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들과 자분자분 매화수 두병을 비우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하철에서 내린 시간은 12시를 조금 넘어 있었다.
띡띡띡.... 교통카드 에러메시지
다시 찍으려고 대는 순간........
아... 10월이다, 10월이다... 자자... 200원만 띡 찍혀도 놀라지 말자....
마음을 다잡고 띡! 200원. 10월이구나..
집에 와 미니홈피 투데이 히스토리를 누르니
오홀, 지난 6년간 꼬박꼬박 일기를 썼다.
(라고 생각했는데 옮기면서 보니 2005년이 빠져있었다. 옮긴게 아까워 그냥 올린다)
지난 6년간, 나의 10월의 시작은 이랬구나. ㅎㅎ
>> 접힌 부분 펼치기 >>
6년간 10월 1일
(파란 괄호는 오늘 첨삭한 부분)
2002년 10월 1일 (웬디 나이 23세)
오늘.. 10월의 첫강의 시작하는 날~
여전히 늦은 웬디양..
요즘은 아침이 어찌나 괴로운지.. 쩌비..
알씨 마치고, 엘씨 마치고
옆에 앉았던 여자에게 노트 빌려주고
짜장면 사먹고.. 도서관 가고..
집에 와서 기사 업데이트하고..
예선이랑 놀고 방 치우고..
오늘은 꽤나 단조로웠던 하루네..^^
MONEY
짜장면 1500원
닭꼬치 + 붕어빵 + 오뎅 3000원
식염수 700원
필통 2000원
엽서 200원
2% 700원
카푸치노 600원
샤프심 300원
쇼핑백 1500원
(다이어리에 가계부도 쓰던 시절...단조로운 하루인데 뭘 이렇게 많이 먹었냐 -_-)
2003년 10월 1일 (웬디 나이 24세)
한판만.. 한판만.. 하다가
4시가 되버렸다
정말 무서운 스파이더카드놀이
눈이 아파서 더 못하겠다
아.. 괴로워
내일 시험 모레 서평
근데 난 왜이러냐구요
서재 말마따나 이게 나다운거 맞는데,
으으. 내가 싫어지려고 그래
(이건 새벽에 썼던 거구)
2
가장 잘하고 싶은 과목이었는데
대학교 와서 본 전산 나부랭이 시험들을 제외하고는
가장 최악의 시험으로 만들어버렸다
그 슬픔을 델리스파이스 콘서트로 승화시키려 했는데
숨 안차게 뛰고
팔 안아프게 흔들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 순간
콘서트가 띡 끝나버렸다
그리고 그 아픔은 아직 승화가 되지 않았음이다 ㅠㅠ
아.. 우울해..
시험을 너무 못봐서
선생님 뵙기가 부끄러울 정도..
아.. 정말 어떡해...ㅠ.ㅠ
어쨌든, 나의 마지막 축제는
이렇게 우울함으로 시작되었다.
(이건 그날 밤에 하나 더쓴거....ㅎㅎㅎ 원인과 결과 같잖아 마치. ㅎㅎ)
2004년 10월 1일 (웬디 나이 25세)
1
나는 매일같이 망치면서
왜 극구 내 손으로 앞머리를 자르고야 마는지
콧등에 닿는 앞머리가 싫어서
샤샤샥 잘라버렸는데
오늘도 여지없이 망쳤다
2
10월이다
새까만 저 일기장의 숫자들을 보며
나는 나의 10월을 어떻게 하얗게 만들까
잠시 생각에 빠진다
아무래도 아르바이트를 하나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귀찮다
↑
참 오랫만이다 저말
3
달력을 넘겨야 한다는 것을 잊고 있었네
9월 달력 넘긴 게 엊그제 같은데
(9월 달력은 10일 넘게 지나서 넘겼지)
지랄스런 야한 핑크 대신 (이때 한창 아일랜드 볼때 ㅎㅎ)
가랑잎 주황색이 숫자를 안고 있네
한달동안 잘지내자 가랑잎 주황아
4
쿨하게 일찍 자려고 했는데
12시에 온가족이 치킨 한마리를
사이좋게 야곰야곰 나눠먹었다
아빠는 컴퓨터에 엄마는 TV에
2시가 다되도록 잠 안자는 우리집
내일은 다같이 부은 얼굴로 굿모닝!
5
혹시나 하는 맘으로 검색해봤습니다
좋은 드라마를 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실은 요즘 P도시의 연인이나 F집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저도 드라마작가를 할 수 있겠다는
자만감에 사로잡혔었는데요,
역시 내공을 쌓아야함을, 아일랜드를 보며 느낍니다
다시한 번 아일랜드를 써주셔서
정말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시청자들의 말에 절대 넘어가지 마시고
(그럴 리 없겠지만)
끝까지 인작가님의 드라마를 써주세요
저는 제가 원하는 결말이 궁금한 게 아니라
작가님의 결말이 궁금해요 ^^
-작가님께서 궁금해 하신
그 코드가 맞는다는 사람들 중 한명이 ^^
▲ 연예인 홈페이지 방명록에 글 한번 남겨본 적 없는데
중학교 때 박형준 이후로 연예인한테 팬레터 한번 쓴적 없는데
어제 내 손으로 검색해 찾아가
아무것도 없는 홈 방명록에 부끄럽게 글을 남기고 왔다
아- 그러고보니 번지점프의 고은님 작가
다음 팬클럽에 가입한 이후 두번째구나
6
내가 얼마전에 혼자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던
감정 선택 부분이 늘어났다
13개 일 때는 표현할 수 없던 감정이
28개가 되니 대강 맞는 게 하나쯤 있구나
아- 단순한 사람의 인생살이여, 감정이여
말 옆에 나오는 아이콘이 궁금해
하나씩 클릭해보면서 뭐야- 안맞네 하다가
쓸쓸 보고 푸하하핫 웃어버렸다
예전엔 긍정적인 말이 3개밖에 없어 불만인데
긍정적인 단어들이 많이 생겼다
(싸이월드 투데이 감정을 얘기하는 걸거다 아마. ㅎㅎ)
7
그냥 일곱개 채우려고 써봤음
6보다 7이 낫다는 편견을 버리라고?
뷁!
2006년 10월 1일 (웬디 나이 27세)
시월,이라는 말을 보고
갑자기 눈물이 핑 도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10월 이라고만 써 있어도
그렇지 않았을텐데
시월, 시월
시월이라는 말은 참 슬프게 생겼다
(ㅎㅎㅎ 이게 요즘 유행하는 허세인가 근데 시월이라는 글자는,
지금봐도 참 처량하게 생겼다 애가)
2007년 10월 1일 (웬디 나이 28세)
실회식,
그러니까 13명의 실원들이 함께 모였다
실이 12층으로 올라온 후에는
도무지 이런 시간들이 많지 않았고,
사실 팀간의 관계도 점점 소원해지고 있었다
회식,
은 일종의 안심하고자하는 마음,
같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옆방에서 굵직한 남자 목소리들이
끊임없이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를 외쳐대는 소리를 들으며
그들은 뭘 그렇게 위하고 싶었던 걸까
회사의 발전? 우리의 하나됨? 4분기 매출달성?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내 마음에 가장 간절했을 것은
얼른 이 시간이 끝나 집에서 편안하게 쉬는 것이었을 듯 하다
끊임없이 외쳐대던 그들의 위하여,는
그들을 한목소리로 만들어주었을런지는 모르지만
한마음으로 만들어주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그 위하여,를 비웃으면서도 따라해 보겠다던
우리 실원들의 목적 없는 위하여,는
정작 우리 실 앞의 문제를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을 것이다
목적 없이 네번이나 일렁여야 했던 술잔의 파도 또한 그렇다
다만
우리 이렇게 친하게 한 목소리로,
함께 웃으며 위하여,를 외쳤다는 것-
이렇게 하나되어 술잔으로 파도타기를 했다는 것-은
자신을 바라보는 선배의 따가운 눈총, 혹은
요즘 반항적인 것만 같은 후배의 태도,를
잠시 마약처럼 잊게 만들어주고
역시 그게 아니었다며,
잠깐 마음의 안도감을 꾀하는 수단,에 그칠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나는
이런 회식이 정말 반갑지 않다
회식은 모름지기,
자분자분, 조용한 곳에서, 오손도손, 진솔하게
(그래서 오늘은 그런 회식을 했다. ㅎㅎㅎ)
|
<< 펼친 부분 접기 <<
싸이월드를 여전히 사랑하는 이유중 하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