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분도소책 1
칼 라너 지음 / 분도출판사 / 198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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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것은 오로지 높은 것으로부터 이해되는 법이고 보면ㅡ평면적 사고는 거꾸로 생각하려 들지만ㅡ 먹는다는 것은 어떤 존재가 인식을 통해 주위 세계를 자기 것으로 삼고 사랑을 통해 세계라는 전체에 자기를 내맡기는 과정의 가장 낮은, 따라서 가장 기본적인 형태라고 해야 한다.



 


 

먹는 것에서 갑자기 사랑 얘기가 나와서 사랑까지야?라고 생각했는데 식극의 소마가 떠올라 바로 이해가 되었다 덕후가 되면 이렇게 유익합니다 여러분(...)


1. 모 청소년센터에서 청소년에게 강제로 정신과 약물을 복용시켰다고 한다 ㅠㅠ 성당 열심히 다니고 있고 최근엔 신학 관련 글도 읽고 있는데 이런 기사 보면 너무 자괴감이 든다 ㅠㅠㅠ 최근 겪은 개인적 일도 성당 다니시는 남자분이 술을 많이 드시고 추태부리시다 벌어진 것이었는데, 주님이 하늘에서 지켜보신다는 걸 알면서도 저런 짓을 할까 싶다. 신을 두려워하라고까진 않겠지만 자신이 아는 모든 사람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저런 짓을 자신이 한다고 공공연히 얘기할 수 있을까?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른 비밀스러운 곳에서도 똑같이 한다면 양심에 찔릴 만한 사건도 없을텐데.

2. 이 책을 쓴 칼 라너는 카톨릭의 유명한 신학자이다. 참고로 내가 친한 분 중에 철학으로 대학원까지 가신 분이 있는데 칼 라너의 책을 하나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읽으려니 어려워서 포기를 했다나 ㄷㄷㄷ 그러나 이 책은 말 그대로 일상을 다루고 있어서 괜찮다.

3. 솔직히 일에 관해선 너무 수도사의 노동 이야기 같아서 납득하기 힘들다. 근데 세상에 "맞는" 일이 없다는 데엔 공감한다.

4. 걷는 것 편에서는 말이 좀 꼬이는데 이게 철학책이 본래 글을 어렵게 번역하는 특성이 있어서 그런건지 아님 종교 관련 책에서 일상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오타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다른 종교 관련 책들과 비교해본다면 놀랄만큼 싸고(얇으니까) 오타도 적은 편이다. 시리즈로 모아볼 의향이 있다. 출판사는 분도이다. 여기 편집자는 그래도 나름 열일하시나 보구만.

5. 갈수록 허들이 높아진다. 다시 말해 실행하기가 점점 어렵다 일상 아닌 거 같은데 ㅋㅋㅋ 악인의 웃음을 주님이 싫어한다 하지만 난 예술에 있어선 중립적 입장이고, 요새 기독교건 불교건 대부분 조커 영화 좋아하지 않나. 아님 필요 이상으로 싫어하고;

 

물론 차분하고 조용한 잠심을 익히는 길은 여럿 있다. 청아한 예술품, 순수한 음악,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은근하고 맑은 사랑, 이해를 넘어선 고도의 인식과 달관, 그밖에 다른 예술적 전인적 관상적 체험들도 있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그 자체로서 지탱될 수 있는 평정은, 그 이름이야 어떻게 붙이건, 기도뿐이다.

 



 


 

내가 가장 못하는 건데 ㅋ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며 앉아 있어도 꼭 책 한 권은 들춰보거나 팟캐스트 한 편이라도 듣거나 애니메이션이라도 봐야 하는 나이다. 그나마 요샌 트러블 별로 없이 조용한 로맨스물이 좋긴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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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인생이 싫었던 날은 - 세사르 바예호 시선집
세사르 바예호 지음, 고혜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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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XV 중에서

하늘의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드리운 저 얇은 막 뒤로 헛되이 떠다니는 너희들. 이 황혼에서 저 황혼으로 표류하면서, 아픔도 못 느끼는 상처 앞에서 요란 떠는 너희들, 내 너희들에게 말하노니, 삶은 거울 안에 있고, 그대들은 죽음, 바로 그 자체이니라.

(...)

너희들은 죽었다. 그전에도 결코 살아본 적이 없었지.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는 살아 있었노라고 누구나 다 그렇게 말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결코 살아본 적이 없었던 삶의 시신에 불과했던 것이다. 서글픈 운명, 항상 죽어 있었던 존재의 운명. 푸르렀던 적이 없었는데, 이미 마른 잎이 되어버린 운명. 고아 중의 고아.

 

 

 

미치다 못해 크리피한 시인 듯;;; 

 

시집 치곤 꽤 두껍긴 한데, 읽다 보면 절대 두껍다고 느끼지 못할 거다. 생식기가 턴A자 형태로 덜렁거리고 분뇨와 피가 튀는 적나라하고 고어한 책인지라, 혹 에드가 앨런 포같은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영원한 주사위 중에서

ㅡ나에게 열정적인 박수를 아끼지 않으셨던 위대한 마누엘 곤살레스 프라다 선생께

 

주님, 당신의 촛불을 모두 켜시고

닳고 닳은 주사위를 가지고 함께 게임을 해봅시다.

어쩌면 전 우주를 걸고

게임을 하다 보면

죽음의 신의 두 눈이 모습을 드러낼지 모릅니다.

진흙으로 만든 어두운 두 장의 에이스처럼.

 

오, 주님! 이 캄캄한 밤, 무언의 밤,

더 이상 게임을 못 하실 겁니다.

험한 일에 몸을 굴려 닳아지고

둥글어진 진흙은

구멍, 그것도 무덤 같은 거대한 구멍이 아니면

구르는 것을 멈출 수도 없게 되었답니다.

 

 

 

탁월하고 멋진 부분, 의미심장한 내용이 한장한장 읽을 때마다 오금을 저릿하게 한다. 

 

표현력도 넘 저 세상. 세상에 이 책이 내 책장에서 눈에 띄지도 않은 채 오래 박혀 있었다니... 내가 만난 시집 중 몇 안 되는 최고의 시집이었고 앞으로 다른 시인의 시집에 만점을 주기는 당분간 힘들지 않을까 싶다. 눈이 높아졌어..

 

오월 중에서

 

새벽녘에 야라비를

구성지게 불렀던 양치기 소녀.

오, 가엾은 비너스

기품 있는 구릿빛

헐벗은 팔에

향긋하고 신선한 장작을 담는다.

개에 쫓긴 송아지 한 마리

가파른 언덕길로 달려간다.

송아지 목의 방울은

꽃피는 날에 베르길리우스에게 바치는

노래를 부른다.

 

 

 

민족심이 강하셨던 모양인지 전통 풍습(잉카)에 관련된 이야기가 초반에 가톨릭과 섞여 들어간다. 

 

지금은 다 옛날 얘기가 되긴 했지만, 이런 묘사도 새로워서 좋다 ㅎ 운동권 같은 글들은 후반부에 나온다. 뭐 읽을 때마다 전신에 소름이 돋고 그런 미사여구는 이제 진부하더라도, 체 게바라가 필사할 만한 글들이라 생각된다. 문맹인 민중을 위해서 썼다더니 과연 반복되는 구절이 많아 외우기 쉽고, 운동권에서 몸 잠깐 담갔던 분들이라면 암시를 금방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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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무법자 - 남자, 여자 그리고 우리에 관하여
케이트 본스타인 지음, 조은혜 옮김 / 바다출판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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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은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바대로 존재한다ㅡ카를 마르크스



 


 

젠더라는 명칭이 나왔으니 LGBT나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글인 줄 알고 펼쳐본다면 아마 오산일 것이다. 이 저자는 젠더에 유동성이 있다는 사실을 못 박고 있으며, 이것을 부정하는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공격한다. 양성애자에 대한 몰이해가 느껴져서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여성과 남성으로만 나누어져 투닥거리는 우리나라의 젠더 세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볼 수 있겠다.


진보적이란 대통령이 동성애자들 싫다는데 법무부장관이라고 다르겠냐. 한국의 동성애자들은 정말 언제까지 이렇게 정치권들에게 거부당하면서 마음에 대못이 박혀봐야 하냐.

젠더 무법자에서는 동성애자를 넘어 트렌스젠더까지 포용하는 사회를 만들자고 이미 오래전에 주장했다던데. 대체 언제까지?

 

영화 크라잉 게임의 명장면을 살펴보자.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던 장면ㅡ거론해서는 안 되는 그 장면을 알지 않는가? 영화 내내 여자인 줄 알았던 등장인물이 완전히 알몸을 드러냈을 때 (허억) 여자로 보이는 몸에서 페니스가 보이던 그 장면ㅡ말이다! 그 당면이 전하고자 한 것은 트랜스젠더화된 사람을 폭로하는 것뿐 아니라 페니스를 발견한 남자의 역겨움과 구토이지 않겠는가. (...) 크라잉 게임에서처럼, 누군가가 트랜스젠더임을 안 뒤에는 그 사람에 대한 물리적 공격이 이어진다.



 


 

... 내가 아스톨포 사진을 올릴 때마다 제일 조심해서 피하려고 했던 짤. 특히 이 그림을 올리시는 분이 집중적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정도는 양호하며 이 분의 픽시 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걷어차는 등 페이트에 등장하는 소위 쎈 언니들이 온갖 학대를 한다.


당연하지만 보통 이런 일러스트의 댓글을 보면, 심영 짤을 올리거나 남자를 그만두겠다고 선포한 적도 없는 아스톨포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우는 것들 뿐이다. 이런 분들 중 몇몇은 오프라인에서 모임을 가지거나 몇몇 코스프레하는 사람들과 벙개를 하기도 할 것이다. 만일 남자가 아스톨포 같은 캐릭터로 꾸몄을 때, 일러스트레이터나 혹은 이 일러스트를 보고 낄낄거리던 작자들이 무슨 짓을 했을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바가 아닌가.

 

이참에 말해두겠는데 저런거 말고도 오토코노코물은 하드물이던 약혐물이던간에 말도 안 되는 것들 투성이다. 그거 보고 낄낄대면서 야 그래도 얘네들이 양지에 나오는 거 보면 사회가 진보되지 않았냐 이러는 것들 보면 난 더 빡치는데... 아무튼 누가 됐든 폭력은 차차차선이라고 본다. 특히 생존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 상황이나 관념 등에 대한 공포나 무지에 의한 것이라면 더더욱.

 

저 어딘가에 마이크로 단위로 분해된 인간의 죽은, 완전한 한 몸이 떠돌고 있을까. 스타 트렉의 트랜스포터처럼? 날 전송해 줘, 스카티. 여기 아래쪽엔 날 위한 삶이 없어.

 

지난 7년 동안의 모든 세포를 난 어딘가에 남겨 두고 왔다. 그 세포는 저 어딘가에 있는, 여기 몸과 아주 비슷한 몸에, 내가 인생과 대면하는 걸 피하기 위해 먹고 마셔 댄 음식과 술로 만들어진 이 몸과 비슷한 몸에 더해졌다.



 


 

사람의 세포는 7년마다 바뀐다는 군요.

쓸데없이 덧붙이자면 전애인과 잡은 손의 세포도 7년 지나면 완전히 먼지가 되고 유사한 다른 것으로 바뀝니다 ㅇㅇ 그 무엇도 가지고 가지 못하죠.

 

이 장면은 예배당에서 수녀들이 노래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해도 좋다. 에르퀼린은 불붙인 초를 들고 입장한다. 그녀가 눈을 뜨자 수녀들의 노랫소리가 희미해진다.

(...) 12세의 에르퀼린: 간호사님이 말씀하셨어요. "어린 소녀들이 공부를 너무 하면 여자다움이 사라진다."고요.



 


 

ㅋㅋ 그럼 나는 왜 (내가 1년째 적극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중인데 그 전까진) 남자가 안 끊겼냐 심지어 목소리 허스키하고 앞니 작살나고 대머리 직전까지 갈 때도 누구와 사귀었다만. 무튼 뜬금없이 저자가 쓴 연극 대본이 나오지만 연극을 좋아하는 나로선 독자들이 계속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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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
캐롤 타브리스 지음, 히스테리아 옮김 / 또하나의문화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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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평등을 단지 여성을 조직 안에 끼워 넣는 일로 생각한다. (...) 로날드 드워킨은 "아이가 둘이 있다. 같은 병으로 한 아이는 죽어 가고 있고 다른 아이는 그보다는 덜하지만 역시 고통받고 있을 때, 남은 약을 누구에게 먹일지 결정하려고 동전을 던진다면 그것은 두 아이를 평등하게 배려했다고 볼 수 없다."


 


 

이 말 왜 이리 혜자냐;;;;; 처음에 '그들'이란 단어는 미국의 은행이나 학교같은 사회 조직을 의미하는데 다들 공감할거라 생각한다. 일단 학교 교사들과 좀 알고 지낸 적 있는데 내부에서 노처녀와 노총각에 대한 대우도 전혀 다르고, 교사끼리 결혼해도 남자분이 설거지는 커녕 손가락 하나 안 댄다는 데에 충격받은 나로선;;; 여자는 크리스마스 케이크고 30살 되면 인생 끝났으니 독신으로 살다 가라 그러는데 남자는 그런 얘기도 없지 않은가. 그리고 독신으로 살면 가난하다는 데에 남자들 전혀 찬성 안 하는데 자기 아는 사람들에겐 결혼하라는 모순 진짜 개소름끼침;


우리나라에서는 어디서나 양성평등이라는 말을 공식적으로 쓴다. 성평등은 소수가 쓰는 언어이자 비공식적 언어로, 그 단어를 쓰는 사람의 주변 환경과 이데올로기를 명백히 드러냄으로서 그 사람이 차별당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양성평등이란 단어를 전부 성평등으로 고쳐야 하는 이유이다. 실제로 양성이 평등하지도 않고 그럴 수도 없는데 양성이 평등하다는 단어를 쓰면 자칫 여성과 남성간의 대결구도를 더욱 심화시키기 쉽다.

난 우리나라를 꽤 좋아한다. 사실 풍전등화였던 역사마저도 재미있다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런 책을 읽을 땐 서양 문화가 부럽고 저 안에 편승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1999년에 나왔다. 그리고 사람들은 내가 페미니스트라는 입장을 밝힐 때마다 "그럼요 남녀가 똑같지 어디 다르나요?"라는 근거도 없는 말을 내뱉곤 한다. 특히 최근 어느 모임에서 더욱 좌절을 했는데, 남성이 쓴 책에는 '치한이 엉덩이를 만질 때 여성도 소리질러야 한다'고 적혀 있었다. (그가 근무하는 직장이 특히 양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그런데 여성 분들은 '그래요 우리가 성추행에 당당히 맞서야 해요!'라고 너무나 밝은 얼굴로 말씀하고 계셨다. 언제는 안 맞섰단 말인가? 그리고 양성평등 시대에는 여성이 때리면 남성은 경찰에 신고할 게 아니라 그 여성을 패야 한다는 시민의식이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PC방 사건 꼴 날 수 있단 말이다. 서양문명을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는 여러 옛 지식인들의 모습이 순간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달까.

또한 더치페이를 찬성하는 여성분이 대체 어디까지 자신이 돈을 지불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계셨더라. 난 눈치없게도 밥은 남자가 사고 커피는 여자가 사는 게 보통이라 했다. 그러나 수많은 남자 분들은 댓글에서 편집증적으로 그 자리에서 먹을 밥과 그에 들어갈 돈의 액수를 계산하고 계셨고, 내 댓글은 금방 묻혔다. 뭐 여성이 히스테릭하다고?

 

사람은 누구나 어떤 면에서는 반사회적일 수가 있다고 본다. 나는 그것 때문에 내 친구들과 관계를 끊으라 말하는 사람을 몹시 싫어한다. 너 자신을 알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자신이 어떤 면에서 반사회적이었는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게 좋았을 텐데.

그리고 레알 사상체계고 뭐고 난 친구 사귈 때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쓰는데 ㅋㅋㅋ 중요한 건 내 사상체계가 올바른가 아닌가에 있지 남 의식 신경써서 뭐해 피곤하게스리. 그냥 서로 통하는 게 있음 그거 같이 얘기하는거지, 무슨 친구의 친구 가지고 너 빨갱이들과 어울리냐 어휴 절교해 너 동성애자들과 어울리냐 어휴 절교해 이러고 있어. 현기증나게 사는구나 싶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군대에서도 소총마저 왼손잡이들은 쓰기 힘들다. 그래서 강제로 오른손으로 쏘게 만들곤 한다. 징병제라 수많은 왼손잡이가 군대에 들어왔을텐데 말이다.

이건 왼손잡이만이 아니라 다른 소수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당연히 다수에게 맞춰야 한다는 생각에 소수자들은 무시당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자. 소수자만이 아니라 인구의 50%는 여자이지만 대다수의 물건은 남자에게 디폴트가 맞춰져 있다. 남자들은 그런 것을 '인식'조차 못하고 산다.

다수에 속한 사람들은 그게 문제인지도 인식하지 못하고 살면서, 자기들만 편하게 살면서 그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 사소한 것으로 징징댄다고 한다. 그럼 다수에 맞춰야지 그 소수 때문에 다수가 불편해야 하냐고 말한다.

그러나 그 사소한 것을 왜 양보할 생각이 없는가? 그리고 애초에 디자인할 때 다수에 최적화는 안 되어도 다양한 사람에게 접근이 쉽도록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 감수성 자체가 이 사회에는 필요하다. 그래서 남성과 여성은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것이다. 황교안이 박근혜보고 여성의 몸으로 오랜 구금생활을 감행한다고 하는 건 성차별 발언이다. 여성의 몸이라 해서 감옥 생활 못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교도소가 여성의 인권을 침해한다면 그것 또한 성차별이다. 이걸 대체 높으신 남성 분들은 왜 모를까.

 

90년대 이야기라 아무래도 현재 시대와 좀 다른 이야기가 수두룩하긴 하다. 근데 이건 아직도 똑같구나. 피임약 먹고 몇 시간 후에 술 마시면 괜찮은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음. 또한 술과 피임은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비전문가의 글이 인터넷에 버젓이 돌아다님. 미개하구만. 물론 술마셔도 피임이 된다는 의미는 알겠는데 아니 피임약 먹은 후 빨리 취하지 않는 건 정확히 어느 정도의 시간이 경과하고 나서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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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Atelier Escha & Logy: Alchemists of the Dusk Sky (에스카와 로지의 아틀리에 : 황혼 하늘의 연금술사)(한글무자막)(Blu-ray)
Section 23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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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는 반드시 다음이 있어요.

 

1. 애니에서는 '어때요? 참 쉽죠?' 수준으로 퀘스트가 뚝딱 해결되지만 원작 게임은 많이 분위기가 다르다. 마비노기에 힘입어 나온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개노가다이다(...) 어쨌던 하나카나 성우가 굉장히 열일을 해주신 애니메이션이다. 게다가 아틀리에 시리즈 분위기를 잘 정리했다고 볼 수 있다. 작붕때문에 말이 좀 있지만 보다보면 생각보다 그쪽엔 신경을 덜 쓰게 된다. 꼬리가 많이 등장하지 않는 게 살짝 아쉬울 뿐이다.

 

2. 판타지가 배경이지만 액션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게다가 연금술이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어두운 실험이라던가(...) 냉혹한 등가교환 같은 이야기와는 상당히 거리가 멀다. 애초 게임 자체가 연금술로 만들 물건과 관련된 재료를 모으는 게 거의 전부인지라. 혹시 강철의 연금술사같은 장르가 싫거나 치유물 애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봐줄 만하다. 끝에 작은 반전이 있지만, 애니에서 굉장히 세계관을 좁히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스트레스 받을 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보는 사람까지 기분좋게 만들어주는 해피엔딩이다. 애초 과학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땅에 함부로 물뿌리개를 함부로 사용한 인간들'에 대해선 왜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는지 아쉬울 정도로.

3. 굳이 지적할 게 있다면 과학에 대한 긍정론이 강하다는 점이다. 에스카와 로지의 아틀리에의 배경은 시골이다. 그리고 중앙의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쏟아져 나온다. 중앙 사람들은 과학의 힘으로 잘 살고 있다. 아무래도 스토리가 심각하지 않다 보니 과학의 발전에 대해선 중도적인 견해로 가는 듯한데... 어차피 과학이 발전하다보면 주요배경인 그 시골도 중앙같이 개발되고 마는 게 아닌가? 물론 애니의 교훈처럼 인간이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인간이 너무 많고 이기적이라는 라스트 보스(?)의 말도 아주 틀리진 않은 듯하다. 당연히 그 유적지에 가는 데 성공하고 라스트 보스의 마음을 돌려놓은 부분이 최종화이다. 그 이후 알려진 시골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등장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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