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틀 스트레인저
세라 워터스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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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워터스를 한번쯤 읽어보고 싶었는대, 핑거스미스를 두번 시도했다가 포기했었다. 

답답해서 읽기 힘들다는 느낌이었다.

스토리가 그랬는지, 편집이 그랬는지, 아니면 둘다였는지 잘 모르겠다. 


리틀 스트레인저는 그에 비하면 걸림없이 술술 읽힌다. 

그래도 답답은 하다. 

몰락한 귀족집안의 대저택 헌드레즈홀 

화려한 영광의 저택이 몰락해서 감당할 길이 없는 거대한 흉물이 되어있다. 

에어지 집안 유모의 아들 페러데이는 이제 의사가 되어 헌드레즈홀을 들락거린다. 

성공한 노동자계급의 아들이 화려한 영광을 간책한 채 쓰러져가는 헌드레즈홀을 탐낸다. 

차곡차곡 벽돌을 쌓듯이 성실하게 이야기가 흐르고, 지루해질 때쯤 새로운 사건이 발생한다. 

캐럴라인을 좋아한다는 패러데이는 그러나 캐럴라인을 사랑하는건지, 헌드레즈 홀이 과거에 누렸던 영광을 사랑하는건지 

아들을 의사로 만들기 위해 뼈빠지게 고생했던 노동자계급의 부모를 부끄럽게 생각했던 스스로가 못마땅한 패러데이

그러나 그는 여전히 캐럴라인보다는 선망의 대상이었던 헌드레즈홀을 더 경외하고 있는듯이 보이고 

아니, 헌드레즈홀을 차지하고 싶어하는 듯이 보인다. 

소외감과 계급의식, 질투와 탐욕이 읽히는 행간 

그러나, 답답하다. 

세라 워터스는 시원한 스타일은 아닌가봐.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해가지지 않는 신사의 나라 영국이 몰락했다. 

영국의 몰락이란 사실 귀족의 몰락인대, 어쩌면 이 과정은 다운튼 애비 처럼 그렇게 고상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너무 큰 집. 다 밝힐 수 없어 어두운 구석구석 무엇이 도사리고, 숨쉬는지 알수 없는 

그 자체가, 망해가는 집안을 둘러싼 욕망과 탐욕에 불을 지펴 질투와 시기의 유령을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니 유령이, 집인지 사람인지 죽은자의 영혼인지 아무도 알 수가 없는 순간 

일상은 공포가 된다. 

읽는 내내 답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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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수전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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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커다란 도마뱀 같기도 하고, 뱀 같기도 하고, 두꺼비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곰처럼 짖는." 

괴물이 나타나 산속마을을 습격하여 사람들은 죽고 마을이 폐허가 된다. 

사람들은 그 괴물을 '산'일고 했다. 

산 자체가 화가 나 피를 부르지 않고서야 저런 괴물이 나타날리가 없다.

산을 사이에 두고 양쪽 마을과 두 마을에 사는 사람들 

늘 그랬듯이 미미여서는 가난하고 소박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제각각 자기 역할을 하며 이야기 속에 살아 있다. 

그러지 저런 괴물이 등장하고 황당한 상황에도 신뢰를 준다. 

저런 괴물이 정말 있었을 것 같은, 이 마을 사람들이 진술을 하면 믿을 수 밖에 없는 

무엇하나 허구의 것은 없는 것 같은 잘 짜여진 이야기 


장작 창고보다 큰 짐승이 더구나 사람을 공격하고 잡아먹는다고 하니 너무 황당하지 않은가. 

그러게 말이다. 인물들이 독자의 마음을 읽어 말을 해준다. 웃었네. 



2. 

오래간만에 미미여사를 읽으니까 좋기는 한대, 인신공양이라니. 

특별한 운명을 타고난 오다이가 평생 그 굴레로 고통받았으니, 스스로 제물로 몸을 던져 괴물의 마음을 달래겠다고 

결심하는 것도 마음에 안들지만, 그래도 오다이의 마음이야 그럴수 있다고 치자. 

그녀의 억지스런 설명을 듣고 단박에 동의하는 화가 엘슈의 비장함은 납득하기 어렵다. 뭐니. 


어릴적에 쫓겨난 쌍둥이 오누이가 우여곡절 끝에 하룻밤 정을 통한것이 저 비린내나는 식인 괴수를 만들었다고

쌍둥이 오누이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도 염치없는 짓이다. 

근친상간이 죄라고 치자. 

죄없는 애들을 내쫓아 첩첩산중에 가두고 끝끝내 세상으로 부터 격리한 어른들의 잔인함이 괴수를 만든거지 

우째 버려진 애들 책임일까. 

미미여사. 이러지 마라. 늘 약한 사람들 편에서 세상을 보던 여사의 눈이 멀은 것인가, 마음 쓸쓸해진다. 


심지어 사건의 전말을 전해들은 고야마의 최고 가신 신에몬은 

"아카네가, 제 역할을 다 해 주었단 말인가." 요따우로 말을 한다. 

정말 얼척없다. 

어릴적 쌍둥이 오빠와 함께 산속에 격리된 상처와 고통을 평생 지고 살다 스스로 제물이 되기로 결심한 여성에게

제 역할을 다 해주었다니. 

오다이는 원래 그렇게 죽을 운명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위해서 

니들이 어린 오누이에게 행한 가혹한 폭행이 잘한 일이란 말이지.

참으로 잔인하고 이기적인 것들이다. 


그래놓고 신에몬은 주군의 아이가 병으로 죽었다고, 책임지고 할복자살을 한다. 

무서운 시절이다. 

그러니 사람잡아먹는 괴물이 산이되어 날 뛰지.    


물론 저보다 더 무서운 시절을 우리는 살고 있다. 

돈과 권력 있는 것들이 법을 개판으로 만들면서, 인민의 가난은 무식하거나 게으름때문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내일이 투표하는 날인대, 거 참 찍을 놈 없어. 

언제까지 왕창 나쁜놈 보기 싫어서 그 놈보다 손톱만큼 덜 나쁜 놈 찍어야 하는 걸까. 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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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신화, 재밌고도 멋진 이야기
H. A. 거버 지음, 김혜연 옮김 / 책읽는귀족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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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859년 생의 영국 여성사학자가 100년전에 쓴 책이다. 

음..... 그렇군. 그리스로마 신화야 워낙 익숙하지만 최근 북유럽 소설의 특별한 재미에 매혹된 나로서는 

겨울이 아주 길고 긴 북유럽의 자연적 특성처럼 북유럽 신화에서는 음산하면서도 뭔가 독특한 문화의 향취가 느껴진다. 

음산하면서도, 독특한 그러면서도 인간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넓은 북유럽 소설을 즐기고 있으니 

그 원형의 신화도 탐나는 것이 당연하다. 



2. 

웅장하고 험한 풍경, 한밤중에도 빛나는 태양, 번쩍이는 오로라. 북극의 거대한 절벽과 빙산을 향해 한없이 부딪쳐오는 맹렬한 바다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기적처럼 자라는 초목들, 끊임없이 지속되는 빛, 짧은 여름 동안 찾아오는 푸른 바다와 하늘 만큼이나 선명한 인상이었다. 따라서 북유럽 신화에 관한 가장 완벽한 기록을 보존해 온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세상은 원래 불과 얼음이 뒤섞여 만들어졌다고 생각한 것도 크게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석달만 여름이고 아홉달이 겨울인 곳에서 사는 사람들 

추위와 황량한 풍경은 인간에게 영향을 미친다. 

북유럽의 소설을 보면 바람과 눈 그리고 추위는 자주 배경이 된다. 

척박한 땅에서 사는 사람들이 인간과 자연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더 높은것 같다. 

뭐랄까. 서로 아귀다툼하며 빼앗을 풍요로움이 애초에 많지 않으니까 

심지어 밝은 햇볕조차 부족한 사람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 덴마크, 독일, 아이슬란드 그래서 이 동네 사람들의 소설이 유난히 좋다. 

북유럽 쪽의 역사책이 어떤게 번역되어 있는지 찾아 봐야겠다. 

북유럽 신화를 보니 이사람들이 살아온 날들이 궁금해 지네. 

애초에 왜 그렇게 척박한 땅에 터를 잡고 살아야 했을까. 

이집트나 중국이나 이탈리아나 인도나 아메리카, 아프리타 이동네는 물론 사막도 있지만 강을 끼고 풍요롭잖아. 

강을 끼고 풍요로운 곳에 사람들이 모여 사는 것은 이해 할수 있는대

왜 저 척박한 땅에서 살 생각을 했을까. 

햇볕조차 부족하고 아홉달이 겨울인 곳에서   


북유럽 신화는 소박하다. 

그리스로마 신화와 기독교에 밀려서 오래동안 잊혀지길 강요당했으니 어쩌면 더욱 소박한 것일 수도 있다. 

굳이 기독교의 성서화는 비교 할 필요가 없을 것 같고, 그리스로마 신화에 비해서도 순진하고 소박해 

그리스로마 신화의 신들은 질투심이 강하고 거짓말을 잘하고 인간세상의 일들에 개입해서 편갈라 싸우는게 일인대 

북유럽 신화의 신들은 거짓말이 별로 없고, 인간세상에 개입도 잘 안한다. 


각기 여름과 겨울의 화신인 뇨르드와 스카디는 얼마간 번갈아 가며 지내는 생활을 계속했다. 아내는 짧은 여름 석달을 바다에서 보내고, 남편은 마지못해 남은 아홉달의 겨울을 크림헤임에서 지냈다. 

결국 뇨르드와 스카디는 헤어지기로 한다. 

북유럽이 추운줄이야 알았지만, 석달의 여름과 아홉달의 겨울이라니. 

사계절이 뚜렷한 한반도의 날씨는 축복이라는 말이다. 


실용적이고 소탈한 성품의 북유럽사람들은 신화에서조차 계급관계가 분명하다. 

빛나는 무기와 파수꾼, 풍요로운 비와 이슬의신인 헤임달이 여행을 하다 

처음만난 초라한 오두막에서 죽을 대접받고 사흘을 머무르다 떠난다. 그 오두막에서 사는 부부의 아이들이 하인이 된다. 

둘째낳은 그렇게 농부들의 조상을 만나고, 

마지막 셋째날 지배자의 운명을 타고나는 귀족들의 조상을 만나 고기와 포도주를 먹는다. 

이 지배자의 운명을 타고난 아이들 중 가장 어린 코누르가 덴마크의 초대왕이 되었다네. 

태어날때부터 핏줄에 의해 정해진 계급관이다. 

소박하고 단순하다. 


호전적이기도 하다. 

남자고 여자고 거의 대부분의 신이 갑옷을 입고 무기를 다룬다. 



3.

출판사 이름이 책읽는 귀족이 뭐니. 참 구리다. 

생존을 위해 노동하지 않는, 그래서 고상하고 우아한 사람들이 책을 읽는 다는 뜻이니

척박한 땅에서 아홉달의 겨울을 견디며 불과 얼음이 뒤섞여 세상이 만들어 졌다고 상상했던 북유럽의 옛사람들이야 

소박한 계급관조차 귀엽지만

21세기 착취의 무한경쟁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며 출판사 이름으로 귀족을 내세우다니.  

인문학적 감성이 무딘것이냐, 생각이 없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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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미니 헬렌 그레이스 시리즈
M. J. 알리지 지음, 전행선 옮김 / 북플라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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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의 전형적인 가죽 복장을 하고 180센티미터의 큰 키로 건물을 들어서는 헬렌에게서는 야망과 에너지가 온몸에서 걷잡을 수 없이 발산되는 듯했다. 그녀는 항상 모든 경찰이 꿈에서나 가져볼 법한 사나운 열정으로 자기 일을 해내고 호흡했다. 

헬렌 경위. 그녀는 흥미롭다. 

180센티미터의 큰 키, 오토바이, 가죽옷, 야망의에너지, 이 모든 것은 남성의 것이 아니던가. 

그런 그녀가 여자들에게 매질을 해주는 것이 직업인 제이크의 고객이라는 것을 알았을때

과잉된 겉모습과 다른 그녀의 속마음이 어떤 모양이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궁금해지기 보다는 

야심찬 시리즈의 첫번째, 그래서 매력적인 여주인공을 소개하고 싶었던 작자의 욕심이 과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 

내 보기에 헬렌은 매력적인 경찰주인공이라기 보다는 괴물에 더 가깝다. 

책이 끝나도록 자신감 넘치는 헬렌이 스스로 원해서 돈을 주고 채찍으로 매맞는 이유가 뭔지 설명되지 않는다. 

다음 책을 기대하라는 메시지이고 찾아서 볼것이다. 

그렇지만 너무 과하다는 찜찜함은 계속된다. 


영국소설의 장점은 충격이나 원색적인 폭력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 관계에 대한 솔직한 관찰과 성찰인대, 뭐 모든 영국소설이 그래야 할 이유는 없지만 

허술한 스토리, 부족한 인과, 문장실력이 떨어지는 것을 

캐릭터고 스토리고 극단적인 설정으로 땜빵하려는 느낌이 들어서 찜찜해. 


헬렌 캐릭터는 괴물같고 

헬렌이 찰스와 마크를 의심하는 대목도 쫌 과하고 

뭐든 엄청 극단적으로 폭주하는 이 여자가 유능하다는것도 믿어지지 않고, 

헬렌이 과거에 사람들을 구하고 표창받은 다섯건의 사건, 피해자들을 골라 죽인다는 설정도 황당하다. 

피곤해. 



2.

왼쪽에서 바라보면, 에밀리아는 예쁘고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오른쪽에서 바라보면, 동정심만 일으킬 뿐이었다. 얼굴은 뒤클려 있었고, 성형으로 복구해 놓은 눈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이 지역에서 에밀리아는 '미녀와 야수'로 불렸고 '사우스 샘프턴 이브닝 뉴스'의 범죄전문 취재 부서의 부장기자였다. 

18살때 황산공격으로 오른쪽 얼굴이 망가진 에밀리아는 미녀와 야수로 불리는 부장기자다. 

이런 문장을 읽을 때 당혹스럽다. 

똑같은 일을, 똑같은 폭행에 노출되어 한쪽 얼굴이 일그러진 대한민국의 여성이라면 

절대 저녁8시 뉴스 취재기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애인에게 가혹한 대한민국의 시민인 것이 부끄러워지는 영국 범죄소설의 문장이다. 


에밀리아의 몸속에는 뼛속까지 범죄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6남매중 장녀인 그녀는 마약밀매상이었던 아버지가 자기 아이들을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한 죄로 18년 형을 선고 받았을 때 유명해졌다. 

그러나, 여전히 이 대목에서도 이 책은 캐릭터고 스토리고 너무 독하다. 

게다가 과하고 독하고 극단적인 캐릭터가 모두 여자인 것은 무슨 이유일까. 


속는 셈치고 딱 한번만 더 알리지를 읽어보기로 한다. 

데뷔작은 원래 과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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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 메리의 리본 하우미 컬렉션 1
이나미 이쓰라 지음, 신정원 옮김 / 손안의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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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멸할 건물과 내 대에서 끊기고 말 가카보라는 직업...... 스러져가는 것들 사이의 공감이 내게는 있다. 

이 단편집의 느낌이다. 

저자는 스러져가는 것들, 이미 사라진 것들에 대한 향수가 강하다. 

일본사람이니 일본스러운 것들, 그것이 물건이든 감성이든 그런 것들에 대한 연민의 마음이 느껴진다. 

과거가 무조선 아름다운 것은 아닌대, 전쟁과 군인조차 아련하고 황실의 권위에 대한 그리움도 있는듯이 보이고 

살짝 거슬리더라 


저자 스스로 공통된 주제가 남자의 선물이라는대, 뭐 딱히. 그건 잘 모르겠다. 



2. 

묘하다. 

모닥불, 하나미가와의 요새는 기승전결이 완전하지 않고 한토막씩 부족한 느낌 

모두 설명하지 않고. 허술한 조각맞춤. 

전체 그림을 맞추어 보여주는 퍼즐에서 몇개의 조각을 부러 빼서 

오히려 여운과 여백이 잘 어울린다. 

심심하고, 엉뚱하고, 지루하지는 않다. 


모닥불의 그 할아버지는 대체 누굴까. 숨어있는 무림고수!

쫓기는 남자가 누군지, 어떤 사연인지 굳이 알필요도 없고 


하나미가와의 요새도 정말 희안하다. 

그것이 유령이든 꿈이든 아니면 동화든 몽환적으로 

살벌한 이야기들을 참 심심하게 수채화처럼 동화처럼 안개 속에 그려놓았다. 

모든 이야기가 꼭 모서리가 맞아 떨어져야 하는것은 아니니까. 

이렇게 허술하면서 재밌기가 쉽지 않은대, 분위기를 잘 만들어서 나름 맺고 끊음을 정확하게 하는거 겠지. 


이 사람은 잔인한 얘기를 수채화처럼 하는 재주가 있네. 



3.

표제작 세인트메리의 리본은 달달한 하드보일드 

류몬 사냥개 탐정사와 맥주하면 사족을 못쓰는 그의 개 조 이야기 

"아, 맞다. 새끼 딸린 멧돼지를 점찍어 놨어. 무지막지하게 큰 녀석이야. 22관은 족히 나갈 암컷인 데다가 새끼도 네 마리나 딸렸어. 내일 아침에 산냥하러 간다......"

잔인한 인간들 

새끼딸린 멧돼지를 왜 잡아 죽이겠다는 건지 원 쯧쯧.

동물살해가 사냥이라는 이름으로 스포츠처럼 여겨지며 합법이라는 것도 불쾌한대 

이나미 이쓰라, 이 사람 

"야생동물을 아끼는 마음, 총과 무기에 대한 집착, 야생의 자연에 대한 동경을 담아, 나는 앞으로도 사냥이야기를 쓰고자 한다."

책 뒤에 붙은 작품해설에 그가 했다는 이런말이 소개된다.  

이해할 수가 없다. 

야생동물을 아끼는 마음과 야생동물을 학살하는 도구인 총과 무기에 대한 집착

게다가 야생의 자연에 대한 동경을 담아 '사냥이야기' 를 쓴다니, 거 참.

사냥이라는 것이 쫓아가, 몰아서, 죽이는 것인대 그게 아끼는 마음과 어떻게 연관된 걸까. 

참 뻔뻔스럽게 느껴진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아끼고 동경한다고. 


맘에 안드는 동물과 자연에 대한 표현을 빼면 말랑말랑 재밌는 하드보일드다. 

성공했나봐. 책 뒤 날개를 보니 따로 사냥개탐정이라는 단행본도 나와있네. 

 

하드보일드 탐정이 사는 곳은 보통 도시의 뒷골목인대, 싸구려 여관이든지 오래된 창고든지 물려받은 낡은 건물이든지 

고전 트릭의 추리소설은 시골마을, 눈덮은 산장, 외딴섬이 선호되지만, 밀실이 쉬우니까. 

하드보일드는 도시의 소음과 먼지와 욕망의 문학인대 

류몬 다쿠. 이 탐정은 외딴 숲속에 산다. 

숲 속에 사는 필립 말로라고 

하드보일드가 현대인의 로망을 입은 셈이다. 잘 어울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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