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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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소설이 아니라면 일본문학은 내 취향이 아닌가봐. 

금각사도 끝까지 읽기 어렵더니, 전쟁 때문일까. 

이런식의 피학적 감성, 자기 스스로를 괴롭히고 학대하는 감성 불편하다. 


저는 이윽고 화방에서 어떤 미술 학도로부터 술과 담배와 창녀와 전당포와 좌익 사상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술과 담배와 창녀와 전당포와 좌익사상이라니. 

묘한 조합이라고 다자이는 말하는데, 그럴듯 하다. 

저 조합에 좌익 사상이 끼어있어 더욱 그럴듯한 이유는 뭘까. 

좌익사상의 이미지가 파괴적이고 폭력적인것은 알고 있지만, 퇴폐적인것에 끼어도 잘 어울리네. 

좌익사상은 잘 여물어 지혜롭다는 느낌보다는 젊은날의 치기와 잘 어울리기는 하다. 


그러나, 이러구 어떻게 살까 싶어진다. 

결국 자살로 죽을 것을 예감하고 있었던 것처럼. 

게다가 스스로 물에 걸어들어가 죽는 방법은, 죽음에 대한 의지가 굳세지 않으면 어렵지 않은가. 

나를 죽이고 싶은 의지가 굳세다니. 

이해하기 어렵지만 끝내 그렇게 죽고 말았으니 외면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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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의 여행 을유세계문학전집 88
알렉산드르 라디셰프 지음, 서광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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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러시아 문학을 읽었다. 

삶은 늘 앞을 알수 없는 일이라, 예상치 못한 함정에 빠져 두달을 날리고, 회복하느라 다시 두달을 날렸다. 

그리하여 계획했던 만큼 읽지는 못했다. 

이번에 빠진 함정은 후폭풍조차 커서, 아직 다 빠져나왔다 하기도 힘들고 

그래도 이제는 책일 읽고 가끔 리뷰를 올릴 만큼은 회복되었으니 기쁘다. 


라디셰프는 근대 철학의 기준으로 이성을 신뢰하는 계몽주의 전보적 지식인이다. 

이 작품을 접한 예카테리나2세가 라디셰프에게 사형을 언도할 정도로 당대를 뒤흔든 고발장이라고 한다. 


너희들은 나에게 너희가 태어난 것은 물론이고 먹을 것을 주고 교훈을 준 것에 대해 어떤 빚도 없다. 태어난 것? 너희가 그 과정에 참여하기라도 했었니? 태어날 것이냐고 누가 물어보기라도 했더냐? 너희들이 태어나는 것이 너희들에게 이익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 알기라도 했단 말이더냐?

ㅎㅎㅎ 

라디셰프가 부모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나도 가끔 이런 생각하거든. 

어느날 보니까 내가 태어나 살고 있었던 거지. 

나,라는 자의식은 근대의 가장 중요한 발견이다. 


그러나 시시콜콜 잔소리가 너무 많아. 뭐 굳이 이렇게 훈계를 남발할까. 

계몽주의 지식인의 특징이다. 


페테르부르크에서 출발해 모스크바로 가는 도중의 마을과 도시들이 저마다 한가지씩 사연이 있다. 

각각의 사연들마다 주제를 정해 라디셰프의 모범답안을 알려준다. 

18세기 러시아 사회를 탄식하고 답답해 하는것은 그럴만 하다고 느껴진다. 

18세기 러시아를 살아간 계몽주의 지식인의 고민수준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세상이 답답했던 라디셰프의 선의가 의심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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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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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다. 나쁘지 않다.

야행이라는 주제의 그림에 대한 연작

마무리가 모두 열린 결말이다.

아니, 열렸다기 보다는 얘기가 중간에 끊긴다.

세련된 열린 결말이라기 보다는 반칙으로 중간에 얘기를 끊은 느낌이다.

마무리 하지 못할 이야기를 벌려 놓았다는 생각이 들어.

 

그자는 그림속 여자에게 잡혀 살해된 거야. 그래도 바라던 바였을걸. 원하던 일이 벌어졌으니까.”

그림 속 여자에게 살해되다니.

여튼 분이기 하나는 잘 잡은 괴답집이다. 나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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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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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경쾌하다. 짧게 짧게. 늘어지거나 질척거리지 않고 깔끔하다. 


하지만 삽을 들어 올리자 녀석의 몸은 죽은 듯이 축 늘어졌고 갑자기 악취가 코를 찔렀다. 고양이가 죽을 때 저절로 분사된 배변 냄새였다. 나는 피를 볼 거라고만 생각했지 똥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악취에 속이 울렁거렸지만 이 역겨운 고양이를 죽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역겨운 사람도 죽이기로 한다 


피터는 디테일한 표현을 잘한다. 

잠에서 깨면 온몸이 끈끈해 곧장 찬물로 샤워를 하지만 욕실에서 나오는 순간 다시 땀이 흐르는 그런 날씨였다. 

이런 더위를 이제는 안다. 

예전에는 여름에도 찬물로 샤워하면 한동안은 시원했는데, 요즘은 정말 수건으로 닦고 옷입으면 도로 끈적인다. 


죽여 마땅한 사람을 고르고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모두 여자들이다. 

변변찮은 남자들 같으니라고, 그러나 왜 모두 여자일까? 석연치 않다. 


릴리가 처음으로 죽이는 고양이는 집 없는 떠돌이 고양이였고 

처음으로 죽이는 사람 역시 집 없는 떠돌이 화가다. 

물론 그고양이와 화가는 릴리의 삶에 침입해서 성가시게 하고 위협하기도 했지만 

하필이면 왜 가장 취약한 사람을 죽일뿐이면서 '죽여 마땅하다' 고 표현할까. 

게다가 애인이 다른 여자와 바람피우는 것이 죽여 마땅한 일인가? 헤어질 일이지. 

피터의 의도가 의심스럽다. 


보스턴의 집에서 눈을 뜬 어느날 아침, 침실 창문으로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테드를 내려다봤다. 그는 아직 깊이 잠들어 있었고 얼굴에는 베개 자국이 있었다. 나는 그의 탁 밑에 조금 남아 있는 거뭇한 수염을 보았다. 분명 전날 면도할 때 빠뜨렸을 것이다. 그는 코를 골고 있었다. 아주 살짝 

마리안은 남편의 코고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고 앞으로 점점 더 거슬릴 것이라는 걸 알았다.

똑같은 상황에서 어떤 여자는 편안함을 느끼고 어떤 여자는 참을 수 없느 지루함과 실증을 느낀다. 

마리안의 이유는 차라리 신선하다.  


그나마 경괘한 문장으로 휘리릭 읽히던 스토리가 테드의 죽음 다음 부터는 막장이다. 

치밀하고 냉정한 캐릭터 릴리는 그녀답지 않게 별다른 설명없이 폭주한다. 

그녀가 서툴고 경황없이 감정적인 위험을 무릎쓰며 서두르는 것이 바보같다. 

이 여자 경험많은 살인자 맞아? 


릴리아 마리안의 이러식의 교차와 폭주는 인과의 설명도 없고, 마지만 반전은 막장드라마다. 

가장 이해가 안되는 것은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릴리다. 

그녀의 선택도 방식도 마지막 오바도, 거슬린다. 


깔끔하고 경쾌한 문체로 지루하지 않은것이 그나마 다행이라 책을 손에 들고 한 호흡에 휘리릭 읽기에 나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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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미너리스 2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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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웨디렐. 이 여자 재밌다. 

드레스의 박음질 솔기마다 금가루를 감추고 있는 여인. 

모든 남자들에게 연민을 불러 일으키고 돌봐주고 싶게 만드는 창녀 

모든 남자들이 안나를 사랑하고 좋아하고, 심지어 그녀에게 이용당하고 사기 당했다는 걸 알아도 분노는  잠시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 

역대급 미스터리 여주인공이다. 


1월 14일밤에 무슨일이 있었을까. 

카버가 웰스를 오두막에서 만나고 떠나고 배가 뜨고, 로더백의 사라진 화물상자 안에는 밀수품이 들어있고 

때를 같이하여 사라진 스테인스

안나의 드레스 솔기에 있는 금가루는 누구의 것이고, 어떤 방법으로 빼돌려져 밀매되고 있는 것일까. 

이 모든 이야기를 듣고 있는 무디는 누굴까. 

금궤는 어디 있냐고. 


모든 인물들이 개성적이다. 

은행원, 법원서기, 교도관, 목사, 마약굴 주인, 선장, 신문사 사장, 약사 여기에 중국인과 마오리족 남자까지 

이 모든 사람을 편견없이 딱 그사람답게 등장시켜 머리를 굴리고, 화를 내고, 불안한 눈빛이 교차하며 

이야기가 직조된다. 

퍼즐처럼 전체의 이야기가 하나하나 맞춰지는 가운데 서로 속이거나 속으니, 이야기는 더욱 정교해 진다. 

아무도 믿을 수 없고, 모두 조금씩 진실을 알고 있다. 

저 많은 인물들이 모두 금과 관련해 자기 속셈이 있고 조금씩은 악당인데, 귀엽다. 


다만 행성과 인물을 맞추는, 점성술인지, 여튼 별 의미 없어 보인다. 

그게, 뭐, 그다지. 효과적인 장치로 느껴지지 않아. 신경쓰지 않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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