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비나무의 노래 (리커버 에디션, 표지 2종 중 랜덤 발송) - 아름다운 울림을 위한 마음 조율 가문비나무의 노래
마틴 슐레스케 지음, 유영미 옮김, 도나타 벤더스 사진 / 니케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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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산중에서 살아남기 위해 위쪽 가지들은 빛을 향해 위로 뻗어 오르고, 빛이 닿지 않는 아래쪽 가지들은 떨어져 나가지요. 바이올린 만들기에 딱 좋은 '가지 없는 목재'가 바로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수목 한계선 바로 아래의 척박한 환경은 가문비나무가 생존하는 데는 고난이지만, 울림에는 축복입니다.

 

 

 

독일인 바이올린 제작자이자 이 책의 작가, 마틴 슐레스케가 생각하는 좋은 삶은 자기의 행복보다는 남의 필요에 관심을 기울이는 삶이다. 이웃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헤아려보라는 것이다. 이런 삶을 살기란 결코 쉽지 않다. 훌륭한 생각은 북극에 가까운 지대에 살수록 나오는 법일까? 슐레스케가 사는 곳보다 더 고위도에 있는 스코틀랜드에서는 로버트 오언이 개인의 행복은 개인이 속한 공동체의 행복을 늘리는 행동으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마틴 슐레스케의 생각보다 더 윗길이다.

 

이러한 삶보다는 못한 수준의 삶으로, "책임을 다하는 삶"이라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위험의 외주화, 오염의 외부화라는 악덕을 회피하고 제국적 생활양식을 벗어나는 삶으로, 세계의 생태적 원순환 질서에 자신의 삶을 맞추고 세계 어느 곳이든, 자신이 가할 수 있는 해를 최소화하려는 삶이다. 지구의 생태적 원리에 어긋남이 없고, 칸트식 도덕 원칙에 비추어 부끄러움이 없는 삶이다. 물론 이것도 실천하기 쉬운 삶의 양식은 아니다.

 

그리고 이 두 층위의 삶의 아래로 내려가면, 우리가 그토록 앙망하고, 우리가 그토록 편안해하는 삶, 소확행님이 등장하신다. 자신의 행복이 타인의, 타자의 고통을 얼마나, 어떻게 야기했는지에 관심을 두지 않는 자의, 그야말로 소소한 또는 꾀죄죄한 행복 말이다. 소확행의 본질은, 이러한 전체의 구조(삼층, 사층, 오층의 구조)를 보려 하지 않음이다. 이러한 전체의 실상에 눈을 굳건히 감겠다는 것이다. 앎보다는 무지가 행복에 가까울 것이라는 본능에 기대겠다는 것이다.

 

책 이야기를 나누다가 요즘의 젊은 독자들은 책을 오브제 또는 굿즈로 구입하는 성향이 커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탕진잼이라는 신조어를 접하며 이 새로운 세대를 어떻게 이해할까 고민이 더 깊어졌다. 공동선이라는 이념이 실종된 시대, 각자도생의 방편으로 굿즈를 소비하며 또 가차없이 내다버리는 시대... 평생 벌어봐야 집도 못 살 텐데 그냥 소소하게 즐기며 살련다가 인생철학으로 둔갑한 세태를 보며 우리 기성 세대가 정말 끔찍한 잘못을 저질렀구나 다시 절망한다. 나이 들수록 소소한 게 좋더라구 ㅠㅠ

 

독서모임으로 인해 읽게 된 책이다. 중간쯤 읽고나니 얼추 마음에 들어서 이 후속편이라는 책도 구입했다. 주로 내용은 바이올린을 켜기 좋은 나무에 대한 소개와 훌륭한 바이올린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것들, 그리고 바이올린을 만드는 장인으로서 화자가 예술가들과 대화를 하며 느꼈던 점들(칭찬만 하고 있진 않아서 웃겼다 ㅋㅋ)에 대해 다루고 있다.

그 이후로는 자신의 영적 신념과 관련한 짤막한 글들을 일기처럼 소개하고 있는데, 솔직히 이 부분이 영 지루해서 말이다(...) 어려운 용어를 써도 좋으니 바이올린과 자신의 직업에 대해 좀 더 소개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그건 2권에서 다루려나?

 

 

때로 신은 우리를 '묻는 사람', '구하는 사람', '듣는 사람'으로 남게 하고자 우리에게서 모습을 감춥니다.

 

 

 

성격 나쁘신 거 같은데(...) 일단 화자는 예수님이 한 사람 한 사람의 청원을 들어주신다는 입장이다. 스포는 자제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모든 사람들의 기도를 들어주시지는 않는지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밝히고 있다. 즉슨 청이 소명에 맞아야 한다는데, 이것도 지극히 화자다운 의견이었다고 해야 할까.

 

요점은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뭐 그런 얘기이다. 다만 니가 까마귀일지도 모르니 자신을 잘 알라는 말을 간접적으로 제시한다. 그리고 후반에는 아무리 악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대놓고 내치지 말라는데, 나도 이 얘기엔 찬성한다. 나도 옛날엔 나와 의견이 다른 걸 떠나 사회적으로 옳지 못한 일을 하면서도 그게 틀린 거란 걸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화 많이 내고 살았는데, 시간이 지나니 이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사람들이 틀리다고 지적하더라. 사회적인 운동에는 참여하는 게 좋지만, 틀린 짓을 하는 사람하고 쌈박질해봤자 그닥 좋은 건 없는 듯하다. 사실 쌈박질하는 것도 다 어울려 다니려고 하는 짓이다. 그냥 만나지 않는 게 제일 좋지. 그런데 이 작가는 또 위에서 말한 것처럼 공동체를 중시하기 때문에 니 진리만 고집해서 사람을 내치는 게 아닌지 잘 살펴보라고 후반부엔 그런다. 어렵다 어려워..

 

 

그런데 얼마 가지 않아 로렌츠는 그리던 그림을 북북 찢어 버렸습니다. 선이 삐뚤빼뚤하고 전혀 평행하지 않았거든요. 아들은 스케치를 다시 시작했습니다. 나는 로렌츠가 또다시 그림을 찢어 버릴까 봐,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로렌츠, 넌 지금 작도를 하는 게 아니란다. 컴퓨터로 그리면 아주 똑바른 선을 그을 수 있겠지. 하지만 그건 스케치가 아니라 작도야. 네 스케치에서 선이 얼마나 곧은지는 중요하지 않아. 그림을 그리는 동안 네 스케치가 어떤 모습이 되어 가는지 유심히 보렴. 네가 그은 선들이 어떤 작품으로 탄생할지 기대하면서 말이야."

 

 

 

한국에서는 약소국을 초승달에 비유하고 강대국은 보름달이라 하며, 초승달은 곧 차오르고 보름달은 곧 줄어드니 약소국도 성장 중이라 이야기했다는 설화가 있다. 그게 꼭 국가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일까? 개인에게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완벽주의이며 설사 그걸 관철할 수 있다 하더라도 앞날은 현재보다 점점 비뚤어질 뿐이다. 그러고보니 성장소설이나 만화에서도 이런 소재가 자주 등장하곤 하던데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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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처럼 결혼하지 않습니다
소노 아야코 지음, 오근영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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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아직도 매춘 행위가 공공연하게 인정되는 곳이 있다. 이 장사만은 아무리 매춘 금지법을 만들어도 결코 근절되지 않는다. 어떤 나라에서는 초등학생 같은 어린애 티도 벗지 않은 매춘부가 손님을 기다리기 위해 그 시에서 가장 높은 호텔의 커피숍에서 요란하게 화장을 하고 얼쩡거리고 있었다.

(...) 일본인 남자들은 외국에 가면 당연한 듯 그런 곳에 가서 자기 딸과 비슷한 또래의 여자를 품에 안는다. 비교적 반듯한 생활을 하면서 자기 딸이 고등학생 무렵부터 남자 친구와 성관계를 맺기라도 하면 불같이 화를 내며 딸을 죽일 것처럼 야단치는 사람도 다른 여자나 외국의 어린 아가씨, 이름도 모르는 가난하고 무력한 매춘부와는 아무렇지도 않게 성행위를 즐긴다.

 

 

한나...ㅁ도 그런 것 같은데. 또 알라X에서 욕설이라고 짜를 것 같으니 이렇게 표현해야지. 주린이는 욕이 아니라며 자랑스럽게 그 단어가 제목으로 달린 책을 추천한 알X딘 ㅋ 내가 사랑하는 듀나가 연재하는 인XX크에서 책 살 거다 할인권도 잘 주고 ㅎ

 

시가 나오야란 사람의 소설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최근 아무 생각없이 산 소설책에서 성공적인 경험을 한 이후로 일본 고전 소설가들이 좋아졌다. 아무래도 교훈성 있는 이야기인데도 호러같은 얘기가 들어있어서 그런 듯하다. 이렇게 기회가 있으면 놓치지 않고 계속 읽어보려 한다.

내가 이 책으로 인해 얻은 이득은 이 정도밖에 안 된다. 이 리뷰를 보는 사람들은 이제 시가 나오야를 아셨으니 이 책 말고 그 책을 찾아 보시길 권장한다.

 

아버지는 절대 악인은 아니었다. 사기를 치거나 다른 여자와 살림을 차리거나 술에 취해 주정하거나 도박에 빠지는 일도 없었다. 단지 아버지는 자신과 다른 타인의 삶의 방식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었다. (...) 잘못했다고, 정말 죄송하다고 아무리 사과해도 자신이 그 일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동안에는 끊임없이 상대를 들볶았다. 만약 집에서 그런 일이 있으면 어머니로 하여금 밤새 잠도 자지 못하게 했다.

 

 

 

 

세상에 나와 사람들과 대화하다보니 이 글 저자처럼 학대가 뭔지 모르는 것 같은 분들이 많더라. 심지어 우리 집에서도 어머니가 아버지에 의해 변기물에 처박혀서 죽을 뻔까지 했는데도 삼촌을 포함해서 모든 사람들이 눈감아줬다더라. 그 사실을 안 내가 아버지하고 한바탕 붙으려 했는데 어머니가 하도 말려서 넘어갔더니 이혼도 안 하고 그냥 잘 살고 계신다.

어머니의 의견이 하도 강경하셔서 얘기는 안 하고 있지만, 법조문도 좀 읽어보고.. 생판 모르는 남이 자신에게 그렇게 했다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보고 그대로 대처하자. 예를 들어 잠을 못자게 하는 것만 얘기해도, 요즘 경찰은 죄수를 심문할 때마저 잠은 꼭 재운다.

 

물론 장난감 기차 놀이에 푹 빠진 남편을 보며 무슨 재미로 저러는지 정말 모르겠다면서도 원만하게 지내는 부부도 많다. 그러나 내 아버지처럼 상대가 흥미로워하는 일을 사사건건 묵살하려 들고 그것을 빌미로 걸핏하면 위협이나 하는 짓은 가장 비열한 지배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게 근데 단점이 뭐냐면 어느 정도로 오타쿠냐에 따라 억소리 나게 돈이 나간다는 점이다. 아무리 연 3000만원 넘게 벌어도 만일 게임 키보드다 고가의 피규어다 8만원이 넘는 TCG 카드 박스다 기타 등등으로 4000만원 돈이 나간다면 적자이다. 간혹 지인이나 페친의 덕후 남친을 보게 되는데, 남자 취미는 특히 요주의해서 상세하게 알아봐야 함.

몇 년 전 우리 집에 강도가 든 적이 있었다. 아무것도 가져가지는 않았지만 그는 나중에 내게 협박 전화를 해서 다음에는 반드시 죽이고 말 거라는 식으로 말했다. 그래서 나는 "피차 평범한 사람이니까 그런 연극 같은 말은 하지 맙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글 대부분은 인정하기 싫은데(너무 가부장주의에 찌들었다. 역시 연세가 있으시다보니 거기서 벗어나는 데에 한계가 있는 건지, 아니면 부모님의 과거가 어쨌던 자신도 결혼생활을 하고 있으니 팔자로 받아들이고 체념한 건지.) 누님 멘탈 하나만큼은 짱 세서 맘에 든다 ㅋ 심지어 아버지의 새 부인분도 곤란한 일 있음 이 분께 전화했다고 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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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의 목욕탕과 술
구스미 마사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지식여행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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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오른편에 목적지 '가노'가 나타난다.

여기도 오래된 술집인데, 최근에 한참이나 영업을 쉬고 건물 전체를 완전히 리뉴얼했다. 사실 오늘이 리뉴얼하고 처음 오는 셈인데, 은근히 두근거린다.

노렌을 걷고 안으로 들어선다.

"어서 오세요."

카운터 안에 선 주인 부부.

순간, 오른편에 있던 카운터가 왼쪽으로 옮겨지고 그 자리에 있던 4인 테이블 두 개가 오른쪽으로 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의표를 찌르는 새로운 배치.

안쪽에 있던 앉는 자리는 없어졌다. 거기서 나베를 두고 앉은 적이 있었다. 약간 섭섭.

 

아니 왜 내가 좋아하는 가장자리를 없애버리죠 ㅠㅠ 이건 참 단골들에게는 아쉬운데. 그 다음으로 가게 리뉴얼할때 메뉴가 바뀌어서 내가 옛날에 시켰던 그 요리가 없어졌을 때 되게 아쉬움. 주먹밥이라던가.

요샌 정말 공무원 아니면 일하다 그만두면서 잠시 노는 공백기가 발생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이 책은 그런 때 낮술하면서 보면 딱 좋다. 이 책이 생각보다 낮술을 그렇게 강조하는 편은 아니다. 목욕탕에서 나온 직후 술을 마시려 하다보니 낮술이 되어버렸다는 설정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나처럼 일부러 낮술을 고집하는 사람은 아닌 듯하다. 나같은 경우 메밀국수 집은 아니지만 분식집인데 생맥주를 파는 데가 있더라. 배가 터지도록 마시니 알바와 주방 아주머니가 한참동안 절 쳐다보시던 ㅋ.. 하기사 책을 읽고 있기도 했고.

아니면 밤에 찜질방에 가서 샤워한 후에 맥주캔을 옆에 놓고 보는 것도 좋겠다. 금방 읽을 수 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한 권을 뚝딱 읽고 나올 수도 있다. 작가의 본직이 만화가라서(책 표지에서 나왔다시피, 이 분의 대표작으론 고독한 미식가가 있다.) 그런지 시각적인 묘사가 꽤 꼼꼼한 편이라, 사실 나같이 해외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은 이런 책으로 온천여행을 다 한 것이나 다름없다. 나같은 경우 저자와 여행에 대한 취향이 잘 맞는 사람이라 더더욱 읽기 편했다.

 

P.S 이 책을 들고 읽으면서 지나가는데 여자 두 명이 표지가 더럽다고 웃더라. 중년 남자가 남탕에 들어가 있는 그림이었다. 그런데 난 코로나 19가 창궐한 이 시국에 마스크도 끼지 않은 채 침튀기며 웃고 있는 그 여자 둘이 더 더러워 보였다. 가까이 있음 전염될 것 같고 상식도 없어 보여서 말 섞기 싫었음은 물론이다. 이런 때 길거리에 나갈 때 마스크 안 쓴 인간은 다 벌금 내게 하거나 징역 살게 했음 좋겠다. 아무튼 밖에서 이 책을 읽을 땐 표지 조심.

 

그렇게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 기껏해야 만화가인걸! 딴따라인걸! 좋아하는 일을 하는데 뭐, 돈까지 벌려고 하는 건 비겁하지. 이런 일로 돈을 벌게 될 때는 그 시절의 우연이 겹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는 마실 때만큼은 일도 피로도 잊고 마음을 푹 내려놓고 싶어서 술집으로 들어선다. 그 이상의 것은 바라지 않는다. 과잉 서비스, 넘치는 맛은 오히려 부담스럽다.

 

전 세계 만화가들이 다 뒤집어지는 소리인데 맞긴 한가보다 ㅋㅋ 이전에 만화가 페친 분도 그러셨다. 만화가가 되는 방법은 실력과 운이라고.

 

이 섬 로커 위에 누군가가 두고 간 듯한 DVD가 놓여 있다. 궁금해서 다가가니 가슴을 크게 연 파란 원피스 차림의 젊은 여자 사진이 있고, 그 위에 보라색으로 인쇄된 글자가 보인다.

 

나, 느끼고 말았어요.

 

이건 성인용 영상물 아닌가. 말할 것도 없다. '전업주부 컬렉션 4시간', 이게 서브 타이틀이다.

 

아니 왜 목욕탕에서까지 DVD를 들고 다니는데 게다가 성인용; 남자가 남자 알몸을 엿보는 것도 그렇긴 하지만 일본은 왜 이리 변태 천국이야?

돼지볼살소금구이도 맛있었다. 꽉 씹으면 탄력이 있고 육즙이 촤악 입안으로 퍼진다. 이어서 벌컥 들이키는 맥주가 그 맛을 한층 더한다.

(...) 맛있는 걸 먹다보면 처음 보는 사람이라도 대화가 자연스러워진다. 테니스 동료하고도 온갖 이야기를 나누며 많이 웃었다. 

 

술은 서로 주정의 형태가 다르니 어떨진 몰라도 확실히 무언갈 같이 먹으며 대화하는 건 상대방과 친해질 수 있는 지름길같다. 입 안에 있는 걸 상대방 얼굴에 뿜지만 않는다면야.

 

애써 목욕을 했는데 다시 먼지 속을 걸어가야 하다니.

그렇지만 오늘은 일부러 인파를 뚫고 벤텐탕으로 향했다.

이곳은 2005년부터 '목욕탕 록 페스티벌'이란 이벤트를 기획하는 걸로 유명하다.

말 그대로 목욕탕 안에서 록 콘서트를 여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관중도 뮤지션도 모두 홀딱 벗은 채인 건 아니다.

여탕 욕조에 뚜껑을 덮고 그곳을 스테이지 삼아 라이브 공연을 한다. 목욕탕 특유의 자연 에코도 살리는(좀 억지스럽지만) 독특한 기획이다.

역시 젊은이의 거리, 음악의 거리, 기치조지답다.

 

 

억 이거 막부말 Rock에서 나왔던 얘기 아니냐 나는 이거 기획한 애들이 주작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ㅠ 리뷰에다가 괴랄한 생각을 한다고 써서 미안해 얘들아 ㅠㅠ 난 남성 팬 공략하려는 줄 알고;

내부는 쇼와시대의 모든 것을 하나도 버리지 않은 탓인지 그리운 옛날 냄새와 함께 폭삭 낡았다.

(...) 텔레비전, 없다. 어디선가 라디오 소리가 들린다. 타임슬립을 한 듯한 이 그리운 정경. 

 

 

간혹 이런 일본의 전통지키기를 비웃는 사람들이 있던데 청소 잘 하고 관광같은 걸로 활용만 잘 하면 되지 대체 어디에 문제가 있다고 난린지 잘 모르겠다. 옛날 물건이라고 마구 버리면 나중엔 사람도 옛날 꺼라고 버리게 되겠지.

 

차가운 생맥주는 한순간 여기가 어딘지 잊어버리게 할 만큼 맛있었다.

이 가게를 시작한 지 벌써 3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미야기 현 출신으로 야마가타에 시집을 갔는데, 셋째 아들이었던 남편과 아기를 데리고 도쿄로 나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회사에 다니다가 이윽고 이 가게를 냈다고.

"그때는 밥 먹으러 오는 사람도 있고 해서 꽤 바빴다우."

아득한 눈길로 그런 말을 한다.

(...) 세 번의 반복이 가슴을 찡하게 한다.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을 것이다. '고생'이란 말로는 정리할 수 없는 어떤 드라마가 있었으리라.

 

내 생애를 점철해보면 흑역사와 뻘짓으로 코믹엽기 대하 드라마가 나오겠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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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죽어감에 답하다 - 죽음에 관해 가장 많이 묻는 질문들에 답하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안진희 옮김 / 청미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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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병원 원내 목사이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죽음과 같은 소식을 처음으로 전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유족이 고인의 죽음을 수용하도록 가장 잘 도울 수 있을까요?

나쁜 소식을 전하는 순간에는 유족이 죽음을 수용하도록 도울 수가 없습니다. (...) 그리고 신에게 따지고, 만약 필요하다면 신이나 의료진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게 내버려두십시오. 그들에게 브레이크를 걸지 마십시오. 분노에 찬 표현이나 욕설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지도 마십시오. 

 

 

우문현답. 지금은 목사 얘기지만 이거 못하는 의사 참 많더라. 심지어 기물파손하면 고소한다는 내용이 쓰여져 있는 종이를 진료실에 붙인 자도 있었음. 그런 글을 본다고 죽음이 선포된 환자가 진정될까 싶더만 역시나 잘 안 되는구만.

 

이 얘기는 처음 해보지만 거기서 일해본 지도 오래되었으니 괜찮겠지? 이 글 보시면 경악스러워 하시겠지만 말하지 않았습니까. 의사들 중 싸이코 많다고.

 

주로 환자에게 병을 가르쳐주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이 배배 꼬인 듯한 질문을 많이 한다. 내 페친을 검진한 의사들도 사실을 알려주지 않으려고 많이 그랬다 한다. 돌려돌려서 말하거나, 치료법이 없고 위험할 수도 있지만 괜찮을 거라거나, 정식 진단명을 알려주지 않거나 하는 식.

페친은 많은 정신과 의사-심지어 퀴어 프렌들리 한 곳의 의사들과도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다. 일단 내과나 외과 전문의들은 그의 병은 희귀질환이라 했고 그 중에서도 여러 가지 희귀질환이 겹친 희귀케이스여서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문제는 정신과 의사가 오히려 상황을 부정하고 페친에게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라느니, 검사 결과가 다 괜찮을 거라느니 말했다는 점이다.

페친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고 일어나지 않을 거라 믿고 싶지만 십만명, 백만명에 한 명 꼴의 진단명과 합병증과 부작용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데 그 상황을 부정한다고 뭐가 달라지는지 모르겠다고 나에게 말했다. 적절한 정신과 치료를 위해서라도 과장된 공포와 당면한 실재적인 위협을 구분하게 해주고 현실을 인정하게 도와줘야지 왜 그걸 싹 다 부정적인 사고로 묶어 퉁치려 드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일단 자기계발 책같은 요소가 짙다. 이 책을 봄으로써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죽을지 혹은 자신의 죽음을 어떤 모습으로 받아들일지 생각할 수 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할 수도 있지만, 특히 시한부 환자나 치매 걸린 어르신들에 대한 사회복지사의 올바른 대처법이 잘 설명되어 있다. 죽음과 죽어감과 함께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

 

현재 저는 시력을 상실하고 있는 한 여성과 함께 일하고 있고 그녀는 부정의 단계에 있습니다. 의사는 아직 그녀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사회복지사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요?

 

그녀가 그 공포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해주세요. 그런 다음 그녀에게 오디오북, 맹인용 지팡이, 맹인 안내견, 시력을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세요. 하지만 이것이 끔찍한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건 금물입니다.

 

 

이런 인간들 상당히 많다. 자폐걸린 사람 혹은 그 사람의 가족에게 '자폐는 옛날엔 아무것도 아니었어' 같은 말을 한다거나. 그 옛날 바보 형은 그럼 어떤 일을 당해왔었단 말인가. 앞으로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식의 위로는 아무 도움도 안 되는데, 의외로 아직 흔하게 그런 말들이 나돌고 있더라.

환자들은 다양한 언어들을 이용하여 우리에게 자신의 욕구들을 전달할 수 있다. 매우 어린 환자들은 가령 그림이나 놀이 같은 '상징적 비음성 언어'를 이용하여 우리에게 '말을 한다'. 만약 어린 환자(이식용 신장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는 어린 환자)가 상상의 권총으로 몸이 많이 아픈 룸메이트를 쏜다면, 이 환자는 룸메이트가 빨리 죽어서 자신이 그의 신장 중 하나를 받으면 좋겠다는 다급한 욕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부모님께 추천해드렸는데, 읽기가 너무 힘들다 하시더라. 자신도 저렇게 죽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슬프다 하시면서. 그러나 난 그것은 감정이입에 불과하다 생각한다. 이 책에선 불치병에 걸린 어린아이도 많이 등장한다.

말하지 않는 환자들도 있습니까? 이들은 우리 사회의 희생자들입니까?

 

예를 들어 어떤 여성은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몇 주 동안 병실에 혼자 누워 있었습니다. (...) 하지만 우리 병원의 음악치료사 중 한 명이 단순히 그녀의 병실에 들어가서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연주하자, 그녀가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뜬 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서 모두들 깜짝 놀랐습니다. 노래를 다 부르고 나서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물었습니다. "도대체 이 노래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찬송가라는 걸 어떻게 알았나요?"

 

 

최근 의사가 적다고 하는데, 난 그렇다기보단 이런 분들이 국내에 심각하게 적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여성분 눈을 뜨셔서 정말 다행이다 ㅠ

 

환자가 혼수상태일 때 환자의 가족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당신은 가족이 계속 일상생활을 영위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젊은이들은 데이트를 하고, 영화를 보러 가고, 보통 때 하던 일들을 해야 합니다.

 

 

나도 찬성하는데 나는 쓸데없는 도움을 주기보단 괴로움에 빠진 사람들에게 할 일에 대해 일러주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건 화가 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평상시 하는 일을 완전히 망치면 더욱 분노가 마음을 잠식하게 된다. 집중이 안 되더라도 조금씩 할 일을 찾다보면 금방 마음이 가라앉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보면 자기 자신의 죽음과 대면할 수 있을까요? (...)

 

우리가 자기 자신의 죽음과 대면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 우리는 문학 작품이나 시를 읽을 수 있습니다. 또는 음악, 드라마, 미술 등 다양한 형식 안에서 우리에게 제시되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숙고해볼 수 있습니다. (...) 그리고 편안한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함께 모임을 만들어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만의 관점을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종교는 훨씬 더 넓은 의미에서 죽음에 대해 숙고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앙심이 깊은 사람은 삶의 의미, 그리고 당연히 죽음의 의미에 대해 숙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질문과 대답으로만 이루어져 있기에 이 책에는 기존의 죽음과 죽어감에는 없던 단점과 장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단점은 일단 위에서 말했듯이 쓸모없어 보이고 어떨 때 저자에 대한 인신공격이라고 할 수도 있는 질문이 많다는 것이다. 다행히 저자는 이런 질문들에 침착하고 세세하게 답한다. 장점은 돌발적인 질문으로 인해 기존 책엔 없던 의사로서의 철학이 저자의 입에서 직접 나온다는 점이다. 죽음과 죽어감을 더욱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책이다.

 

우리 사회의 양로원은 우리가 노인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슬플 만큼 여지없이 보여주는 공간이다. 우리는 노인들에게 주거지와 숙식을 제공하고 때때로 텔레비전과 수영장, 골프장, 댄스 시설까지 제공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서 다른 사람을 돕고, 베풀고, 자신만의 고유한 서비스(즉, 그들이 수십 년동안 축적한 지혜와 경험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이건 지금도 다르지 않은 듯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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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뭐라고 - 시크한 독거 작가의 일상 철학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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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반에 눈을 떴다. (...) 베겟머리를 더듬거려 손에 잡힌 책 베트남에서 온 또 한 명의 마지막 황제를 꾸벅꾸벅 졸면서 읽었다. 나는 베트남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베트남전쟁을 다룬 미국 영화 속 정보랑 보도된 뉴스밖에 모른다. 그렇다 치더라도 백인들은 지독하다. 역사가 시작된 이래 내내 그랬다.

 

 

요새 새벽 4시에 일어나고 있다.

 

오늘처럼 컨디션이 좋으면 새벽 3시 반에 일어난다. 어쨌던 일찍 잘 수 있어서 이런 시간에도 일어나는 게 가능하다. 아직까지 내가 잘 살 수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생각한다. 사노 요코는 일어나기 귀찮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마다 뭔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죽는 게 뭐라고에서는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두 죽은 사람들이라고 시작하더니.. 아무래도 이 작가는 첫 줄에 신경을 쓰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시작이 매우 적절하다고 할까. 역시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는 게 하루를 시작하는 전형적인 방법이 아닌가. 일기 형식으로 에세이를 진행하는 점도 상당히 마음에 든다. 아무래도 난 아직 죽음보단 사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밤에 프로젝트 X(힘든 과정을 극복하고 성공하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NHK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울었다. (...) 그나저나 저 아무개 도모로요(다구치 도모로요. 프로젝트 X의 내레이션을 담당한 배우)라는 사람의 목소리로 "그때 XX는 말했다. 좋아, 해보자고! OO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라는 내레이션이 흐르면, 설령 프로젝트가 군고구마 장사라 해도 눈물이 날 지경이다. 모처럼 시청자를 감동시키려고 만든 방송이니만큼 우는 게 이득이겠지.

 

 

일종의 극한직업 프로그램인가. 근데 한국에 계신 우리 부모님은 이 프로가 나오면 채널을 돌리신다. 우리도 힘들어 죽겠는데 뭐하러 남이 힘든 걸 보냐고. 분명 저런 프로그램이 나오면 박장대소를 하다 혀를 끌끌 차며 채널을 돌려서 야구를 보시겠지() 사실 나도 저런 걸 보고 운다니 일본은 참 이해가 안 되는 나라구나 싶다.

토토코 씨는 엄청나게 활달하고 몹시 키가 큰 여자다. 요전에 치매 걸린 엄마한테 함께 갔더니 엄마가 "이분은 남편이야?"라고 물었다.

(...) 나는 토토코 씨가 다카라즈카(여성으로만 구성된 가극단)에 남자 역할로 들어갔다면 대스타가 되었으리라고 항상 생각한다.

 

 

 

남자가 한 명 껴 있긴 하지만 대충 사쿠라 대전의 마리아같다고 생각하면 되려나.

비디오 대여점 앞 신호등에서 비디오나 잔뜩 빌려 태평한 섣달그믐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떴다. 홍백 가요 대전에는 내가 모르는 젊은 애들만 나온다. 모르는 노래뿐이다.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기를 기다리며 가게 출입구를 살펴보니 젊은이들이 들락거린다.

저 애들은 섣달그믐인데도 비디오나 볼 수밖에 없는 외로운 젊은이들인가. (...) 생판 모르는 남들이 비디오 빌리는 풍경에 대고 오지랖 넓게 걱정하는 내 모습을 타인의 눈으로 본다면 어떨까. 멀쩡한 할머니가 섣달그믐에 비디오를 대여섯 개씩 빌린다면 불쌍한 할머니, 황량한 풍경으로 비칠지도 모른다. (...) 나는 체면 때문에 비디오 대여점 방문을 포기했다.

 

 

비디오 대여점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다 ㅎㅎ 지금은 모두들 넷플릭스를 사용하니 저런 민망해질 일은 없겠지. 그리고 잔소리 듣고 살기 싫을텐데 뭐하러 명절날 굳이 부모님들 뵈러 가냐.. 명절날 가족들끼리 모여서 굳이 스트레스 받을 거면 그냥 다들 집에서 쉬자는 게 내 생각이다. 어차피 사회적 거리두기도 해야할 테고.

"저어,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ㅇㅇ예요." 기억 못한다. "요즘 전원생활 관련 잡지를 만들고 있는데요, 이번 호에서는 가루이자와를 다루려고요. 원고 좀 써 주실 수 있을까요?" "이봐요, 가루이자와랑 내가 사는 기타카루이자와는 다른 데예요." (...) "아, 그렇군요. 그래도 그림이랑 글을 둘 다 부탁드리고 싶은데요." "괜찮은 사람 소개해드릴게요. 나카카루이자와에 사는데 그림이랑 글솜씨가 훌륭해요. 부인은 유리공예가고 본인은 클래식 카를 두 대나 가지고 있죠. 멋지게 사는 사람이에요." "누구신데요?" "이름은 사토 마사히로인데, 카 클래식이라는 잡지에 그림이랑 글을 기고해요. 그림이 정말 좋아요." "저, 좀 더 저명한 분이....... 요전에 이즈 편에서는 아사이 신페이(사진작가이자 배우) 씨께 부탁드렸거든요."

 

 

 

이건 충분히 화낼 만하다 보는데. 가루이자와가 시골인지도 의문스럽지만, 아무튼 사노 요코가 어디 사는지 제대로 확인도 안 하고 전화를 했고.. 기껏 대신할 사람을 소개시켜준다 하니 거절까지; 책에서까지 나와버렸으니 잡지 인생 접게 되어버렸겠지만 좀 매너가 없네; 일본 사람들은 친절하다더니.

 

"난 욘사마 데리고 집에 가고 싶어." 희귀한 남자 K는 말했다. "네가 게이인지 슬슬 걱정된다." 희귀한 남자 K가 비길 데 없는 호색가라는 사실은 알고 있다.

 

 

ㄷ 욘사마의 정절(?)은 무사할 수 있을 것인가.

3일째는 속초에 들렀다가 판문점으로 갔다. (...) 판문점은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 나온 모습 그대로였다. 그 영화는 예산을 아낄 수 있었을 것이다.

(...) 한국인 친구는 말했다. 삼팔선은 공산주의로부터 일본을 지켜주고 있다고. 게다가 일본은 한국전쟁으로 크게 한몫 보기까지 했다.

"한국은 한 번도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없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인의 정은 내부를 향해 있고 애증도 그 안에서 소비되니까 외부로 나갈 여력이 없는 것이다. 북한도 남한도, 한 민족의 애증이 내부에서 부딪히는 거겠지.

 

 

 

아 제발 한남 좀 닥쳐줘 ㅋ 글을 읽으면서 내가 다 부끄럽다. 왜 부끄러움은 항상 나같은 인간의 몫인가 한남들은 저 말이 왜 부끄러운지도 모를텐데(...) 아침에도 밤에도 새벽에도 존내 가르치려 드는 한남들이 리얼하게 등장한다.

사실 이 인간 말고 전에 더 전형적인 한남이 등장하는데 ㅋ 아니 왜 이런 분들과 친구하고 살지? 하기사 이런 분들과 결혼한 여성들이 고생하겠지.. ㅠ 다들 어서 안전이혼하셔야 할텐데 ㄷ

 

쓰지도 않는 휴대전화가 고장 났다. 팸플릿을 보며 배우 고바야시 게이주가 선전하는 노인용 휴대전화를 찾던 중에 아들이 참견했다. (...) "내가 사 줄게." 아들이 말했다. (...) 정사각형의 새빨간 신제품을 손에 넣었다. 뛸 듯 기뻤다. 나는 예순넷의 남동생에게 도전하고 싶었다. (...) 나는 문자만 필사적으로 외웠다. 손이 땀으로 흥건했다. (...) "벨소리도 좋아하는 노래로 설정할 수 있는데. 겨울연가로 할까?" "그런 건 필요 없어." "라디오도 들을 수 있다고." "그런 건 필요 없어. 미안한데 익숙해질 때까지 너한테 연습 삼아 보낼게." 히라가나로만 쓴, 마침표도 없는 문장 네 줄을 만드는 데 30분이나 걸렸고 손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아들에게 전송하고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문자 갔어?" "응, 좀 덜떨어진 사람이 쓴 것 같은 문자가 왔어."

 

 

이게 남의 일이 아니다 ㅠ

나는 핸드폰 얼리어답터도 아니니 팟캐스트같은 걸로 IT 계열에 대해 열심히 알아보는 수밖에.

 "내가 회사에 들어갔을 땐 컴퓨터가 없었어. 처음 쓴 컴퓨터는 크기가 다다미 석 장 정도나 됐으니까. 사용법을 외워서 젊은 애들한테 가르쳤지. 이제 다 가르쳤나 싶으면 또 새 컴퓨터가 들어와. 다시 외워서 알려주면, 또 새로운 게 들어오고. 그런 일의 반복이야." 아, 일본은 어느 회사나 모모 언니 같은 사람이 있었기에 경제를 지탱해왔구나.

 

 

근데 지금은 일본이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그나저나 초반에 컴퓨터 크기 신경쓰인다 무슨 에니악 쓰셨나요;;

 

납작하게 늘어난, 몽골 스모 선수(스모의 천하장사에 해당하는 요코즈나는 2003년부터 몽골 출신 선수들이 장악했다)만큼이나 커다란 바퀴벌레가 자고 있었던 내 아래쪽에서 버르적거린다. 1제곱센티미터 정도의 삿자리무늬가 아로새겨진 날개는 몹시 아름답게 번들번들 빛난다. 깜짝 놀라서 잠에서 깼다. (...) 일주일 전에 노인 병원에 세 차례나 가서 치매 검사를 받았다. 병원에서는 노망이나 치매 같은 단어를 쓰지 않고 건망증 외래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화가 난다. 그게 뭐든 간에 단어를 바꿔 부르면 화가 난다. 정신분열증을 조현병이라고 하거나 장님을 눈이 불편한 사람이라고들 한다. 호칭을 바꾼들 상태가 달라질 리 없다.

 

 

여담이지만 스모 애니도 있는데 치명적인 작붕이 있어 추천을 못하겠음. 만화로 보시길.

그나저나 꿈에 벌레를 봤다는 건 엄청 스트레스 받았다는 메시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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