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2014.01.07 - 1058호
위클리경향 편집부 엮음 / 경향신문사(잡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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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힐링이란 우리의 상처를 마취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 상처를 통해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을 직시하고, 분노하게 하는 힘이 아닐까.- p. 49

 

 

사실 본인이 주간경향을 다시 보게 된 건 일전의 경향신문사 폭거 사건 때문이었다.

경향신문사 직원들도 이제 민주노총이 겪는 수난을 두 눈으로 직접 봤으니,

적어도 예전처럼 이상한 인사들을 초대해서 이상한 말로 눈을 더럽히진 않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또한 이제는 그런 식으로 해서 정부에게서 몸을 숨길 수도 없을 테고.)

 

 과연 내 예상은 들어맞았다.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한 사진과 그에 걸맞는 기사는 언제나 내가 주간경향을 읽으면서 가장 높게 평가했던 분야였다. 특집 '2014년 말해야 할 것들' 첫 부분의 사진과 (경찰들이 증거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하늘 위로 드는데 그 포인트가 집중되는 위에다가 기사를 붙여놓았다.) 최연혜 철도공사사장이 물을 마시면서 지었던 표정사진은 압권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전 능청스러운 투의 기사는 그대로이지만, 거기에 좀 더 가시를 박아둠으로서 신랄한 느낌을 한 층 더해 놓았다.

 조금 아쉬웠던 건 문화 관련 기사의 급격한 증가이다. IT칼럼 분량이 갑자기 줄어든 느낌이 들고, 반면 '김호기의 예술과 사회'란이라던가 '정윤수의 도시 이미지 읽기'란이라던가, 무엇보다 백가흠이라는 소설가가 쓰는 란이 갑자기 크게 늘었다. 갑자기 그가 어떤 소설을 썼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운동권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글쓰기 활동을 많이 하는 작가라서 일단 안심은 되었다. 본인은 엄연히 소설가는 소설로서 자신의 인생과 세상을 드러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비유를 매우 적절하게 쓰는 사람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이렇게 알게 된 것도 인연이니 그의 작품을 조금 읽어볼까 생각한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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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한림신서 일본현대문학대표작선 1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소화 / 199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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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둬, 그만두라고! 내려와! 여긴 좋은 곳이야. 볕이 잘 들고 나무가 있고 물소리도 들리고, 게다가 무엇보다도 먹을 것 걱정할 필요가 없잖아."
그가 그렇게 외치는 소리가 멀리서 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낮은 웃음소리도.
아아. 이 유혹은 진실과 비슷하다. 어쩌면 진실일지도 모른다. 나는 마음속에서 크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하지만 피는, 산에서 자란 나의 바보 같은 피는 역시 집요하게 외친다.
ㅡ싫어!- p. 107

 

 

최근에 오바타 타케시가 인간실격을 리메이크해서 그렸지만, 난 그 작품은 보지 않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제 오바타 타케시는 뭘 그리든 데스노트의 라이토를 연상시킨다는(...)

개인적으론 오시미 슈조가 그렸으면 인간실격의 결말부분을 좀 더 잘 표현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다.

 

 나중에 만년의 후기를 보니, 다자이 오사무는 이 만년이라는 작품을 쓰기 위해 어언 10년간을 미친 놈처럼 살았다고 독백처럼 고백했다 한다. 실제로 인간실격은 여러모로 그의 인생을 반영한다는 인증도 있고 하지만, 만년은 인간실격에서보다 훨씬 더 성찰적이고, 더 자기비판적이다.

 

 인간실격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상당히 죽인 채 진행하다가, 느닷없이 '아버지가 잘못이다' 따위의 독백으로 끝내서 상당히 허무했던 감이 있었다. (물론 본인이 인간실격을 읽고 쓴 후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의 부모는 굉장히 비열한 방식으로 자녀의 문제를 해결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탓 하나로 정리하기에는 케이스가 상당히 복잡하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간실격 후기를 참조하기를.) 하지만 만년에서는 자신의 인격을 쪼개어, 주요 등장인물에서부터 매우 사소한 인물 하나하나를 연기하도록 시킨 기분이었다. 그의 말마따나 어수룩하게 연기하는 광대를 보는 느낌. 게다가 말이 단편소설이지 장면 하나하나는 매우 짤막하다. 인간실격만 봤지 다자이 오사무의 일생을 모르는 일반 독자들은 벌써 '잎'만 보고서 책을 덮었으리라 생각한다. (섬뜩하게도 아무 연관 없어보이는 잎의 구절들 하나하나가 그의 인생 하나하나에 절묘하게 연결되면서 소설 하나가 완성된다. 엔하위키에서 다자이 오사무를 검색해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이 작가의 소설을 이해하려면 그의 인생을 이해해야 한다.)

 

 위에 인상깊은 구절은 '원숭이 섬'이라는 소설에서 따온 구절이지만, 개인적으로는 '로마네스크'와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가 제일 재미있었다. 다자이 오사무 자신을 신랄하게 까대는 소설이라서 더 재미있었을지도 모른다. '악의 꽃' 만화에서 자신의 동물적 본능과 실수들을 부끄러워하면서도 그만두지 못하는 카스가를 문득 떠올렸다. 책을 다 읽은 아직도 오시마 슈조에 대한 미련이 남는다. (그런데 샛길로 빠진 이야기지만 소문에 의하면 오시마 슈조의 아내가 평범한 성관계로는 만족하는 사람이 아니고, 오시마 슈조 자신은 정작 아내를 만나기 전엔 정상적인 남자(...)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여자가 없었다면 남자문학가가 탄생하지 못했을 거라는 작가들 사이의 여담이 어느 정도는 맞을 지도.)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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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21 Economy21 2013.12
이코노미21 편집부 엮음 / 이코노미21(월간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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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등록금' 정책을 시행하는 데 매년 약 6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지역거점국립대학 8-9개를 명문대학으로 육성하는 데는, 지방대생들의 취업환경 개선책과 병행하여 시행할 경우, 매년 1조원 내외의 예산이면 가능하다.- p. 102

 

 이번 호에서는 사회적기업을 특집삼아 심층적으로 취재를 했다. 비록 기존의 책이나 과거에 진행된 세미나를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지만 한 눈에 봐도 정리는 매우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신기하게도 사회적기업을 건설하길 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가정 하에 둔 건지 경영방법이라던가 법적 사항들을 적어뒀는데, 워낙에 보기 드문 자료라 여러 사람들에게 많은 참고가 되리라 생각한다. 사회적경제가 일어나게 된 경제적 사회적 기반부터 시작하여,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사회적경제가 부흥할 수 있는 방안까지 순서대로 나열한 것도 이 책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데 한 몫하지 않았을까 싶다.

 

 더불어 아시아 무기시장의 부흥 등 최근에 떠오른 이슈들도 경제적으로 분석하는 걸 잊지 않았다. 맥주에 대한 기사도 그 중 하나였는데, 최근에 떠오르는 제주도표 맥주와 강원도표 맥주 세븐브로이를 직접 인터뷰한 게 기억에 남는다. 세미나 참석에 이어 맥주회사 사장님들까지 인터뷰하다니, 그냥 경제잡지 맞나 싶을 정도로 굉장히 활동적이고 직접적이다;;; 물론 한겨레가 밀어주긴 하겠지만 그걸로 이렇게까지 취재를 할 만한 여력이 있는지 우려될 정도? 아무튼 이제 슬슬 2014년 1월호가 나올 차례인데 이번엔 또 어떤 주제로 특집을 낼지 기대된다.

 

 

 

특히 세븐브로이에 대해서는 맥덕후 사이에서도 가격대비 맛은 괜찮다는 소식이 있었고,

영등포 펍 사진을 보니 인테리어도 깔끔해보여서 꼭 펍에 가서 마셔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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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3.12
녹색연합 편집부 엮음 / 녹색연합(잡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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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돈만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고민을 하던 때 '바다유리'를 새롭게 만난 것이다. 버려진 것에 가치를 부여해 다시 쓸모 있는 것으로 되살리는 일, 광고 회사에서 하던 일과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p. 81

 

 

이번 호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이야기는 바다유리 이야기였다.

 

 바다유리는 오랜 옛날 바다로 무심히 버려졌던 유리 쓰레기가 파도 등에 갈고 닦여 곱게 마모된 형태를 가리킨다. 재사용과 다름없으니 나름 친환경적인 데다가 그림에서 보다시피 상당히 아름다워서 외국에서 유행하게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이것으로 공예를 시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나름 고가로 팔린다나?

 그 바다유리 공예가의 스토리도 감명적이었다. 20년 동안 광고마케팅 회사에 있었던 그는 예전부터 취미로 무언가를 창작하고 있다가 바다유리 공예를 하게 되었는데, 장터에 시범상 내보내보니 반응이 상당히 폭발적이어서 생업마저 바꿨다고 한다. 그 때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에 대해선 인터뷰에 자세히 적혀있진 않았지만 아마도 창작의 고통 속에서 나오는 인생의 묘미를 감미롭다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나는 언제 저렇게 보람차고 가치있는 생업을 찾을 수 있을까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역시 그 분처럼 인생의 묘미를 맛보려면, 지금의 생업에 충실하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경험해보고 꾸준히 참여하는 게 최선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영화 이야기도 나왔는데 솔직히 거기에서 소개된 영화 중 설국열차밖에 못 봤다;;;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내가 일하는 매장에서 팔고 있던데 사기엔 좀 아까운 것 같고... 영화를 소개해 주는 필자마다 각각 특유의 문체와 관점이 살아있어서 꽤 재미있었다. 게다가 설국열차에서는 자칫 영화가 핵에너지를 찬양하는 것으로 비출 수 있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기하던데, 일반적인 영화평들과는 다르게 환경적으로 접한 게 작아다웠다고나 할까.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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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의 마지막 가족
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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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괜찮아요, 회사?"
저도 모르게 묻고 말았다. 어떻게든 될 거야. 히데요시는 아키코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그렇게 말했다. 회사가 심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는 구조개혁이니, 불량채권의 근본적 해결이니 하는 말들이 매일처럼 나오고 있다. 일주일 정도 전에, 도대체 구조개혁이란 게 뭐냐고 물어보았다. 약한 놈은 죽으라는 거야. 히데요시의 대답이었다.- p. 97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이지 않던가.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IMF에 이어 지금까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는 단어이다. 요즘에는 맨얼굴로 뉴스에 내보내기엔 좀 많이 거북한지 '희망퇴직'이라고 치장을 시킨다. 

 내가 깜짝 놀랐던 건 1988년 무능한 보수파와 오합지졸 노조들을 규탄하며 제 3의 길로 파시즘을 꿈꾸었던 강렬한 소설 <사랑과 환상의 파시즘>과 완전히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2010년대에는 북한과 관련된 코믹한 정치소설도 내놓았던 걸로 알고 있다. 재태크 등에서의 성공과 SM의 성적 예술적 쾌락에 극도로 젖어있던 무라카미 류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바뀐 것일까. 일본의 말랑말랑한 가족소설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상당한 컬쳐쇼크를 주겠지만, 문체로나 줄거리로나 상당히 읽는 사람 피곤하게 만드는 <피지의 난쟁이>도 끝까지 읽어봤던 나로선 그래도 제법 달달한 소설이었다. <사랑에 관한 짧은 기억> 에세이를 소설화한 느낌이 들기 때문에, 그 에세이를 읽어보지 않으신 분은 먼저 그것부터 읽어보길 권한다.

 

 

히키코모리 방이 이렇게 깨끗한 건 조난 처음본다 ㅋㅋㅋㅋ

봉준호 감독의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이지만 밝은 창문만 빼면 소설 속 주인공 방이 이렇지 않을까 해서 올려본다.

 

 풍지박살날 것 같았던 집안 식구가 저마다 사랑?에 비슷한 감정을 느끼면서 변화를 겪기 때문에 어찌보면 가족파탄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상당히 의미있는 결말이었다. 결국 무라카미 류의 말대로 되었다. 이제 1인가족이라거나 주말부부라거나 하는 단어가 우리나라에도 낯설지 않게 된 시대가 온 것이다. 티비에서는 상당히 좋지 않다는 듯이 방영이 되고 있지만. 물론 문제이긴 하다. 요즘엔 노인이던 꼬마애건 가족이라는 형태에 기대지 않고 치열하게 자기개발을 하겠다는 의지가 없다면, 살기 힘든 세상이 온다는 걸 이 소설은 보여주고 있다. 정신적으로도 건강해야 하고 육체적으로도 건강해야 하며, 옛날보다 가난하게 살더라도 그 인생 속에서 행복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 설령 이 소설 속 목수같이 단순직으로 살더라도 아무 철학없이 아무 고통없이 살면서 마냥 행복하기란 무리인 시대인 것이다. 

 그러나 내가 사는 이 곳이 좁은 시골 동네라 소문이 두려워서 모르는 척 하는 건지 아니면 정말 무지한 건지, 세상일엔 도무지 깜깜이고 심지어 영어같은 기초 외국어조차 배우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교육을 시키려 해도 그 사람이 스스로 깨닫기 전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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