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연휴의 목표는 무조건 잘 쉬자. ㅎㅎ 약속도 안잡고 집근처만 빙빙 돌겠노라, 라고 생각하고 어제는 엄마랑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었는데, 자고 있는 동안 I 에게 전화가 왔다. 가겠다는 사람이 별로 없어 파토,인 줄 알았던 기독교 영화제. 하하. 내가 이 모임 사람들한테 참 약하구나. 그리고 엄마와의 약속은 참 만만하게 생각하는구나. -_- 원래는 늘 선약 우선주의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이런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죄송해요 오마닝) 영화보기로 한 약속은 일요일로 미루고 기독교영화제를 보러 가기로 했다. 장소는 정동시네마. 오전에 약속을 잡자마자, 얼른 준비하고 나가서 좀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다가 영화를 보러 가야지. 라고 결심을 했으나, 집에서 너무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버리는 바람에, 정작 시청역에 도착했을 때 내게 주어진 여유는 고작 한시간.
일단 덕수궁길에서 이어지는 정동길을 쭉 걸었다. 한쪽에서는 시위를. 또 다른 한쪽에서는 축제를. 나는 시위의 마음도 축제의 마음도 되지 못한채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길을 걷다가, 카페를 찾아 들어가기로 한다. (원래는 커피스트로 가려했으나, 시간이 너무나 애매해서 ㅜㅜ) 극장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카페라는 이름 붙이기가 참 민망한 커피숍. 4,50대 남녀 한커플과 5,60대 아주머니들이 자리잡고 있는 곳 한 구석에 자리를 잡는다. 그 커피숍에 들어간 단 한가지 이유는, 조용할 것 같아서. 걸어오며 지나쳐온 세련되보이는 카페는 손님이 너무 많았다. 그 곳에서 흘러나오는 흘러간 노래를 50대 아저씨와 같이 흥얼거려보는 것도 참 새로운 경험이다. 커피도 맛없고 토스트도 그저 그렇고 앞에서는 무슨 공연이 시작되어, 음악은 이중으로 흘러나오고 정신은 없고 책은 안읽히고. ㅎㅎ 이런 뽀송뽀송한 오후를 이렇게 눅진하게 보내기도 쉽지 않겠다 싶다. ㅎㅎ
영화를 보고, 홍합이 그득한 홍합 짬뽕을 먹고 집에 오는길. 또 한 정거장 앞에서 내려 걷는다. (어제 걸은 건 100원때문만은 아니었어, 라고 스스로에게 항거하는 듯한? ㅎㅎ 하지만 100원이 없으니 내적 갈등은 더 심해진다.) 걸으면 또 걷는만큼 좋다. 하루의 만남, 대화, 사건들을 정리하고, 오늘 본 영화, 책들에 대해 좀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이 시간을 하루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으로 만들어야지. 라고 생각하는 건, 역시 걸을 때뿐이다. 지하철을 타고 한정거장 앞을 지날 때는 언제 그랬냐는 듯, 으음, 그냥 집으로 들어가는 게 낫지 않을까, 라고 늘 생각하게 되는, 나의 걷기는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런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