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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테르부르크에서 모스크바로의 여행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88
알렉산드르 라디셰프 지음, 서광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7년 3월
평점 :
지난 겨울 러시아 문학을 읽었다.
삶은 늘 앞을 알수 없는 일이라, 예상치 못한 함정에 빠져 두달을 날리고, 회복하느라 다시 두달을 날렸다.
그리하여 계획했던 만큼 읽지는 못했다.
이번에 빠진 함정은 후폭풍조차 커서, 아직 다 빠져나왔다 하기도 힘들고
그래도 이제는 책일 읽고 가끔 리뷰를 올릴 만큼은 회복되었으니 기쁘다.
라디셰프는 근대 철학의 기준으로 이성을 신뢰하는 계몽주의 전보적 지식인이다.
이 작품을 접한 예카테리나2세가 라디셰프에게 사형을 언도할 정도로 당대를 뒤흔든 고발장이라고 한다.
너희들은 나에게 너희가 태어난 것은 물론이고 먹을 것을 주고 교훈을 준 것에 대해 어떤 빚도 없다. 태어난 것? 너희가 그 과정에 참여하기라도 했었니? 태어날 것이냐고 누가 물어보기라도 했더냐? 너희들이 태어나는 것이 너희들에게 이익이 되는지 해가 되는지 알기라도 했단 말이더냐?
ㅎㅎㅎ
라디셰프가 부모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니었을까.
나도 가끔 이런 생각하거든.
어느날 보니까 내가 태어나 살고 있었던 거지.
나,라는 자의식은 근대의 가장 중요한 발견이다.
그러나 시시콜콜 잔소리가 너무 많아. 뭐 굳이 이렇게 훈계를 남발할까.
계몽주의 지식인의 특징이다.
페테르부르크에서 출발해 모스크바로 가는 도중의 마을과 도시들이 저마다 한가지씩 사연이 있다.
각각의 사연들마다 주제를 정해 라디셰프의 모범답안을 알려준다.
18세기 러시아 사회를 탄식하고 답답해 하는것은 그럴만 하다고 느껴진다.
18세기 러시아를 살아간 계몽주의 지식인의 고민수준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세상이 답답했던 라디셰프의 선의가 의심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