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8월도 하루가 남았다. 여름의 마지막즈음의 나의 대화명은 '식물성 스펙터클' 이었는데,
바쁘고 정신 없는 가운데도 일상이 이렇게 조곤조곤할 수 있구나,
라는 의미였달까.
사진에 찍히지 않은 날들이 훨씬 많은데,
결국 사진으로 남긴 기억들이, 나의 2009년의 여름이 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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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부 아이들과 서울랜드에 다녀왔는데,
아아, 나는 그만, 저 아이들이 너무 부러웠던 것이다
저 공 안에 들어가서 놀고 싶어요.
라는 로망을. 흑흑 - 아동만 가능하단다 ㅜㅜ
(그리하여, 내 휴대폰에는 우리애들 사진은 없고, 쟤들 사진만 찍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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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선이 개통되었다.
내가 좋아하던 동작역 (유일한 실외를 지나는 코스이기도 하고, 유리한 지리적 조건에 비해 사람이 은근 없어서 묘하게 고즈넉한 분위기가 연출되던 곳)은 9호선 환승역으로 지정되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역이 되었다. 왠지 모를 아쉬움. (하지만 엄청 이용해주고 계신)
* 선유도 공원 가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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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를 시작하고 이래저래 커피를 갈아먹는 일이 귀찮아진 관계로
원두를 담으려고 산 보덤 밀폐용기가 용도가 변경되었다.
하하. 어쩐지 커피원두보다 오트밀이 더 잘어울리는 것 같은 건 나만의 느낌일까.
(하지만 나의 다이어트는 매우 어설픈 것이다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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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은 비가 참 많이 와서 좋았다.
선한 것 없는 강남의 네모네모 사이로 색색깔의 동그라미들이 지나다니는 날
비가 오면 나는 사람들의 걱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언제나 프린트룸의 창가로 달려가곤 했다. 우산도 없는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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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시작해놓은 것만 많은 조웬디씨는
공정무역 스터디모임과, 학부친구들과 함께하는 독서모임의 발제가
우연히 겹치게 되어 거의 죽음의 한주를 보내기도 했다
때아닌 칼퇴근 러쉬를 보이며 3일을 집에서 노트북만 들여다보고 있는 딸내미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보시는 어마마마,
그리고 주말엔 Cafe bula에 하루종일 처박혀
이승우의 '생의 이면'에 대한 비겁한 발제문을 장장 7장이나 썼던 것이다
휴휴. 끝내고나니, 책이 안읽히는 사태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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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을 함께 만드는 사람들에게 Bula를 소개했다
무엇보다도 호가든을 6,000원에 마실 수 있다는 사실에
열광하던 사람들. ㅎㅎㅎ
그리고 바로 저 자리에서 조킹콩에게 엄청난 살인적인 공격을 당했을 뿐이고 -_-
나는 그저 죽어갔을 뿐이고. 하하하. ㅜㅜ
니가 훔친 여름이다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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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쪽으로 나가면서,
흥, 어디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봅시다, 라고 하면서 나가는데,
쿵, 하고 가라앉는 마음은 또 뭐다냐
아아, 대체 왜 머리와 마음이 따로 노는 건지. 응? 응? 응?
비가 왔기 때문이다. 광장 때문이 아니다. 하늘 때문이다. 그런거다. 그런거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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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큐브가 사라진다
혼자 이별식을 거행한다고 찾아가는 길
비맞고 있는 녀석에게 우산을 씌워준다
(뭐? 너도 비 맞는 게 좋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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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을 마지막으로 9월부터 직장을 옮기게 됐다
세상에서 가장 진부한 출근길인 사당-강남 코스로부터 벗어난다는 기쁨,
하지만, 이곳에 서게되는 날도 얼마 안남았구나,
어느순간부터는 이 진부한 곳도 아련해지겠구나, 라는 생각에
조금 기분이 이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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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를 정리하느라 주말출근
근데 창은 왜 싸이? 자세히보면 파일을 옮기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잠깐 보고 있는 거다. ㅋㅋㅋㅋㅋㅋㅋ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짐도 주말에 몰래 싸고.
아. 저 팝콘.
작년에 알라딘 만우절 이벤트에서 받은 거다. 하하하하. ㅋㅋㅋㅋ
내 자리도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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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혼자 회사랑 이별식이다. 하하하하.
여기저기 찾아다니면서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사진으로 남겨두기.
심심하면 앉아서 수다 떨고 음료수도 꺼내다 먹던 휴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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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바깥 풍경이나마 그리울 땐,
햇살 들어오는 창문이 있는 회의실이 친구가 되어주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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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녀석들, 처음에 그릴 땐 엄청 징그럽다고 싫어했는데,
이제 녀석들이 나한테 손을 흔들어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 나도 안녕이다.
돌이켜 생각해보건대, 참 좋은 곳이었고, 좋은 사람들이었다.
아쉬운 마음과 설레는 마음이 이렇게 어색하지 않게 공존할 수 있다는 게
참 신기하고, 신기하다
올 가을은 매우 신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