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의 이름 2
사이토 켄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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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세요.
당신과 함께한 시간을.
꽃들이 한껏 피어,
이 정원은 온통 꽃밭.

 

 

여주와 남주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장면.

 

 이 책은 스토리보다는 설정과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든다. 그래서 매우 정적인 분위기가 드는 것인지도 모른다.

 언뜻 보면 친척간의 러브러브 이야기인데다가 커플의 나이차로 보면 명백히 키워서 잡아먹는 느낌이라(...) 문제가 심각해보인다만 워낙 여주와 남주가 조용하니 잘 어울려서 별로 부각되지 않는다.

 여주인 초코는 가뜩이나 해외로 떠나 잘 보지도 못했던 아버지와 어머니를 중학교시절 잃어버려 자폐 비슷한 마음병을 앓는 히키코모리가 되어버린다. 졸지에 그녀를 맡게 된 케이는 뒤에서 잠자코 그녀를 지켜보다가, 그녀가 인간으로서의 반응을 약간 회복했을 때 쯤 슬그머니 말을 붙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갈 때까지 자신이 그녀를 돌봐줄테니, 대신 집안일을 하라는 약속. 원래 성품이 착했던 그녀는 자신이 집에 묵고 있는 시간만큼은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일을 했다. 집안일을 다 끝낸 날에는 집앞의 황폐한 정원을 가꾸었다. 집에 여자가 생기고 꽃이 생기니 아무리 어둠과 황폐에 찌든 소설만 쓰는 작가라고 해도 마음이 절로 풀어질 수밖에 없다. 남주 케이는 소설 <화명>을 써서 그녀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다.

 그 후에 그 둘에게 일어나는 일도 다루고 있지만 사실 분위기는 1권 초반인 그 이야기의 연속일 뿐이다. 그렇지만 이야기가 정말 아름다워서 그와 비슷한 장면을 다시 보고 또 보게 되도 전혀 질리지 않는다. 꽃으로 전하고 소설로 답하는 사랑 그 자체가 예술이 아닐까.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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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스캔들 1 스캔들 1
천루아 / My Dpot(마이디팟)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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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장면이라면 이것 하나밖에 없다.

근데 좀 멋있다... ㅋㅋㅋ 가운 하나 걸친 상태로 온천과 욕탕 중간에서 그런 말을 ㅋㅋㅋ

 

 지금 보니 굉장히 유치하긴 하지만 읽는 순간에는 재밌다... 다시 말해 정말 심심할 때 시간죽이기로 읽기엔 딱이라는 뜻이다.

 주인공 토모카는 얌전한 애들만 있기로 소문난 여학교에 다니는 천상 여자애 스타일이다. 매일같이 등교하는 길에 첫사랑을 훔쳐보는 걸 낙으로 삼지만 결코 말은 걸지 못하는 쑥맥상태. 그러다가 어릴 때 소꿉친구였던 아라타를 만나고, 첫사랑과 아라타 등이 밴드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더불어 자신의 첫사랑 세리카가 여자라는 사실도. 잠시 번민에 싸였던 여주는 성별에 별로 연연하지 않고 세리카 자체를 좋아하기로 결심한다. 여학교에서 레즈비언으로 낙인찍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변함없이 그녀만을 바라보던 것이다. 그러다가 결국 아라타를 사귀기로 결심하지만...

 이 책과 비슷한 스토리로 <하드러브>라는 책이 있다. 만일 현실성 높은 책으로 동성애자를 사랑하는 이성애자를 보고 싶다면 <하드러브> 쪽이 훨씬 더 괜찮을 것이다. 이 책에서 나온 토모카는 동성애자보다는 남자와 여자를 모두 사랑하는 바이 즉 양성애자에 가깝다. 코미디 책이서서 그런지 옛날 책이어서 그런지 정체성의 중요한 갈림길에 서있는 토모카의 고민을 너무 가볍게 치부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라타보다 세리카가 훨씬 멋있었던 게 사실이다(...) 아무리 주인공하고 잘 안 맺어지는게 소꿉친구라지만 남자가 너무 평범하게 생긴거 아니냐;;

 

 

뭐 이렇게나마 발랄하게 동성연애를 표현한 건 좋지만.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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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절도 10
쿠스노키 케이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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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가 제일 좋아하는 만화가인 쿠스노키 케이씨가 그린 작품이다.

좋아하는 만화가라고는 하지만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화는 별로 없다는 게 남친의 말;;

 

 확실히 <야가미군의 가정 사정>이라던가 <비터 버진>은 우리 삶에 하나쯤 저런 가정이 있을 것이라 생각될 정도로 현실에 잘 녹아들고 사실적이지만, 동시에 굉장히 어두운 주제를 대놓고 다루고 있기 때문에 거북살스러운 작품이긴 하다. (난 그래서 이 작가가 좋지만.) 그래서 남친은 쿠스노키 케이 씨의 작품을 소개할 때 주로 이 작품을 추천한다고 한다. 확실히 옴니버스식 구성이라서 스토리가 안정적일 수밖에 없고, 그림체의 변화도 거의 없어서 작품으로 추천하기 딱 알맞은 작품이었다.

 표지에 등장한 주인공은 이름이 없다. 그가 잡은 칼에는 오니기리마루라는 이름이 있다. 이 작품에서는 요괴가 인간을 먹는 천적으로 등장하는데, 요괴는 인간의 시체나 사념에서 생겨나며, 요괴의 시체에서는 오니기리마루가 생겨난다. 오니기리마루를 들고 있는 소년은 요괴이지만 요괴의 천적으로, 인간이 되기 위해 같은 동족인 요괴를 벤다고 한다. 그가 요괴를 모두 잡기 위해 여행을 다니면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그 사건들이 도시괴담의 전형이라는 게 또 특이하다. 거기에다 일본의 전통 요괴를 녹여내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쿠스노키 케이 씨는 이 일을 매우 자연스럽게 해냈다. 그래서 그런가 인간보다는 요괴를 훨씬 더 잘 그린 면도 있다(...) 요새 모에화라는 것이 유행이어서 ZUN씨 마냥 요괴를 아름답거나 귀여운 여성으로 표현하는 면이 있는데, 그로테스크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 쪽을 더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간이 요괴를 만나면 전부 다 불운해지며 커플이고 뭐고 다 죽는다는 설정 ㅡㅡ;

근데 이 책에 나오는 인간들이 전부 다 요괴를 만나 오니기리마루에 썰리거나 정상적으로 살지 못하게 되는지라...

 맨날 요괴 죽이는데 열중하는 주인공은 말할 것도 없다. 저런 미인이 짝사랑하는데도 쳐다보질 않으니(...)

 

 쿠스노키 케이 씨 작품 중 가장 양호한 작품이라지만 그래도 약간의 거부감이 들 수는 있다. 집요한 상상, 집착, 끈적거리는 광기 등이 작품 전반에 등장한다. 특히 짝사랑하는 여자의 원념이라거나 연상 누님을 사랑하는 남성이 자주 나오는 편이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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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제국 - 개정판
이인화 지음 / 세계사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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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께선 활을 쏘실 때 50번을 다 쏘아 명중시키는 일이 없었다.
향사의같은 때 대소 신료들과 같이 활을 쏘아보면 너무나 기량에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문신들은 50사는커녕 30사만 넘으면 모두들 지쳐 화살이 땅바닥에 꽃히거나 아예 활을 당기지도 못하기 일쑤였다. 정조는 그런 신하들을 무안하게 만들지 않으려고 49사까지 한결같은 모습으로 과녁을 겨냥해 쏘다가 마지막 한 발은 일부러 엉뚱한 곳을 쏘곤 했다.
(...) 싸울 때마다 이기는 것은 좋은 것이 아니다는 것이 전하의 지론이었다.- p. 49

 

 

영원한 제국 영화촬영 때는 안성기가 정조 역이었다고 하는데, 솔직히 그게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차라리 이 사람에게 정조역할이 어울렸다고 솔직하게 말하겠어...!

 

 '정조의 독살'은 사실 이 역사팩션소설에 의해 소설계의 화제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을 처음으로 하여 정약용도 얼마 안 되는 한국의 명탐정 반열에 들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비록 이 소설에서는 좋다고 탐정 역할을 자처한 건 아니고, 추리도 잠깐이었지만... 아무튼 이 책이 만들어졌던 그 당시에는 꽤나 신선하고 충격적인 소재였을 것이다.

 기대한 것이 너무 많아서인가. 은근 반전 소설을 기대했는데 스토리가 너무 예상했던 대로 흘러갔다. 반전이라고 한다면, 완력으로나 문필력으로나 모든 것에서 완벽해 보였던 정조가 간계를 부릴 줄은 몰랐다고 해야 하나... 소설을 보면서 허무함을 느꼈던 이유는 절반 정도는 이 설정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이 소설에서는 민주주의 시대에 전혀 맞지 않았던 박정희 유신보다는 국왕 시대의 정조 유신이 더 낫지 않았겠느냐고 하면서 은근슬쩍 정조 편을 드는데. 글쎄올시다? 노론 가문에서도 그렇게 생각했을까? 기껏해야 연산군의 피바람이 좀 더 일찍 불지 않았을까 생각되는데. 아무튼 성공하지 못하고 끝나버린 유신이라 사람들에게 더 안타까운 기억으로 남는 것 같다.

 주인공이 격투기술 하나 배우지 못하고 내시의 손에 쓰러지는 문인인지라 스릴러의 묘미도 없고, 주인공이 속한 남인이 한창 힘이 없던 시대였기 때문에 살인사건이 풀려봤자 누구 하나 제대로 사태를 수습할 수 없었으므로 추리소설의 묘미도 없다. 하지만 조선 시대의 르네상스라고 불리우는 영정조시대의 분위기, 그 사상에 대해서 솔직담백하게 늘어놓은 저자의 기백은 독자들의 마음에 와 닿을 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여기에 나오는 정조는 좀 실망이었고...

정조도 당해내지 못할만큼 막 나가고 능글맞은 자학으로 적들을 곤경에 몰아넣는 연암 박지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조선을 배경으로 이런 캐릭터가 나오는 추리소설 어디 좀 없나 ㅠㅠ!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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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3.5
녹색연합 편집부 엮음 / 녹색연합(잡지)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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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가지면 '입덧'을 당연하게 하는 걸로 아는데, 입덧은 왕비나 하는 거였어요. 너무 기름지고 고급 음식만 계속 먹으니까 뱃속 생명체가 '그런 것만 주지 마세요'하면서 토해내는 거에요.- p. 36

 

 위에 글을 읽어봤는가. 여성부가 길길이 뛰며 틀림없이 어떤 꼰대나 마초가 이딴 망언을 한 것일거라 해도 소용이 없다. 화천 시골교회 목사 임락경 님이 꺼내신 말이고, 41살에 애를 낳아 환경운동가 중에서 매우 유명해진 문성희 님이 동의하셨다. (물론 선천적으로 몸이 약하신 분들도 있을테고, 케이스는 언제든지 다르다. 단지 이런 경우도 있다는 말이다.)

 남의 말이 아니었다.

 우리 가족은 최근에 마트에서 사는 사료와 간식으로 인해 개에게 큰 피해를 끼칠뻔한 적이 있다.

 이틀 전 밤 9시에 밥을 먹이고 10시에 간식을 먹였는데, 어제 새벽 5시에 일어나보니 개가 간식을 다 토해낸 것이었다. 그래도 밥은 다 소화시킨 걸 보면 무사하리라 싶었다. 마침 어제가 예방주사를 맞히는 날이라서 그냥 확인해볼겸 동물병원으로 갔더니 왠걸. 췌장염 직전까지 갔다가 살아났다는 것이다. 게다가 저체중이다. 아무리 간식을 토해서 배가 줄어들었다고 해도 그렇지 여태 500g도 살찌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되는가. 그럼 사료에서 영양분을 전혀 섭취하지 못했단 소리가 아닌가. 결국 마음을 굳게 먹고 마트용 사료 한 봉지와 간식을 다 버렸다. 그래도 24시간 굶고 약을 먹여야 한댄다. 기운이 하나도 없어 낑낑 소리도 못 내고 있는 개가 너무나 안쓰럽다.

 http://blog.ohmynews.com/heliophoto/tag/개고양이%20사료의%20진실 이 기사를 보면 개고양이 사료가 원래부터 동물의 몸에 매우 해로우며, 정말 친환경 사료를 먹이고 싶다면 주인이 개고양이 사료를 직접 만들어서 먹이는 게 낫다고 한다. 현재 호되게 당한 나도 그 생각에는 동의하나 어머니 아버지가 키우고 있는 개라서 쉽사리 손을 댈 수는 없고... 아무래도 내가 어떤 개를 직접 분양받을 때 고려해봐야겠지. 그러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스쳐지나가는 것이었다. 개도 이러는데, 마트에서 만들어서 파는 식품은 얼마나 저급인 것인가.

 

 

 

 

결국 마트에서 가공식품을 사기보다는 야채나 과일 등을 사는 게 더 낫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제 곧 병원비도 비싸지는데 우리가 알아서 건강에 신경을 써야하지 않겠는가.

 

 이번 호는 개인적으로 본인에게 관심이 있던 것이 특집으로 나와서 매우 재미있었다. 동물과 아이들이 보통 성인보다 더 민감하게 음식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문득 고등학교 가정 시간에 음식을 만들어 먹었던 기억이 났다. 요즘 아이들도 그런 실습을 하고 있는지?

 

 

 

최근에 일본에선 행복 그래비티라는 만화가 연재되고 있는데

가정음식을 테마로 한 4컷만화라고 한다.

근데 진짜 밥 안먹는 애들이 이거 보면 먹성돌만큼 잘 먹는다;;; 요즘 일본에서도 직접 만들어 먹는 음식이 인기인가보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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