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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이 깨어나는 마을
샤론 볼턴 지음, 김진석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4월
평점 :
1.
범상치 않은 제목.
뱀이 깨어나는 때는 봄이다.
추운 겨울을 땅밑에서 동면하고 보낸후 봄이되어 언땅이 녹는 때에 뱀은 깨어나는대
뱀이 깨어나는 시간이 아니라, 장소, 마을이라니.
왜 그 마을에서 뱀이 깨어나는 걸까.
무언가 기름진 음식을 먹고 싶었다. 치즈 버거라든지 싸구려 소시지와 모차렐라 치즈가 뚝뚝 떨어지는 대량 생산된 피자라든지, 나의 슬픔은 이런 방식으로 존재를 드러내는 걸까? 정크 푸드에 대한 전례없는 식탐?
이 문장에 격하게 공감한다.
나는 꼭 생리하기 직전에 새우버거가 땡기거든
고기 별로 안좋아하고 치즈나 기름진 음식 안좋아 하는대
꼭 생리전에 허기지면서 새우버거나 돈가스나 마요네즈 듬뿍 들어간 참치 샐러드 같은 것이 땡기더라고
정크푸드에 대한 전례없는 식탐으로 존재를 드러내는 슬픔이 어떤 느낌인지 알것 같아.
클래라는 수의사인대, 아침에 어머님이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은 참이다.
그녀가 왜 위독하다는 어머님이 있는 병원으로 가지 않는지, 심지어 왜 전화라도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거 참.
늘어난 뱀을 포획하자는 사람들에게서 클래라는 자신보다 약한 대상을 주저 않고 학대하려 드는 잔인함을 보며 마음이 불편하다.
거울에 내 모습이 비쳐 보여서 재빨리 옆으로 비켜섰다.
노래를 잘하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갖은 유능한 수의사
그러나 그녀는 여러 사람 앞에 나서면 주눅이 들 뿐아니라, 은둔자 처럼 사람을 피하며 살고
사람을 상대하는 것이 어려워서 몸을 숨기길 바란다.
스스로 못생겼다는, 얼굴에 대한 컴플렉스를 자주 드러내는데, 엄마가 죽었는대 왜 가보지 않는지와 함께
거울에 비치는 모습을 보고 옆으로 비켜 설 만큼 왜 그렇게 위축되는지
때아닌 뱀이 깨어나 떼로 몰려다는 마을의 클래라는 여러가지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재밌다는 말이다.
매우 존경하는 사람이 내 일그러진 얼굴을 응시하는 것이 실망스러워 마음이아팠다.
클래라의 얼굴에 아무래도 상처가 있는 모양이야. 어릴때 다쳤다고 하네.
클래라 캐릭터는 입체적이라 소설의 초반 깨어나 돌아다니는 뱀과 함께 흥미롭다.
2.
코지 미스터리 구나.
클래라와 맷의 수작이 익숙하다.
미스터리와 로맨스의 결합. 레이크 에덴의 한나가 생각하는군.
여기는 영국의 시골마을이다.
컴플랙스 있는 매력적인 여성과 친절하고 유능한 경찰, 연애인처럼 인기있는 동물학자의 삼각관계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고전적인 설정이다. ^^
여러가지가 구식이다.
친절하고 다정한 남자가 바로 옆에서 보살펴 주고, 야성적으로 치명적인 매력의 남자가 나타나 그녀를 설레게 하는것도
두남자가 애정표현을 해도 움츠러들며 눈도 못 마주치며 스스로를 비하하고 자학하는 그녀도
아무리 영국의 시골마을이라고 해도 현대사회에 살며 유능한 여성이
두남자의 애정공세에 수동적이고 자기를 비하하는 구식 캐릭터의 로맨스를 만들려니
얼굴에 흉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두 남자가 왜 그녀를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얼굴에 흉이 있어서가 아니라 무례하고 어두워서 말이다.
레이크 에덴의 한나는 두 남자사이에서 솔직하고 경쾌하게 즐기지만
뱀이 깨어나는 마을의 클래라는 두 남자에게 계속 감정을 숨기며 위축된다.
재미가 떨어진다는 말씀
예를 들면
1) 나는 그에게 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사실은 나도 모르게 너무 끌려서 그의 눈을 제대로 볼수가 없었다든지
연애에서 여성이 이런 역할을 하길 바라는 시대는 지난줄 알았는대......쩝.
2) 그에게 끌리지만 나처럼 못난 여자는 그에게 감히 사랑한다고 말도 못하고. 오히려 차갑고 쌀쌀맞게 대한다.
이런 방식도 참.
그래서 여자들은 좋아도 싫다고 말하기 때문에
여자가 싫다고 말해도 좋은줄 알고 성폭력 해놓고 사랑했다고 말하는 남자들의 논리처럼 참.
3) 혼자 우범지대를 돌아다니지 말고 위험한 일 있으면 전화하라고 아무리 말해도, 한밤중에 혼자 돌아다니다 위험에 처하는 식상함이라니
이런 스토리는 이제 그만 봤으면 좋겠어.
똑똑하고 자의식 강한 여성이 꼭 결정적인 순간에 위험을 초래하는 멍청한 짓을 하는 스토리, 재미없다.
유능하게 자기 일을 잘하는 똑똑한 여자가 연애는 가부장제에 순응하는 착한 인형처럼 해야하니
얼굴의 흉터에 그렇게도 집착해야 자신감이 없을 수 있는거고
뱀이 깨어나는 이유가 한쪽에서 풀려나가는 동안 그녀의 한심한 연애 때문에 재미가 줄어든다.
똑같은 코지미스터리에 매력적인 두남자와의 삼각관계라는 고전적으로 검증된 재미의 설정이라해도
여성 캐릭터가 어떤가에 따라 재미가 확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