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데이는 우리나라에는 고품격 주간 '신문'이 없다며, 고품격 주간신문을 표방하고 중앙일보사에서 야심차게 만든 신문이다. 그러면서 이름이 중앙선데이라는 건 중앙선데이의 태생적 아이러니라며 나는 마구 웃었다. 고품격신문답게 자전거 주고 신문 파는 저급한 짓 따위는 하지 않겠다,며 매우 고고하게 나오고 있지만, 그 고고한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중앙일보와 계열사 직원들은 모두 중앙선데이의 영업사원이 되고 있다. 중앙선데이의 판매실적을 팀별로 경쟁하는 실정이니 이는 그야말로 오호 통제라이다. 일례로 나는 중앙선데이의 구독 권유를 조인스에 다니는 친구에게 한번 받았고, 조인스를 거래처로 두고 있는 우리 회사 역시 중앙 선데이의 구독 권유를 받아 회사 차원에서 몇부 구독하고 있으며, 조인스를 거래처로 두고 있는 우리 회사 거래처에서 공짜로 중앙선데이를 보게 해줄테니 보겠냐고 묻기도 했다.
이런 실정이니 우리집에도 일주일에 한번씩 중앙선데이가 배달돼온다. 공짜로 봤으면 좋았겠지만, 나는 조인스에 다니는 친구의 구독권유로 중앙선데이를 보게 됐다. 한달에 구독료 오천원. 아직 한번도 내지는 않았지만 나는 중앙선데이의 유료독자다. 이 친구가 나에게 이런 권유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 때문에 나는 군소리하지 않고 그러마했다. 덕분에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교회를 가려고 문을 열면 묵직한 신문 끌리는 소리가 나고 나는 그 신문을 집안으로 던져놓은 채 교회로 뛰어간다. 교회에 다녀와 내가 이 신문을 보는 시간은 길어야 10분 정도. 그나마 메인판은 한번 훑어보거나 잘 펼쳐보지도 않고, 같이 딸려오는 매거진 쪽에 관심있는 작가나 책이 소개될 때만 열심히 보는 편이다. 고종석은 욕하기 위해 조선일보를 본다던데, 나는 욕하기 위해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할만큼 열정적인 인물이 되지 못한다.
그런데 오늘은 메인 신문을 먼저 펼쳤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삼성 관련 기사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가 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매우 열심히 눈알을 굴려가며 신문을 넘겼다. 하지만 삼성의 '삼'자도 찾을 수 없다. 유일하게 찾을 수 있는 삼성이라는 글자는, 어쩐지 기사 대신에 위치하고 있는 것만 같은 삼성증권 전면광고.
그 전면 광고를 보는 순간 멍해졌다. 아, 나는 중앙일보에 뭘 기대하고 있었던걸까. 친구한테 미안하더라도 그냥 이제 끊어버려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