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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면전문의 - 상 ㅣ 밀리언셀러 클럽 122
라슈 케플레르 지음, 이유진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1.
북유럽 스릴러에 대한 신뢰가 있다.
대체로 인간적인 감정의 오고감이 섬세하다고 생각해.
유셰프 일가 살인사건, 베냐민 납치사건, 형사 유나와 정신과의사 에릭의 사건 추적
뭐랄까. 이 작품은 산만하다. 정신이 없어.
큰 줄기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른 사건들이 조각조각 배치되어 전체의 스토리에 힘을 주어야 하는대
에바 블라우는 누구야?
켓넷은 어떻게 된거지?
베냐민은 누가 납치했어?
유세프는 어디서 뭘 하고 있는거야? 온 몸이 상처인대 어떻게 살아?
각각의 질문은 따로 놀고
에릭은 실력있는 정신과 의사인대 왜 아내에게 이렇게 멍청한 마초짓을 하는걸까?
약물중독을 감안해 준다해도 석연치 않고.
과거로 돌아가 그 이유가 서술되는대, 해명을 하기는 하는대, 마땅치 않다.
이것저것 미끼를 너무 많이 깔아버리니까, 수습이 안되는 스토리에 캐릭터는 울퉁불퉁 튀어 버린다.
데뷔작이라 그런거라고, 욕심을 너무 많이 부리는 흔한 실수를 한거라고 일단은 이해하기로 한다.
케프레르가 스티그 라르손을 잇는 다는 것은 국적이 같다는 것 말고는 아직 유보다.
이 정도 작품을 라르손의 계보에 연결하는 것에 동의안됨.
데뷔작이니까, 유보한 상태로 더 읽어볼 수는 있다. 후하게 평가한다면 그렇다는 거다.
2.
에나벨라는 살 곳이 아무 데도 없었고, 석달동안 노숙 신세였는데, 그나마 청소하는 건물들의 계단통과 창고에서 숨어 지낼 수 있었다고 낮게 이야기했다. 꽃과 고양이를 돌보기 위해서 루센룬드씨댁 아파트 열쇠를 받았을 무렵에야 그녀는 마침내 제대로 씻고 편하게 잘 수 있었다.
6주도안 태국으로 여행간 집주인에게 열쇠를 받아 그 집에서 몰래 선잡을 자다가 밖에서 나는 인기척에
납치 현장을 목격한 페루 출신의 이십대 여성 이주노동자 에나벨라
이런 장면들은 좋다.
아무렇지 않게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비추어 보여줄때
분명 우리 주변에 살면서도 없는듯이, 존재가 가리워진 사람들을 호명해서 보여줄때, 우리 옆에 이런 사람들이 함께 산다고.
잠깐 등장하는 단역이지만 이런 인물들을 효과적으로 배치하는 것은 스토리의 개연성을 풍요롭게 높여준다.
목에 나찌 문신이 있는 아이다와 그녀의 정신지체 남동생 니케
이런 인물들이 우리와 섞여 살고 있다고
유나는 집무실 복도를 걸어가 게시판에 모자를 벗어 걸고는 게시물들을 훑어 봤다. 요가강습, 캠핑카 매물, 경찰 노조 공지사항, 사격동호회 시간 변경 알림.
스웨덴은 경찰도 노조가 있구나.
왜 대한민국은 경찰도 소방관도 노동조합은 안돼고 심지어 선생님고 공무원도 노동조합이 불법일까.
경찰노조가 상식처럼 등장하는 이런 소설을 보면, 한국의 노동에 대한 혐오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사회보장청이 의사 면허를 부여하기 전에 요구되는 18개월간의 일반의 직무를 마친 후에는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일했다. 소말리아, 모가디슈 남쪽에 있는 키스마요에 도착해서, 폐기처분된 스웨덴 병원 물자, 1960년대 뢴트겐장비, 유효기간이 지난 의역품, 업서지거나 구조 조정된 병동들에서 나온 녹슬고 얼룩덜룩한 병상들 뿐인 천막 병원에서 보낸 시간은 매우 강렬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평범한 소년이나 소녀에게 재산, 장학금 혹은 자선의 도움 없이도 전국 모든 대학에서 의사, 건축가, 혹은 금융경제학 박사가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사회보장제도 덕분에 생겨서 의사가 된 에릭은 의사면허 취득후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일한다.
이런 스토리를 읽는 것만으로도 신기한대, 실제 이런 사회에서 살면 어떤 느낌일까.
이런 스웨덴에서도 십대인 아들과의 대화는 영 소통이 잘 안돼는걸 보면
어른들이 보기에 십대가 어려운 것은 만고불면의 진리인가봐.
범죄소설의 스토리라인은 부실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흥미로왔다.
북유럽 소설을 읽는 즐거움은 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