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령의 기억 - 1960~80년대 한국공포영화 Film Story 총서 10
허지웅 지음 / 한국영상자료원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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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현은 살인범으로 지목당한다. 특히 천남식의 상사가 선우현을 의심하고 있다. 선우현은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그와 함께 천남식의 고향인 작은 섬 파랑도를 찾아간다.

천남식의 과거 행적을 조사하며 자취를 수집하던 그는 금세 이 섬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는다. 이 섬의 모든 건 번식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주도권은 여성들에게 있으며 그녀들에게 공유되는 남성들은 씨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 선우현은 천남석을 사랑했던 민자를 만나게 되는데, 민자는 선우현을 천남석 대신 돌아왔다고 여기고 그와 동침한다. 무당은 천남석을 돌아오게 하겠다며 굿을 벌인다. 그리고 정말 천남석의 시신이 떠내려온다. 그날 밤, 민자는 무당이 입회한 가읜데 시신의 성기에 대롱을 꽂은 채 시간을 한다. 시간이 흐른 후 다시 파랑도를 찾은 선우현은 사내아이를 데리고 온 민자와 마주한다.



 


 

60~80년대는 아버지가 영화를 닥치는대로 보기 시작했을 때였다. 그러나 학교가 끝나자마자 극장으로 달려갔다는 아버지조차 공포영화는 생소하셨으리라 생각된다. 여고괴담이 데뷔했을 때조차도 우리나라에게 공포영화는 낯설었다. 우리나라의 공포스런 이야기는 대부분 억압받는 여성, 세상에 복수하는 여성에게 초점을 맞추었었기 때문이다. 피가 무지막지하게 튀는 좀비물과 어딘지 기분 나쁘고 음산한 귀신물은 엄연히 다르다. 고어물은 태연하게 봐도 귀신물은 못 보는 사람들이 다수 있다.


최근 한국에 미투 붐이 일면서 그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충격을 받은 이유는 파렴치한 짓을 저지른 예능계 남성들이 기이하게 떳떳한 듯이 굴기 때문이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쩌면 당연하다 볼 수도 있는 게, 박정희 대통령이 권력을 휘두르고 연예인 여성들을 불러와 스캔들을 일으키면서 그 잔재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가요무대를 보다보면 부모님 사이에 재밌는 대화가 나돈다. 남편에게 이혼당하면서 재산까지 온통 뺏긴 저 여인, 야쿠자와 결혼했는데 결국 내쫓겨 다시 무대에 오른 이 여인... 그런 면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다루었기에 한국의 옛날공포영화가 하녀라는 영화로서 잠깐 신선하게 조명을 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이 책에서 허지웅은 그마저도 잠잠해졌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애초 그렇게 인기가 없으면 책을 내지도 않았을 뿐더러, 레트로 분위기에 힘입어서 그런지 SNS에 공포영화 홍보영상이 올라가면 댓글에서 같이 보자느니 싫다느니 일반 영화 홍보영상에선 볼 수 없는 다양한 댓글로 시끄럽다. 여름이 길어질수록 공포영화의 인기는 식을 수 없다고 보기도 한다.

 

이런 책 본다고 어떤 사람이 꼰대라 하는데 전설의 고향은 전설의 고향 특유의 내음과 맛이 있는 것이다. 어째서 이 책을 본다고 무턱대고 꼰대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꼰대 소리를 유연히 뛰어넘을 수 있는 게 문화가 아닌가 싶은데. 근데 꼰대가 될 것 같단 게 일리도 있는데 요새 가요무대에 굉장히 낯익은 90년대 가수와 음악이 가끔가다 나오더라(...) 어차피 사람들 다 늙는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으련다.

그때 그 시절만 좋았고 그때의 문화만 최고라 생각했다면 꼰대의 사상일지도 모르나 과거의 유물 그 자체를 향유한다고 꼰대는 아니다. 그렇다면 전주에 한복입고 가는 사람들이며 유투브에서 노인들의 방송을 듣는 사람들이며 일제에 항거하듯이 일본제품을 불매하는 사람들 그 모두가 꼰대란 말인가. (왠지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까봐 겁나는데) 그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오히려 불매운동을 벌이는 젊은이들이 무지몽매하다며 일본의 반도체에 대한 미련과 한국 무역의 타격을 과대설정하여 지적하는 사람을 우린 꼰대라 하지 않던가. 일본은 근현대사를 삭제한 채 '지금' 군국주의의 광영을 찾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버핏이 투자한 일본회사는 한 군데도 없다. 역사 없이 지금의 우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망령의 기억이라는 책 제목 때문인지 이런 지적이 나왔는데 다소 어이가 없어 올려본다. 이런 인간들 간혹 있다. 중국 역사책인 '권력'이라는 책을 읽는데 개독교가 와서는 뜬금없이 "인간의 권력은 허망해요."라고 하는 케이스. 누가 모르냐 망하지 말자고 책을 읽는 거지 권력이란 책에서 무슨 진시황 찬양했대? ㅋ 그럼 주님의 권력은 존내 창대해서 예수 십자가에 매달리게 하심? ㅋㅋ

 

중요한 건 화해의 기술이다. 화해의 기술은 망각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원한 있는 여성 귀신의 이야기를 시시하다며 잊어버렸다. 그러나 정작 이 영화들에서 가장 크리피한 건 자신의 며느리적 시절을 잊어버리고 며느리를 괴롭히던 시어머니와, 낯선 여자를 집에 불러들이거나 혹은 아내가 힘들어할 때 집안일에 손끝 하나 안 댄 남자들이 아닐까. 그들이 시시한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과거를 잊지 못한 그들은 아직도 여성을 괴롭히고 있으며 한국이 페미니스트 국가 되기는 아직 멀었다. 망령의 기억이든 뭐든 여성들은 깨끗해지고 싶다 하여도 과거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경찰수사 결과 강미애는 잠적 나흘 만에 가수 유모양의 전남편인 이모 씨와 서울 종로구 와룡동의 한 여관에 숨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 이 사건은 당시 동성애 소문으로 고통을 겪은 가수 금호동의 경우와 함께 '연예계의 도덕 불감증'이라는 식으로 언론과 대중의 지탄을 받았다.



 


 

뜬금없이 동성애 소문은 왜 ㅋㅋ 무튼 1965년에도 이런 스캔들이 있었군요 몰랐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시골 처녀 명자가 등장한다. 들판에서 강간을 당할 뻔한 명자는 우발적으로 남자를 살해한다. 이때 명자는 고양이 마냥 두 손이 오그라드는 경험을 한다. (...) 여기서 그녀는 서울 외곽에 있는 양계장 집에 식모로 가게 되는데, 양계장 집 부인인 정숙은 향후 명자를 좋은 곳에 시집 보내주는 조건으로 식모 계약에 합의한다. 정숙의 남편 동식은 과외로 음악을 가르치는 작곡가다. 동식과 정숙은 금슬이 좋은 편. 명자는 밤마다 동식과 정숙의 섹스를 몰래 훔쳐보는데, 성적인 흥분 상태에 이르자 또다시 두 손이 오그라든다.



 


 

생각해보면 그때의 섹스 신이 적나라할 수도 없을 텐데 허지웅이 이렇게 쓰니 뭔가 자극적인 게 나올 것만 같다. 확실히 이 분이 글은 정말 잘 쓰심. 뭐 예전부터 그래서 책 모아놨고 이 분이 페미니즘 깠을 때도 책을 차마 버리지 못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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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무법자 - 남자, 여자 그리고 우리에 관하여
케이트 본스타인 지음, 조은혜 옮김 / 바다출판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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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은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바대로 존재한다ㅡ카를 마르크스



 


 

젠더라는 명칭이 나왔으니 LGBT나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글인 줄 알고 펼쳐본다면 아마 오산일 것이다. 이 저자는 젠더에 유동성이 있다는 사실을 못 박고 있으며, 이것을 부정하는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공격한다. 양성애자에 대한 몰이해가 느껴져서 아쉬운 부분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도 여성과 남성으로만 나누어져 투닥거리는 우리나라의 젠더 세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볼 수 있겠다.


진보적이란 대통령이 동성애자들 싫다는데 법무부장관이라고 다르겠냐. 한국의 동성애자들은 정말 언제까지 이렇게 정치권들에게 거부당하면서 마음에 대못이 박혀봐야 하냐.

젠더 무법자에서는 동성애자를 넘어 트렌스젠더까지 포용하는 사회를 만들자고 이미 오래전에 주장했다던데. 대체 언제까지?

 

영화 크라잉 게임의 명장면을 살펴보자. 모든 관심이 집중되었던 장면ㅡ거론해서는 안 되는 그 장면을 알지 않는가? 영화 내내 여자인 줄 알았던 등장인물이 완전히 알몸을 드러냈을 때 (허억) 여자로 보이는 몸에서 페니스가 보이던 그 장면ㅡ말이다! 그 당면이 전하고자 한 것은 트랜스젠더화된 사람을 폭로하는 것뿐 아니라 페니스를 발견한 남자의 역겨움과 구토이지 않겠는가. (...) 크라잉 게임에서처럼, 누군가가 트랜스젠더임을 안 뒤에는 그 사람에 대한 물리적 공격이 이어진다.



 


 

... 내가 아스톨포 사진을 올릴 때마다 제일 조심해서 피하려고 했던 짤. 특히 이 그림을 올리시는 분이 집중적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정도는 양호하며 이 분의 픽시 사이트를 들어가 보면 걷어차는 등 페이트에 등장하는 소위 쎈 언니들이 온갖 학대를 한다.


당연하지만 보통 이런 일러스트의 댓글을 보면, 심영 짤을 올리거나 남자를 그만두겠다고 선포한 적도 없는 아스톨포에게 누명을 뒤집어씌우는 것들 뿐이다. 이런 분들 중 몇몇은 오프라인에서 모임을 가지거나 몇몇 코스프레하는 사람들과 벙개를 하기도 할 것이다. 만일 남자가 아스톨포 같은 캐릭터로 꾸몄을 때, 일러스트레이터나 혹은 이 일러스트를 보고 낄낄거리던 작자들이 무슨 짓을 했을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바가 아닌가.

 

이참에 말해두겠는데 저런거 말고도 오토코노코물은 하드물이던 약혐물이던간에 말도 안 되는 것들 투성이다. 그거 보고 낄낄대면서 야 그래도 얘네들이 양지에 나오는 거 보면 사회가 진보되지 않았냐 이러는 것들 보면 난 더 빡치는데... 아무튼 누가 됐든 폭력은 차차차선이라고 본다. 특히 생존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 상황이나 관념 등에 대한 공포나 무지에 의한 것이라면 더더욱.

 

저 어딘가에 마이크로 단위로 분해된 인간의 죽은, 완전한 한 몸이 떠돌고 있을까. 스타 트렉의 트랜스포터처럼? 날 전송해 줘, 스카티. 여기 아래쪽엔 날 위한 삶이 없어.

 

지난 7년 동안의 모든 세포를 난 어딘가에 남겨 두고 왔다. 그 세포는 저 어딘가에 있는, 여기 몸과 아주 비슷한 몸에, 내가 인생과 대면하는 걸 피하기 위해 먹고 마셔 댄 음식과 술로 만들어진 이 몸과 비슷한 몸에 더해졌다.



 


 

사람의 세포는 7년마다 바뀐다는 군요.

쓸데없이 덧붙이자면 전애인과 잡은 손의 세포도 7년 지나면 완전히 먼지가 되고 유사한 다른 것으로 바뀝니다 ㅇㅇ 그 무엇도 가지고 가지 못하죠.

 

이 장면은 예배당에서 수녀들이 노래하는 소리와 함께 시작해도 좋다. 에르퀼린은 불붙인 초를 들고 입장한다. 그녀가 눈을 뜨자 수녀들의 노랫소리가 희미해진다.

(...) 12세의 에르퀼린: 간호사님이 말씀하셨어요. "어린 소녀들이 공부를 너무 하면 여자다움이 사라진다."고요.



 


 

ㅋㅋ 그럼 나는 왜 (내가 1년째 적극적으로 거부하고 있는 중인데 그 전까진) 남자가 안 끊겼냐 심지어 목소리 허스키하고 앞니 작살나고 대머리 직전까지 갈 때도 누구와 사귀었다만. 무튼 뜬금없이 저자가 쓴 연극 대본이 나오지만 연극을 좋아하는 나로선 독자들이 계속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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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7
김행숙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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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혼

 

위와 아래를 모르고

메아리처럼 비밀을 모르고

새처럼 현기증을 모르는 너를 사랑해

 

나는 너를 강물에 던졌다

나는 너를 공중에 뿌렸다

 

앞에는 비, 곧 눈으로 바뀔 거야

뒤에는 눈, 곧 비로 바뀔 거야

 

앞과 뒤를 모르고

햇빛과 달빛을 모르고

내게로 오는 길을 모르는

아무 데서나 오고 있는 너를 사랑해



 


 

시와 연관 없을지도 모르지만 순간 이거 읽다가 어느 연극인의 말이 생각나더라.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사랑을 연기하는 게 가장 어렵다고.


동생에게 '난 이미 망했으니 너나 잘해라'라고 했는데 이건 괜히 한 소린 아니었다.

어머니는 일단 내가 데려와 소개시킨 소수의 전남친들의 꼴을 보고는 "너 결혼하지 말고 나랑 같이 재밌게 살자"라고 간절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하루는 외할머니가 82세의 나이로 침대에서 자다 떨어져 병원에 입원하셨기에 급히 의정부 병원으로 갔다. 약간의 치매끼도 있으셔서 횡설수설하는 대화가 되었는데, 어머니가 내 결혼을 걱정하시는 순간 외할머니가 눈을 크게 뜨시더니 이렇게 두 마디를 말씀하셨다.

"결혼 그냥 나중에 하면 안 되겠니?"

"..."

"남자가 능력 없으면 니가 먹여 살릴 자신 있니?"

그러고 다시 횡설수설로 돌아가셨다. 내가 이럴 줄 어찌 알았겠나. 난 전전전전남친과 결혼해서 천년만년 살 줄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내가 차 버렸다. 사랑은 무섭고 나는 나를 잘 모르겠다. 결국 이렇게 늙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1984년이라는 미래 중에서

 

흐르는 강물에 번호를 매긴다면, 옷감을 끊어서 팔듯이 흐르는 강물을 끊어 가격을 협상한다면, 강남과 강북을 나눈다면, 사람처럼 나눈다면, 저물녘에 보랏빛 강물을 바라보다가 눈앞이 캄캄해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저마다 절벽이다.

(...)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사람들은 낡은 라디오처럼 지지직거리는데, 흐르는 강물도, 흐르는 시간도 가져가지 않은 것들이 그대로 굳어서 어느 고집 센 노인이 짚고 선 지팡이처럼 미래의 안개 속에 꼿꼿이 서 있네.



 


 

철학에서도 그런 말을 들어왔지만, 역사도 흐르는 강물과 같아서 진짜 진실을 가리고 논쟁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최근 들린다.


나도 그에 좀 공감하는 바이다. 환단고기는 소설처럼 들리는 바가 없잖아 있지만, 다른 사람들에겐 설민석이 재밌을 수도 있지 뭐(...) 내 얘기는, 사람 사는 게 다 복잡해서 사건을 추적할 때 어떤 것을 절대적 원인으로 꼽을 수는 없단 것이다. 더불어 1초 전의 나와 현재의 내가 다르다 하여 잘라낼 수는 없는 것이다. 확실히 분업은 사람들의 무언가를 잘라서 위태롭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지만, 그 전에도 가난한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모든 사람이 사람을 온전히 존중하고 사랑할 때가 언제쯤 올지 생각하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러나 김행숙 시인은 투쟁하여 미래를 쟁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인류의 오랜 조상들도 이런 투쟁을 거듭해왔을 것이다. 사회는 그렇게 쉽게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투쟁을 지속하며 버텨내려면 계속 자신이 투쟁에 참가함으로서 사회가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활동가들은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사유를 한다. 이 시집에서도 그와 같은 깊은 연륜이 느껴진다.

 

소녀의 꿈

 

거실에 새장을 걸어놓고 새를 기다렸다

날마다

 

이상한 음계로 코를 고는 노인과

그리고 한밤중에 홀로 빛을 내는 비누

뒤축이 닳은 구두와

장롱 문짝에 사로잡힌 사슴과 구름과

돈을 훔치는 소녀

 

그리고 오늘 새벽엔

소녀가 흐린 창문 속에서 영원히 사라진다

단 한 번 날아간 그 새처럼



 


 

짧은 시집이지만 정치에 관한 걱정과 환경오염에 대한 분노, 그리고 신비에 찬 서정시를 잘 버무렸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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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린 아픔
소피 칼 지음, 배영란 옮김 / 소담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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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오지에서 있었던 일이다. 1980년 1월 초, 나는 벽에 머리를 박으며 소리쳤다. "뷔댕, 당신을 죽일 거야. 죽여버릴 거라고!" 뷔댕은 내 담당 치과 의사였다. 그는 내게 치료가 잘 끝날 거라 약속했었다. 격한 고통만큼이나 격한 반응이었지만, 적어도 그날 내게는 고통을 느낄 객관적인 명분이 있었다. 말로 다 할 수 없는 고통이었다.



 


 

저자의 글은 아닌데 이게 정말 진정한 시린 아픔이 아닐까 생각된다. 내 이까지 전해지는 거 같음(...) 이걸 인상깊은 글이라고 하면 좀 그럴 거 같지만 내가 워낙 치과에 대한 사연이 많아서.


사진이 계속 나온 뒤, 이별했던 날 이후로 그 사건을 반복하여 회상하며 글을 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어차피 같은 일이라 계속 했던 얘기 또 할 수도 있을 텐데 그때그때 다른 정보를 덧붙여서 새롭게 느껴진다. 사실 내 인생이 요샌 그렇게 새로운 일도 없어서, 이런 방식으로 글을 써야 하는데 굉장히 모범적인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이 처음 나올 때 홍보에선 여행기라 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책을 읽어보니 여행기라기보단 여행을 하다 보니 멀리 떨어져 있게 된 남자와 헤어져 졸지에 실연 여행기가 되어버린 이야기이다. 이유 모를 병을 앓던(그 시대 여성들에게 닥친 역사를 볼 때 홧병일지 모른단 생각이 들지만) 이사벨라 버드 비숍에게 바람을 쐬는 게 좋다고 했다던 의사가 문득 떠오른다. 그런 남자와 헤어진 게 잘 되었다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튼 저자는 여행할 때 찍었던 사진과 물건들을 깨끗하게 보관했다가 책에서 하나하나 꺼내든다. 조금 소름끼치긴 하지만(...) 신기하고 소중했던 순간들을 버리거나 무심코 훼손하는 일 없이 보관하는 사람이 요새 얼마나 될지 생각해본다. 나는 독립영화관에서 받았던 세월호 리본 정도는 꽤 오랫동안 보관하는 것 같다. 이 저자처럼 한 20년 넘은 건 아니지만;;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을 가볍다거나 쉽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이런 부류 중 친구로 두기엔 나쁘지 않은 사람들이 몇 있다. 어차피 바람핀 사실을 상대방에게 말했다간 난리가 날테니 숨기겠지만(사실 강간 같은 경우로 진행된 경우도 말해봤자 난리나는 건 마찬가지다.) 나 자신에게 정직한 건 중요하다. 솔직히 자신의 나쁜 짓은 숨기고 애인의 나쁜 짓만 꼬집어 한탄할 수도 있지 않은가. 난 글을 솔직하게 쓴 그녀가 맘에 든다. 저술가로서의 직업 정신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되지만. 그리고 책을 계속 읽어보심 알겠지만 남자가 정말 비열한 방법으로 헤어져서(...) 아무튼 그건 이 책을 읽은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사랑하는 당신에게.

1984년 11월 4일 밤 11시 48분. 크리스마스트리처럼 전등이 밝혀진 작은 역에 도착했어. 확성기에서는 혁명가가 울려퍼지고, 작업복 차림에 모자를 쓴 사람들이 보이네. 중국이야.



 


 

아시아를 신비화시키는 분위기만 아니라면 그럭저럭 읽을 만한데 쩝. 그쪽이 가장 아쉬움. 이혼의 사당인가 거긴 또 쓸데없이 왜 갔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가... 근데 인상적인 글귀 중 이게 유일한 저자 글이네 쩝;

 

나는 매일 밤 같은 꿈을 꾸었다. 꿈속의 상황은 어느 거리의 한 공공장소에서 펼쳐진다. 내가 사랑했던 내 아내는 아무 말이 없다. 하지만 아내는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나는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이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커다란 와이드 스크린 화면에서 신이 내레이션을 해주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과 실연의 경험을 나눴다더니 그 경험도 썼는지 약간 다른 내용들이 군데군데 있다. 저자와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1979년 11월 12일 오후 6시. 연녹색 비단 잠옷을 입은 채 죽어가는 내 어머니를 바라보고 있던 나는, 어머니가 마지막 숨을 거두시는 장면을 지켜보았다. 어머니께서는 5개월 전부터 소생실에 계셨는데, 그날 병원에서 어머니를 한 병실로 옮겼다. 치기 어린 마음에서였는지, 내 어머니가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서였는지, 나는 어머니가 다시 움직이고 세상을 바라보는 자유를 되찾을 수 있으리란 착각의 즐거움에 빠져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내게 오른쪽으로 가지 말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 아버지는 우리처럼 달려가지 않았다. 모든 게 연극일 뿐임을, 한낱 눈속임에 지나지 않음을 알고 계셨기 때문이다.



 


 

실연이 테마인데도 죽음에 관련된 글이 꽤 많이 나온다. 사실 평생 잊을 수 없는 아픔이라고 한다면 나와 가까운 누군가의 죽음이 아닐까 싶다. 특히 좋은 사람을 두 번 다시 못 본다는 건 살아있는 사람에게 몹시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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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팝스 2019.9
굿모닝팝스 편집부 지음 / 한국방송출판(월간지)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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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든 피겨스는 백인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미국 나사의 역사를 새롭게 서술하고 있다. 미국 최초의 우주 궤도 비행 프로젝트에서 핵심 업무를 수행한 실존 인물 캐서린 존슨과 나사 최초의 흑인 여성 책임자였던 도로시 본, 나사 최초의 흑인 여성 엔지니어였던 메리 잭슨까지 감춰져 있던 실존 인물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물론 처음으로 무언가를 성취한다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일단 나사란 훌륭한 회사에 들어가야 차별을 받지 않는 것처럼 묘사된다. 열심히 노오력해 성공하면 앞날이 잘 풀릴 것이란 막연하고 무책임한 이야기는 우리나라 사회에서도 지긋지긋하게 듣는 이야기이다. 돈이 많고 사회적 지위가 높아야 차별을 받을 수 없다는 건 그만큼 국가가 대다수 국민들에게 열악한 삶을 줄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딱히 나사 같이 대단한 기관의 직원 뿐만 아니라 식당 웨이트리스도 흑인이고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을 받지 말아야 한다. 잘못된 규범을 전통이나 문화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행동에 처벌을 받고 교육을 제대로 받아 생각을 고쳐야 하지, 딱히 판사가 되고 싶지도 않은 흑인 여성에게 최초의 판사가 되라고 강요받는 사회가 되서는 안 된다.

 

진짜 전래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프랭크 오션 ㅋㅋㅋ 일단 20대들은 모를 거 같은데 진짜로 복고가 유행인 건가 이것 참. 근데 나에게서 연륜(...)이 느껴지는 게 이젠 한국 아이돌들 이름을 잘 모르겠더라; 파이브돌즈의 은교라니. 나중에 한번 이들 음악도 들어볼까 한다.

 

또한 앤 마리는 "이 곡과 라우브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여러분에게 'fuck, i'm lonely'를 들려 드리게 되어 정말 즐겁답니다. 전 사실 누군가와 헤어지고 그리워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아요. 이번 곡은 저를 위한 곡이기도 합니다. 즐겁게 들어주세요!"라고 덧붙였다. 이 곡은 이후 공개될 Lauv의 데뷔 앨범에 수록될 예정이며, 넷플릭스에서 방영될 13 reasons why의 세 번째 시즌에도 삽입될 예정이다.



 


 

뭐 여우와 신포도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도 앤 마리의 인터뷰처럼 그닥 헤어진 연인에게 미련을 두고 싶진 않다. 가끔씩 떠오르긴 하지만 보고 싶지는 않다. 단순할지 모르겠지만 난 연락이 끊어진 사람은 그냥 영원히 관계가 끊긴 것이라고 본다. 옛날엔 날 떠난 사람들을 탓했지만 지금은 그닥 그렇지도 않다. 사실 날 떠나기 전에 나도 그들과 헤어지고 싶어 소홀히 대한 점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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