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4.2
녹색연합 편집부 엮음 / 녹색연합(잡지)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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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요물떼새 대규모 군무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2005년 5월경 옥구염전이었다. 이 가운데 8만 마리 붉은 어깨도요는 더 이상 관찰할 수 없었다. (...) 새만금 주변 금강 하구와 유부도 일대, 곰소만 비롯해 한국 어느 갯벌에서 사라진 숫자만큼 관찰하지 못했다. 이를 증명하듯 호주에서는 월동하는 붉은어깨도요 숫자가 줄었음을 발표했고, 그 사라진 개체가 새만금 갯벌의 상실 시기와 일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껏 그 숫자는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p. 36

 

 

새만금에 공사를 하도록 방치함으로서 이렇게 귀여운 새를 우리는 대량학살한 것이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던가. 근데 저 정도가 되면 말리기라도 해야 할 것이다.

 

 이번 2월호에선 철학이 많이 등장했다. 양심을 가지고 책임을 지는 건축철학, 시민들의 정보유출을 적극 권장하는 과학의 부정적인 철학, 자신이 살던 곳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철학 등등. 특히 본인은 맨 마지막에서 감동을 받았다. 흔히 정치가들과 과학자들은 마을의 변화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님비현상'이라 일축하면서 새로운 현상을 받아들이라고 적극 권장하는 편이다. 그러나 그 쓸데없어 보이는 '현상'도 하나의 위험인지의식이며 인간의 중요한 본능으로서 존중해야 한다고 필자는 주장한다. 녹색과학실 코너에서 김동광이란 분이 쓰신 칼럼인데 이필렬 교수님의 글을 많이 참조한 것 같다. http://opinionx.khan.kr/4414 이 사이트를 가 보면 첫 구절이 거의 비슷하다. 하지만 김동광 씨는 이 분의 글에서 더 발전하여 보이지 않는 위험을 경계하는 감각을 존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환경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한 번 쯤 읽어보면 좋을 글이다. 밀양 내부에서 송전탑을 지중화하자는 사람들과 지중화도 안 된다는 강경한 이론을 가진 사람들이 미묘한 긴장을 이루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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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의 향연 1 - 개정판 얼음과 불의 노래 4
조지 R. R. 마틴 지음, 서계인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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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욕한 그대로 직역 천지다 ㅋㅋㅋ 그러나 요즘엔 드라마도 나오고 미드덕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다보니 얼불노 해석이 거지같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서 엔하위키에서 책을 뜯어고치다시피 번역을 해주었다. 그걸 보면 전혀 이해가 안가는(...) 직역 부분들은 왠만큼 다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얼마나 달려들었는지 직역으로도 충분히 볼 수 있는 부분들까지 다 뜯어고쳤더라(.....)

 지금까지 나왔던 얼불노 사상 가장 기막힌 반전으로 인해 멘붕된 티리온은 독백을 할 만큼의 여유도 없는지 이 소설에선 아예 자취를 감추었다. 기이한 건 이 시점에서 타르가르옌도 티리온과 마찬가지로 잠수를 탔다는 것이다. 나쁜 남자 혹은 여자에게 끌린다거나, 드래곤을 좋아하는 등 취향이 비슷하기 때문에 둘이 만나서 짝짝쿵 할 거란 의견이 있던데... 뭐랄까 아무리 멘붕이라고 해도 그렇지 티리온은 절대 산사를 저버리면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산사가 매우 짜증나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린 나이에 가혹한 일을 너무 많이 겪은 여자아이에겐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히스테리가 아닌가. 특히 아리아처럼 쿨하지도 못한 소녀소녀 캐릭터이기 때문에 더더욱.

 

 

아무튼 3부 맨 후반에서 큰 사고를 친 이후로 산사는 어쩌다 얼불노의 숨은 중심인물처럼 되어버린다.

 

 샘의 비중도 덩달아 커졌다. 의도한 것인지 존 스노우가 연달아 승진하는 이후로는 그의 시점이 아예 차단되어 버린다. 아니, 어쩌면 그가 짧은 순간 겪었던 사랑의 아픔과 연타로 닥쳐오는 책임감 때문에 감정의 문을 닫아버렸을지도 모르겠다. 거의 그의 추종자 노릇을 하던 샘은 그에게 아버지를 만나라는 지시를 전달받고 대략 멘붕받아 독백이 차단당했다. 4부 1장에서도 여러가지 사건이 있지만 그래도 독자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주는 정도는 아니다. 3부에서 연달아서 멘붕을 때린 직후라서 그런지 계속 정치이야기가 나오고 등장인물들이 어딘가로 정처없이 떠돈다. 2장에서 어떻게 마무리될지 기대된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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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하트우드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김경미 옮김, 배그램 이바툴린 그림 / 비룡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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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그대 드라마는 결코 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이 책을 봤다.

결론만 말하자면, 거의 유일하게 마음에 든 건 이 토끼 그림밖에 없다. 

 

 아쉬운 소감을 먼저 말하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몇몇 천재적인 동화작가를 제외하고는 점점 작가들의 상상력이 한계에 달해간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어떤 동화보다도 더 길고 내용도 다양했다는 건 인정하지만, 난 뉴베리 상을 받았다길래 적어도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같은 퀄리티의 기발함을 기대했다. 하지만 에드워드의 처음 성격이 츤데레에 좀 밋밋해서였을까. 작품도 전체적으로 밋밋하다는 느낌이 든다. 예를 들어서 파도라던가 까마귀라던가 말을 할 줄 아는 무생물이 좀 더 많았더라면 재미있었을 거란 생각을 하지만... 음. 그건 내 상상력일 뿐이고. 어쩌면 에드워드의 고독함을 강조시키기 위해서 작가는 인간과 인형 외에는 모두 침묵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에드워드가 겪는 여정도 너무나 빨리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기사 내가 바라는 줄거리의 퀄리티는 중세 남작이 쓴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이라던가 최초로 노벨문학상 수상을 받은 '닐스의 신기한 모험'같은 것이었으니 애초에 내가 너무 기대를 많이 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의 삽화만큼은 좋았다. 너무 귀엽고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한참동안 빤히 쳐다보게 된다. 에드워드의 성격은 전체적으로 냉랭하고 심술궂게 나오는데 그 삽화와 결정적으로 대조되는 면이 있어서 우습기도 하다. 아무튼 인형에도 생명이 있다고 믿은 적이 있는 어른들에겐 꽤 가슴이 훈훈해지는 동화책이라 생각한다. (만약 아직까지도 남아있다면) 구석에 처박혀서 여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낡고 오래된 옛 '친구'를 끄집어보는 사람도 있겠지.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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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놀이 - 공지영의 첫 르포르타주, 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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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 들어 내가 느끼는 극심한 피로감은, 그들은 약자에게 조금이라도 약점이 보이면 가차 없이 팬다는 것이다. 곤죽이 될 때까지. 그것도 공개적으로 팬다는 것이다. 나는 몹시 피곤하다.- p. 151

 

 

지금은 하도 잔인한 뉴스가 많다보니 그 말이 사라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우리가 뉴스를 볼 때마다 하던 말이 있었다.

"경찰과 정부는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지금 그 경찰과 정부가 국민을 패고 있다.

그들이 강성노조였다고 치자. 그는 노동자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다.

 

 대체 그들이 무슨 짓을 했다고 그런 폭력을 가하는가.

 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연쇄살인범을 연행할 때에도 저런 짓은 아마 안 했을 것이다. 적어도 입에서는 쌍욕을 하기 전에 미란다 원칙을 줄줄 외고 있었을 것이고, 국민들이 떼로 모여서 욕을 퍼붓고 몸을 던져도 감옥에 데려가기 전까지는 그를 보호했을 것이다. 이건 추측이 아니라, 우리가 테레비전을 볼 때마다 자주 보게 되는 영상이기도 하다. 연쇄살인범에게도 최소한의 인권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걸 마땅치 않게 생각할 지언정 반발하진 않는다.

 대체 그 빨갱이라는 낙인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강력하게 찍혀있기에, 어제만 해도 평범한 사람들이 하나 둘 자살해 어느새 22명이 되어가는데도 사람들은 모른 척 하는가.

 지금은 쌍용노조들이 전원 회사복귀에 성공했다. 뒤늦게나마 법원이 양심을 되찾아 그들의 손을 들어준 건 축하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난 그 기쁨의 현장에 참여해서 같이 축하해주지 못했다. 평택에서 시위중이었을 때도 가지 않았다. 대학교에 다시 다니기 위해서라는 핑계가 있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두려워서 그랬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노조라면 근육을 울뚝불뚝 움직이는 어깨춤밖에 생각나는 게 없었고, 무엇보다도 그 사람들이 자살로 죽어간다는 게 너무 현실감이 없는 이야기였다. 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그러나 이 책을 보니 정말 그 이야기가 현실에 일어난 일이라는 걸 피부로 실감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어느 책보다도 무서운 이야기임에 틀림이 없다. 자신을 불태워서 노동에 대한 온 국민의 관심과 생각을 일으킨 전태일 평전보다도 더 하다. 그들의 죽음은 혁명과 개혁의 정신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증오하게 된 이율배반적인 마음과 상상을 초월하는 폭력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일으킨 정부를 우리는 어떻게 믿어야 할까? 대한민국 정부란 게 정말 국민을 지켜주는 보안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한 번쯤 생각해보길 바란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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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연애의 모든 것
이응준 지음 / 민음사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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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보고 진짜 우리나라 K1국회 사진인 줄...

 

 '내 연애의 모든 것' 드라마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기 전에서부터 그의 소설책을 접했다. 형광색에 가까운 연두와 대비되는 붉은 사과의 사진은 요즘 난해하다는 평을 받는 어느 현대예술작품처럼 보였다. 실제 책 내용도 그만큼이나 골때렸다. 본인은 드라마를 보진 않았지만 대체로 드라마 홍보를 보면 이 소설 내용 대부분이 짤려서 나왔을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선정적인 장면도 그렇지만, 여주인공의 과거라던가 테러범이라던가 여러가지가 짬뽕이 되서 대체로 어두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가 실제같은지 허구같은지는 뒷전으로 하고, (작가가 픽션은 픽션일 뿐 실제로 여기는 사람은 여기 소설 속에 나오는 미친 테러범과 정신세계가 똑같다는 강한 암시를 주기도 했지만.) 보수당과 진보당을 각각 남성과 여성으로 설정한 것 자체는 매우 기발하다고 생각한다. '꽃보다 남자'에서 츠쿠시와 츠카사처럼 맞고 때리며 사랑하는(?), 언뜻 보면 진부한 설정도 보안법에 관련한 정치싸움으로 연결해버리니 졸지에 신선한 소재가 되어버렸다. 정치에 대한 패러디도 등장하지만 대체로 책을 읽어도 그 사상을 자신의 정신세계에서 마음대로 분류해버리는 인간을 비난하는 것 같다. 아니, 두려워하는 것 같다.

 요즘 이렇게 확실한 메시지가 담긴 소설을 보기가 힘들었는데 이응준의 소설 중에서 갑작스럽게 발견해서 매우 기뻤다. 볼까 말까 망설였던 '국가의 사생활'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빌려놓았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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