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김은주 지음 / 봄알람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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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의 스냅 사진들 중에서

 

에이드리언 리치

 

생각하는 여자는 괴물과 함께 잠을 잔다.

그녀는 자신을 물고 있는 부리가 된다. 그리고

용수철 뚜껑 같은 자연은, 시간과 도덕을 담고

아직 쿨렁쿨렁한 그 납작한 트렁크에

이 모든 것을 채운다. 곰팡이 핀 오렌지 빛 꽃

여성용 약품들, 납작 누른 여우 머리와 난초꽃 장식 밑으로

흉측하게 튀어나온 보디세아의 젖가슴.

 

잘생긴 여자 두 명이, 도도하고, 날카롭고, 미묘하게,

논쟁을 벌이고 있다.

 

 

도서관이 열려 있었을 때 아무 책이나 철학과 관련된 도서를 보려고 도서관에서 철학 코너를 뒤지고 있었는데 인상깊은 제목이 보였다. 마치 노랫말 같아서 내용도 안 보고 대뜸 집었는데 펼쳐보니 평소 읽고 싶었던 에이드리언 리치의 시 일부가 적혀 있어서 기뻤다. 이렇게 아무렇게나 책을 집어도 정답일 때는 꽤 드물다.

 

일부 급진적인 여성모임에서 여성을 억압하는 말이 많은 책은 보지 말자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 부류 중 가장 심한 게 철학 계열이라 생각한다. 철학 좋아한다는 사람들과 여럿 만났지만, 자신이 페미니스트라 생각하는 사람조차 진정 여성의 마음을 이해하는 남성은 드물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은 철학책을 읽어야 한다. 그 책을 비판적인 시선으로 읽어내면서 깔 건 까고 수용할 건 수용해야 여성으로서의 지식이 향상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부 급진적인 여성모임까지 포함해서, 이제 여성주의 작작 좀 받아들이자. 아직도 여성 철학자 없다 주장하고 지만 철학자 하겠다는 모 씨가 아직 책을 출판하는 시대이긴 하지만, 언제까지 시대에 뒤처질 거냐 한남들아. 오늘 어떤 분이 논문을 소개해줬는데 서문에 남자들이 군대 가는 동안 여성은 취업해 승진의 기반을 쌓으니 결혼 전에는 성별 상관없이 임금 받는 양이 쌤쌤이라는 데서 실소했다. 그게 과연 군대 때문이냐? 니네들이 커뮤에다가 쓸데없는 글 쓰고 게임 회사에다가 고급 소파 하나 장만할 만한 돈 바치느라 시간을 바친 게 아니라?

 

간간히 유명한 영화와 빗대어 철학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게 이 책의 좋은 점이다 ㅎ 한편 시몬 베유가 강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 이는 내 의견과도 일치한다. 예를 들어 영화 그래비티처럼 자식이 죽어서 그 슬픔으로 우주를 떠돈다 해도 그 자식은 살아 돌아오지 않는걸.

 

1964년 1월 독일의 한 텔레비전 시사 프로그램은 아렌트를 초청했고, 진행자는 곧바로 아렌트가 대단히 '남성적인 직업을 가졌다'는 것, 즉 철학자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프로그램 진행자는 아렌트에게, 세상의 인정을 받고 많은 존경을 받는 그도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자신이 학계에서 수행하는 역할을 독특한 것으로 인식하는지 묻는다. 아렌트는 이에 자신의 전공을 정치 이론이라고 대답한다.

 

 

이건 진행자가 무례하네. 철학자가 어떻게 남성적인 직업이야? 이래놓고서 가르치려 드는 남자에게 한남이나 미소지니라고 하면 '딱히 한남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저 v일부v에 속하는 남자가 무례한 겁니다'라고 댓글테러하지. 진행자는 '남성적'인 육체 노가다나 뛰었으면 좋겠다 ㅋㅋ

 

 

꿈에서 날 가장 많이 속썩이던 전남친의 와이프랑 애까지 돌봐주는 꿈을 꿨다가 새벽 3시에 깼다(...) 지금은 기분이 개떡같지만 꿈꿨을 때 나는 기분이 좋았고 헌신적이었다. 이놈의 노예근성;

로자와 레오 요기헤스에 관한 글을 봤기 때문인 것 같다. 그 둘의 연애사 때문에 로자는 평전에서도 비난받고 아렌트가 변호해주지 않았으면 그냥 '남자들로 인해 신세 망친 여자'로만 남을 뻔했다고. 한남들은 꽃뱀이 많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일반적인 경우 연애를 손실로 따질 때 가장 손해 많이 보는 건 여자인 듯하다. 실제로 철학자에 관한 책들 꽤 보고 있는데도 이 책을 보지 않았음 평전에서 로자가 매도되었다는 사실을 몰랐을테고.

그나저나 이 책에서도 아이히만에 대한 유태인의 강압적인 체포에 대해 비난했다고 쓰여져 있네 ㅋ 독서모임에서 그게 아니라고 끝까지 주장한 선생과 싸운 적이 있어서. 게다가 그 분은 나에게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책을 직접 빌려주셨다는데.. 안 읽었으면서 읽었다고 하는 것 같다. 한 번만 읽어도 금방 유태인 까는 구절이 보이는데 ㅋ 아직도 그 책 벽돌로 쓰시는지 궁금하다.

버틀러는 계속 자신의 욕망에 관해 질문한다. 내 욕망은 틀린 것인가? 나는 여자의 옷을 입어야 하고, 여자답게 말해야 하며, 남자와만 데이트해야 하는가? 나는 생물학적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드러내는 옷을 입어야 하는가? 성적 욕망의 방향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내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몰래 게이 클럽에 다니는 것은 잘못된 일인가?

 

 

부녀자로서 바람직합니다 음? (사실 퀴어축제 따라다니고 여러 커플들을 접하면서 부녀자로서의 환상은 거의 깨진 상태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꽤 조숙했던 버틀러의 꿈은 철학자 또는 극장에서 공연하는 광대였다. 철학적 논의로 세계적 학자가 된 그의 현재를 보면 그 꿈은 지금에 와서 어쩌면 이루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버틀러는 유년기부터 10대 시절까지 유대인으로서 교육받았다. 히브리어를 배웠으며, 열네 살에 유대 회당에서 개최한 윤리 특별 강좌에 참석해 처음으로 철학 교육을 받았다. 철학을 배우기 시작했을 당시 버틀러는 무엇을 공부하고 싶은지 자신에게 물었고 이때 온몸이 열기에 휩싸인 듯 몹시 흥분했었다고 회고한다.

 

 

한나 아렌트도 그렇지만 이 분도 저런 걸 이해하신다니 ㄷㄷ 둘 다 천재인 건지 아님 유대인 교육의 힘인지.

 

'개인이 피켓들고 시위해봤자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는 동생의 말에 '야 1인 시위도 있어'라고 반박했지만, 책의 구절대로 한다면 '개인이 만일 규범과 다르고, 그 규범에 자신이 선천적으로 맞지 않는다면 그 규범을 바꾸려 노력하면 되는 거야'라고 반박하는 게 더 조리있지 않았을까 싶다. 물론 이것도 동생이 생떼를 써대면 어쩔 수 없이 실패하겠지만. 스피박의 발언도 가슴에 와닿는다. 깨달음이란 전혀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며 이전의 아집에서 벗어나는 것이란 내용이라던가, 평이한 책이란 속임수가 내제되었단 걸 의미한다던가. 작은 책인데도 여러모로 얻는 교훈이 많다. 버틀러가 레즈비언이었단 것도 처음 알았다(...) 이건 철학을 다루는 사람들이라면 제일 먼저 알려주었어야 할 사실 아닌가?

크리스테바는 구조의 완결성과 자족성에서 벗어난, 역동적 의미 생산에 대한 탐구를 상호텍스트성이라는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 문학 작품을 비롯한 모든 문헌은 한 작가의 생산물이라기보다는 그 외부에 존재하는 여타 문헌들과 미디어 자료, 언어 구조와의 상호작용으로 생산된다. 상호텍스트성은 문학 작품 안에 다른 문학 작품을 거론하거나, 문헌에 영화, 노래, 미디어의 글이나 프로그램, 사회적 사건이나 맥락 등을 거론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크리스테바에 대해 쓴 글 보니 오랜만에 내가 전에 푹 빠졌던 바흐친 나오더라 반가웠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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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죽어감에 답하다 - 죽음에 관해 가장 많이 묻는 질문들에 답하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지음, 안진희 옮김 / 청미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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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병원 원내 목사이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죽음과 같은 소식을 처음으로 전해야 할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유족이 고인의 죽음을 수용하도록 가장 잘 도울 수 있을까요?

나쁜 소식을 전하는 순간에는 유족이 죽음을 수용하도록 도울 수가 없습니다. (...) 그리고 신에게 따지고, 만약 필요하다면 신이나 의료진에 대한 분노를 터뜨리게 내버려두십시오. 그들에게 브레이크를 걸지 마십시오. 분노에 찬 표현이나 욕설을 사용하지 못하게 막지도 마십시오. 

 

 

우문현답. 지금은 목사 얘기지만 이거 못하는 의사 참 많더라. 심지어 기물파손하면 고소한다는 내용이 쓰여져 있는 종이를 진료실에 붙인 자도 있었음. 그런 글을 본다고 죽음이 선포된 환자가 진정될까 싶더만 역시나 잘 안 되는구만.

 

이 얘기는 처음 해보지만 거기서 일해본 지도 오래되었으니 괜찮겠지? 이 글 보시면 경악스러워 하시겠지만 말하지 않았습니까. 의사들 중 싸이코 많다고.

 

주로 환자에게 병을 가르쳐주지 않으려 하는 사람들이 배배 꼬인 듯한 질문을 많이 한다. 내 페친을 검진한 의사들도 사실을 알려주지 않으려고 많이 그랬다 한다. 돌려돌려서 말하거나, 치료법이 없고 위험할 수도 있지만 괜찮을 거라거나, 정식 진단명을 알려주지 않거나 하는 식.

페친은 많은 정신과 의사-심지어 퀴어 프렌들리 한 곳의 의사들과도 문제가 있었던 사람이다. 일단 내과나 외과 전문의들은 그의 병은 희귀질환이라 했고 그 중에서도 여러 가지 희귀질환이 겹친 희귀케이스여서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문제는 정신과 의사가 오히려 상황을 부정하고 페친에게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말라느니, 검사 결과가 다 괜찮을 거라느니 말했다는 점이다.

페친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고 일어나지 않을 거라 믿고 싶지만 십만명, 백만명에 한 명 꼴의 진단명과 합병증과 부작용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데 그 상황을 부정한다고 뭐가 달라지는지 모르겠다고 나에게 말했다. 적절한 정신과 치료를 위해서라도 과장된 공포와 당면한 실재적인 위협을 구분하게 해주고 현실을 인정하게 도와줘야지 왜 그걸 싹 다 부정적인 사고로 묶어 퉁치려 드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일단 자기계발 책같은 요소가 짙다. 이 책을 봄으로써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죽을지 혹은 자신의 죽음을 어떤 모습으로 받아들일지 생각할 수 있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할 수도 있지만, 특히 시한부 환자나 치매 걸린 어르신들에 대한 사회복지사의 올바른 대처법이 잘 설명되어 있다. 죽음과 죽어감과 함께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

 

현재 저는 시력을 상실하고 있는 한 여성과 함께 일하고 있고 그녀는 부정의 단계에 있습니다. 의사는 아직 그녀에게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사회복지사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요?

 

그녀가 그 공포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해주세요. 그런 다음 그녀에게 오디오북, 맹인용 지팡이, 맹인 안내견, 시력을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정상적인 삶을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하세요. 하지만 이것이 끔찍한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건 금물입니다.

 

 

이런 인간들 상당히 많다. 자폐걸린 사람 혹은 그 사람의 가족에게 '자폐는 옛날엔 아무것도 아니었어' 같은 말을 한다거나. 그 옛날 바보 형은 그럼 어떤 일을 당해왔었단 말인가. 앞으로의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식의 위로는 아무 도움도 안 되는데, 의외로 아직 흔하게 그런 말들이 나돌고 있더라.

환자들은 다양한 언어들을 이용하여 우리에게 자신의 욕구들을 전달할 수 있다. 매우 어린 환자들은 가령 그림이나 놀이 같은 '상징적 비음성 언어'를 이용하여 우리에게 '말을 한다'. 만약 어린 환자(이식용 신장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는 어린 환자)가 상상의 권총으로 몸이 많이 아픈 룸메이트를 쏜다면, 이 환자는 룸메이트가 빨리 죽어서 자신이 그의 신장 중 하나를 받으면 좋겠다는 다급한 욕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을 부모님께 추천해드렸는데, 읽기가 너무 힘들다 하시더라. 자신도 저렇게 죽게 될 것이라 생각하니 슬프다 하시면서. 그러나 난 그것은 감정이입에 불과하다 생각한다. 이 책에선 불치병에 걸린 어린아이도 많이 등장한다.

말하지 않는 환자들도 있습니까? 이들은 우리 사회의 희생자들입니까?

 

예를 들어 어떤 여성은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몇 주 동안 병실에 혼자 누워 있었습니다. (...) 하지만 우리 병원의 음악치료사 중 한 명이 단순히 그녀의 병실에 들어가서 노래를 부르고 기타를 연주하자, 그녀가 갑자기 두 눈을 번쩍 뜬 후 노래를 부르기 시작해서 모두들 깜짝 놀랐습니다. 노래를 다 부르고 나서 그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물었습니다. "도대체 이 노래가 제가 제일 좋아하는 찬송가라는 걸 어떻게 알았나요?"

 

 

최근 의사가 적다고 하는데, 난 그렇다기보단 이런 분들이 국내에 심각하게 적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여성분 눈을 뜨셔서 정말 다행이다 ㅠ

 

환자가 혼수상태일 때 환자의 가족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당신은 가족이 계속 일상생활을 영위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젊은이들은 데이트를 하고, 영화를 보러 가고, 보통 때 하던 일들을 해야 합니다.

 

 

나도 찬성하는데 나는 쓸데없는 도움을 주기보단 괴로움에 빠진 사람들에게 할 일에 대해 일러주는 게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건 화가 날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평상시 하는 일을 완전히 망치면 더욱 분노가 마음을 잠식하게 된다. 집중이 안 되더라도 조금씩 할 일을 찾다보면 금방 마음이 가라앉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보면 자기 자신의 죽음과 대면할 수 있을까요? (...)

 

우리가 자기 자신의 죽음과 대면할 수 있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 우리는 문학 작품이나 시를 읽을 수 있습니다. 또는 음악, 드라마, 미술 등 다양한 형식 안에서 우리에게 제시되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숙고해볼 수 있습니다. (...) 그리고 편안한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함께 모임을 만들어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자신만의 관점을 형성할 수도 있습니다. 종교는 훨씬 더 넓은 의미에서 죽음에 대해 숙고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앙심이 깊은 사람은 삶의 의미, 그리고 당연히 죽음의 의미에 대해 숙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질문과 대답으로만 이루어져 있기에 이 책에는 기존의 죽음과 죽어감에는 없던 단점과 장점이 동시에 존재한다. 단점은 일단 위에서 말했듯이 쓸모없어 보이고 어떨 때 저자에 대한 인신공격이라고 할 수도 있는 질문이 많다는 것이다. 다행히 저자는 이런 질문들에 침착하고 세세하게 답한다. 장점은 돌발적인 질문으로 인해 기존 책엔 없던 의사로서의 철학이 저자의 입에서 직접 나온다는 점이다. 죽음과 죽어감을 더욱 깊게 파고들 수 있는 책이다.

 

우리 사회의 양로원은 우리가 노인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슬플 만큼 여지없이 보여주는 공간이다. 우리는 노인들에게 주거지와 숙식을 제공하고 때때로 텔레비전과 수영장, 골프장, 댄스 시설까지 제공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서 다른 사람을 돕고, 베풀고, 자신만의 고유한 서비스(즉, 그들이 수십 년동안 축적한 지혜와 경험들)를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이건 지금도 다르지 않은 듯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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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1 - 1910-1915 무단통치와 함께 시작된 저항 (박시백의 일제강점기 역사만화) 35년 시리즈 1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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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토 히로부미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사쓰마번이 아닌 조슈번 출신이다. 일본 육군을 이끄는 인물로 제3대 총리를 지낸 야마가타 아리토모다. 이토는 네 번, 야마가타는 두 번 총리를 지냈고 이후 그들의 대리인 격인 가쓰라 다로와 사이온지 긴모치가 번갈아가며 내각을 구성했는데 이때를 교번정치 시대라 부른다. 가쓰라는 야마가타의, 사이온지는 이토의 후계자적인 인물. 하지만 제2차 사이온지 내각 때엔 이미 야마가타 측이 정국을 완전히 주도하고 있었다.

 

 

ㅋ 여기서부터 시작한다는 게 인상적이라 쭉 적어봤다.

 

요새 한국사가 세계사를 인식하기 시작해 내용을 같이 적기 시작한다던데 정말인듯. 근데 원래 일본은 육군이 강함. 사무라이가 뭐임. 육지에서 싸우는 애들 말하는 거 아님? 여담이지만 바람의 검심에서도 주인공이 바닷바람 한번 쐬고 온 이후로 극도로 쇠약해진다는 것. 임진왜란때 일본군 수군 장수들도 원래 육지에서 싸우다 영지가 바닷가라 수군 지휘관이 된 경우가 많았고.

 

경찰서장, 헌병분대장은 즉결 처분의 권한을 가졌는데, 즉결 처분으로 가장 애용된 것이 바로 태형이다. 어떤 사람일까? 도박을 한 자, 술 먹고 주정한 자, 길거리에서 싸움을 한 자, 총독부 부역 일을 게을리 한 자, 그 밖에도 가로수를 꺾은 자, 집 앞 청소를 게을리 한 자, 웃통 벗고 일한 자 등등 대상을 참으로 다양했다.

 

 

조선인이 잘못한 마냥 꾸며 매를 때리게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복종하게 만드는 것도 그렇지만, 법으로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는 계략도 악질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에 사는 일본인은 그보다 가벼운 형벌을 받았다는 게 당시 한국인에게는 더욱 큰 충격을 주었을 수 있겠다.

이때 일본에선 다이쇼 데모크라시 바람이 불어 민주주의가 진전되었지만, 조선은 정반대의 길을 갔다. 강점과 함께 정치 집회, 강연회, 연설회가 완전 중지되고 친일 단체인 일진회가 강제해산될 정도로 결사의 자유가 부정되었다. 반일 성향을 보였던 신문들은 모두 폐간의 운명을 맞았다. 

 

 

문 정부가 독재를 저지른다는 사람들의 의견이 심심지 않게 보인다. 일단 그런 발언을 하면 끌려가는 게 독재 정권이지만(...)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과 한국의 문화 발달 차이가 현저히 보였고, 일본은 이를 방치하거나 혹은 적극적으로 밀어주었다. 이런 것이 바로 통제다. 풀어줄 건 풀어주고 붙들어 매야 하는 건 매는 것이다. 문 정부는 도리어 이 비상시국에 미통당과 교회 세력 그리고 의사들의 파업을 통제하는 데 실패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안타깝다. 의사들의 파업은 통제하는 데 일면 성공한 듯해 보여도 사실상 모두의 패배로 귀결난지라.

강제 부역을 통해 서울-부산, 서울-강릉 등의 기간 도로와 항구와 내륙 도시, 농업 생산지를 잇는 도로들이 연이어 건설되었다. (...) 총독부는 이런 변화들을 한데 모아 총독부 통치의 성과를 선전하려 했고 그 결과 열린 건이 조선물산공진회다. (...) 관심을 끌기 위해 수백 명의 기생들 공연도 마련되었는데 효과가 컸다. 

 

 

그 밖에 기생들과 찻집 여성 직원들, 그리고 훗날 위안부에 대한 얘기는 여러 책에 기록되어 있으며 페북과 블로그에도 두어권 소개한 적 있다. 그나저나 만화에서 저기에 빠져있는 한남들 보니 진짜 환멸난다 ㅋㅋ 뭐 어떤 기록에서는 공연에 참석한 한국 남자들은 별로 없었다고는 했지만 그것도 수요가 있으니 열었겠지ㅡㅡ

이승만은 대한인국민회를 직접 장악해야겠다고 생각했는지 지지자 확보에 적극 나섰다. 그러나 1915년 대한인국민회 선거에서 박용만계인 김종해이 압도적인 표차로 총회장에 당선되자 자연 집행부도 박용만계 위주로 꾸려졌다. 이에 이승만은 태평양잡지를 통해 성명서를 발표한다. 본격적인 분란의 시작이다.

(...)

"뭔 소리여? 자신을 반대하는 것은 곧 대한인국민회를 반대하는 것이고"

"대의회를 열 필요가 없고 각지에서 논의해 자신에게 보고하면 자신이 처리하겠다?"

 

 

원문 올려놨는데 좀 길어서.. 이거 만화라기엔 너무 사료들을 꽉꽉 붙여놔서 난이도가 높다. 글자가 작아서 숨 막힐 정도고 읽는데 시간도 걸리고; 솔직히 박시백 님 '만화'를 그리는 건 포기했나 싶을 정도.

그나저나 이승만은 저 때부터 내분 일으키는 데 선수였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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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D] 당신과 저녁 먹을 좋은 구실
유시안 지음 / 부크크(bookk)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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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가 있다는 것 중에서

 

악어처럼 울고 있으면 휴지를 가져다 옆에 두면서 일단

자라고 말해주는 것

 

제일 좋아하는 바닐라 라떼 커피 혹은 치킨

틈만 나면 같이 사 먹자고 조르는 것

 

모기가 있을 땐

모기 추적자와 살충제 살포자로 역할 분담을 나눠서

대개 2:1 이상의 쪽수로 모기를 잡을 수 있는 것

 

바보같이 가게에서 바가지 쓰고 오면

같이 가서 사장님 이게 말이 되냐

고 따져주기도 하는 것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제일 먼저 알아차리는 여자들이 있다는 것

 

 

이것도 페친이 읽어보고 사람들에게 널리 추천해달라고 요청받은 시집이다. 맘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돌도 던져 달라고 하던데, 딱히 지적할 만한 부분은 없는 것 같다. 여성을 차별하는 세상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등, 매우 올곧은 그녀의 마음이 잘 표현되었다. 김삿갓의 사회 비판 시들도 상당히 과격했다고 알려져 있고, 최근까지도 인터넷 기사와 관련된 시를 댓글로 달다가 상당히 유명해져 책까지 낸 시인도 있다. 이런 시에 대해서 난 매우 긍정적으로 여긴다.

 

짝사랑에 대한 시가 나온다. 그러고보니 난 한 번도 짝사랑한 적이 없어서 짝사랑을 잘 모르겠다; 그냥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무작정 고백했고, 그 사람이 차면 화를 내면서 그 다음 날 다른 사람을 찾곤 했다. 그러고 보면 짝사랑은 나름대로 그 과정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 시집은 사랑에 대한 시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고보니 여동생도 없네 ㅋㅋ 나는 자매가 없지만 어머니에게는 이모가 계신데, 어린 시절 반찬 한 번 뺏어먹다가 정수리가 이모 젓가락에 꽂혀서 피가 슝슝 났던 일을 지금까지 기억하고 계시더라(...) 나는 남동생과 싸우다가 잇몸에서 피나고 팔에 손가락 자국이 며칠간 선명한 적이 있었던지라, 오히려 저렇게 목숨걸고 싸우지는 않았다. 그러고보니 자연스럽게 거리를 두게 되더라. 내가 굳이 자진해서 피해자가 될 필요도 없지 않은가. 그러다보니 오히려 지금은 마음껏 목숨 걸고 싸울 수 있는 자매들이 부럽더라. 오히려 그렇게 싸워대서 속마음은 다 파악했으니, 나중에 둘 다 독립해서는 알아서 서로서로 돕고 살기도 하고.

 

공연 중에서

 

허름한 폐가의 사진을 찍으려다

가난과 불행, 공포와 불안이 합체!

리바이어던이 된 귀신이

흐느적흐느적

그 안을 거닐다 이쪽을 맨눈으로 쏘아보는 하필 그때

셔터를 하필 눌러서 놀라 자빠지며 엉덩방아를 찧는

엉치뼈, 나의 진화

 

추억과 애정이 배경음악처럼 깔리고

치정과 애증이 신명 나게 백댄스를 춘다

 

이 집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집이 아니랍니다

푯말 하나 안 달린 집에서 수많은 말풍선들이 한꺼번에

작정하고 푸드덕푸드덕 날아올랐다

 

걸음이 날 살릴지 다리를 믿어보려는데

뒷덜미를 홱 낚아챈 목소리

명패는 달아주고 가셔야죠

 

 

난 왜 이 시를 읽으면서 공무원을 시켜 학대부모에게서 학대당하는 아동을 떼어내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생각날까.

아무리 학대 당하더라도 아이가 부모와 살겠다는 의지가 강한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이 사회에서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적다. 문 닫으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모르는 게 바로 집이 아닐까 싶다.

 

다트

 

나를 뚫고 지나가는 당신의 눈빛!

코가 아니라 눈으로 던져주세요.

가장자리에는 점수가 없답니다.

더 힘을 빼세요 비껴 꽂아도 틀림없이,

꽂혀요.

 

나는 여기 다리도 팔도 없이 늘어져

팽팽한 심장을 샅샅이 펼쳐 걸고 점점 둥글어져

조악한 나이테를 빼곡히 늘여 놓고선

달려나가는 상념을 붙잡아봅니다.

 

나는 당신에게서 이미터 사십만큼입니다.

시끄러운 실내는 위에서부터 내리 꽂히고

병든 맥주는 거품을 하얗게 물고

하늘을 나는 도도한 다트 핀

 

바로 거기서 영혼이 태어났다가

그대로 땅에 널브러졌습니다.

 

 

서울에 있을 때 맛있는 칵테일 찾아 바들을 전전할 때마다 항상 구석에 다트가 진열되어 있었다. 가끔 기분 내키면 했었는데. 이 시 보니 바 가보고 싶어지네 코로나 때문에 어차피 못 가지만 ㅠ

하고 싶다

 

같이 소꿉장난

 

핵발전소 앞에서 시위

시답다 할만한 만화 보기

흑역사 표백하기

 

어쩌다 세탁물을 맡기면

깨끗하고 향기 나는 항상

빳빳한 것으로 돌아올

 

설거지 하고 나면 기분이 '조크든요'라고 말하는

 

내가 아무것도 미안하지 않은 사람과

 

영혼을 구

 

 

하고 싶다

 

 

지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SNS나 카톡이나 방송에서 '우리 부부는 서로 자유롭게 행동하며 종교나 정치 등 가치관이 달라도 구애받지 않는다'라고 하는 남자들이 많더라. 근데 난 그건 여성들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는 게 아닌가 싶다. 어떤 사람과 취미를 공유하고 싶고, 그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었음 좋겠다는 게 결코 잘못일 리가 없다.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솔로일 수는 있어도. 그렇지만 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할 수 있고, 아직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걸 상상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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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도 주량이 있다면 현대시세계 시인선 43
박수서 지음 / 북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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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중국집에서 물컵에 젓가락을 담그고

주방을 바라본다

후드득 튀어오르는 기름방울이

메리야스를 뚫는다

가슴에 화상을 입고 벌려진 상처에 연고를 바른다

너의 손이 아니리라

짜장을 볶는 손이 너의 손이었으면 좋겠다

당신 슬픔이 아직 버물려지기는 이른 오후,

암실에 숨은 꽃, 춘장의 역사처럼

내내 가슴에 얼룩을 남겼을 너의 손을 생각한다

 

달콤한 짜장 한 사발 후루루 말아먹고

이빨에 낀 미련까지 기꺼이 마서버린다

 

내 사랑 그렇게 달고 쓴 상처로 비벼졌으면 좋으리

 

문 밖은 비가 내리고,

양파 때문에 콧물이 들락거린다

 

남겨진 검은 면발이 배갈 같은 눈물에 퉁퉁 부운 속살을 들어낸다

 

크 짜장면에 빼갈이라니 뭘 아시는 분이네요.

이 시집을 출간한 시인 분은 내 페친이시다. 언젠가 버스정류장 종점까지 가게 되어 아이들이 할일없이 노닥거리는 애니메이션을 보며 '학교 따위 째고 놀면 좋았을 것을 왜 그리 개근상에 집착했을까'라고 쓴 댓글에 좋아요를 누르신 분이다. 내 아버지께서는 어릴 때부터 남의 집에 돈을 벌러 가신 분이셔서 일이 생활습관이 되신 분이지만, 사실 노는 걸 가장 좋아하는 분이시다. 친구들과 당구 내기를 하고, 진 사람이 맛집에서 음식을 한 턱 쏘는 걸 가장 좋아하신다. 이 시집에서도 음식과 관련된 시들이 상당히 많다. 잘 놀고 노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 고향 포장마차

 

정주에 들어서면 정줄 일이 아니라 했다

오다가다 몇몇 사람이 멸치국물 끓는 소리에 찾아들 것 같은

시기동 내 고향 포장마차

정읍의 옛날 이름 정주, 이제 잊혀 버렸지만 여기 포장마차

아줌씨는 아직도 정주시민이다

지독하게 정주에 살며 아들딸 일구고

이제는 아들딸 살피듯 후덕하게 안주도 내어 놓는다

닭발, 멸치국수, 숙취에 최고라는 계란 프라이까지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경계를 마신다.

이곳에 오면 몇 순배 술잔이 돌아가면 모두 친구다

즉석에서 노래도 부르고 시도 짓고 간장보다 짠 음담도 날리고

무엇보다 아줌씨의 털털한 웃음이 일품 양념이다

가을이 오고 꽃이 서러워 죽겠는 날은

송형, 정형, 오형 불러 그날처럼 닭발에 소주 한 잔 해야지

아, 선머슴처럼 쾌활한 예쁜 하 선생도 불러서

멸치국물 엎을 때까지 한 잔 마셔야지

 

시집 제목처럼 술 마시는 얘기가 먹을 것만 나오면 정말 빠짐없이 나온다. 슬픔에도 주량이 있다면 다음에는 역시 펑펑 모기처럼 마셔야 겠다는 후담도 있고 ㅎㅎ 그나저나 멸치국수는 한 번 먹어보고 싶다. 남쪽에 갔을 때 멸치국수 전문식당 들러보고 싶었는데 어르신들은 멸치국수 싫어하시는 것 같더라. 뻔한 맛이라나. 난 만화책에서 처음 봐서 일본에서만 있는 음식인 줄 알았다.

박쥐 3

청춘극장을 접고 잔혹극장을 인수한 사내는 극장 인테리어로 외벽을 필름으로 꽁꽁 감고 내부 매표소를 제외하고는 모든 조명을 철거했다. 사내는 극장뿐만 아니라 통속영화 속 배신당한 호스티스처럼 전깃줄에 목을 매고 죽은 여자의 영혼과 운지버섯처럼 군락을 이루고 엉켜 있는 박쥐 떼도 함께 인수했기 때문이다. 로비에서는 영업시간 내내 즐거운 오페라가 울렸고, 관람장의 속사정을 모르는 관객들은 눈이 어둠에 적응되도록 크게 뜨고 있거나, 휴대폰 전원을 켜거나 하며 한참을 주저하다 관람석에 앉는다. 광고 한 조각 내보내지 않고 상영시간표에 딱 맞춰 영화는 시작되고 가끔씩 스크린 밖으로 흘러나오는 여자의 치맛자락이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낼 뿐 별다른 증후는 없다. 유쾌한 영화가 끝나고 관객이 빠져나간다. 네펜테스아텐보로이처럼 여자가 박쥐 떼를 먹어치운다.

 

 

전체적으로 시집은 밝은 분위기인데, 가끔 이렇게 뼈를 치는 듯한 사회 비판적인 시가 나오곤 한다. 60년대 공포영화에 대해서 다룬 책을 읽었을 때가 생각난다. 누가 잘못했는지는 제껴놓더라도, 피해를 입는 건 대부분 여성이더라..

원조

 

 

내가 사는 촌에도 원조가 있다.

엄마가 높은 지붕 같은 밭에서 라디오처럼 지직, 지지직거리며 밭도랑을 일굴 때

그 지집애는 원조교제를 했다.

원조는 원조 보쌈, 비빔밥이 아니다.

옆방에서 누가 세상을 통째로 삼키는 줄도 모르고

그 지집애는 방바닥을 긁으며

엄마, 엄마, 하며

 

밑동을 잘랐으리라.

 

 

 

근데 역시 이 시집도 시집이라 그런지 간혹 이렇게 난해한 시가 나오곤 한다. 세상에 대해 모르던 여자애가 빡세게 알아가는 과정을 원조라 표현한 것 같은데(요즘 표현으로는 찐이라 할 수 있을 듯.) 처량하기도 하고 좀 무섭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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