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휴의 목표는 무조건 잘 쉬자. ㅎㅎ 약속도 안잡고 집근처만 빙빙 돌겠노라, 라고 생각하고 어제는 엄마랑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었는데, 자고 있는 동안 I 에게 전화가 왔다. 가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어 파토,인 줄 알았던 기독교 영화제. 하하. 내가 이 모임 사람들한테 참 약하구나. 그리고 엄마와의 약속은 참 만만하게 생각하는구나. -_- 원래는 늘 선약 우선주의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죄송해요 오마닝) 영화보기로 한 약속은 일요일로 미루고 기독교영화제를 보러 가기로 했다. 장소는 정동시네마. 오전에 약속을 잡자마자, 얼른 준비하고 나가서 좀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영화를 보러 가야지. 라고 결심을 했으나, 집에서 너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버리는 바람에, 정작 시청역에 도착했을 때 내게 주어진 여유는 고작 한시간.

일단 덕수궁길에서 이어지는 정동길을 쭉 걸었다. 한쪽에서는 시위를. 또 다른 한쪽에서는 축제를. 나는 시위의 마음도 축제의 마음도 되지 못한채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길을 걷다가, 카페를 찾아 들어가기로 한다. (원래는 커피스트로 가려했으나, 시간이 너무나 애매해서 ㅜㅜ) 극장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카페라는 이름 붙이기가 참 민망한 커피숍. 4,50대 남녀 한커플과 5,60대 아주머니들이 자리잡고 있는 곳 한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그 커피숍에 들어간 단 한가지 이유는, 조용할 것 같아서. 걸어오며 지나쳐온 세련되보이는 카페는 손님이 너무 많았다. 그 곳에서 흘러나오는 흘러간 노래를 50대 아저씨와 같이 흥얼거려보는 것도 참 새로운 경험이다. 커피도 맛없고 토스트도 그저 그렇고 앞에서는 무슨 공연이 시작되어, 음악은 이중으로 흘러나오고 정신은 없고 책은 안읽히고. ㅎㅎ 이런 뽀송뽀송한 오후를 이렇게 눅진하게 보내기도 쉽지 않겠다 싶다. ㅎㅎ

영화를 보고, 홍합이 그득한 홍합 짬뽕을 먹고 집에 오는길. 또 한 정거장 앞에서 내려 걷는다. (어제 걸은 건 100원때문만은 아니었어, 라고 스스로에게 항거하는 듯한? ㅎㅎ 하지만 100원이 없으니 내적 갈등은 더 심해진다.) 걸으면 또 걷는만큼 좋다. 하루의 만남, 대화, 사건들을 정리하고, 오늘 본 영화, 책들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이 시간을 하루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야지. 라고 생각하는 건, 역시 걸을 때뿐이다. 지하철을 타고 한정거장 앞을 지날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으음, 그냥 집으로 들어가는 게 낫지 않을까, 라고 늘 생각하게 되는, 나의 걷기는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런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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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8-10-04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근의 시작 -_ㅠ

네꼬 2008-10-04 19:08   좋아요 0 | URL
쯧쯔.. 직장인의 비애지...

라고 말하지만 나도 곧 시작. 젠장. ㅠㅜ

웽스북스 2008-10-04 20:20   좋아요 0 | URL
낮에 이거보고 놀려주려고 문자보내려다가 꾹 참았어요. ㅋㅋㅋ
(맨날 야근하는 주제에 누굴 놀리냐)

네꼬 2008-10-04 20:49   좋아요 0 | URL
어우.. 우리 되게 슬프다. T.T

웽스북스 2008-10-04 23:08   좋아요 0 | URL
으흑 ㅜㅜ 이제 하루남았어요

마늘빵 2008-10-05 09:38   좋아요 0 | URL
흙 -_ㅠ

네꼬 2008-10-04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어제 하루종일 약에 취해 있었어요.

써놓고 보니 어딘가 불온(!)한 듯한 문장이잖아. 음하하하. 감기약 먹었다구. -_-;;
진짜로, 먹고 자고 먹고 자고 그랬어요. 이러다 밤에 잠이 안 오면 어떡하지 걱정했는데
하하하하하..... 부끄럽게도 11시 전에 잠들었다오.

오늘은 몇가지 밀린 일을 좀 보았고, 부랴부랴 페이퍼를 썼어요. 내일은 온종일 책을 읽을까 해요. 웬디양님은 내일 뭐 하세요?

웽스북스 2008-10-04 20:22   좋아요 0 | URL
으하하하 약고양이 헤롱네꼬. ㅋㅋㅋ
밤에 잠 안오면 어쩌지, 이런 부질없는 걱정은 또 왜하신 거에요 ㅎㅎㅎ

오늘이 죙일 집에서 책보기놀이 모드였는데요
보고있는 책에 막 과학 얘기가 나와서 보다가 졸다가 보다가 졸다가
그래도 밤에 잠 안오면 어쩌지, 이런 걱정은 안해요.
이러고 밤에 또 졸리면 어쩌지. 뭐 이런 걱정? ㅎㅎㅎ

내일은 엄마랑 고고70 보러가려고요. 고고!

블리 2008-10-04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주중에 너무 피곤해서 나도 연휴엔 뒹굴거릴 예정이었는데
급수정하여 어제 헤이리 다녀왔지~ 사람 많은 헤이리는 익숙하지 않았지만
관찰자 놀이 하며 느릿느릿 돌아다니는 것도 재밌더라.
랭보 시 낭독하는 거 보고 웃겨서 역시 시 낭독은 니나란 생각도 하고.
그런데 기독교 영화제 가본다는게 깜빡했다;; 좀 전에 [아름다운 동행]보고
생각났어. ㅠㅠ 오늘까지 였지? [신이 찾은 아이들] 보고팠는데...

웽스북스 2008-10-04 23:09   좋아요 0 | URL
후훗 언뉘 저 신이찾은아이들 봤어요 ㅎㅎ

헤이리 다녀왔구나. 이제 완벽 완공 됐어요?
관찰자 놀이하며 다니는 건, 역시나 블리언니다워요 ㅎ

뒹굴거리니까 완전 좋아요 헤헷

향편 2008-10-05 02:1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나도 뒹굴러서 종로 결혼식 갔다 김훈 강연회도 가고 블라 찍고 친구네 집에 가서 와인 마시고 집에 왔더니 하루가 다 갔네요^^ 뒹굴 뒹굴 서울 한 바퀴~

웽스북스 2008-10-05 14:06   좋아요 0 | URL
뭐야 이런 부지런쟁이는 뒹굴 이라는 단어를 쓸 자격이 없어요 ㅎㅎ

순오기 2008-10-05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휴엔 뒹굴모드로 책 읽는게 가장 좋지요~ 아닌가?ㅎㅎ

웽스북스 2008-10-05 14:06   좋아요 0 | URL
헤헤헷 전 드라마봤어요
 


회사를 좋아하는 사람이 뭐 얼마나 있겠냐마는, 그나마 좋았던 것중 하나가 나름 자유로운 규정과 사소한 배려같은 것들이었다. 일례로, 우리는 교통비를 교통카드에 찍힌 금액을 전액 지원해줬었는데 (잘 읽으시길, 과거형이다) 그게 일정금액 일괄 지급으로 바뀌었다. 집이 가까운 사람들은 몇만원 이익을 보는 경우도 있고, 집이 먼, 수원이나 인천 등등에 사는 사람들은 2-3만원 정도는 손해일 수도 있는 금액. 나는 요즘엔 좀 여기저기 많이 놀러다녀서 지급되는 금액 이상의 금액이 계속 찍혔지만, 평소에는 딱 그 금액 정도 나오기 때문에 빨간버스좀 안타고 좀 덜 돌아다니고 하면 모자란 금액은 아니다.

회사에서는 형평성을 이유로 많이 받던 사람은 많이 받고, 적게 받던 사람은 적게 받았던 제도를 바꿔 일괄 지급하겠다, 라고 얘기하지만, 형평성이 뭔가에 대해서는 글쎄, 한번 같이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형평성이란 같은 금액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 차비 걱정 없이 회사를 다닐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기 때문이다. 방배사는 누구는 차비지원 받고 어머 4만원이나 남네, 하며 기뻐하고, 인천사는 누구는 죽도록 아껴도 2만원 손해보는 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형평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거다. 방배사는 이과장님도, 인천사는 라대리님도, 적어도 일단 대중교통은 걱정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돕는 것, 이게 내게는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는 복지였달까.

게다가 운동, 어학 뿐만 아니라, 본인이 수강증만 가져가면 어떤 강의든 60%를 지원해주던 것도 일괄 모회사가 만든 (아무도 안쓸 것 같은) 카드에 현금으로 적립해준단다. 한도액은 2만원이나 줄었다 ;;

사실 금액으로 따지면 그렇다. 나야, 차비도 좀 아끼고 하면 어느 정도는 남을테고, 교육비 지원은 어차피 매달 받지도 못했던 데다가 (혜택을 받을 겨를이 없었달까...) 60% 지원이니 8-9만원 정도 하는 학원 끊으면 5-6만원만 지원을 받고 있었으니 어찌보면 더 잘된 건지도 모른다. 적립된 금액으로 커피도 사먹을 수 있고, 교보나 예스에서는 책도 살 수 있더라. 모 백화점에서도 쓸수있고 어쩌고하니, 그래 아무리 계산해봐도 좀 더 받을 것 같긴 하다.

그래도 이젠 차비앞에서, 교육비 앞에서 어쩐지 쩔쩔 매게 될 것 같다고 생각하니 (고정액 지급은 아무래도 급여의 개념으로 여겨질 수 밖에 없다) 괜히 서운하기도 하고. 실은 그보다 더 불쾌했던 건, 자꾸만 자기네 방식으로 우리를 바꿔나가려고 하는 모회사의 대응방식이기도 하다. 회사가 인수되고, 급여인상률을 그룹사 방침으로 적용하고 (이봐, 우린 초봉이 다르지 않은가!! -_- 나같은 경우는 인상폭이 많게 잡으면 예년 인상률에 비해 1/4 정도까지 낮아진 셈이다.) 자꾸만 깐깐하게 죄려는 것 같아서, 매우, 심히, 답답하다. 허울 외엔 남는게 없달까...

'집 가까운 것도 경쟁력인거죠? (요즘 이 생각 많이한다. 아침 출근시간에도) 저는 한정거장 앞에서 내리면 차비가 100원 덜나오던데. 하루에 100원씩이라도 아껴야겠어요' 라며 팀원들끼리 툴툴거리다가 퇴근을 했다. 하지만, 말이야 이렇게 했지만, 정작 한정거장 앞에서 내린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사실 이 내적갈등은 일주일에 두번쯤은 하는 거다. 물론 실행한 적은 최근에는 없다. 역시나 역이 다가오니 내적 갈등이 심해진다. 마음의 위원회가 열린다.

내릴까? 아, 고작 100원 때문에 30분을 걸어? 그래, 그냥 일찍 들어가서 쉬자. 아니야, 그래도, 이건 나름 저항의 의미도 있는 거야. (혼자서 -_-) 점심 저녁 많이 먹은 것도 생각해봐. 충분히 걸어도 좋을 거리야. 운동한다고 생각하자. 아, 그래도 귀찮은데? 지금 들어가면 30분이나 더 쉴 수 있잖아. 으흠, 으흠...

그래도 확실히 100원을 아낄 수 있다는 건 동기부여가 되는 것 같았다. 고민을 하다가 결국 스윽 내렸다. 몰라몰라. 그래도 100원 아끼니 된 거야. 라고 말하며 교통카드를 찍고 나오는데, 삑. 하는 소리와 함께 나온 액정을 보니. 100원이 싼 게 아니었다. ㅜㅜ 지하철 값 오르면서 다시 금액이 책정된 모양인데, 우리 집 쪽 지하철역과 같은 가격이다. 이런 뭥미한.  하도 오래동안 내적 갈등에서 승리한 적이 없어서 미처 몰랐던 거다. 이런, 동기가 사라져버렸다. 겸사겸사 살도 좀 빼보려고 했는데 말이다. ;; 100원에 이리 궁상을 떨다니. 후후훗. (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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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10-03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같으면 아무리 그래도 100원 아끼자고 30분 걷는거 고민도 안합니다. 제가 좀 부자예요. ㅎㅎ
저희도 월급체계에 교통비가 그냥 정액으로 들어가 있으니 그걸 그냥 월급이라고 생각하지 교통비라고 생각은 안들더라구요. 복지정책의 경우 정말 얼만큼의 액수냐 하는 것도 당연히 문제가 되지만 그 내용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가느냐 하는 면도 고려되어야 할텐데 점점 그런 마인드가 없어지는 것 같아요.

웽스북스 2008-10-03 00:51   좋아요 0 | URL
ㅎㅎ 제가 원래 좀 사소한데 궁상을 잘 떨어요. 택시비 3000원 아끼려다가 빗길에 30분동안 걷고 20분 버스 기다린적도 있어요. ㅎㅎㅎㅎㅎ 제가 생각해도 너무 어이가 없어요. 이래서 또 디게 아끼고 사는 것 같지만 의외로 큰 구멍들은 숭텅숭텅 뚫리고 그래요. 어휴. 쓰고보니 슬프다.

아무래도 정액으로 들어간 교통비는 그럴 수 밖에 없을 것 같아요. 이젠 차비아끼기 놀이를 해보려고요. ㅎㅎㅎ

동녘 2008-10-03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하차시 카드를 한정거 전에서 찍고 내릴 정류장에서 내리면 100원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웽스북스 2008-10-03 12:15   좋아요 0 | URL
하하핫 지하철이라는 ㅜㅜ

2008-10-03 1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04 12: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8-10-04 2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상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감각의 문제라고 봐요. "교통비를 지원해준다니, 웬디양님네 회사 좋으네. 일괄로 주든 어떻게 주든 주는 게 어디야"라고 생각했다가 아아 이 얼마나 패배의식이냐(훌쩍) 하는 마음에 그만 무너졌어요.

우리 회사는 점심 식권이 나와서 그걸로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요, 그 식당들이 모두 담합이라도 한 듯이 맛이 없어요. (으아아악) 개중엔 맛난 식당도 있긴 한데 거긴 식권이 안 됨. 그 식당에도 식권 오픈해달라고 총무 이사님한테 몇번 징징거리면서 이것도 약간 궁상이라고 생각했답니다. -.- 암튼 어딜 가시든 그 백 원 내가 줄 테니깐 걷지 말아요!

웽스북스 2008-10-04 23:16   좋아요 0 | URL
점심식권이 나온다니. 아아 그게 어디냐, 하다가 저도 그만 무너지고 ㅜㅜ

네꼬님 식권식당 말고 내 생돈을 다 내고 먹는 식당도 너무 맛이 없어요. 뭐든 매일 먹으면 지겹고 맛없는 것 같아요 ㅠㅠ

있죠, 저는 저녁 식대가 6000원 나오던 시절에, 6000원으로는 먹을 밥이 없다고, 7000원으로 늘려달라고 징징거렸던 과거가 있어요. (그래서 올라가긴 했지만 -_-v) 이정도면 퀸오브 궁상 아니겠어요 ㅋㅋㅋ
 



얼마전부터 인터팍에서 알라딘으로 책사는 곳을 옮기시고는
최근에 실버가 되셨다며 기뻐하시던 과장님
내가 요즘 옷을 못사서 그래...라고 하시며... 책사는데 한참 재미 들리셔서
같이 막 골라드리고 했었다...

며칠전, 과장님께
과장님, 이 책 완전 재밌을 것 같아요, 라며
마냐님 서재에서 본 '직장으로 간 싸이코패스'를 추천했고,
나의 놀라운 영업에 (실은 마냐님의 놀라운 뽐뿌질 서평에)
과장님은 그 책을 바로 구입하셨다
나는 과장님께 막 땡스투 제도도 알려드리며 신나하고. ㅎㅎㅎ
알라딘은 웹2.0 소셜 쇼핑을 제대로 도입한 매우 드문 케이스에요, 막 이래가면서.
이유도 없는 뿌듯함을 느끼고...

주문을 마치고...
아아, 얼른 책이 왔으면 좋겠어...라며 과장님은 기대기대하시고
나는 책이 오던날, 구경시켜달라며 과장님 자리로 갔는데
표정이 울상이다...

지저분한 책이 왔어, 어떡할까.



나는 자신있게. (알라딘 완소모드의 표정으로)
과장님, 그런 건 다 바꿔줘요. 바꾸세요. 알라딘 반품/교환 시스템도 나름 잘돼있어서, 가져가면서 새책 갖다주고 그래요. 걱정 마시고 그냥 교환신청하세요.

책을 얼른 읽고 싶은 마음과 깨끗한 책을 읽고 싶은 마음에서,
그래도 한두푼 하는 책도 아니고 하니, 깨끗한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의 손을 들어주고
나는 반품 처리까지 도와드렸다.

그런데, 창고에 남아있는 책이 없어 출판사까지 가서 가져와야 한다며
알라딘은 일단 과장님의 책을 가져간 채 출고를 기다려줄 것을 요청했다.
어쩔 수 없지, 책이 없다는데. 과장님은 꽤 긴 시간을 기다렸고,
드디어 오늘, 책이 왔다


간식을 사러 나가다가 택배아저씨를 보고
어, 과장님 책 왔겠다, 라고 생각하고는 들어오자마자 과장님 자리로 가서
과장님, 책왔지요, 라고 물어보는데,
과장님은 좀 화난 얼굴로 알라딘 고객 센터에 무언가를 막 쓰고 있었다

있지, 나 지난 번 내가 반품했던 그 책이 그대로 왔어.
네에?
여기 뒤쪽에 책 닳아있는 모양이 하도 희한해서 내가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 책이 그대로왔어.

과장님은 그 부분에 대한 클레임을 장문으로 남겼고,
잠시 후 답변은 더 이상 바꿔줄 책이 없으니 반품 처리해드리겠다는 것이었다.
보고 싶은 책을 일주일 가까이 기다려서 받으신 과장님이
결국 그 책을 반품하게 됐으니 얼마나 어이없을까. 


과장님은 책을 바로 박스포장하고는
'ㅇㅈㅎ' '재재반송'이라는 글자를 써놓고
바로 교보문고 회원으로 가입하셨다. 

(알라딘 대변인 모드로) 그래도 한권 무료배송은 알라딘밖에 없는데
(단호하게) 인터파크도 되긴 했어. 이제 알라딘에서 사지 말까봐.

사실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옆에서 다른 과장님은, 어머 예스에서 사시지 예스 좋은데...라고 하시고...
(사실 온라인 서점들간의 눈에 띄는 차별화된 메리트를 찾기가 좀 어렵긴 하다
다만 예스는 그들이기에 가능한 규모의 경제가 좀 있겠지만..)


고객이란 참 냉정하다.
특히 나처럼 여기서 발붙이고 있는 왠만한 실수정도는 넘어가는 고객도 아니고..
(심지어 파본도 그냥 본적 있는 -_-)

그런데 사실 그 냉정이 발휘되는 순간은,
실수보다는 정직하지 못하거나, 성의가 없다고 여겨지는 순간인 것 같다.

만약 알라딘에서 그 책이 재고가 남아있지 않다고, 그 책을 다시 받으시겠느냐고,
환불 처리 하시겠느냐고, 한 번만 묻는 과정을 거쳤더라면,  
이제 막 실버가 되고 좋아하시던 과장님께서 그렇게까지 불쾌해하셨을까.
그랬을 것 같지는 않다.
그 책은 다른 곳에서 사더라도, 적어도 알라딘을 버리지는 않았겠지...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실수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실수를 넘어선 무성의함이 가져오는 결과는 의외로 작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나도 이 책을 주문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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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1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02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8-10-02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군요. 전 오늘 중고샵에서 주문한 최상품 책이 어마어마한 낙서와 밥풀딱지에 싸여서 왔길래 반품 신청했어요.ㅡ.ㅡ;;;

개인주의 2008-10-02 20:16   좋아요 0 | URL
저도 최상품 책에서 어마어마한 색연필 밑줄과 어우러진댓글? 인지 감상문인지를 본 적 있어요ㅡㅡ;; 좀 찢어지는건 양반.. 밥풀이라 책과 함께할 간식..?

웽스북스 2008-10-02 23:20   좋아요 0 | URL
어이쿠, 그랬군요
사실 중고샵은 참 판매자들의 양심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더라고요...

등급별로 돈을 주니 그냥 거짓말로 등급을 매기고 파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예전에 그렇게 받아서 반품한적 있었어요. 참 안타까운 일이죠 ;; (저도 밑줄긋고 댓글쓰고 하는데 그래서 꼭 중고샵 팔때 최상을 못매겨요 ㅎㅎ)

마냐 2008-10-02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갑자기 제가 뭔 도의적 책임을 느끼는 건, 넘 알라딘 직원스러운 '오버'라고 해야할까요...이런이런. -,.-

웽스북스 2008-10-02 23:20   좋아요 0 | URL
하하하 마냐님 귀여워요
그런데 마냐님께 눌렀던 땡스투도 이런 경우엔 빠지나요? 궁금하네..ㅎ

사과나무 2008-10-02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국방부 추천도서 이벤트", "우석훈 인터뷰" 뭐 이런 거 하는 덴 알라딘밖에 없을텐데

웽스북스 2008-10-02 23:21   좋아요 0 | URL
넹 그래서 여전히 알라딘 열구매모드 ㅎㅎㅎ

클리오 2008-10-02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책을 그대로 보냈다는건 아무리 알라딘에 애정깊은 사람이 보더라도, 불매운동 감이라구요.. 제게 그런 일이 있었더라도 허걱, 많이 기분나쁠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정도를 훨씬 넘어선네요..

웽스북스 2008-10-02 23:22   좋아요 0 | URL
그렇긴 하죠... 악의가 있어서 그랬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작은 것들에도 많이 신경을 써줬으면 하는 안타까움이 스믈스믈

털짱 2008-10-02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대한 무분별한 서재주인장들의 애정을 끝없이 시험해보는 이 담대함은 어디서 오는 것인지....

웽스북스 2008-10-02 23:22   좋아요 0 | URL
무분별한 애정... 아 완전 와닿아요 ㅋㅋㅋㅋㅋㅋ

바람돌이 2008-10-03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아니예요. 가끔 알라딘 배송에서 이런 결정적인 실수를 하는 때가 있는데 이거 너무 안타까워요. 알라딘 배송팀 직원들 월급 올려주고 근무환경 개선해줘야 하는거 아닌지??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건 거의 노동환경의 열악에 기원하는 경우가 대부분 아닌가요?

웽스북스 2008-10-03 00:52   좋아요 0 | URL
흐흣 역시 접근이 다른 바람돌이님. 매우 합리적인 결론이에요! 배송팀 근무환경 개선해주세요 알라딘!!!!
 


그러니까 어제
20대의 마지막 9월의 마지막날. (의미부여 짱!)



태어나서 처음으로
잘 모르는 회사 부장님께
엘레베이터에서...








'결혼하셨어요?' 라는 소리 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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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10-01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모르는 회사 부장님이 총각이나 유부남이냐에 따라 저기 저 개념상실 망각성 발언인 "결혼하셨어요?"는 해석할 수 있는 방법이 갈리게 될지도 모릅니다.....만.........

웽스북스 2008-10-01 12:46   좋아요 0 | URL
유부남이죠 -_- 엘레베이터에서 할 말 없어서 한말일텐데. 아무리 그래도.

Mephistopheles 2008-10-01 12:47   좋아요 0 | URL
그리고 그 다음 멘트가 좀 중요할텐데...거기까지 생각못한다면 아예 말 자체를 꺼내지 않는게 좋을텐데...^^(뭐 예를 들자면 결혼하셨어요..질문에 쌩한 표정으로 아니오..하면 아니 이렇게 멋지고 매력적이신 분이 어쩌고 저쩌고...뻔한 거짓말이지만 상대기분 좋게는 해줘야...)

웽스북스 2008-10-01 12:53   좋아요 0 | URL
아 그게요...
제가 그 질문 자체에 너무 충격을 받아서...

뒤 얘기는 하실 겨를이 없었어요
어머어머, 저 태어나서 그런 소리 처음 들어요, 부터 시작해서..

Mephistopheles 2008-10-01 13:12   좋아요 0 | URL
(토닥토닥) 걱정하지 마세요..앞으로 자주 듣게 되실 껍니다.=3=3=3=3=3=3

웽스북스 2008-10-01 21:27   좋아요 0 | URL
흥. 얄밉지만. 반가워서 용서해드립니다 ^-^

푸하 2008-10-01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장님이 좀 나이가 있으셔서 '남친이 있느냐?'라는 질문이 그렇게 나온 거 같아요.

일상적인 인사는 아니니 분명 뭔가 따라나오는 이야기들이 있을 거 같은데...
'우리 부서에 괜찮은 남자가 있다든지...' 그런 이야기요. 어쨌든 웬디양 님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작용하여 나온 말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웽스북스 2008-10-01 21:28   좋아요 0 | URL
그럴리가 없잖아요 푸하님...하하하...ㅋㅋㅋ

무스탕 2008-10-01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나~ 사람을 어찌보고!!
저한테 중학생 아들이 있다고 하면 많이들 놀라는 반응을 오늘 웬디양님께서 보이셨겠군요 ^ㅠ^ =3=3=3

웽스북스 2008-10-01 21:28   좋아요 0 | URL
아, 무스탕님, 그러니까 지금, 동안이라고 자랑하신거죠 어후 너무해.

마늘빵 2008-10-01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요새 살 쪘어요? =333

웽스북스 2008-10-01 21:29   좋아요 0 | URL
헉, 아프님, 거기까지 소문났어요? ㅜㅜ
(아프님은 안들어봤어요?)

turnleft 2008-10-02 0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 신입들이 저를 당연히 결혼했을 거라고 생각하고 아예 물어보지도 않더군요 ㅠ_ㅠ

웽스북스 2008-10-02 23:22   좋아요 0 | URL
어머머머 왜요 동안이던데~

차좋아 2008-10-02 0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삼촌이라고 오해를...우하하하!!(퍽!!)

웽스북스 2008-10-02 23:23   좋아요 0 | URL
아하핫 무슨말인가 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낮에본 글을 지금 알아듣다니 하하하

이런~ 퍽!

에링 2008-10-02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결혼하셨구나?

웽스북스 2008-10-02 23:24   좋아요 0 | URL
하하하. 결혼하고 그런소리 들었음 안억울하죠

털짱 2008-10-02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이제 시작입니다....ㅋㅋㅋㅋ

웽스북스 2008-10-02 23:25   좋아요 0 | URL
음, 실은요
뭔가 다른 라운드가 시작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팀원들과 자분자분 매화수 두병을 비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서 내린 시간은 12시를 조금 넘어 있었다.

띡띡띡.... 교통카드 에러메시지
다시 찍으려고 대는 순간........

아... 10월이다, 10월이다... 자자... 200원만 띡 찍혀도 놀라지 말자....
마음을 다잡고 띡! 200원. 10월이구나..





집에 와 미니홈피 투데이 히스토리를 누르니
오홀, 지난 6년간 꼬박꼬박 일기를 썼다.
(라고 생각했는데 옮기면서 보니 2005년이 빠져있었다. 옮긴게 아까워 그냥 올린다)

지난 6년간, 나의 10월의 시작은 이랬구나. ㅎㅎ

>> 접힌 부분 펼치기 >>


 
싸이월드를 여전히 사랑하는 이유중 하나.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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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8-10-01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붕어빵과 식염수를 먹어보아야겠네용...ㅎㅎ ㅋㅋㅋ

웽스북스 2008-10-01 01:11   좋아요 0 | URL
필통에 싸서드세요 ㅋㅋㅋ

라주미힌 2008-10-01 01:12   좋아요 0 | URL
쇼핑백에 담아서 먹기엔 좀 부담스러웠는데... 필통은 좀 작아서 다행..ㅡ..ㅡ;

웽스북스 2008-10-01 01:28   좋아요 0 | URL
아... 쇼핑백은 찢어서 식염수에 담가서 흐물흐물하게 만든다음에 먹어야죠. 월남쌈처럼..... 바삭한 맛도 같이 느끼고 싶으면 샤프심 넣어도 먹을만해요. ㅎㅎㅎ

라주미힌 2008-10-01 01:39   좋아요 0 | URL
재료 그대로의 맛을 살리는 것을 좋아해서.. 미처 그 생각을 ;;;
역시 손맛이라더니....

웽스북스 2008-10-01 02:05   좋아요 0 | URL
아... 난또..ㅎㅎ
원재료맛 살리는데는 필통만한게 없죠. 대신 핸드메이드 제품에 지퍼보다는 부드러운 찍찍이가 달린 녀석을 고르는 게 붕어빵 특유의 향미를 잘 살려줄 거에요. ㅎㅎㅎ (향이 강한 똑딱이 단추 달린 녀석이나 철필통은 붕어빵의 맛을 덮어버리니 삼가시고요..ㅎㅎ)

가시장미 2008-10-01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정말 착실하게 일기를 쓰시는 편이셨군요. 해가 지날 수록 성숙해지는 웬디양의 모습이 느껴지는 글들인 것 같네요. ^^ 그나저나 물가도 오르고 세금도 오를예정이고- 부자를 위한 정치는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서민들만 뼈골빠찌게 생겼네요. -_ㅠ

웽스북스 2008-10-01 12:21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그래도 둘이 함께하시니 좀 더 힘이 나지 않겠어요. ^_^
닭살쟁이 장미님. 저 맨날 가서 보고는 심통나서 그냥 오고 막 그래요 ㅋㅋㅋ

2008-10-01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0-01 1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현 2008-10-01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귀여운 웬디~

웽스북스 2008-10-01 12:03   좋아요 0 | URL
우리 민최선양도 태어나기만 해봐라, 내가 이렇게 이뻐해줘야지. ㅋ

니나 2008-10-05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난 그때 델리스파이스 공연 본거같기도 하고 ㅋㅋ ㅎㅎ

웽스북스 2008-10-05 15:25   좋아요 0 | URL
어웅 니나다. 어웅. 나 요즘 네이트온 로그인하는 것도 까먹잖어

2008-10-08 1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웽스북스 2008-10-09 02:04   좋아요 0 | URL
어이쿠, 그거, 꼭 지금보다 스무살 적어야 하는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