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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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야말로 아일랜드 고전소설의 총집합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뭔가 시커멓고 칙칙한 분위기, 말을 끝맺지 않고 애매모호하게 흐리나 어딘가 차가운 면이 있는 대사들, 추워서 끊임없이 불을 쬐야하는 배경, 사람들의 은근한 시선, 그리고 무서운 수녀 ㄷㄷ 이런 걸 보면 더블린 사람들 소설도 영화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주인공이 굉장한 배우라서.. 독립영화라고 생각하면 깜짝 놀랄 것이다. 연기 하나하나가 정성들여 펼쳐진다. 표정과 몸짓만으로 모든 게 밝혀져서 되려 배우 자체가 스포일러감일 정도이다.

2. 성냥팔이 소녀도 마찬가지의 이야기이다. 성냥팔이 소녀는 어느날 성냥 한 갑만 가지고 회사에서 해고된다. 집에서도 반겨주지 않을 앞날이 예상되는 그녀는 추위를 물리치기 위해 팔고 있던 성냥을 켜지만 안 좋은 성분으로 만든 그 성냥의 불이 몸에 좋을 리 없고 그녀는 점점 정신을 잃어간다. 그 그림책에서 나는 처음으로 만화치킨(만화에 흔히 나오는 치킨으로 뼈에 고기가 둘러싸여져 있다)을 보았다. 그 치킨은 죽어가는 성냥팔이 소녀의 상상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렇게 죽어가는 아동청소년들이 많았던 시절을 생각해보면 지금 저출산을 안타까워하는 현실은 상당히 기이한 편이다.

3. 종교가 끊임없이 이에 대한 사과를 표명하며 봉사를 하고 정치적인 운동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과거를 모르는 미래 세대들에게 이런 역사가 있었음을 끊임없이 가르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선감학원이라는 게 있었다. 자립을 하기 위해 집을 나와 껌을 파는 아이들이 불량하다며 학원에 가두고는 강간, 착취 등 온갖 악한 일을 저질렀다. 그에 대한 사과 한 마디 없이 사실을 감추려하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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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 2024.12 2024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브누아 브레빌 외 지음 / 르몽드디플로마티크(잡지)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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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도가 더욱 경직되며 폭력을 마다하지 않게 된 반면, 극우는 점차 온건한 입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이 과정에서 프랑스 극우는 사회적 변화의 모순적 경향을 따르며, LGBT 권리를 옹호하거나 반유대주의를 비난하는 등의 모습을 보인다. 이는 다른 이들과의 관계가 실질적으로 변했음을 나타내며, RN은 이제 이전보다 명백한 인종차별보다는 외국인 혐오에 가까운 태도를 보인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극중도는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하면서 사실 페미니스트와 토씨 안 틀리는 발언을 똑같이 하거나, '나는 여자이지만~'하면서 여혐발언을 하여 남성들에게 인기를 끌어들이는 그 종자 가리키는 게 맞음. 최근 '나는 좌파도 우파도 아니지만~' 발언을 한 유투버도 사실은 극중도 쪽에 속한다. 아 그럼 속칭 극우 유투버들은 뭐냐고? 이전에도 말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치료받자 그러면 정신상담이라도 해봅시다.. 아니 놀리는 게 아니라 진지하다고.

AI가 그림을 그리니 이제 사람이 손으로 그린 그림은 필요없네, 키오스크가 있으니 이제 직원은 필요없네 어쩌네 하고 있는데.. 난 복지 이야기를 하고 싶음. 복지라고 하면 기초수급이라던가 돈을 기대하는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복지이다. 물론 근로 가능한 사람들은 대부분 가능하겠지만, 이 세상에는 인지가 남들보다 부족하거나 혹은 장애가 있거나 여러 사연이 있어서 사용이 불가능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냥 쓰기 싫어서' 기계 사용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기계에 대한 모욕적인 언사를 가하거나 폭력을 쓰는 건 과격하고 차별로 보이지만, 그들이 기계를 쓰는 사회의 흐름을 반대한다는 선명한 입장표명일 수도 있다. 만일 복지국가와 자유민주주의를 표명하는 사람이라면, AI와 관련된 제품을 쓰지 않을 권리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많은 것을 표명하는 게 플루토란 작품이다. 왠지 이런 짤로 유명해졌다만, 난 기계를 극단적으로 싫어하는 주인공의 적?들에 대해서도 이해가 아주 안 가는 건 아니다.

더 나가자면 화가들보고 미드저니인지 그런 거 쓰지 말라고 내가 강요하면 어떻겠냐? 만약 사람이 그린 것과 미드저니가 그린 것을 구분하라 해도 못하겠지만 난 AI 그림이 싫어. 왜 싫냐고? 그냥 ㅈㄴ 싫어 그 공장그림같고 싸가지 없는 분위기가 싫다고.. 이번에 AI가 만든 애니가 나온다는데 흠좀무 한 번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보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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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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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할머니가 유모차에 보물처럼 꽁꽁 숨기고 다니는 게 뭔지 궁금했던 주변 동네 사람들. 주인공은 어느 날의 사건으로 인해 유모차 안에 있는 게 성인 여성 쿠미코라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녀는 자신의 이름을 책에 나오는 등장인물 이름인 조제로 바꾼다. 그녀는 꽃과 고양이를 보기 위해 산책을 다니고, 호랑이를 무서워한다.

우리나라에도 장애인 지하철 시위가 없었다면 아직도 이런 사람들이 많았을지도 모른다. 조제가 죽을 때까지 살아있어야만 하는 무거운 의무의 짐을 진 할머니도 같이.

2. 남자 주인공의 성격은 의외로 쓰레기다. 본인의 다리는 둘인데 애인 다리가 6개네? ㅋㅋ 3명과 다리를 걸치고 있다는 말. 저러다 스쿨데이즈 애니판(꼭 애인과 같이 봐야하는 명작품) 꼴 나지 ㅉㅉ..

참고로 저 당시 영화가 검열을 잘 안 했는지 여자 찌찌는 물론 젖꼭지도 절묘한 가림 그런 거 없이 훤히 다 나온다. 주의 바람. 나도 운동하다 후방주의와 신음이 나와서 급히 이어폰 꼈었다. 애니판은 그런 이야기는 올라와있지 않다고 하니 참조하자.

3. 급기야 주인공은 조제 산책용 외 옆집 애기들 갖고 노는 용도인 장난감 유모차까지 고쳐주는데, 그 때 등장하는 변태남자가 굉장히 하루키 소설에 나오는 엑스트라같아 흥미로웠다.

작년인가 이번해에 본 영상 있는데, 일본 중딩인가 고딩인가가 술인가 마약인가에 당해 쓰러지고, 그 친구가 옆에서 동영상을 찍는데, 또 그 옆에서 어떤 아저씨가 딱 저 정도 거리에서 딸을 치고 있고 친구가 최소한의 의리를 발휘해 꺼지라고 소리지르고, 그 아저씨가 결국 도망가더라.

저 나라는 왜 20년이 지나도 바뀌는 게 없을까. 아마 30년이 되도 별로 바뀌는 게 없을 거 같다. 집적대지 마. 그냥 쳐다보지도 마. 아는 척을 하질 마.

4. 이거 1시간에서 남자주인공이 매몰차게 조제를 떠나고 끝냈어야 한다고 하면 나 이 작품의 시설 직원이나 공무원 취급 당하니? ㅋㅋ 계급이 동등하지 않은 이상 서로 사랑하면 안 된다고 딱 잘라 공자를 거절한 미자무강 만미 생각난다. 그렇지만 장애인의 욕망을 존중하라 하니.. 뭐 그들의 앞날을 예측하는 것도 쓸데없는 오지랖이지 싶긴 하다. 어쨌던 남주가 떠나가고 나서도 조제는 씩씩하게 산다. 전동 휠체어도 구입했고, 여전히 집에서 다이빙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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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셜 D 신장판 5
시게노 슈이치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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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셜D 보면서 여성차별 발언 보고 아 옛날 작품이라 그런가보다 생각했는데 MF고스트에서도 영계 밝히는 인물 등장하는 걸 보면 그냥 작가 인성이 그렇거나 아님 일본 깡패들을 묘사하다보니 그렇게 되었거나 둘 중 하나인 듯. 아무튼 인물들이 전부 정상은 아님. 그나마 이니셜D에선 주인공이라도 정상이었는데 MF고스트는 주인공마저..

정말 아까운 게 바로 사진의 이와세 쿄코.

정말 전형적인 은둔형 오타쿠다 ㅋㅋ FD에 빠지지만 않았으면 튜닝 덕후로 평생 숍에서만 살았을 타입. 아마 타카하시 케이스케에게 한 어필은 그녀에게 있어서 정말 필사적이었을 것이다. 본래 저런 타입은 남자가 고백하기를 기다리지 자신은 고백을 못 하거든 ㅋ 그만큼 타카하시 케이스케가 정말 좋았다는 반증일 것이다. 근데 케이스케 얘는 프로젝트 D 완성해야 한다고 찼으면서 결말까지 이 여자애를 등장을 못 시킨다 이야 이런 어마어마한 철면피가 있나.. 물론 프로젝트 D 완성시키면 사귀자고 말한 게 아니긴 하나...

모기 나츠키처럼 전면에서 거절당한 신세가 아니니까 다행이라고 나무위키에서는 그러는데 저거 정말 사람 죽이는 거라는. 다른 사람이랑 사귈 때 또 하나의 제거해야 할 장애물이 마음에 남는달까? 이대로 솔로로 살지도 모른다는 쿄코의 말은 그런 의미. 론리 드라이버라는데 얘네는 여러 의미 진짜 솔로로 사는 게 나을 것 같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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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송의 프리렌 12
야마다 카네히토 지음, 아베 츠카사 그림, 서현아 옮김 / 학산문화사(만화)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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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왕을 무찌른 용사 힘멜이 죽고, 그 멤버 중 한 명이었던 엘프 프리렌이 여행을 시작한다. 용사 힘멜이 인간이라 그런지, 그녀 외 다른 멤버는 대체로 인간이다. 그녀는 여행길에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이었을지도 모를 힘멜을 자주 떠올린다. 그녀는 마왕이 있었던 추운 북쪽으로 향하는데, 이제 거길 향하려면 마법사 1급 자격을 따야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그녀는 현 멤버 중 한 명인 마법사 페른과 함께 시험에 응한다.

2. 대중적인 인기를 몰고 있는데도 꽤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이유는 역시 인간의 죽음을 기반으로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보통 엘프 등 거의 무한대로 살 수 있는 주인공이면 작가가 감정개입을 해버릴 때 캐릭터의 정체성이 망가지곤 하는데, 프리렌이란 캐릭터가 잘 유지되어 신기하다. 마왕이 사는 곳으로 향한다고 하지만, 전반적인 내용은 존 번연의 천로역정과 유사하다. 천국과 여신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기 때문인데, 특히 인물들이 좋은 일을 했을 때 여신이 칭찬해줄거라는 대사에서 묻어나온다. 여신 대신 칭찬해준다는 대사에선 실천적인 그리스도론의 모범이 보여진다고 할 수 있다. 천주교나, 특히 개신교 신자라면 꼭 보아야 할 애니메이션이다.

3. 단점이라면 은근히 90년대 판타지라서, 갑자기 등장인물들이 "아 과거는 과거지, 이제 잊어버리고 현생 살아야겠다." "동료들 사이 이해 알빠노? 나 혼자 해치워서 명성과 권력을 쥐어야지." "힘멜 꺼져 스승 꺼져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으셈." 이런 식으로 흑화해버릴까봐 무섭다. 기존 유명한 3작품들이 모두 흑화엔딩으로 간 영향도 있을 것 같음. 그리고 아이스께끼는 추억이 아니라 성추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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