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루미너리스 1 루미너리스 1
엘리너 캐턴 지음, 김지원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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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폭풍은 푸르스름한 바람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바람에서는 쇠 맛이 느껴졌고, 그 쓴맛은 구름이 어두워지고 점점 피어오르면서 더 강해졌다. 마침내 불어닥친 폭풍은  화나 나서 펄펄 뛰며 손바락으로 내리치는것 같았다. 

영국 여성작가들을 신뢰한다. 

브론테 자매부터 크리스티와 울프와 레싱까지 

영국 여성 작가의 계보를 잇는 캐나다 여성작가도 좋아해. 에트두드부터 페니까지. 


크라운 호텔은 실용적이고 간소한 타입의 숙박시설로 오로지 부두에서 가깝기 때문에 사람들이 묵는 거였다. 부두와 가깝다는 사실이 편리하기는 해도 딱히 장점이라고 할 수 없었다. 임시 가축수용장과 너무 가까워서 도살된 짐승들의 피 냄새가 짜고 시큼한 바다 냄새와 뒤섞여 마치 아무도 신경쓰지 않아 아이스박스 안에서 고기가 썩어가는것 같은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그림을 그려 보여줘도 이렇게 잘 보여줄 수 있을까. 냄새까지. 바로 앞에서 보는 느낌. 

인용하고 싶은 문장이 많다. 

이렇게 성실하고 편안하게 서술된 문장이 그림으로 그리듯이 소설을 끌어간다. 

절묘한 구성과 더불어 이야기를 받쳐주는 문장력이다. 



2. 

엘리너는 이야기를 좋아 한다. 

윌터가 12명의 남자가 있는 흡연실에 등장하는 첫장면 발퍼와의 대화는 윌터가 자시 소개를 이야기 하도록 배치 했다. 

두번째 장은 발퍼가 윌터에게 이갸기 하면서 로더백의 이야기를 다시 전한다. 

이야기 속에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 속에 살인사건과 자살 소동이 있다. 

이야기 속에 의혹과 실마리와 복선이 모두 들어 흥미롭게 흐른다.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집중하게 된다. 

오래간만에 독서삼매경. 내일의 일정을 걱정하면서도 책을 놓지 못하는 밤을 보냈다. 


책장을 넘길 수록 1866년 1월 2주동안 호키타카에 무슨일이 벌어진 걸까. 궁금하다. 

하여튼 12명의 남자가 금궤를 둘러싸고 각자 엄청 분주하다. 

카퍼선장과 죽은 프랜시스 웰스의 관계도 의심스럽고  

12명의 남자들이 돌아가면서 얘기를 해준다. 

각자 이사건에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뭘 알고 있는지 그리고 뭐가 궁금한지 말한다. 

그러나 말하지 않은 것도 있고, 속이는 것이 있기 때문에 

서로서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정보를 숨겼다가 공유하며 사건을 더듬어 나간다. 재밌어. 



3.

발퍼에게는 자신의 낙천적인 태도가 성공을 불러왔다고 믿는 사람 특유의 여유로운 분귀기가 있었다. 와이셔츠 차림이었고 크라바트는 실크로 된 고급품이었지만 그레이비소스가 점점이 붙은 채 목에 늘어져 있었다. 무디는 그를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이단적인 성향이 있고, 쾌활한 사람으로, 즉 자유론자 정도로 구분지었다.

28살에 썼다기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인 문장이고 캐릭터는 선명하다. 

1886년, 황금을 찾아 사람들이 모이는 뉴질랜드를 배경으로, 28살의 나이에. 부럽네. 


어깨에 망토를 걸치고 라인산 와인을 들이켜는 대학 친구들과 있을때면 그는 젊은이 다운 고뇌와 활력을 담아 계급 통합을 옹호했지만, 실제로 그런 일과 마주하면 언제나 깜짝 놀랐다. 그는 아직까지 금광촌이 온갖 오물과 위험으로 얼룩진 곳이고, 세계 곳곳에서 모여든 낯선 사람들로 가득하다는 사실, 식료품상의 금고에는 돈이 가득하지만 변호사는 쫄쫄 굶는곳이라는 사실, 계급 구분이 없는 곳이라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 

윌터 무디와 금광촌 호키티카 마을을 한꺼번에 소개하는 이런 문장도 안정감있고 재밌다. 


맨부커상 수상작은 끝까지 읽은 적이 없는 것 같다. 

몇차례 시도는 했지만 지루했었어. 

이번에는 좋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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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위의 딸 펭귄클래식 29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심지은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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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래간만에 러시아 소설을 읽으며 발음하기 어려운대다 애칭까지 훅 들어오는 이름들에 헷갈렸다. 


표트르 안드레예비치 

300명의 농노가 있는 영지를 소유한 귀족의 아들 

이제 막 열일곱살이 되어 군대에 복무하러 간다. 

뭐, 나라에서 부른게 아니라, 아버지가 친한 장교한테 편지써서 보내면, 그냥 장교가 된다. 

하필이면 꿈에 부풀었던 페테르부르크가 아니라 변방의 국경수비대 

말이 요새지 통나무집이 몇 채 서있는 황야다. 


사령관사에 도착할 즈음, 우리는 훈련장에서 기다란 변발에 세모꼴의 모자를 쓴 스무명 정도의 나이 든 상이군인들을 보았다. 그들은 정렬 자세로 서 있었다. 맨 앞에는 큰 키에 활력이 넘쳐 보이는 사령관이 중국식 실내복을 입고 취침용 모자를 쓰고 서 있었다. 

중국식 실내복을 입은 저 활력넘치는 사령관 이반 쿠즈미치가 대위고 그의딸 마리아 이바노브나가 대위의 딸이다. 


"...... 한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마샤 일인데. 시집갈 나이가 됐어도 어디 지참금이 있어야 말이죠. 쓸만한 빗 하나에 목용용 솔, 달랑 3코페이카 뿐이니, (하느님 용소하소서!) 이걸로는 목용탕 밖에 더 다니겠수. 착한 사람을 찾게 되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으면 우리 마샤는 노처녀로 늙어갈 수 밖에 없다우."

주인공은 안드레예비치인대, 왜 제목은 대위의 딸일까.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음, 빼어난 미인도 아님, 어리숙하고 순박하고 부지런하고 착하고 충성스럽고  

이것이 러시아 지식인들이 러시아 인민들을 생각할때 바라는 이미지이다. 

그래서 대위의 딸, 마샤다. 

 


2. 

푸르른 어머니 떡갈나무 숲이여. 술렁이지 마오. 

상념에 젖은 이 사내대장부를 방해 마오. 

내일이면 이 사내대장부 문초를 받으러 간다오. 

무시무시한 판관이신 황제 폐하의 면전에 

황제 폐하께서 이 몸에게 물으실 테지. 

농부의 아들아, 고하라, 고하라. 

누구와 함께 도적질을 하고 약탈을 일삼았느냐.

네 일당은 몇이더냐?

황제 폐하, 이 몸이 아뢰는 말씀은 

전부다 사실이고 진실이옵니다. 

첫번째 동지는 칠흑같은 밤이요, 

두번째 동지는 강철 검이요,

세번째 동지를 들라면 나의 준마요,

네번째 동지는 팽팽한 활이요,

이 몸의 첩자는 날 선 화살이었사옵니다. 

그러면 황제 폐하는 이렇게 말씀하시겠지. 

농부의 아들아, 잘했도다. 

도둑질도 잘 하였고 대답도 잘하였다!

짐은 보답으로 상을 내리겠노라. 

들판 한가운데 높이 세운 나무집,

두 기둥 사이에 가로지른 대들보를. 


교수형에 처해질 사람들이 다 같이 부른 이 교수대에 관한 민요가 내게 어떤 감흥을 불러일으켰던가를 말로 표현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들의 흉악무도한 얼굴과 화음이 잘 맞아 듣기 좋은 목소리. 그렇지 않아도 애잔한 노랫말에 감정이 가득 실려 더 한층 구슬퍼진 노랫가락까지. 이 모두가 시와 같은 공포감을 일으키며 심신을 뒤흔들었다. 


들어보고 싶다. 뱃사공의 노래라네. 

러시아의 전제정치는 다른 유럽 나라들에 비해서도 유난히 잔인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크고작은 농민들의 반란이 많았고, 그래서인지 러시아 민요들은 독특하게 아름답다. 

반란들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기 마련이고, 서사의 힘이 강한 러시아의 특성이 된다. 

가혹한 학정에 시달린 인민들이 입에서 입으로 전하여 서사외 노래, 그리고 미술까지. 

추운 나라 러시아의 아름다운 전통이 된다. 


근대장편 소설의 효시이자 톨스토이의 역사소설 <전쟁과 평화>를 예고하는 소설이며, 이후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으로 이어지는 유장한 역사소설의 지류를 형성하는 근원지로 평가된다. 

책 뒤에 옮긴이가 쓴 작품해설의 설명이다. 


표도르 안드레이치의 성장소설이면서 그의 개인사와 푸가쵸프의 반란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얽히며 만난다. 

역사의 흐름에 압도되지 않고 그리뇨프의 충직한 하인 사벨리치, 반란군 대장 푸가쵸프, 교활한 시바브린, 대위의 아내 바실리사 예고로브나 등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생동감있어 재밌다. 


서사의 힘이 있는 이런 소설을 보면 

카자크 병사를 그린 레핀의 호탕한 그림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저 애잔한 뱃사공의 노래, 노랫말도 말이다. 


뭐니뭐니해도 대위의 딸은 낭만적인 소설이다. 

영국과 프랑스를 풍미한 당시 자본주의 선진국의 리얼리즘에 비하면 아직도 러시아는 전제정치 아래 낭만적이다. 

어쩌면 그래서 가장 후진국 러시아에서 가장 잔인한 학정에 못이겨 어쩔수 없이 혁명이 성공하는 것이다. 


가을부터 겨울까지 이현우선생의 러시아문학 강의를 듣기로 했기 때문에 

설레이는 마음으로 러시아를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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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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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시리즈 두번째 잭 리처 

이번엔 일부러 시리즈 초반의 작품을 골랐다. 

기대하며 턱없이 두꺼운 책의 책장을 넘겼는데, 초반의 차일드는 더 원색적이고 잔인하고 튀는대다 마초구나. 

후반의 차일드는 불피요한 잔인함이 없는데, 이번 시리즈는 자극적이라 내 취향에는 과하다. 


물론 잭 리처 시리즈는 리처가 탐정이 아니기 때문에 사건의 의뢰인도 없고 

그렇다고 경찰도 아니기 때문에 담당구역의 범죄도 없어서 우연히, 사건을 만나게 되지만 

그녀가 납치당하는 현장에 우연히 잭이 있었다는 설정은 정말 


홀리가 운정수에게 강간당하려는 찰라 

리처는 벽을 허물어 사슬을 매단채로 운전수를 죽여버린다. 그리고 리처의 품에 안겨 우는 홀리를 리처는 달랜다. 뭐래. 

리 차일드가 남성이라 그런지 FBI 수사관 홀리를 의도만큼 매력적으로 그려내지 못한다.  


게다가 나는 납치스토리 별로고 

왜냐하면 납치는 매우 피곤한 작업이거든. 목표를 이루기도 어렵고, 불필요한 긴장도 많고. 

이미 죽은 시체를 발견한 다음부터의 수사를 보는 것은 상관없지만, 범죄의 과정을 보는것은 잔인한 경우가 많고. 


똑똑하고 유능한 FBI 여성수사관은 다리를 다친 여성이고 

납치한 광신도같은 집단의 보스는 불필요한 살인을 너무 잔인한 방식으로 너무 많이, 너무 쉽게, 또라이 같이. 

이게 말이돼? 싶은 우연과 과함이 엉성하다는 느낌. 구성의 짜임새도 후속 작품들만 못하다. 

아마도 시리즈 초반이라, 진화하는 중이구나, 싶다. 


구성과 캐릭터가 떨어지지만 소품, 특히 총에 대한 이해가 높고 이런 방식의 시시콜콜들은 본적이 없으니까.  

총의 모델에 대한 설명, 총을 쏘는 자세, 바람의 방향, 집중해서 조절하는 숨소리까지 들릴만큼, 그래서 살짝 지루하고

납치와 살인, 대량살상을 위한 계획 등 기본 스토리와 구성의 무리함이 더욱 지루하게 만든다. 

후반 작품들에 비해 여러모로 엉성한 잭 리처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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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저널 - 제38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수상작
혼조 마사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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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유괴사건을 쫒는 기자들, 이라지만 이사람들의 '야간취재'라는 건 경찰관들을 집으로 찾아가 

집요하게 졸라서 사건과 관련된 정보를 다른 신문사보다 먼저 알아내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야간 취재를 하나? 

경찰이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 말고 기자가 사건을 취재한다면 

단서를 중심으로 아니면 제보자를 확보하여 사건을 쫓아야 하는 것 아닌가?

일본사람들에게는 이런 야간취재가 자연스러운 것인지 모르겠는데...... 낮설고 불쾌한 방식이라 당황스럽다. 

오밤중에 집으로 쫓아와 조르다니. 

당연히 문전박대를 당할 때가 많고, 

실력이 좋은기자 그러니까 질문을 제대로 할 줄 아는 기자에게는 슬쩍 정보를 주기도 하고 

기자의 질문에 힌트를 얻어 오히려 경찰이 수사방향을 살짝 바꾸기도 하고, 그러는 모양이네. 


이런것을 공식적으로 하지 않고 경찰의 집으로 찾아가 그의 아내가 준비해주는 과자와 차를 마시며 

때로는 신문사마다 돌아가며 2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질문하고 답한다고. 거 참. 

가족까지 괴롭히면서 사생활을 침해하는 이런 취재, 내 기준에는 이상하다. 

밤 12시가 넘어 돌아온 남편이 뒤에 기자를 달고 와서 차와 과자좀 내오라니 웃으며 친절하게 준비해주는 아내들도 참. 

집요한 야간취재란 집요한 사생활침해에 다른 말이다. 


세키구치 고타로

저널을 아는 프로페셔널 기자로 그려진다. 

관료사회의 눈치 안보고 오직 진실만을 쫓는다는 핑계로 엄청 무례하고, 부하직원을 괴롭히고 멋대로인 사람이다. 

주인공인 고타로 캐릭터가 내 취향에 비호감인 남자다 보니 작품 전체에 대한 평가가 박해진다. 


서두르지 않고 논리적인 이야기 전개는 안정적이다. 

사건도 사건이지만 신문사 조직 내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그로인한 경쟁이 어떻게 견제와 장애물이 되는지도 볼만하다. 

음..... 그렇지만 실제 신문사가 이렇게 돌아갈 거라는 생각은 별로 안드네.

고타로처럼 튀는 기자가 정말 있을까도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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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전문의 - 상 밀리언셀러 클럽 122
라슈 케플레르 지음, 이유진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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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1. 

북유럽 스릴러에 대한 신뢰가 있다. 

대체로 인간적인 감정의 오고감이 섬세하다고 생각해. 

유셰프 일가 살인사건, 베냐민 납치사건, 형사 유나와 정신과의사 에릭의 사건 추적 

뭐랄까. 이 작품은 산만하다. 정신이 없어. 

큰 줄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른 사건들이 조각조각 배치되어 전체의 스토리에 힘을 주어야 하는대 


에바 블라우는 누구야?

켓넷은 어떻게 된거지?

베냐민은 누가 납치했어?

유세프는 어디서 뭘 하고 있는거야? 온 몸이 상처인대 어떻게 살아?

각각의 질문은 따로 놀고 


에릭은 실력있는 정신과 의사인대 왜 아내에게 이렇게 멍청한 마초짓을 하는걸까? 

약물중독을 감안해 준다해도 석연치 않고. 

과거로 돌아가 그 이유가 서술되는대, 해명을 하기는 하는대, 마땅치 않다. 

이것저것 미끼를 너무 많이 깔아버리니까, 수습이 안되는 스토리에 캐릭터는 울퉁불퉁 튀어 버린다. 


데뷔작이라 그런거라고, 욕심을 너무 많이 부리는 흔한 실수를 한거라고 일단은 이해하기로 한다. 

케프레르가 스티그 라르손을 잇는 다는 것은 국적이 같다는 것 말고는 아직 유보다. 

이 정도 작품을 라르손의 계보에 연결하는 것에 동의안됨.

데뷔작이니까, 유보한 상태로 더 읽어볼 수는 있다. 후하게 평가한다면 그렇다는 거다.  



2. 

에나벨라는 살 곳이 아무 데도 없었고, 석달동안 노숙 신세였는데, 그나마 청소하는 건물들의 계단통과 창고에서 숨어 지낼 수 있었다고 낮게 이야기했다. 꽃과 고양이를 돌보기 위해서 루센룬드씨댁 아파트 열쇠를 받았을 무렵에야 그녀는 마침내 제대로 씻고 편하게 잘 수 있었다. 

6주도안 태국으로 여행간 집주인에게 열쇠를 받아 그 집에서 몰래 선잡을 자다가 밖에서 나는 인기척에 

납치 현장을 목격한 페루 출신의 이십대 여성 이주노동자 에나벨라 

이런 장면들은 좋다. 

아무렇지 않게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비추어 보여줄때 

분명 우리 주변에 살면서도 없는듯이, 존재가 가리워진 사람들을 호명해서 보여줄때, 우리 옆에 이런 사람들이 함께 산다고.


잠깐 등장하는 단역이지만 이런 인물들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스토리의 개연성을 풍요롭게 높여준다. 

목에 나찌 문신이 있는 아이다와 그녀의 정신지체 남동생 니케 

이런 인물들이 우리와 섞여 살고 있다고 


유나는 집무실 복도를 걸어가 게시판에 모자를 벗어 걸고는 게시물들을 훑어 봤다. 요가강습, 캠핑카 매물, 경찰 노조 공지사항, 사격동호회 시간 변경 알림.
스웨덴은 경찰도 노조가 있구나. 
왜 대한민국은 경찰도 소방관도 노동조합은 안돼고 심지어 선생님고 공무원도 노동조합이 불법일까. 
경찰노조가 상식처럼 등장하는 이런 소설을 보면, 한국의 노동에 대한 혐오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사회보장청이 의사 면허를 부여하기 전에 요구되는 18개월간의 일반의 직무를 마친 후에는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일했다. 소말리아, 모가디슈 남쪽에 있는 키스마요에 도착해서, 폐기처분된 스웨덴 병원 물자, 1960년대 뢴트겐장비, 유효기간이 지난 의역품, 업서지거나 구조 조정된 병동들에서 나온 녹슬고 얼룩덜룩한 병상들 뿐인 천막 병원에서 보낸 시간은 매우 강렬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평범한 소년이나 소녀에게 재산, 장학금 혹은 자선의 도움 없이도 전국 모든 대학에서 의사, 건축가, 혹은 금융경제학 박사가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사회보장제도 덕분에 생겨서 의사가 된 에릭은 의사면허 취득후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일한다. 
이런 스토리를 읽는 것만으로도 신기한대, 실제 이런 사회에서 살면 어떤 느낌일까. 

이런 스웨덴에서도 십대인 아들과의 대화는 영 소통이 잘 안돼는걸 보면
어른들이 보기에 십대가 어려운 것은 만고불면의 진리인가봐. 

범죄소설의 스토리라인은 부실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흥미로왔다. 
북유럽 소설을 읽는 즐거움은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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