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데이
오늘 오후엔 모처럼 교회 사람들과 커피 한잔을 마셨다. 20대 초반 두 아가씨의 우여곡절 끝의 취업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 사실 나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은 요 두 아가씨와는 무슨 얘기를 해야될지 잘 모르겠다. 아무리 우리가 같은 80년대 생이라지만(!!) 첫 세대이고 마지막 세대여서 그런가. 아니다, 뭐 이런 이해 따위. 그냥 다른 인간이다. 그래서, 좀 잘 지내보려고 노력해도 잘 안된다. 흡흡.
이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게 아닌데. 아, 그러니까, 그래서 이 친구들을 축하해주는 자리에서도 나는 그냥 C와 함께 수다 작렬 모드를 했다는 거다. 모 집사님이 오늘 직장에서 신용카드 할당이 떨어져 (!!) 그걸 만들어 드리고, 누구는 무슨 할당이 있다는 둥, 나도 할당 떨어질까 두렵다는 둥, 뭐 이런 얘기를 하다가... 얼마전 우리회사로 이직한 C가 조인스에 다니던 시절에 나에게 중앙선데이를 구독하게 했던 (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이야기가 나왔던 것이다. 그녀는 중앙선데이를 끊으면서 '제가 이제 퇴사를 해서요' 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기뻤다고 한다. (문제는 자기 돈으로 구독시키던 집들의 주소를 몰라서 끊지 못한 채 여전히 있다는 사실. ㅎㅎ) 나도 그녀가 그 회사를 그만두면서 바로 끊겠다고 했으나, 귀찮아서 매일 하루씩 미루고 있다. 그 얘기를 하던 중 그녀가 말하길.
사실, 내가 퇴사를 결심한 큰 이유 중에 하나가...
회사 브로셔 때문에 검색을 하다 보니까 어떤 블로그가 나왔는데
어떤 사람이 조인스 다니는 친구 때문에 중앙 선데이를 본다고
미안해서 못끊고 있다고, 뭐 이런 얘기가 써 있고,
거기에 아래 사람들이 덧글로,
님, 인정으로 그런 거 보지 말고 끊으세요, 이런 얘기들이 써있는데
보니까, 그게, 니 블로그인거야.
내가 사람들한테 정말 못할 짓 하고 있구나, 뭐하고 있는 건가 싶더라...
헉! ㅜㅜ
물론, 나는 기억도 못하고 있는 일이었다. 검색 결과,라길래 네이버 블로그인 줄 알고, 이상하다, 폐쇄했는데...만 연발하고 있었는데, wendy99라고 말한 걸 보니 아마 알라딘 블로그를 얘기한 것 같아 집에 와 찾아보니, 먼댓글로 연결해 놓은 글이 문제의 글인 것 같다. 갑자기 나는 또 미안해지고, C는 그 때는 대안도 없이 또 그만두겠다고 말로 지를 수가 없었다며, 하지만 결심을 굳히는 큰 계기가 됐다며,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라고 얘기한다.
결과적으로야, 그녀가 이직을 하게 되는 원동력(?)이 됐으니 잘된건가, 라고 생각도 해보지만, 그건 역시나 스스로 미안함을 없애기 위한 합리화에 불과할 뿐이다. 군소리 없이 보겠다고 해놓고는 뒤에서 징징대고 있었다니... 그녀가 맞닥뜨렸을 그 당황스러움과 느꼈을 그 미안함을 생각해보면... 나 역시 좀 당혹스럽고 미안하다. 내 글이 그런 검색을 통해서 찾아질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네이버도 자사 블로그 내부 컨텐츠를 검색 여부를 선택할 있는데, 알라딘 블로그는 최소한의 거름망이 없구나, 싶은 생각에 살짝 불안해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암튼, 뭐 나야, 좋은 직장동료가 생겨서 좋긴 하지만, 그래도, 이 곳을 대하는 마음이 좀 더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다. 여긴 뭔가 숨어있는 느낌이어서 좋았는데 (사실 그래도 이제 주변 사람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긴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은 될 수 없는 곳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