는 무슨 할당이 있다는 둥, 나도 할당 떨어질까 두렵다는 둥, 뭐 이런 얘기를 하다가... 얼마전 우리회사로 이직한 C가 조인스에 다니던 시절에 나에게 중앙선데이를 구독하게 했던 (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다. 그녀는 중앙선데이를 끊으면서 '제가 이제 퇴사를 해서요' 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기뻤다고 한다. (문제는 자기 돈으로 구독시키던 집들의 주소를 몰라서 끊지 못한 채 여전히 있다는 사실. ㅎㅎ) 나도 그녀가 그 회사를 그만두면서 바로 끊겠다고 했으나, 귀찮아서 매일 하루씩 미루고 있다. 그 얘기를 하던 중 그녀가 말하길.

사실, 내가 퇴사를 결심한 큰 이유 중에 하나가...
회사 브로셔 때문에 검색을 하다 보니까 어떤 블로그가 나왔는데
어떤 사람이 조인스 다니는 친구 때문에 중앙 선데이를 본다고 
미안해서 못끊고 있다고, 뭐 이런 얘기가 써 있고,
거기에 아래 사람들이 덧글로,
님, 인정으로 그런 거 보지 말고 끊으세요, 이런 얘기들이 써있는데
보니까, 그게, 니 블로그인거야.
내가 사람들한테 정말 못할 짓 하고 있구나, 뭐하고 있는 건가 싶더라...

헉! ㅜㅜ

물론, 나는 기억도 못하고 있는 일이었다. 검색 결과,라길래 네이버 블로그인 줄 알고, 이상하다, 폐쇄했는데...만 연발하고 있었는데, wendy99라고 말한 걸 보니 아마 알라딘 블로그를 얘기한 것 같아 집에 와 찾아보니, 먼댓글로 연결해 놓은 글이 문제의 글인 것 같다. 갑자기 나는 또 미안해지고, C는 그 때는 대안도 없이 또 그만두겠다고 말로 지를 수가 없었다며, 하지만 결심을 굳히는 큰 계기가 됐다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라고 얘기한다.

결과적으로야, 그녀가 이직을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됐으니 잘된건가, 라고 생각도 해보지만, 그건 역시나 스스로 미안함을 없애기 위한 합리화에 불과할 뿐이다. 군소리 없이 보겠다고 해놓고는 뒤에서 징징대고 있었다니... 그녀가 맞닥뜨렸을 그 당황스러움과 느꼈을 그 미안함을 생각해보면... 나 역시 좀 당혹스럽고 미안하다. 내 글이 그런 검색을 통해서 찾아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네이버도 자사 블로그 내부 컨텐츠를 검색 여부를 선택할 있는데, 알라딘 블로그는 최소한의 거름망이 없구나, 싶은 생각에 살짝 불안해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암튼, 뭐 나야, 좋은 직장동료가 생겨서 좋긴 하지만, 그래도, 이 곳을 대하는 마음이 좀 더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 여긴 뭔가 숨어있는 느낌이어서 좋았는데 (사실 그래도 이제 주변 사람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긴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은 될 수 없는 곳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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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관6층에같이살던탐정 2008-09-21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렇다고 워드문서에 써서 저장해놓는건 좀 그렇잖아요, 토닥토닥 :)
웬디양님 없으면 이제 난 못살아요
웬디양님 싸이 노래 + 알라딘 페이퍼로 넷생활을 연명하는 1인^^

웽스북스 2008-09-21 22:34   좋아요 0 | URL
어이쿠나 탐정님.
알잖아요. 내가 그렇다고 이 생활을 접지는 않는다는거.
다만 좀 조심해야겠다고...생각하게 되더라...
너무 투명유리창을 친 세계 같달까.
이래놓구 까먹구, 또 미주알고주알할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지금도 또 뭔가 마구 쓰고있지만. ㅎㅎ

마노아 2008-09-21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그 친구분이 지금은 같은 회사 근무하는 거예요?

웽스북스 2008-09-21 23:38   좋아요 0 | URL
ㅎㅎ 네 저희 팀으로 이직. ㅎㅎ

바람돌이 2008-09-22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그런식으로 볼수도 있는거군요.
아 이런 소식 들으면 쬐끔 불안해지는데... 제 서재는 예전엔 진짜 옆지기밖에 모르다가 요즘 몇몇 친구들이 보거든요. 걔들은 워낙에 친한 사람들이니 별 신경안쓰이지만 어중간한 사람들은 싫은데.... ㅠ.ㅠ

웽스북스 2008-09-22 00:31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주변 사람들이 이제 서재를 꽤 많이 알고 있긴 하지만...
검색 결과로 나온다거나 이런 건 좀 꺼려지더라고요...

마늘빵 2008-09-22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읍. 그렇군요. 저도 회사 신문 끊어주고 싶다는... -_-

웽스북스 2008-09-22 13:43   좋아요 0 | URL
앗 거기도 봐요? ㅋㅋ

지현. 2008-09-22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그렇군. 같은회사 C대리가 C였구나.
아 좋겠다.
혹시 남는 자리 또 없나. -_-...

웽스북스 2008-09-22 13:44   좋아요 0 | URL
하하, 그 회사 남는 자리는 없나요? ㅋ

2008-09-24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25 0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승선을 환영하오, 필그림 선생" 스피커가 말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소?"
빌리는 입술을 핥으며 잠시 생각하다 마침내 이렇게 물었다. "왜 하필 나지요?"
"그것 참 지구인다운 질문이군.
필그램 선생. 왜 하필 당신이냐? 같은 식으로 생각하면 왜 하필 우리지? 왜 하필 어떤 것이지? 그 이유는 단지 이 순간이 존재하기 때문이오. 호박에 갇힌 벌레들을 본 적이 있소?"
"있습니다" 사실, 빌리의 사무실에는 문진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무당벌레 세 마리가 들어 있는 반질반질한 호박 덩이였다.
"필그림 선생.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이라는 호박 속에 갇혀 있는 것이오. 왜라는 건 없소"

 
   


오늘 오후에는 (나로서는) 매우 간만에 불라에 갔다. 차를 마시며 나와 H님은 제5도살장에 대한 얘기를 조금 하고 있었고, 불라 사장님은 우리의 얘기를 들으며 딴짓 중이었다.

불라 사장님은 달팽이를 키우는데, 달팽이가 알을 낳아, 그 새끼들을 따로 그릇에 담아 상추 위에 올려놓았다. 30마리쯤 되는 새끼들이 상추를 많이 갉아먹어서, 새 상추로 옮겨주려고, 한마리, 한마리씩 달팽이를 옮기고 있는데 그 중 한 녀석이 툭! 아래로 떨어졌다. 어두컴컴한 카페, 워낙 작은. 지름 1cm도 안되는 달팽이를 찾는 것은 어려웠기에, 달팽이의 운명은 거의 결정되는 듯 했다. 이 때 H님이 말한다. 

"지금 이 순간, 저 달팽이는 '왜 하필 나지?' 라고 말하고 있을지도 몰라요." 

사실 그 달팽이가 떨어진 데 무슨 이유가 있었겠는가. 그저, 거기에 존재하고 있었기에 툭, 하고 떨어진 것일 뿐. 그렇게 가는거지. 




 












그런데,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움직인 불라 사장님이 핸드폰 불빛을 켜고 그 달팽이를 찾아내,
애기 달팽이는 다행히 살아났다는 아름다운 전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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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9-21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5도살장, 어제 EBS에서 하던 영화랑 같은 건가?
졸다 자다~ 했더니만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당~~ ㅜㅜ

웽스북스 2008-09-21 19:48   좋아요 0 | URL
네, 그랬다고 하더라고요...ㅎㅎ

네꼬 2008-09-21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하필 저예요? 왜 하필 저를 이렇게 좋아하시는 거죠? (.. 죄송해요. 화제의 드라마 <에덴의 동쪽> 이연희 풍으로 해 본 거예요.) 웬디님, 이 책 어때요? 그의 에세이처럼 재미나요? 아님 제목처럼 무서워요? 아님 이 페이퍼처럼 심오(!)해요? -아무것도 모르는 네꼬

웽스북스 2008-09-21 19:49   좋아요 0 | URL
아, 그것만큼은, 이유가 없지 않아요 네꼬님.
그리고 이 책은... 네꼬님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
(에세이는 제가 읽지 못했어요. ㅎㅎㅎ)

2008-09-21 1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21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8-09-21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께서 '애기 달팽이'라고 얘길하시니 뉘앙스가 굉장히 묘해요. 웬디양님은 '애기 달팽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실 분 같아요. 다른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은데요, 아, 그런데 다른 표현은 도대체 어떻게 해야될까요? (뭐라는걸까?)

웽스북스 2008-09-21 19:51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무슨 말인지 모르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싶은데 또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 이 기분은 뭘까요. ㅋㅋㅋ.
 
룸 베드 페이퍼

   
 

소위 생체시계학자라고 불리는 과학자들은 열 명 가운데 여덟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정상적인 생체 주기를 따른다(즉 오전 7시 반쯤 되면 저절로 일어나게 된다는 말이다)는 사실을 입증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여덟 명을 뺀 나머지 두 명 중 한 명이 종달새고, 나머지 한 명은 올빼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런 성향은 유전적으로 암호화되며 삭제가 불가능하다. 다시 말해 한 번 올빼미는 영원한 올빼미라는 말이다. (중략)

시릴 코널리는 말했다.
'해가 진 뒤 글을 쓰면 저녁의 땅거미가 내 글에 푸르스름한 빛을 흩뿌린다. 그러면 왜 아침에 글을 쓰지 않느냐고? 안타깝게도 나 같은 사람에게는 아침이 정말 짧다. 그리고 나는 나보다 일찍 잠에 드는 사람들을 싫어하지 않는데도 내가 늦게 일어난다고 못 참아 히는 걸 보면 참 별난 일이다. (중략)

모든 생물이 한꺼번에 나와 활동하지 않는다면 주어진 영역을 공유하는 게 더 쉬워진다는 것이다. 땅거미가 지고 나서 어슬렁거린다고 주머니쥐를 나무라는 사람은 없다. 야간 비행을 하는 누에나방에게 타락했다고 꾸지람을 하는 사람은 없다. 아침나절이면 자고 밤이면 노래를 한다고 쏙독새를 게으른 늦잠꾸러기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선천적으로 그와 비슷한 생체리듬을 가진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나머지 10분의 9에 해당하는 이들에게서 도덕성에 문제가 있기라도 한 것처럼 손가락질을 받는다. (중략)

올빼미의 평판은 이미 구제불능일지도 모른다.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농부들, 제빵사들, 의사들이다. 밤늦게까지 자지 않는 사람들은? 강도, 매춘부, 밤도둑들이다. 자정이 넘도록 몰래 어슬렁거리고 다니면 뭔가 감추는 게 있다는 의심을 받는다. 밤이 되면 고블린과 시체도둑, 뱀파이어, 좀비, 마녀, 마술사, 악마, 생령, 마귀, 반시괴물, 폴터가이스트, 변종 늑대인간, 부기맨이 신출귀몰한다. 물론 밤은 요정과 천사의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 마음에 위안이 되는 이런 것들은 고려 대상에서 밀려나 버리기 십상이다

 
   


내가 뼛속까지 올빼미인지는 모르겠다. 이 글들을 옮겨 적다가 잠깐 쓰러져 졸았으니, 어쩜 나는 뼛속까지 올빼미는 아니겠지만, 아침보다 저녁이 좋고, 낮보다 밤이 편한 인간이니, 잡종 올빼미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만이 미덕인 사회가 되버린 이유는 뭘까. 왜 도대체 하나같이,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것만이 세상을 부지런하게 사는 것,이라고 정의해버렸으며 나처럼 아침에 늦게 일어나지만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보다 잠을 더 적게 자는 사람은 게으른 인간이 되고야 마는 걸까. 왜 이런 일종의 '생득적 특성'들은 종종 인격과 결부되곤 하는걸까. 그리고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까. 유전적으로 암호화되어 삭제가 불가능하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밤이 좋다. 밤에 읽는 책도 좋고, 밤에 쓰는 글도 좋고, 가끔 밤을 지새우며 보는 드라마나 영화들도 좋아한다. 밤에 일찍 잠드는 일이 그리 아까울 수 없다. 아침잠은 단 한톨도 아깝지 않지만 말이다. 정말이지, 아침잠은 한순간 한순간이 아쉽고, 밤잠은 한순간 한순간이 아깝다. 밤은 요정과 천사의 시간이라는 놀라운 비밀을 나는 너무 온몸으로 체득하고 있는 것이지.















한챕터씩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또 조만간 다른 주제에 꽂히면
밑줄 작렬 타이핑 작렬 글 작렬 모드 등장하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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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나 2008-09-20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 천사하고 나 요정하면 아니되겠니? (첫 댓글부터 이런식인거죠 퍽!퍽! -여기저기서 돌날라오는 소리-ㅋㅋㅋ)

웽스북스 2008-09-20 01:45   좋아요 0 | URL
꺅 완전 좋아. (휙 휙 돌 피하는 소리)
천사래놓구 요정 혼자 돌맞히구 있다 ㅋㅋㅋ

세실 2008-09-20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새벽이 좋아요.
어슴프레 밝아오는 새벽빛은 하루를 시작하는 힘이 됩니다.
6시에 깨어 운동 다녀올까 하다가 알라딘에서 놀고 있습니다.
밤10시만 되면 꾸벅거리는 아줌마예요.

웽스북스 2008-09-21 00:34   좋아요 0 | URL
아 세실님 새벽에 운동도 하세요? 우옹
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ㅎㅎ

새벽빛이 하루를 시작하는 힘이 되면 좋은 거죠
그 기준을 타인에게 똑같이 적용하는 사람들이 문제인거지 ㅋㅋ

무스탕 2008-09-20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주부터 용량초과로 지내다보니 오늘 애들 학교 보내고 바로 기절수준의 잠으로 빠져들었죠.
애들 학교에서 올 시간이 다 돼서 엄마가 비온다고 학교로 우산 가져가라고 깨워서 일어났어요 -_-;
이렇게 피곤해~ 피곤해~ 를 외치며 살아도 이상하게 밤 10가 넘어가면 눈이 말똥말똥해지는 이유는..?
그리고 아침엔 신랑이 일어나 움직이는 소리에 일어나야만하는 운명은..? ^^;
저도 밤이 좋아요!
웬디양은 잡종 올빼미, 저는 변종 올빼미 :)

웽스북스 2008-09-21 00:35   좋아요 0 | URL
아, 무스탕님, 고생 많으셨어요
엄마의 삶이란, 참 정신없고 힘들 것 같아요...

잡종 올빼미와 변종 올빼미라니, 하하, 이거 반가운데요
말종 올빼미, 이런건 되지 말아야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