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살다 - 삶에서 소설을 소설에서 삶을
이승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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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뒷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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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 Black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정의 질곡은 있지만 과도한 느낌에 다소 불편. 아무래도 인도영화랑은 잘 안맞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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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9-05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도하게 사용된 음악이 제일 마음에 걸렸다. 마치 공포영화의 사운드처럼 너무 의도된듯 시의적절한 음악들. 그리고 불가능이라는 거, 가르치지 않으면 평생 모르게 되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다락방 2009-09-06 17:37   좋아요 0 | URL
정말 웬디양님. 저랑 똑같은 별점,똑같은 느낌이네요!!
 


어느덧 8월도 하루가 남았다. 여름의 마지막즈음의 나의 대화명은 '식물성 스펙터클' 이었는데, 
바쁘고 정신 없는 가운데도 일상이 이렇게 조곤조곤할 수 있구나,

라는 의미였달까.

사진에 찍히지 않은 날들이 훨씬 많은데, 
결국 사진으로 남긴 기억들이, 나의 2009년의 여름이 되겠구나.




중등부 아이들과 서울랜드에 다녀왔는데,
아아, 나는 그만, 저 아이들이 너무 부러웠던 것이다
저 공 안에 들어가서 놀고 싶어요.
라는 로망을. 흑흑 - 아동만 가능하단다 ㅜㅜ

(그리하여, 내 휴대폰에는 우리애들 사진은 없고, 쟤들 사진만 찍어놓은 것이다)




9호선이 개통되었다.
내가 좋아하던 동작역 (유일한 실외를 지나는 코스이기도 하고, 유리한 지리적 조건에 비해 사람이 은근 없어서 묘하게 고즈넉한 분위기가 연출되던 곳)은 9호선 환승역으로 지정되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역이 되었다. 왠지 모를 아쉬움. (하지만 엄청 이용해주고 계신)

* 선유도 공원 가던 길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이래저래 커피를 갈아먹는 일이 귀찮아진 관계로
원두를 담으려고 산 보덤 밀폐용기가 용도가 변경되었다.
하하. 어쩐지 커피원두보다 오트밀이 더 잘어울리는 것 같은 건 나만의 느낌일까.

(하지만 나의 다이어트는 매우 어설픈 것이다 ㄷㄷㄷ)




올 여름은 비가 참 많이 와서 좋았다.
선한 것 없는 강남의 네모네모 사이로 색색깔의 동그라미들이 지나다니는 날
비가 오면 나는 사람들의 걱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나 프린트룸의 창가로 달려가곤 했다. 우산도 없는 주제에



이래저래 시작해놓은 것만 많은 조웬디씨는
공정무역 스터디모임과, 학부친구들과 함께하는 독서모임의 발제가
우연히 겹치게 되어 거의 죽음의 한주를 보내기도 했다

때아닌 칼퇴근 러쉬를 보이며 3일을 집에서 노트북만 들여다보고 있는 딸내미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시는 어마마마,
그리고 주말엔 Cafe bula에 하루종일 처박혀  
이승우의 '생의 이면'에 대한 비겁한 발제문을 장장 7장이나 썼던 것이다

휴휴. 끝내고나니, 책이 안읽히는 사태 발생



나름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에게 Bula를 소개했다
무엇보다도 호가든을 6,000원에 마실 수 있다는 사실에
열광하던 사람들. ㅎㅎㅎ

그리고 바로 저 자리에서 조킹콩에게 엄청난 살인적인 공격을 당했을 뿐이고 -_-  
나는 그저 죽어갔을 뿐이고. 하하하. ㅜㅜ
니가 훔친 여름이다 ㄷㄷ




광화문 광장쪽으로 나가면서,
흥, 어디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봅시다, 라고 하면서 나가는데,
쿵, 하고 가라앉는 마음은 또 뭐다냐

아아, 대체 왜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건지. 응? 응? 응?
비가 왔기 때문이다. 광장 때문이 아니다. 하늘 때문이다. 그런거다. 그런거야. 응?





씨네큐브가 사라진다
혼자 이별식을 거행한다고 찾아가는 길
비맞고 있는 녀석에게 우산을 씌워준다

(뭐? 너도 비 맞는 게 좋다고?)




올 여름을 마지막으로 9월부터 직장을 옮기게 됐다
세상에서 가장 진부한 출근길인 사당-강남 코스로부터 벗어난다는 기쁨,
하지만, 이곳에 서게되는 날도 얼마 안남았구나,
어느순간부터는 이 진부한 곳도 아련해지겠구나, 라는 생각에
조금 기분이 이상해진다




업무를 정리하느라 주말출근
근데 창은 왜 싸이? 자세히보면 파일을 옮기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잠깐 보고 있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짐도 주말에 몰래 싸고.
아. 저 팝콘.
작년에 알라딘 만우절 이벤트에서 받은 거다. 하하하하. ㅋㅋㅋㅋ

내 자리도 안녕 안녕



덕분에 혼자 회사랑 이별식이다. 하하하하.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사진으로 남겨두기.
심심하면 앉아서 수다 떨고 음료수도 꺼내다 먹던 휴게실



삭막한 바깥 풍경이나마 그리울 땐,
햇살 들어오는 창문이 있는 회의실이 친구가 되어주었었지.



저녀석들, 처음에 그릴 땐 엄청 징그럽다고 싫어했는데,
이제 녀석들이 나한테 손을 흔들어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 나도 안녕이다.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참 좋은 곳이었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아쉬운 마음과 설레는 마음이 이렇게 어색하지 않게 공존할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고, 신기하다

올 가을은 매우 신날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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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8-30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를 옮길때의 그 느낌이 되살아나네요.
더 잘할거예요~
건투를 빕니다.

웽스북스 2009-08-31 00:47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휘모리님. 흐흣.

이매지 2009-08-31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새로운 직장에서도 빠샤빠샤! ㅎㅎ
우리, 정말 언제 만나요 ㅎㅎ

웽스북스 2009-08-31 00:47   좋아요 0 | URL
응. 그래요. ㅎㅎㅎ 이제 좀더 가까워졌으니 말이죠-

뜬금 2009-08-31 0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보덤 밀폐용기는 어디서 구입하셨나요?

웽스북스 2009-08-31 00:47   좋아요 0 | URL
아. 알라딘에도 팔아요. 기프트몰에서 검색하면 나오는걸요~

순오기 2009-08-3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직장 옮기는 사람 부러워라~~
사진으로 남은 흔적들이 멋져요~ 글도 잘쓰고 사진도 잘 찍어요.^^

웽스북스 2009-08-31 00:48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순오기님 근데 저거 다 휴대폰 카메라 ㅋㅋㅋ
스카이가 휴대폰 카메라가 좀 괜찮더라고요~

라주미힌 2009-08-31 0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가요.. 조대리.. ㅋ (옆에 국화꽃이 있으니 묘하군요ㅋ)
그러고보니 같은 회사에 있으면서도 밥 같이 먹은지도 1년 되가는 듯. ㅋㅋ
그런 다이어트 바람직하지 않아..

웽스북스 2009-08-31 01:28   좋아요 0 | URL
이봐요 그러니까 내가 꼭 1년동안 다이어트 한것 같잖아요
분명 점심 잘 안드시는 쪽은 라대리였던 것 같으심 ㅋㅋㅋㅋㅋㅋ

hnine 2009-08-31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 보는 다니시던 회사 분위기가 괜찮은걸요? 제가 거쳤던 곳에선 한번도 본 적 없는 풍경들이어서요. 새로운 곳에 가서도 또 끈덕진 인연을 만들어나가시길. 변화에 대한 긴장보다 기대와 희망의 느낌이 많이 들어서 좋아요 ^^

웽스북스 2009-09-01 23:56   좋아요 0 | URL
아.네 인테리어에 꽤 신경을 쓴 회사라 아기자기한 구석들이 있었죠
그래도 뭐, 인테리어 후져도 월급 많이 주는 게 더 좋지 않겠습니까 ㅋㅋㅋ

(아 새 직장이 월급을 많이 주는 회사라는 얘기는 아니고 ㅋㅋㅋ)

고마워요 hnine님.

다락방 2009-08-31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한 것 없는 강남의 네모네모 사이로 색색깔의 동그라미들이 지나다니는 날<-- 이 표현에 저 뻑갔어요. 웬디양님은 정말 근사한 여자에요!

새로운 곳에서도 잘 할거에요. 아니 내 보기엔 새로운 곳에서 더 잘할 것 같아요. 응원을 보내요, 웬디양님!!

2009-09-01 23: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09-02 08:27   좋아요 0 | URL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부럽부럽부럽부럽부럽부럽부럽부럽부럽부럽부럽부럽 ㅠㅠ

레와 2009-08-3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응원합니다!
웬디양님 아자아자! ^^

웽스북스 2009-09-01 23:57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레와님. 아자아자 ㅋㅋㅋ

치니 2009-08-31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 직장을 옮기시는군요. 왠지 능력녀 같은 느낌 팍팍. 하긴 우리 웬디양님 놓치면 회사가 손해죠. 가시는 곳은 집에서 그다지 멀지 않았음 좋겠네요.
여름, 알차게 보내신 것 같습니다. :)

웽스북스 2009-09-01 23:58   좋아요 0 | URL
치니님 우리 삼청동에서 만나요 ^-^
 


1

올 여름 가장 덥다는 그 일요일이었다. 수원에 사는 후배와 저녁 약속이 있어 수원행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금정역에서 막 내렸을 즈음이었다. 뭔가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고, 뭔가 큰소리가 나는 것도 같아 그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멀리서 보니 덩치 큰 아저씨가 위압적인 느낌으로 토스트 가게 앞에 서 있는 것 같았고, 토스트 가게 아주머니는 뭔가 쩔쩔매는 듯, 급하게 토스트를 만들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라고 생각하며 나는 그 쪽으로 걷고 있었고, 슬그머니 화도 나기 시작했다. 왜 사람들은 고급스러운 매장에서는 오히려 고분고분 큰소리도 일으키지 않으면서, 이렇게 작고 힘없는 매장에서는 의기양양인거지? 라며, 소심해서 발현도 못할 의협심으로 가득차 가까이 다가갔는데.

아뿔싸. 아무 일도 아니었던 것이다. 웅성웅성도 나의 착각이었고, 위압적인 느낌도 나의 착각이었다. 그러니 슬그머니 화를 내며 의협심에 불타올랐던 건, 한마디로 생오버의 극치였던 셈이다. 순간 멍해졌다. 아. 나는. 정말. 왜 이 모양인 걸까.

2

누구나 그랬듯, 스무 살 때는 뭐든 혼란스러웠고, 정말 도무지 아무것도 알 수 없어서 나는 제발, 제발, 뭔가 좀 확고해졌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길을 찾아 마구 헤맸었고, 그 노력은 다행히 아주 헛되기만 한 것은 아니었는지, 어떤 사안 앞에서 그래도 꽤 그럴듯한 판단 정도를 내릴 수 있는 삶의 내공 정도는 쌓이게 됐다고 '스스로' 교만한 자가진단을 시작했을 즈음에는, 난, 세상을 이분화해서 보는 굉장한 오류에 빠져 있었다. 어쩐지, 이 사안을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이기적이거나, 보수적이거나 한 사람인 것만 같았다. 계급이나 이데올로기라는 틀을 통해 사람을 바라보는 건, 어찌 보면 매우 편리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도 모르게 사람을 개체가 아닌 덩어리로 보게 되고, 스스로 '옳다'라는 자의식을 가진 사람들은 그 의식이 지나친 나머지 자신을 제외한 상대방들을 옳지 않음의 부류로 집어넣게 되는 일이 종종 있으며, 따라서 상대를 공존의 대상이 아닌, 계몽, 혹은 선동의 대상으로 보는 우를 범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혹은 자신과 같은 방향성을 지니지 않은 사람이 이유 없는 악인으로 그려지는 상황에 대해 어색함을 느끼지 못한다. 그것은 자신의 인식의 틀 안에서는 어색한 일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고백컨대, 그 흔적은 마음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 있어 불쑥 불쑥 튀어 나와 삶의 현장에서, 종종 그러한 우를 범하게 한다. 토스트 가게 앞에 있는 아저씨가 토스트 가게 아줌마에게 화를 내는, 못된 사람일 거라고 '아무 이유 없이' 지레짐작했던 것처럼 말이다. 아, 이 사고 구조는, 정말이지, 얼마나 단순한가. 그리하여 인간을 얼마나 단순한 존재로 환원하는가.


3

영화 <킹콩을 들다>가 최근 극장가에서 훈훈한 영화로 조용한 찬사를 받았다. 10억 남짓의 적은 예산으로 만든 영화가 이 정도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영화업계에서도 매우 고무적인 일일 것이다. 친구 한 녀석이 이 영화를 자신의 인생의 영화로 꼽으며 함께 하는 독서토론 모임에서 책 대신 이 영화를 발제하겠다고 나서 몇몇 사람들과 함께 늦은 밤 극장을 향했다. 그냥 재미로 본 영화라면 웃으며 나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영화를 보는 도중에는 꽤 많이 웃기도 하고, 어떤 친구들은 많이 울기도 했다. 하지만 소중한 친구의 인생의 영화라는데, 헐렁헐렁한 눈으로 볼 수는 없었다. 하여, 나와 친구들은 이 영화를 곱게 볼 수만은 없었다. 우리는 결국 1년도 더된 모임 역사상 최장 시간 토론 기록을 세우고야 말았다. 바로 이 킹콩을 이야기하다가.. (아래 쓰는 이유들은 나와 함께 토론했던 친구들의 의견을 종합한 것이다, 영화 내용은 씨네 21기사 참조)

 

일단 이 영화가 곱게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영화의 캐릭터가 너무나 단선적이라는 것이었다. (이 점은 소설가 김중혁 역시 씨네 21을 통해 지적한 바 있다) 뚱뚱하고 못생긴 친구들은 그 캐릭터 그대로 희화화되기 일쑤이며, (웃겨서 웃긴 웃는데, 웃다 보면 미안해진다. 뚱뚱하고 못생긴 친구는 왜 역기를 들다가 똥까지 싸야하는가, 라며 나는 분노했다.) 삶 속에서 이렇다 할 미덕을 보이지 않았던 한 선생님이 선한 인간으로 변모하기까지의 중요한 계기나 과정들은 생략된 채 한없이 착하게만 그려진다.

이 선생님의 선량함과 대조되는 인물로 등장하는 고등학교의 코치 역할은 반대로 이유 없이 한없이 악하고 나쁜 캐릭터로 그려진다. 그리하여 아이들을 고등학교에 보내고 나서도 고등학교 역도부로 보내지 않고 계속 자신이 가르치는 선생님의 행위는 응당 옳은 것으로 비쳐진다. 이것이 두 번째로 마음에 걸렸던 점이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리더란, '내가 아니면 안 돼' 라는 자세로 끝까지 책임져주는 리더가 아닌, 자신의 위치와 책임의 범위를 알고, 다음 세대의 리더에게 적절한 시기에 넘겨주고, 다음 세대를 키우고 준비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내가 졸업한 포항 모 대학의 총장님처럼 대안이 없다고 해서 학교라는 크고 중요한 공동체를 10년 이상 자신 이외의 다른 대안을 생각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방치해두는 것은, 그리고 그것을 자신의 십자가로 끌어안는 것은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좋은 리더의 자세가 아니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고 싶은 건, 사춘기 소녀들의 마음 역시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의식주에 대한 인간의 기본권은 중요한 것이지만, 누군가는 자신의 둘러싼 환경이 그것을 해결해줄 수 없을 때 그것을 향한 누군가의 선의에 오히려 수치심을 느낄 수도 있는 문제이다. 얼마 전 서울시에서 도입한 무료 급식 전자 카드가 오히려 아이들에게 수치심을 준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기사 참조) 하지만 영화속 캐릭터는 그 부분을 배제하고 있다. 또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정은 어떠한가. 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와 장학사를 속이고 거짓말을 해야만 했으며, 그 과정에서 역도를 할 줄도 모르는 학생들이 부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대회에 출전해야만 했다. (그 위험성에 대해서는 주인공이 자신의 입으로 설파한 바 있다)

물론 이 영화는 모든 캐릭터에 전형성을 부여했고, 그리하여 아이들은 밥을 먹고, 잘 곳이 생겨 매우 감사하고 기뻐했으며, 전형적인 나쁜 캐릭터로 그려진 다음 세대의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굉장한 악영향을 끼쳤고, 주인공의 행위는 결론적으로 선한 결과를 낳았기에 그의 '옳음'을 입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삶은 영화가 아니고, 인간은 전형성을 가진 존재가 아니다. 하여 이 영화에서 그린 모습들이 스크린을 빠져나와 삶의 문제로 치환되었을 때, 그것은 어느 정도 위험한 지점을 담보하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는 그 친구에게 이토록이나 존재의 단순화를 통해 그려냈기에 가능했던 이야기들이 삶이 된다면 그 삶 속에서 직접 부딪치게 될 문제들은 영화보다 훨씬 녹록치 않을 거라고, 어쩌면 그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타인의 사고의 영역을 자신의 틀 안에 가두는 우를 범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그것은 타인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지점의 발생을 필연적으로 불러오게 될는지도 모르겠다고, 그래서 영화 속 주인공보다 더 치열하게 노력하고,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더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이야기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나도 아직 그런 것들로부터 온전하게 자유롭지 못하니까 말이다. 아마, 그 날 새벽 2시까지, 목에 핏대 세워가며 결국 택시를 타고 돌아갔던 다섯 명의 친구들 모두 비슷한 마음이었을 것이다.

듣고 있나 킹콩? 트라우마는 이제 버리시게. 

  

(이 글 때문에 킹콩의 트라우마는 증폭되었다는 후문을 전한다 
물론 개인적으로 만나 다 풀었다지만, 그 이후엔 나의 트라우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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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8-28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보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하네요. 저는 웬디양님처럼 이렇듯 조리있게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아, 이건 대체 뭐지, 했었더랬어요. 분명 웃긴부분도 있었고 분명 왈칵하게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너무 그렇게 '만들어'버리지 않았는가 하는거죠.

저는 또 그럴까봐 [국가대표]를 여태 보지 않고 있었는데, 추천하는 사람이 제 주변에 너무 많아요. 특히 너는 보면 좋을거다, 하면서 말이죠. 그래서 볼까..하고 살짝 마음이 바뀌었어요.

이 글 좋아요, 웬디양님. 긴 글인데 잘 읽혀요. 그리고 생각도 하게 하고 말이죠. 웬디양님은 거의 오이지만큼 좋아요.
:)

웽스북스 2009-08-29 02:53   좋아요 0 | URL
아아 감동이에요 다락방님. 저 드디어 오이지랑 동급 된거에요? 흐흐흐

근데 국가대표를 여지껏 안보시면 어떡해요. 국가대표의 하정우는요, 존재자체만으로도 영화의 모든 결함에 눈을 감게 만들어준다니까요. 정말이에요.

순오기 2009-08-29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글 참 잘써요~~ 나름에 올리는 글은 특히나!!^^

웽스북스 2009-08-31 00:48   좋아요 0 | URL
흐흐 순오기님 때문에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사과나무 2009-08-30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글루미베어 라는 캐릭터가 떠오름.

테디+푸우+하티베어 vs. 글루미베어

웽스북스 2009-08-31 00:48   좋아요 0 | URL
기왕이면 피철철흘리는 녀석으로 상상해주세요

toon_er 2009-09-20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 ㅡ,.ㅡ;;

웽스북스 2009-09-20 19:28   좋아요 0 | URL
어머. 이 글 추천수가 언제 이렇게 올랐지?
;p ㅋㅋㅋㅋㅋㅋㅋㅋㅋ
 



1

아마 허수경의 글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굉장히 가난한 집으로 촬영을 갔었는데, 방송이 끝나고 나니 시청자 게시판에 항의가 들어왔다고 한다. 그 집 할머니의 손가락에 왕방울만한 알반지가 끼워져 있다는 것이 이유였다. 할머니가 제작진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그 반지는 할머니가, 그래도 방송에 나온다며,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서 낀 유리알 반지였다고 한다. (플라스틱이었나. 암튼 그건 중요치 않다)

가난하다고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가난하다고 사랑을 모르겠는가 하던 신경림의 시가 떠오른다. 가난하다고 예쁘고 보이고 싶지 않겠는가. 자신의 가난하게 사는 모습을 찍으러 온 촬영진 앞에서도 초라하게 보이고 싶지는 않았을, 공중파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질 자신의 모습을 최선을 다해 예쁘게 꾸미고 싶었을 그 할머니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사람들이 야속하고, 그제서야 그럴 수 있겠음을 깨닫고 공감한 당시의 내가 야속해 나는 그 부분을 꽤 인상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2

거의 매일 지하철을 타고 다니는 나는 구걸하시는 분들을 종종 만난다. 사회적으로 그 분들에 대한 신뢰는 굉장히 낮은 편이고, 나 역시 그 분들의 진정성에 대해서는 어찌 생각해야할지 잘 판단이 안서긴 하겠지만 누군가는 또, 자신이 무심코 지나칠, 정말 자신의 도움이 필요할 사람 때문에 꼭 500원짜리를 준비해서 다닌다고 얘기했던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내가 그런 부분에 쓸 수 있는 돈이 한정적이라면, 가급적 믿을 수 있는 기관을 거치게 하자, 라는 원칙을 정해놓고 있는 편이어서, 그 분들에게 선뜻 손길을 내밀지는 않는 편이다.

그런데 그 분들을 볼 때마다, 저 분들은, 직업상 어쩔 수 없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장 초라한 옷을 입어야겠구나. 해어진 옷, 빨지 않은 옷 같은 것을 입어야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는 조금 안타까웠다. 사실 저 분들 집에 멀쩡한 옷 한벌 없겠는가, 를 생각해보면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 정서상, 멀쩡한 옷을 입었을 때는 동정의 정서가 생겨나기 어려울 것이므로, 그들은 일부러 혹은 어쩔 수 없이 가장 더러운 옷을 꺼내 입는다. 누군가는 작업복이 따로 마련돼있을지도 모를 일이긴 하다. 하지만 가끔은 그 때 읽었던 그 글을 떠올리며, 그들의 마음을 생각해본다. 많은 사람들 앞에 초라한 행색으로 나설 수 밖에 없는 그 마음은 어떨까. 특별히, 나와 연령대가 그리 차이나지 않는 여자분들을 볼 때마다 더욱 그러하다.


3

토요일 오후, 모임을 위해 종로로 가는 길이었다.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갈아타 두 정거장만 가면 되는 상황이었고, 내가 내릴 역에 거의 다 와갈 때쯤이었다. 익숙한 음악 소리가 들리고, 할머니 한 분이 바구니를 들고 걸어오기 시작했다.
 
아, 그런데, 이 할머니............
 
분홍색 쉬폰 원피스를 입었다. 하늘하늘하면서 걸어온다. 아무 무늬도 없는, 밝고 화사한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할머니....어떤 사연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할머니의 마음이야말로 진짜처럼 느껴졌다. 아무리 구걸을 나왔어도, 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좀 더 당당하게 예쁜 옷을 입고 싶었을 마음, 그게 오히려 나는 더 진심같이 느껴졌다.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이런 작은 것, 낯설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들.

나는 얼른 지갑을 꺼냈다. 매우 오래간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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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2009-08-25 0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만 생각해 보면 당연한 것들 앞에서 나는 매일 생색내고 짜증내고 심지어 욕도 해. 아...이를 어째.

웽스북스 2009-08-25 20:50   좋아요 0 | URL
언니 우리 아무래도 공정무역 스터디 끝나면
공정인격수양 뭐 이런걸로 넘어가야하지않을까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

라주미힌 2009-08-25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글 잘 쓰시네용. 정반합? ㅋ

웽스북스 2009-08-25 20:51   좋아요 0 | URL
우리 안지 2년 넘은 것 같은데 (생뚱맞잖아요 이런 반응!! --> 원래 잘썼다는 게 아니라)

바람돌이 2009-08-25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글 잘 쓰신다에 한표!!
저도 전에는 길거리에서 만나는 이런 분들한테 지갑 잘 안열었어요. 근데 어느 순간 그게 저의 자기 합리화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냥 나의 하잘것없는 돈 몇푼이 저 사람에게는 한 끼 식사가 될지도 모른다 싶어지는.... 그래서 요즘은 고민하기 싫어서 그냥 보이면 지갑열고 맙니다. 그게 제가 맘이 편해요.

웽스북스 2009-08-25 20:52   좋아요 0 | URL
네 그런 것 같긴한데,
저는 또 괜히 잘 안주게 되긴 하더라고요
판단이 참 어려운 문제인 것 같긴 해요-

다락방 2009-08-25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번까지 다 읽고나자 추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이런 작은 것, 낯설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들.

제목만 보고는 웬디양님이 분홍색쉬폰원피스를 입었다는 글인줄 알았는데, 예상치 못했던 반전이에요.

웽스북스 2009-08-25 20:53   좋아요 0 | URL
분홍색 쉬폰원피스 입고 만날까요 다락방님?
완전 단색 분홍은 아니지만요 ㅎㅎ

네꼬 2009-08-25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웬디양님 너무 좋아.

웽스북스 2009-08-25 20:53   좋아요 0 | URL
우리 누가 더 좋아하는지 배틀할까요?
(네꼬님이 나를, 또 내가 웬디를, 이렇게? ㅎㅎㅎ 농담)

또치 2009-08-25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웬디양님 너무 좋아 222222

그리고 이건 딴 얘긴데,
루시드 폴이 31일부터 EBS 라디오 <세계음악기행> 진행한대요!
지금은 이상은씨가 하고 있는데... 아아아 3시부터 4시까지 꼭 듣고 있을 테야!
웬디양님도 들을 거죠?

웽스북스 2009-08-25 20:54   좋아요 0 | URL
아아아아아아아 또치님 또치님 ♡
이거 어떻게 들으면 되나요? 설마 새벽이 아닌거죠 그러니까?
인터넷으로 들을 수 있는거죠 그러니까? (아아 폴님)

또치 2009-08-25 23:13   좋아요 0 | URL
응응! 매일 오후 3시부터 4시까지랍니다~
오랜만에 가슴 두근거리게 신나는 일이 하나 생겼다능~~

웽스북스 2009-08-29 02:53   좋아요 0 | URL
흙. 하지만 전 일개대리 ㅋㅋㅋㅋㅋㅋ 또치부장님과는 급이 달..라요...흑

ji0158 2009-08-25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꾹 누르고 갑니다. 오랜만에 넘 이쁜 글을 읽었습니다.

웽스북스 2009-08-25 20:5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종종 뵈어요
0158 보니 015B가 생각날뿐이고~헤헷

Jade 2009-08-25 2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저 허수경으로 추측되는 글 읽은기억 나요. 아마도, 에메랄드 왕반지 운운했었지요. 호화 가구 어쩌고 하는 소리와 함께 ^^ 참 어릴적 읽은 것 같은데 당시 저도 참 묘한 기분을 느꼈었어요.

웬디양님 글 보니 좋아요! >.<

웽스북스 2009-08-29 02:53   좋아요 0 | URL
아아 제이드님도 읽었구나. ㅎㅎ 제이드님 근데 우리 올해 한번도 못만난거 알아요? 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