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3.8
녹색연합 편집부 엮음 / 녹색연합(잡지)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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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앉아서 보면 참 좋지? 여긴 덕적도보다 공기가 더 좋아. 맑은 날은 별이 하늘에 가득해. 하늘이 안 보이고 그냥 별만 봐야 해. 여긴 그냥 뒀으면 좋겠어. 얼마나 좋아. 여기 사는 사람이 설계도가 무슨 소용이 있어. 무슨 상관이겠어.- p. 49

 

 

보면 볼수록 참 신기한 코끼리바위.

씨제이에서 섬을 매수하면 이 바위는 골프장 한복판에 기념물로 세워져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밀려든다 시바.

 

 본인은 매우 옛날에 굴업도와 관련된 만화를 본 적이 있다. 설명을 듣고서도 믿기지 않았다. 세상에 이런 섬이 존재할 수 있다니. 실컷 책을 읽고 나서 엄니에게 굴업도 가고 싶다는 소리를 했다가 싸움으로 번져서 얻어맞고 다신 그 소리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건 여담이다. 가보진 않았지만 언젠가는 꼭 가고 말리라 결심했던 섬이 지금 씨제이의 개인 섬으로 팔려갈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환경단체의 단점이라면, 사람을 너무 믿다가 믿고 있던 그 사람들에게 배신당한다는 점이다. 예전에 핵폐기장 세우는 건 반대했던 인천 주민들을 믿고 이번 일도 잘 처리될 지 믿었다는 환경단체들. 그런데 이 사람들이 씨제이에서 골프장 세우는 건 찬성했다고 한다. 4대강 자전거길을 세운 지역에서 자전거를 타보니 주민들이 연속으로 세 번 '자전거 얼마에요?'라고 물어봤던 것과 같은 꼴이다. 핵폐기장은 관광수입이 안 되고, 골프장은 관광수입이 되니까 찬성한다는 심보가 너무 훤히 보이잖아...

 게다가 씨제이의 굴업도 사유화를 찬성하는 이장을 실었다길래 나름 중도적으로 보일려고 작정했나 했는데 이건 뭐... 굴업도는 멋이 없다느니, 국가를 위해 몸을 바쳐야 한다느니 하다가 마지막엔 '나는 어업 안 하고 어차피 여기 개발 끝나면 자식들하고 있을 거니까 ㅇㅇ' 이러질 않나 완전 자기 중심적인 꼰대 할아버지를 올려 놓은 것이다. 일부러 작아 독자들의 분노를 돋우기 위해 그런 건가 의문이 들 정도. 인터뷰 자체를 올려놓지 않았으면 최소한 나에게 눈꼴 시림을 받진 않았겠지. 대한민국에서 전기를 쓰는데 왜 핵폐기를 100%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설명했다면 모를까. 참 그 나이에 교육을 다시 받으라 할 수도 없고 (사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늙어서도 배울 수밖에 없는 처지인 듯하다.) 이런 노인들 때문에 우리나라가 지금 쑥대밭이 되고 있는 것 같고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4대강 건설이 완료된 이후로 우리나라에선 계속 암울한 소식만이 올라온다. 물고기는 물론 강에 사는 나무까지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는데 아무리 봐도 보통 일이 아닌 듯하다. 미래에 과연 우리나라에 이대로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온전히 물을 마실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저 두렵기만 하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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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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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살아갈 거야. 우리는 살아갈 거야. 다 잘 될 거야."

 

 

알리바이를 위해 자신이 죽인 사람으로 둔갑하는 희귀한 케이스는 물론이고,

워낙 주인공의 삶을 감정이입 하나 없이 남 보듯 바라보는 소설인 데다가,

무엇보다도 나에게는 어렸을 적 되고 싶은 것에 대한 강력한 꿈 같은 게 없었던지라 공감이 안 감;;;

아니 그보다 하고 싶은게 있었다면 에둘러 할 것 없이 당장에 하면 좋았잖아? 왜 남 탓을 함?

 

 아무튼 여러가지로 공감이 안 가는 설정이지만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완벽범죄에 반전이 없는 범죄소설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자신에게 살인의 동기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다는 직감하에 쿨하게 자살로 끝맺는 푸른불꽃과는 달리, 이 주인공은 어떻게든 자기만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치는 케이스라 그닥 정이 안 간다. 결말을 보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것 같은 인생인데... 여자를 만나서 애까지 낳아놓고도 자신의 '전 아들'이 보고 싶어서 가출을 했다는 건 뻔한 거 아닌가?

 아무튼 이 책이 데뷔를 한 이유는 내가 생각하기엔 책이 매우 간단해서. 그거 하나인 것 같다. 에드가 앨런 포가 이런 문체를 써서 범죄소설을 만든 끝에 유명해진 케이스이다. 주로 탐정이 나와서 범인의 살인 방법과 심증까지 유추하는 전개방식을 채용하던 보통 문학과는 달리, 그는 인물의 감정표현을 최소로 하고 신문을 읽는 듯한 딱딱하고 간단한 문체를 써서 살인현장을 그대로 재현해냈었다.

 확실히 그런 문체로 선정적인 느낌과 진한 피의 향기를 되살리는 데엔 성공한 듯하다. 그러나 육체적 제스처도 없이 대화가 너무 많이 진행된 탓에 인물의 대화에 감정을 실으려면 육성지원이 필요할 정도였다. 아무래도 이건 의도한 게 아닌 작가의 문체 특징인 듯한데... 이것 때문에 더글라스 케네디의 글은 더 찾아 읽지 못할 듯하다. 개인적으로 딱 싫어하는 문체라..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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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해지지 마 약해지지 마
시바타 도요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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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나,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
많은 이들의 격려를 받아
지금은
우는 소리 하지 않아

아흔여덞에도
사랑은 하는 거야
꿈도 많아
구름도 타보고 싶은걸

- p. 120

 

 

이 책의 내용이 한 때 교보문고 홍보간판에 달렸던 적이 있다.

그림과 글 사이의 여백이 이 책의 심플한 아름다움을 제법 잘 살린 것 같다. 

 

 시바타 도요는 어려서부터 갑자기 집이 몰락하여 식당집에서 일하다가 주방장의 눈에 들게 되고, 쭉 외동아들을 기르며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그러다가 90세 중반쯤 되어 시를 짓게 되었는데, 의외로 잘 지어져서 세계에 널리 알려지게 된 케이스이다. 현재 그녀는 100번째 생일을 맞게 되어 <100세>라는 이름의 시집을 더 출간하게 되었다. 늘그막에 찾은 직업이 그녀를 더욱 오래 살게 만드나보다. 이제 같이 하늘로 올라가자는 바람의 섬뜩한 졸라댐(?)에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까지 갖춘 그녀의 모습은 왠만한 연륜으로선 나오지 않을 여유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세상에 널리 알려진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녀가 단순히 '오래 살기'만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도 흘러가는 사회의 일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구체적인 내용이 적혀있진 않았지만) 일본 정부에게 나름의 불만도 품고 있으며, 오래 살지 못하고 자살하는 사람들에 관해 연민과 안타까운 마음을 품기도 한다. 우리 세대에선 100세는 가뿐히 넘기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데, 나도 나이 들어 저렇게 멋있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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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이동 - 앨빈 토플러
앨빈 토플러 지음 / 한국경제신문 / 199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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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어떤 지배 엘리트가, 또는 사적인 관계에서 개개인이 어떠한 권력의 수단을 활용하건 간에 물리력, 부, 지식이 궁극적인 지렛대가 된다. 이 세 가지가 권력의 3요소를 이룬다.- p. 43

 

 

우익오덕 ㅅㄲ가...

아무튼 이 책을 쓴 저자가 일본을 엄청 치켜올려 세워주던데

저자도 일본이 이렇게까지 미쳤을 줄은 몰랐을 것이다.

아시아에 대한 저자의 전반적인 예언은 실패했다고 보면 된다.

 

 한 가지 예언이 맞아들어간 것은 있는데 바로 일본과 미국이 팀워크 짠다는 것. 그러나 저자는 일본과 미국이 팀워크짜고 공격하는 대상이 유럽인 줄만 알았더니 왠걸. 유럽은 경제상황의 열악으로 지지부진하고 있고 중국이 오히려 급부상했다. 아무래도 중국을 보고 뭐라고 진단할 자신이 없어서 중국에 대한 언급은 계속 피하면서 '예측불가능한 나라'라고 언급한 것 같은데, 아마 저자는 중국이 이렇게 커질 줄도 몰랐을 것이다.

 내 생각에 저자의 이론이 빗나간 이유는 이렇다. 물론 요새 많이 배운 사람이 우월하긴 하다. 그러나 미국이 스스로 자기들 살겠다고 국가봉쇄를 자처하고 애플 회사를 편들어주고 있는 판인데, 좀 배워보겠다고 아우성치는 개발도상국이 게임이 되겠는가. 중국은 그에 대비하기 위해 상품을 기형적으로 대량생산하고, 스스로 노동임금을 대폭 낮추고, 소량의 지식까지 갖추다보니 게임이 안 되는 거다. 게다가 앨빈 토플러도 간과한 중요한 사실이 있는데, 바로 인구 수가 많은 나라에서는 짱돌을 굴리는 사람의 수도 그만큼 많다는 점이다. 물론 여전히 자유가 보장되지 못하는 중국의 사회정책이라던가 여러가지 면에서 애플같은 기업을 설립하는 건 무리지만, 그 정책마저 바뀐다면 미국으로서는 절대적 위기가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무엇을 상상하던 현실에선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뭐 그런 말이다.

 

 그래도 여러가지 맞아떨어진 것도 많다. 예를 들어 한국전쟁이 끝나고 나서 우리나라 부동산 불패신화가 몰락할 것을 예언했다던가... 다만 우리나라 주변에 있는 나라인 일본과 중국이 참 먼치킨 나라였을 뿐이죠...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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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중심이 되어 시와시학사 시인선 8
유재영 지음 / 큰나(시와시학사)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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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빵은 다시 일어선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빵
그 이름은 거친 빵?
빵은 어둠을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을 위하여, 위하여
존재한다
눈물 없이 핀 꽃
피 묻지 않은 시
혁명 없는 도시
그렇다 그 언제인가
다시 일어설 거친 빵을 위하여
버릴 것은 버리자
ㅡ어둠 속의 빛
우리들의 거친 빵

 

 

 

빵을 위해 투쟁하는 건 맞는데

왠지 우리나라에선 밥이라던가 쌀이 더 정서에 맞는 것 같은데...

이 훌륭한 시에 딱히 토를 단다면 그것 하나뿐이랄까.

 

 어디에선가 들었던 것 같다. 시에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들어가면 그 시는 끝이라고. 하지만 이 시집에서는 그 논란에 정식으로 반박하듯이 정면에 '혼자', '쓸쓸히' 등의 말이 들어간다. 그렇지만 그 부분 빼고는 매우 훌륭한 비유와 구절들이 많다보니 이젠 감정이 표현된 단어가 어색하기보단 불쌍해진다고 할까. 시로 봐서는 누이를 매우 좋아한다거나 고향을 떠났던 것 같은데, 대체 무슨 과거가 있었던 걸까.

 사실 빵시리즈만 제외한다면 이 시는 전체적으로 매우 서정적이고 자연예찬의 성질을 띄고 있다. 여백의 미를 상당히 좋아하는지 띄어쓰기나 쉼표를 매우 잘 찍는 편이다. 비 오는 날 방 안에서 호젓하게 차를 마시며 읽기엔 매우 좋은 시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찡한 감동을 느낀 시는 주로 사회참여적 성질을 띄는 빵시리즈 하나 뿐이었지만 그래도 자연에 관련된 시들도 섬세한 게 좋다. 단어들로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라서 자연 풍경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달까.

 

 

그러고보니 뒷모습을 섬으로도 표현했던 것 같다.

문득 시에 잘 어울릴 것 같은 그림이 생각나 올려봤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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