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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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코 입이 조금씩 튀어나온 게 밉지 않고 귀엽구나, 머리는 꼭 흑인 댄서 같구나, 미용실에서 파마 안 해도 되겠다야. 그러나 열아홉살의 여름이 지나자 누구도 그녀에게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스물네살이고 사람들은 그녀가 사랑스럽기를 기대했다. 사과처럼 볼이 붉기를, 반짝이는 삶의 기쁨이 예쁘장한 볼우물에 고이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녀 자신은 빨리 늙기를 원했다.



동호라는 소년은 자신의 집에서 세들어 살고있던 친구가 무자비한 폭력에 의해 죽어가는 것을 본 것 같으나 확실하지 않다. 처음엔 광주 시민들에게 시신을 찾아주는 역할을 했던 그는, 청년들이 총으로 무장하기 시작하자 자신도 그 무리에 남았다. 결국 그는 죽고, 그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죽은 사람들은 원혼이 되어 자신의 시신이 다른 시신들과 뒤엉킨 채 썩어가는 것을 지켜본다. 인간의 존엄이란 무엇인가? 고름과 각종 체액으로 뒤섞인 저것이 인간이란 말인가?

마지막에 살아남은 동호 어머니는 동호에게 따뜻하고 꽃이 있는 곳으로 나아가라 한다.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한데, 동호와 몇 마디 말도 나누었던 선주라는 캐릭터는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은 수치스런 일을 겪고 나서, 살아남기 위해 추운 곳으로 가야 했다고. 반대로 해석하자면, 따뜻하고 꽃이 핀 곳은 광주 사람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정의라던가 의리를 지키는 그런 행위를 해야 하는 장소라고 본다. 동호 어머니는 안중근을 격려하는 어머니처럼 그의 영혼을 칭찬하고 보다듬은 것이다.

5.18 항쟁과 4.3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이로서 다 읽은 셈이다. 다음엔 세월호나 이태원 사고 등에 대해 집중해서 읽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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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개정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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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늦게까지 저 불빛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저곳 어디에건 나는 들어갈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오. (...) 한데 말이오...... 그 생각이 더 괴로운 거라오. 그쪽 생각은 어떻소? 어느 편이 더 나을 것 같소? (...) 아무튼 분명한 것은 말이오...... (...) ...... 내가 사랑할 수 있는 건 저 야경뿐이라는 거요......"



대충 이 소설은 90년대 시절 특유의 모습과 한강 월드?의 코드로 나눠볼 수 있겠다. 올려진 소설 순서대로 소개하겠다.

1. 90년대 시절

- 어둠의 사육제: 깨어진 술병 조각이 나오는데 옛날 아파트나 주택은 고양이가 담벼락에 올라가지 못하게 담벼락 위에 깨진 술병을 꽂아놓았었음. 지금은 동물학대 혹은 미관상 문제로 인해 많이 없어졌지. 쥐약먹고 괴로워하는 고양이의 모습도 존재함. 지금도 그렇지만 90년대의 길고양이는 그야말로 가난한 자와 연약함의 상징이었음.

- 야간열차: 동걸은 친구인 주인공에게 전화하여 벽제에 가자고 하지만 주인공은 본능적으로 거절한다. 지금은 뭐 감성사진 찍으러 가는 곳으로 소문났나본데 벽제는 공동묘지가 있는 곳이다. 동걸이 거기로 가자고 한 건 아마 어머니나 동생이 죽었단 소린데 난 동생이 죽어서 벽제로 가자고 한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음. 동해는 뼈를 바다에 뿌리려고 가는 거고.

2. 한강 월드

- 어둠의 사육제: 주인공 명환은 강씨인데, 작별하지 않는다의 인선도 강씨다. 위기일 때 유체이탈되어 혼같은 게 나타나는 것까지 똑같음. 내력이었나.

- 야간열차: 동걸의 여동생인데 주인공에게 소위 끼를 부린 적 있다. 후에 그녀는 금테 안경을 낀 남성과 결혼했다는데, 금테 안경은 어둠의 사육제에서 명환과 그 부인을 차로 친 장본인이 쓰고 있는 안경임.

- 여수의 사랑 등 전체: 둘째가 뭔가 식물인간이거나 백치거나 죽네.. 검색해보니 둘째였다. 엄마가 둘째인데 너무 좋아하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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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장편소설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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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에 맞고,

몽둥이에 맞고,

칼에 베여 죽은 사람들 말이야,

얼마나 아팠을까?

손가락 두 개가 잘린 게 이만큼 아픈데.

그렇게 죽은 사람들 말이야, 목숨이 끊어질 정도로

몸 어딘가가 뚫리고 잘려나간 사람들 말이야.


1. 지금까지 우리 가족의 한강 소설 읽기 정리함.

- 나: 소설 구입 담당함.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는 당시 팟캐스트를 들었던 나로 인해 우리 집에 있었음.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타자 작별하지 않는다를 구입했고, 이후 여수의 사랑 구입 계획 중. 채식주의자 한 번 더 읽기로 했으며 우리 부모님은 읽지 않겠다고 함.

- 어머니: 눈이 약해지셔서 오디오로 소년이 온다를 들음. 난 어머니의 요청에 의해 작별하지 않는다를 소리내어 읽고 있음.

- 아버지: 소년이 온다에만 관심이 있음. 눈은 건재하셔서 현재 읽고 있는 중.

2. 재난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것도 내가 읽은 책들 중 허리케인과 관련된 미국소설을 읽었던 때 다음으로 본격적이다. 양심의 가책으로 인해 서울에 입원해있는 친구 대신 친구의 집에 있는 앵무새 아마를 구하러 가는 주인공의 이야기이다. 근데 주인공마저도 두통과 복통 등을 느끼는, 몸이 성치 않은 사람인데다 친구의 집에 가려면 눈보라를 헤치며 등산해야 하는 입장이다.

3. 이 책이 제주 4.3 사건을 다룬다고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눈 때문이다. 주인공은 길을 잃고 눈구덩이에 미끄러져 조난을 당했을 때 자신의 몸 위로 내리는 눈이 그 사건에 의해 희생된 사람들의 얼굴에 내렸던 그 눈인 것만 같아 몸서리를 친다. 근데 사실 그 장면이 거의 하이라이트이고, 이후 친구 인선의 가족들이 해체되는 비극적인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긴 하나 오키나와 등의 이야기도 서술하여 본격적으로 폭력에 의한 피해자 민간인들을 연결시키려 한다. 소년이 온다 확장 버전임을 느낄 수 있었으며 소년이 온다를 되도록이면 먼저 보는 걸 추천한다.

4. 난 여러모로 클라나드의 이 장면이 생각났는데 이왕이면 OST도 감상하길 추천한다.

* 클라나드 OST- Snowfield

https://youtu.be/VNSq1qf5ZF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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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 탄피
리누 지음 / 그런 의미에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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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도구를 방에 다 가져놓은 다음에 아저씨의 낡은 운동화에 쌀을 가득 담고, 그 위에 소주를 가득 부었어. 할머니가 고독사한 사람한테는 그렇게 마지막 식사 대접하고, 가는 길에 심심하지 말라고 술 한잔 건네는 것이 예의라고 했거든.





일 때문에 광교중앙역을 들렀는데, 역에서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작은도서관이 있었기에 무심코 빌려본 책이었다. 요새 유행한다는 초단편소설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중편소설이었다. 처음에 흐름이 끊기기 때문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화자의 허풍이 너무 심해서 그렇게 들리는 것이다 ㅡㅡ 아무튼 중간중간 내용이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서 집중해서 읽어야 했고 결국 호수 두 개를 반바퀴돌고 술 마시며 봤는데도 해결이 안 되어서 다시 반바퀴를 돌아 광교중앙역으로 돌아와서 반납해야 했다. 광교중앙역 무서운 장소..!

나름 반전도 있어서 재미있었다. 한편으로 리뷰어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경청하는 주인공은 빨리 그 내용에 대해 잊어버리려 하는데, 리뷰어들은 자신이 읽은 이야기를 기억하고 싶어하는데다 그걸 넘어서 대부분 남한테 돈 받는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에게까지 솔선수범해서 전달하려 한다. 이 얼마나 위악적이고 변태같은 사람들이란 말이냐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정말 어제 밤에 자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면 정말 깨끗이 잊어버리는 사람이라 오늘 읽은 책에 대해서 오늘 기록하지 않으면 정말 말끔하게 잊어버리고 만다. 그러고보면 주인공은 오후 6시부터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셔가며 매력적인 과부에게 홀리지도 않고 일을 하고 있는데, 난 유부녀 모에에(...) 술도 못 마시고 게다가 잠이 많은 사람이니 주인공과는 정반대의 인생을 사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좋은 건진 잘 모르겠으나, 주인공이 굉장히 피곤한 인생을 사는 건 맞는 듯함. 5년씩이나 사귀고 결혼까지 약속했던 사람도 세월 지나면 어디 살았는지 가물가물하니 신경쓸 거 없건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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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여름을 기억해 줘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인휘 지음 / 우리학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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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만남은 기척도 없이 우연히 찾아옵니다. 오래전의 약속처럼 찾아온 만남은 기이한 인연 같기도 합니다. 그런 만남은 아주 특별하지만 반가운 소식을 물고 오는 까치의 지저귐처럼 좋은 일만 생기진 않습니다. 날카롭게 신경을 곤두세우는 쇠 긁는 소리처럼 불길한 기운을 몰고도 옵니다.



 


 

청기마을은 태양광과 관련된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마을 주변의 산을 밀어야 할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산이 서울에서 온 사람의 소유지라서 쉽게 제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반대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받게 될 보상금의 인상을 노리고 있다. 여기서 님비 현상의 복잡성이 잘 드러난다고 할까. 단순히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반대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아 인상깊었다. 그 곳에서 사는 정서도 자연을 걱정하는 주민 중 한 명이었다. 한 편 그가 사는 집 뒤쪽에 있는 폐가에는 벽에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가족이 살해당했다고 소문난 집이라 소수의 언론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한부모가정에서 자라나 세상 풍파 다 거쳤지만, 다큐 영상에 관심이 많고 열정적인 성격을 지닌 산하도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내심 아버지를 그리워했는데, 어느날 꿈에 아버지가 나와 폐가가 있는 곳에 가보라 한다. 그녀는 폐가에 갔다가 정서와 친해지면서 점점 아버지에 대한 회상이 뚜렷해진다. 과연 산하의 꿈에 나온 아버지는 어떻게 돌아가셨으며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한편 산하는 그림보다는 숨겨진 능력이 많은 정서에 더 흥미를 지니게 되어 그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간다. 그러나 정서에게는 숨겨진 게 더 있었으니, 바로 트라우마였는데... 그는 과연 서울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그리고 청기마을과 산은 어떻게 될까.

 

이인휘 씨의 소설 중 상대적으로 가장 가볍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소설인 건 사실이다. 또한 뒤표지에 반전이 너무 많이 적혀 있으니 보지 않는 걸 추천한다; 반전이 전부인 소설은 아니다. 나레이션과 대사 자체에 무게가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스포일러가 많은 후기는 좋은 추천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페이지가 쉽게 술술 넘어가며 몰입할 수 있는 이런 소설일 경우엔 더욱 그렇다.

 

"나무만 잘 보살펴도 물은 마르지 않아요. 가뭄이 들어도 나무가 울창한 깊은 산 계곡에는 물이 흐르잖아요."

설악산이나 금강산처럼 큰 산의 계곡에 흐르는 물은 10년 전, 또는 100년 전에 내린 빗물이 흘러나온 것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숲이 깊으면 대지와 나무들은 빗물을 품고 있다가 가뭄에도 물을 내보낸다고 했습니다.



 


다 아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정서의 차분한 설명이 마음에 와닿는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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