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No.1479 : 2024.11.05 - (앞표지 : <더 킬러스> 심은경, 뒤표지 : <공작새> 변성빈, 해준)
씨네21 편집부 지음 / 씨네21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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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받은 굿즈는 피규어 보관하는 곳에다 잘 두었다.

2. 퀴어물인 줄 모르고 아버지랑 같이 보았다 ㅋㅋ 아버지하고도 이야기했지만 높으신 분들이 지금 동성애를 혐오하고 국민들에게도 이를 부추긴 탓이라 본다. 사람들이 영화 내용이 뭔지도 모르고 준비하지도 못한 채 맞닥뜨린 현실; 아버지는 구역질을 느꼈다고 한다. 퀴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당연한 현상이 아닌가? 덕분에 아버지와 서로 이야기는 했지만 내가 20대 때였다면 내가 먼저 발끈하고 서로 싸웠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불상사가 생기지 말라고 미리 써둔다. 그래도 이 정도면 스포일러는 아니니까.

3. 음악과 춤은 좋았다. 음악은 지금 OST로 다시 듣는 중이다. 춤은 내가 못 추는 분야라 어릴 때부터 동경했는데, 과연 배우는 그를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그러나 문제는 전개였다. 가부장제의 맥없는 쓰러짐은 나와 아버지 모두를 분노시켰다. 나는 세상이 저렇게 호락호락할 리가 없다, 아버지는 집안의 가장이 저렇게 맥없이 꺾이면 안 된다는 이유였다. 어떻게든 해피엔딩으로 가려는 요즘 작품의 말로인가. 엔딩에서는 잘 이어지나, 작품에선 서로 얽힐 듯 말 듯 삐걱거리는 음이 들렸던 음악과 같았다. 요즘 치열한 설정은 레즈물에서만 남았다더니..

4. 집안 씨 다 말라버리는 막장물(...)이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처음부터 끝날 때까지 잠이 오지는 않는다 절대로 ㅋㅋㅋ 아버지도 시종일관 뒤집어지면서 봤으니까. 요즘 영화가 볼 게 없는 시대인데 부담없으시다면 한 번쯤 교육시키려 하는 내용을 참아가며 관람하길 추천한다. 나는 고향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자신과 다르면 무슨 험악한 시선으로 대상자를 보는지 잘 알기 때문에 신명에게 공감하면서 봤다. 친한 사람에게는 욕설 쓰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차별하는 사람에게는 고함 한 번 안 지르고 말도 간결하게 하는 그'녀'가 진정 쿨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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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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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코 입이 조금씩 튀어나온 게 밉지 않고 귀엽구나, 머리는 꼭 흑인 댄서 같구나, 미용실에서 파마 안 해도 되겠다야. 그러나 열아홉살의 여름이 지나자 누구도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스물네살이고 사람들은 그녀가 사랑스럽기를 기대했다. 사과처럼 볼이 붉기를, 반짝이는 삶의 기쁨이 예쁘장한 볼우물에 고이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녀 자신은 빨리 늙기를 원했다.



동호라는 소년은 자신의 집에서 세들어 살고있던 친구가 무자비한 폭력에 의해 죽어가는 것을 본 것 같으나 확실하지 않다. 처음엔 광주 시민들에게 시신을 찾아주는 역할을 했던 그는, 청년들이 총으로 무장하기 시작하자 자신도 그 무리에 남았다. 결국 그는 죽고, 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죽은 사람들은 원혼이 되어 자신의 시신이 다른 시신들과 뒤엉킨 채 썩어가는 것을 지켜본다. 인간의 존엄이란 무엇인가? 고름과 각종 체액으로 뒤섞인 저것이 인간이란 말인가?

마지막에 살아남은 동호 어머니는 동호에게 따뜻하고 꽃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라 한다.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데, 동호와 몇 마디 말도 나누었던 선주라는 캐릭터는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은 수치스런 일을 겪고 나서, 살아남기 위해 추운 곳으로 가야 했다고. 반대로 해석하자면, 따뜻하고 꽃이 핀 곳은 광주 사람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정의라던가 의리를 지키는 그런 행위를 해야 하는 장소라고 본다. 동호 어머니는 안중근을 격려하는 어머니처럼 그의 영혼을 칭찬하고 보다듬은 것이다.

5.18 항쟁과 4.3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이로서 다 읽은 셈이다. 다음엔 세월호나 이태원 사고 등에 대해 집중해서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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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아이 10
아카사카 아카 지음, 요코야리 멘고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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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진 속 이 분의 심정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단순한 열혈물이면 그렇게 상관은 없을텐데 꼭 미디어 믹스가 되기 난해한 작품이 있다. 세계관 설정이 굉장히 꼬여있거나, 이 캐릭터를 비장의 무기라고 내밀었는데 대중에게는 정작 인기가 없어 결국 묻혀버리는 작품. 대중은 금방 끓어오르는 냄비같아 보이지만 그렇게 냉정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미디어 믹스가 재미있다. 최근엔 원작을 재현하려고 최선을 다하는 게 좀 아깝다. 원작가가 절망하는 장면도 재미있지만(?!) 대체로 만화밖에 모르는 순수한(?) 이들을 애니메이션 감독이나 각본가가 어른의 세계로 끌어내주는 게 재밌다. 이번에 작가가 또 작품을 망쳐놨다는데, 미디어 믹스에서 어떻게 끊어줄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요새 만화의 결말이 흐지부지되는 현상이 많은만큼, 더욱 그러하다. 내가 말하는 미디어 믹스란 애니뿐만이 아니라 실사화(드라마, 연극)도 다 포함된다.

연극을 굉장히 선호하는 나로서는 이번 2기가 엄청 반갑다. 이전부터 꼰대로 내 마음 속 찍혀있던 남주 이미지는 점점 악화되어 간다.. 이전에는 연기자들의 왕도나 다름없던 연극이 어쩌다 저런 인물의 입에 오르내릴 수가 있는지 참으로 개탄스럽다ㅠㅠ 물론 연극에 대해 이상한 인식을 가진 사람이 많이 있으니 주인공으로서 대표적으로 설명을 해준 것이겠지만..

여담으로 미디어믹스 중에 실사화로써 제일 좋아하는 건 여전히 현실연애물이다. 물론 그게 간단하다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미스캐스팅이 생기긴 하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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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 팀 에픽 3
오카와 부쿠부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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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를 설명하려면 일단 보브네미밋미부터 얘기해야 한다.

팝팀에픽에서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존재한다. 그러나 1기 본편에서 다소 꼰대스런 이미지를 보여 그걸 단점으로 생각하는 일부 오타쿠들이 있었다(여기서 나도 포함된다). 그래서 지금은 3D 애니메이션 작붕도 까면서 쇼와(근데 헤이세이도 이제 엄청 옛날이 되지 않았나? 그때 활약한 가이낙스도 망했는데.) 시대 향수병 걸린 꼰대들도 까는 모두까기 작품이 되는 중이다..!

본편이 완전히 길을 잃어버린 와중에 기라성같이 떠오른 코너가 보브네미밋미며 이젠 팝팀에픽의 정식 본편이 되어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되어가고 있다. 작붕 이전에 그림체가 상당히 독특하다. 그런데도 굿즈가 나오는 기염을 토해내고 있으며 심각한 장르파괴에도 불구하고 많은 오타쿠들의 공감을 끌어내고 있다. 오히려 2기에서 본편과 엔딩이 보브네미밋미가 되어가는 추세다.

이 엄청난 현상을 설명하려면 전설의 헬셰이크 야노를 봐야 한다. 사진으로는 설명이 안 된다. 소리 크게 틀어놓고 영상을 보는 걸 추천한다. 전 세계는 물론 일본에서도 보기 힘든 애니메이션 괴작이며 전설이지 않을까.

지금 다시보니까 연극인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임. 일본어만 해도 좋으니까 순회공연 돌았으면 좋겠다.

다 재미있게 봤는데 비사이드는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급기야는 짧은 분량을 남긴 채 하차해버렸다. 퀴어 계열로 가려면 일단 BL과 GL 작품의 전개를 잘 이해하고 개그로 소화해야 한다. 그걸 몰라서 재미가 없어진 작품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성우들은 이해하는 것 같던데. 특히 남자 성우들의 연기에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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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찬 - 리스트 : 초절기교 연습곡 - 2022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 세미 파이널 실황
리스트 (Franz Liszt) 작곡, 임윤찬 (Yunchan Lim) 연주 / Steinway & Sons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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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클라이번 콩쿠르에다가 임윤찬의 초절기교를 덧붙인 재밌는 시도를 한 영화이다. 3시간짜리라 그런지 인기가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관중은 키즈모노가타리 시사회 정도로 있었다. 다만 키즈모노가타리 시사회 때 여자라곤 나 한 명이었고, 이번 영화에서는 여초였던 게 특이점이었다고 볼 수 있다. 내 옆에는 남자 둘이 앉았는데, 키즈모노가타리를 보면서 하네카와의 슴가를 보고 우왕 감탄할 때 앞자리의 남자가 흘긋 쳐다본 것 만큼이나 무안했다. 좀 적당히 성별 섞이면 안 되냐.

2. 내용은 클라이번 콩쿠르에 이미 진출하기로 결정된 인물들이 편안하게, 자신만큼 성숙한 사람들과 음악 이야기를 편하게 하면서, 자신의 기량을 펼치는 이야기이다. 그 중에서도 확실히 임윤찬은 성숙한 느낌이다. 그가 음악에서 강조하는 건 2가지이다.

- 아무 생각이 없어야 한다.

- 자신을 버리고 이미 돌아가신 작곡가 및 음악가를 위해 연주해야 한다.

결국 명상을 하라는 소린데 난 그게 안 돼 ㅠㅠ

그 외 눈에 띄는 사람은 단연 러시아의 안나. 체력 때문인지 여성들은 대부분 탈락하는데, 임신을 한 가운데 연주를 한다는 점이 훌륭하다. 다만 그녀도 도중에 지쳤는데 참가자 대부분이 라흐마니노프(얘 음악은 클래식이 아니다 록이었다.. 피아노 치는 애들이 거의 헤드벵잉함.)를 선택한 와중에 프로코피예프를 선택한다.

일리야라는 러시아 출신 선수도 특이했다. 아마 프로들 중 가장 말이 많았던 것 같은데, 연습량이 남들보다 적었네 실수를 했네 그렇게 얘기해도 피아노를 칠 때만큼은 진지했다.

3.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유튜브에서 보통 시작 부분만 대충 보고 넘기는 초절기교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였다. MP3를 사고부터는 진짜로 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상당히 졸렸는데 중간중간에 핸드폰 벨소리가 나를 두 번이나 깨웠다 ^^ 서울도 아직 이런 영화를 안심하고 볼 만큼은 아니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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