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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알고 있다
르네 나이트 지음, 김효정 옮김 / 북플라자 / 2015년 12월
평점 :
절판
1.
베개위에 먼지 한점이 내려 앉았다. 아무도 들을 수 없는 소리지만 캐서린의 귀에는 들렸다. 그녀의 예민한 청각으로는 어떤 소리도 다 들을 수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안정된 삶을 환하게 밝게 살았었는지 먼저 보여주면서 시간을 끌지 않는다.
책을 열면 한꺼번에 과거로부터 날아온 소설 한권이 그녀를 쫓는다.
그녀가 숨기고 싶었던 비밀이 뭔지 모르지만 아들 니콜라스의 생명과 연관이 있었고
그것을 그녀가 남편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
이제 그 사실이 어두운 그림자가 되어 그녀를 쫓아와 그녀는 예민해진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몸을 혹사시키듯 운동을 해도 베개위에 먼지 한점이 앉는 소리조차 들린다.
흥미로운 시작인것은 분명하다.
속도감있는 전개가 맞기는 한대, 캐서린을 쫓는 스티븐 브리그스토크, 이런 식으로 집요하고 가학적인 스토리는
마치 사냥꾼처럼 그녀를 벌주기 위한 스토커 짓을, 용서해야 하는 걸까.
그의 인생이 뒤늦게 알고보니 그녀때문에 망가졌다고?
거짓말.
부적절한 관계, 바람난 유부녀를 단죄하려는 분노에 의한 폭력은 왜 늘 정당화 되는 걸까.
스티븐은 거의 미친 스토커처럼 보인다.
십년전에 죽은 아내와 함께 복수를 하겠다고
캐서린이 휴양지에서 잠깐 바람을 피웠다고 한들, 그게 뭐 그리 큰 죄라고. 이렇게 비난하는 걸까.
르네는 여성인대, 뭐 이런 느낌의 소설을 썼을까. 심지어 인과도 잘 안맞아.
캐서린은 몹시 피곤했다. 마신 차가 모두 팔다리로 흘러들어가기라도 한 듯 팔다리가 돌덩이처럼 무겁기만 했다. 온 몸이 물컹거려 부어올랐다. 움직일 때마다 몸 안에서 액체가 아리저리 출렁이는 소리가 들렸다. 머릿속마저 통제 할 수 업슨 이미지와 밀어낼 수 없는 기억으로 뒤흔들리고 있다.
가끔 이렇게 예민한 문장은 눈에 뛴다.
2.
하지만 캐서린이 보기에 그는 처음에 맞닥뜨려야 했던 사실보다 새로 마주한 진실이 훨씬 마음에 드는것 같았다. 간통보다 강간에 훨씬 안도하다니. 물론 그런 생각을 입밖에 꺼낼리는 없고 절대 인정하지도 않겠지만 캐서린은 느낄 수 있었다. 만약 그에게 선택권이 있으면 그녀가 부정한 쾌락을 즐기도록 내버려둘 바엔 고통을 당하게 만드는 쪽을 선택할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캐서린이 휴양지에서 젊은 남자와 바람을 피웠다고 생각한 로버트는 분노해서 그녀를 더러운 물건인냥 피하다가
사실은 강간당했다는 것을 알고 용서를 구하며 다시 친절한 남편으로 돌아온다.
그런 로버트를 보며 캐서린은 분노한다.
맞아. 나같아도 화가 날 것 같아.
간통이 아니라 강간이라고 안도하다니.
사랑하는 사람이 쾌락을 즐기는 것은 용서가 안되지만 폭행을 당하는 것은 안심이 되나부지. 무슨 사랑이 그러니.
아내가 바람났었다고 분노로 눈이 뒤집힌 그는 강간한 놈이 찍은 그녀의 사진에서 욕망을 본다.
사실은 강간당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나서 똑같은 사진에서 이번에는 피해자의 공포가 보인다.
심지어 왜 전에는 이 공포를 보지 못했을까, 자책도 한다. 어처구니 없네.
스티븐의 말만믿고 사실을 확인하지도 않던 친절한 남편 로버트는 그녀가 강간당했었다는걸 알고 안도하면서
"왜 말하지 않았냐."고 다시 책임을 그녀에게 돌린다.
그래. 캐서린 떠나라. 남편이라고 같이 살 이유가 없다.
그런대, 몹시 궁금해 졌다.
대한민국의 몇 %의 남편이 아내가 강간을 당하느니 잠깐 바람나 욕망을 즐기는 것이 낳다고 생각할까.
어쩌면 대한민국의 수준은 저 둘을 나누지도 않는 수준 아닐까.
아내가 간통을 했든 강간을 당했든 더러워졌다고 용서하지 못하는.
아. 그러나. 이 성찰을 위해 스티븐의 집요하고 가학적인 스토커 짓을 참으며 볼 이유가 있을까. 싶네.
아무래도 르네는 내 감성에는 안 맞는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