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크래프트 전집 5 - 러브크래프트 전집 5 외전 (상) 러브크래프트 전집 5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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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의 아름다운 에르망가르데 스텁스는 버몬트 주에서 가난하지만 정직한 농부 겸 밀주업자 히람 스텁스의 딸이었다. 원래 이름은 에틸에르망가르데였으나 미국 헌법 수정 제18조가 연방의회를 통과한 후, 그 이름에서 C2H5OH, 즉 에틸알코올이 떠올라 갈증이 난다는 아버지의 설득에 따라 에틸을 빼버렸다.



러브크래프트는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타입 아닌가 생각했는데 추측이 맞구만. 다듬어지지 않은 유년시절 소설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남 ㅋ

외전에서 다른 사람들 작품 섞은 거 좀 너무하지 않음? 다른 팬들은 이거 어떻게 생각함? 아니 난 러브크래프트 소설만 읽고 싶지 다른 사람 소설을 보고 싶지 않다고. 번역이 등신같다고 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난 햄릿의 느닷없는 박혁거세 번역공격도 참아내고 결국 책 소장까지 한 사람이라 잘 읽었는데 이번엔 쫌 그렇다. 할수없이 목차 뒤져보니 유년시절 썼다는 소설들이 몇 편 있어서 읽어봄. 띄어쓰기에 신경을 덜쓴 느낌이지만 다른 단편 소설들에서 읽어본 그 느낌이 살아있음.

그리고 어릴때 쓴 소설이 굉장히 흥미로운게, 내용의 훌륭함보다는 소재가 어른 때 쓴 소설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수상한 배>를 예로 들어보자면, 제3장에 원주민이 등장하는데 백인 외의 인종은 러브크래프트 소설에 있어 중요한 키워드다. 잠수정도 보이고, 자주 사용하는 소재인 오두막과.. 광기의 산맥을 연상시키는 이야기도 있다. 그 중에서도 <비밀의 동굴 혹은 존 리 남매의 모험>이 가장 어른 때 쓴 소설을 닮았다. 대부분은 모험물에 속하는데, 이 작품에선 굳이 등장인물 중 하나인 앨리스를 죽이고 그의 오빠인 주인공에게 금을 준 데서 러브크래프트가 중요시하는 '세상의 악의'(적어도 난 그렇게 생각했다)와 공포소설의 기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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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전집 4 러브크래프트 전집 4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류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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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조가 전날 밤에 집으로 돌아왔을 즈음 얼큰히 취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다락방 창문에 나타난 보랏빛 광채에 대한 언급에는 무서운 중요성이 내포되어 있었다. 그 종류의 빛은 자신이 미지의 심연 속으로 돌입하는 초입단계인 얕고 뚜렷한 꿈속에서, 항상 늙은 노파와 자그마한 털가죽 생물의 주위에 떠돌면서 빛을 발하던 바로 그 작열광이었다.

- <위치 하우스에서의 꿈> p. 490


내가 간만에 책 읽는 진도까지 지체해가면서 글을 쓴 이유는 묘사에서 너무 천사소녀 네티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럼 이 단편의 주인공 길먼은 셜록스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래야한다. 물론 길먼이 마녀에 대해 갖는 감정이 사랑은 아니지만 집착하는 이유가 꼭 사랑이어야 하나? 난 그렇지 않다고 본다.



그리고 저 털가죽 생물에 대한 설명도 자세히 나오는데 태도는 게게게의 키타로에 등장하는 생쥐인간을 닮았다. 생쥐인간을 데리고 다니는 마법소녀라..

소설은 전반적으로 초단편 위주로 꾸며져있다. 그래서 그런지 비교적 성실하게 작가의 생각과 과거 이야기가 들어있다. 어떤 때는 본인의 자서전인가 싶은 이야기를 읽기도 했다. 긴 시간이 걸렸으나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어느덧 러브크래프트 전집을 절반 이상 읽었다. 내가 공포매체에 끌리는 이유를 숙고하는 등 전반적으로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별반 설명이 없는 편이었으나 설명이 없는대로 여운이 남는 4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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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전집 3 러브크래프트 전집 3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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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리안 언덕 너머 오스-나르가이에 있는 항구 도시이자, 카터가 현실 세계에서 안면이 있는 쿠라네스 왕이 다스리는 셀레파이스의 여인숙에서 자주 본 얼굴이었다. 그와 비슷한 얼굴을 한 선원들이 해마다 북쪽에서 음산한 배에 마노를 싣고 찾아와 셀레파이스의 비취와 금실, 붉은 명금과 바꾸었다. 그들이 바로 그가 찾는 신의 얼굴임이 틀림없었다. 그들이 사는 지역 가까이 차가운 황무지가 있고, 그 안에 미지의 카다스와 그레이트원을 위한 마노 성이 있을 것이었다. 그래서 오리에브에서 아주 먼 셀레파이스까지 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다이레스-린으로 돌아간 다음 스카이를 따라 북상하여 니르 인근의 다리까지 가야 했다. 그리고 다시 주그 족이 사는 마법의 숲으로 돌아가, 그곳에서부터 북쪽까지 오크라노스 강을 따라 '정원의 대지'를 통과해 트란의 첨탑을 지나야 했다.



구울이다. 물론 미화버전인 도쿄 구울과는 무지 다른 생물이지만 보다보면 정든다.

드림랜드 시리즈와 아무래도 호러작품 씹덕인 듯한(그러니 저 세계관에 직접 뛰어들 생각을 하지 난 엄두도 못 낼듯;) 등장인물 카터의 모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아예 뜬금없는 이야기는 아니고 좀 더 안정적인 크툴루 신화이다. 이렇게 생전 처음 들어보는 국가 이름이 설명없이 마구 나열된 판타지가 취향임. 술마시면서 보기 딱 좋음. 아무래도 이 작품을 싫어했다고 하니 러브크래프트는 리애니메이터 이후로 또 나랑 취향이 정반대인 듯. 너무 좋은 작품인데 아쉽다. 엉뚱한 점이 다소 있지만 그 점으로 인해 광기의 산맥보다 나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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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전집 1 러브크래프트 전집 1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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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옆방 수술실에서 소름끼치는 비명 소리가 들려 왔다. 지옥의 문이 활짝 얼려서 저주받은 고통의 울부짖음이 쏟아져 나왔다고 밖에는 그 혼란을 설명할 길이 없다. 그 상상할 수 없는 불협화음은 살아 있는 생물체에서 나오는 극한의 공포와 절망을 담고 있었다. 그것은 도저히 인간의 목소리라고 할 수 없었다. 인간이라면 그런 소리를 낼 수 없다. 해부대에 시신이 놓여 있다는 생각도 잊은 채, 나와 웨스트는 겁에 질린 짐승처럼 시험관과 램프와 증류관 따위를 내동댕이치고는 밖으로 뛰쳐나가 정신없이 어두운 시골길을 질주했다. 마을이 가까워지면서 우리는 밤새 술을 마시다가 그제야 귀가하는 술꾼 행세를 했지만, 그럼에도 매순간 입 밖으로 부서지는 비명을 완전히 억누를 수는 없었다.


관련 미화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짤 ㅋ 저자는 이 작품을 쓰레기로 언급했다는데 완전 내 취향이다. 원작에 충실한 편인 영화도 있다는데 궁금함.

인간 혐오가 있다고 들었는데 책을 보면 동물 혐오는 없었던 거 같다. 벽 속의 쥐를 보면 깜씨는 주인은 계속 살려낸다. 벽 속의 쥐는 이승열의 영미문학관으로 한 번 들어보는 거 추천한다. 이승열이 이런 걸 아주 잘 해요. 개인적으로 검은 고양이 소설을 한 바퀴 꼬아 패러디 잘한, 굉장한 수작이라 생각한다(그러나 내 취향은 어디까지나 리애니메이터이다.). 문제는 사람이죠.

깜씨라는 이름 때문에 인종차별 논란이 있었다고 하는데, 난 그건 아니라고 봄. 인간을 혐오하는 명칭을 동물에게 붙였다고 하나, 이는 동물혐오라고 볼 순 없음. 항상 음침한 소설만 쓰는 러브크래프트가 유머가 출중해서 어느 날 흑인을 묘하게 비꼬는 것도 아니라서. 정작 이 깜씨라는 고양이가 활약을 한다고 해서(주인만 아니라 모리스의 목숨도 살리려 시도함) 흑인 미화의 의도가 보이는 것도 아니잖음? 톰 소여를 언급한 스친 말대로, 본인도 인종차별 단어라는 걸 인식도 안 하고 만든 명칭일 수 있음. 톰 소여를 지어낸 작가는 인종차별 반대주의자였음.

다만 러브크래프트에게는 약간 식인에 대한 문제의식이 보임. 실제로 식인을 하는 원주민이란 아주 소수였음. 그리고 식인은 증오에서 나온 의식이라기보단, 오히려 아주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에게서 그의 능력과 정신을 계승받으려는 의식이었음. 라이벌에 대한 감정이라고 보면 좋을듯. 그러나 러브크래프트의 왜곡되었으며 그 어떤 지인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강한 인식으로 인해 훌륭한 소설들이 태어났으니 그도 그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냈다고 봐도 될 듯.

93세의 노인인데 크툴루 신화에 나오는 것 중 하나를 마법 영창으로 물리쳤다는 주제는 인상깊었음. 표면으론 온갖 인간혐오가 나왔으나, 여혐은 드물고 특히 더니치 호러처럼 노인이 영웅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음. 마술사 마법사는 개인적으로 별로이지만.. 자연을 개척하는 어떤 마술주의를 연상하게함. 그리고 마술을 시행하는 주체는 결국 자연소재를 인용하는 인간임. 결국 크툴루 신화도 인간찬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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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켈수스의 딸 9 - AK Novel
고다이 유우 지음, 한신남 옮김, 키시다 메루 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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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다음 순간 모형극은 붕괴하고 여마술사의 검은 소리를 내며 두 동강으로 부러졌다.

리스 경감은 자기도 알아들을 수 없는 비멍을 연달아 내질렀다. 기이한 은색 인형은 낙하한 기세 그대로 여마술사의 머리 위를 덮쳤다.



이게 좀 뜬금없는 대목을 명문장으로 뽑았지만, 작가의 작품은 절도 있는 고어를 좋아하는 것 같더라. 그 대목 중 하나를 꼽았다. 파라켈수스의 딸 말고도 다른 작품도 보고싶은데.. 아무래도 저자는 항상 여장남자를 작품에 등장시켜 자신의 소설에 대한 특이점으로 삼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이 작가를 데뷔시키는 건 아직 먼 일일 듯 하다. 작중에서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건 작가로서도 처음 있는 일이라던데, 남성의 마음을 지녔어도 여성의 몸으로 행동하는 크리스티나의 이야기, 그리고 그녀를 구원하면서 자신도 구원하는 료타로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에서 작중인물이 성배에 얽히면 좋지 않은 일을 겪는다는 스친의 조언이 있었다. 크리스티나에게 벌어진 일은 언뜻 황당하면서도 비극적인 일이다. 그녀의 감정을 실감나게 표현하면서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나가고 있다. 스포를 제외하고 이야기하자면 중심사건은 다빈치코드이다. 그러나 료타로는 남다른 사건과 그로 인해 가족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된다. 보통 서브컬처에서 (유사)가족의 삶과 일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10권 내용에 걸쳐 성장하면서 매우 큰 절망에 속하는 일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료타로의 모습이 색달라보인다. 혹 구할 수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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