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서평단으로 받은 책인데 서평은 쓰지 못했다. 재미가 없거나 리뷰를 쓸 만한 책이 아니어서는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리뷰를 쓴다면 할 말이 많았을 것이다. 다만 이사 때문에 정신이 없었을 뿐.
 '사회파 추리소설' 어쩌고 하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미야베 미유키인만큼 부동산 문제와 가족 해체라는 비교적 명확한 소재를 다루고 있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우리나라 작가들과 비교하자면야 놀랄만한 일인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별 다섯개를 주저없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소재를 다루는 방식 때문이다. 680쪽이나 되는 이 두툼한 책에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가족사가 꼼꼼하게 드러난다. 틀림없이 주변에 있을 것만 같은, 정형화되었으나 개성을 잃지 않은 여러 가족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일본의 모습이며, 또는 현재에서 미래로 이어지는 우리의 모습임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어째서 일본 사회가 그렇게 굴러갈 수 밖에 없는지, 우리가 가만히 앉아 있으면 어떻게 될 것인지를 정통으로 대면한 기분이랄까. 
 이만큼 진지하고 섬세하게, 성심성의껏 사회 문제를 말할 수 있는 작가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스텝 파더 스텝

 연작이고, 각 단편마다 추리 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기 때문에 사건 해결 과정이나 설명의 방식은 다소 어설프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경쾌하게 읽힌다. 
 각기 집 나간 엄마와 아빠 대신 도둑과 그 아버지가 쌍둥이를 돌보면서 다른 형태의 가족을 이루어가는 모습이 소설의 주요 줄거리를 만들어내는데, 이는 일본 소설이나 만화를 보면 자주 등장하는 설정이다. 앞서 <이유>에서처럼 일본에서의 가족 해체가 이미 상당 부분 진행이 되었다면, 이제 그들은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꿈꾸고 있는가보다. 그게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나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우리에게도 필요한 꿈이 아닌가 싶다. 

 

 마술은 속삭인다

 비교적 초기작이고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소재라는 한계는 있지만, 재미있다.
 미야베 미유키의 장점은 역시 섬세함인가보다. 각 인물들의 감정과 상황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누구에게도 소홀하지 않다. 작위적이기도 하고 뻔한 결말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작가라면, 어느 지점에선가는 이런 힘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글을 굉장히 잘 쓴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

 

세 편 다 나름대로 만족스러웠으니 이제 다른 작품들도 읽어야할텐데, 양에도 불구하고 <모방범>을 먼저 볼까나, <화차>나 <용은 잠들다>를 먼저 볼까나. 이런 건, 말 그대로 즐거운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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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1-15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즐거운 고민이요^^

2006-11-15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udan 2006-11-15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단이신데 서평을 안 쓰면 어떻게 되는거에요? 전부터 궁금했었어요.

urblue 2006-11-15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 ^^

바람구두님, 사라면 사야죠. 언제? 연락만 하시라니까 그러네.

수단님, 뭐 별일 없던데요. 실은 서평단으로 받은 책 중에 안 쓴 게 몇 권 되거든요. 그래서 요즘 안 뽑아주나. 쩝.
참, 방에 댓글 좀 확인해주세요. ㅎㅎ


2006-11-15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6-11-16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 산다니까요. 언제가 좋은데?

urblue 2006-11-17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뭔 소리랍니까. 대충 때우다니욧! 밥 사라고 해서 밥 산다는데. 흥.
 

 도쿄이야기

 막부 시대 천황이 머물던 간사이 지방에 비해 열등감을 가지고 있던 작은 도시 에도가 어떻게 현재의 도쿄라는 코스모폴리탄적 대도시로 변화해왔는지에 관한 생활/문화사. 단순히 도시의 외양 혹은 지리적 변화를 서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에도를 살았던 서민들의 문화가 어떠했는지, 그것을 새로운 도쿄의 시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변화시켰는지, 구체적이고 적절한 예를 들어가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에도의 중심이라고 할 시타마치 지역에서 시작하여 점점 넓어지는 도쿄의 시가와 더불어 변모해가는 지역적 정서랄까 하는 것들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마치 한 인간이 육체적/정신적으로 성장해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과도 같다. 그리고는, 도쿄는 이런 역사와 배경을 바탕으로 형성되었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된다.

 

 어느 미친 사내의 5년만의 외출

 하하. 다 읽자마자 애인에게 읽으라고 건넸다. 상당히 유쾌하고 재미있는 작품.
 멋부리고 무게잡는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꼬질하고 비굴하고 자존심도 뭣도 없는데다 영악하면서도 바보같은 이 미친 사내의 삶에 대한 태도는 (특히 결말 부분에서) 일정 부분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
 다소 엉성한 구성을 보면 작가의 고백대로 '삘' 받아 일필휘지로 써 내려갔다는 걸 알겠다. 전부 이런 식이라면 곤란하겠지만, 작가라면 또 이런 작품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데르수 우잘라

 어떤 분이 이 책을 읽고 울지 않았느냐고 물으셨다. 내 대답은 No.
 이 책은 기본적으로 시호테 알린(우리가 알고 있는 연해주) 지역의 탐사기이다. 군인이자 학자인 아르세니예프는 글솜씨도 좋고 사물/대상을 보는 눈도 좋다. 그가 설명하는 시호테 알린 지역의 풍광과 데르수 우잘라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나는 내내 웃었다. 탐사기를 이만큼 재미있게 쓸 수 있다는 건 확실히 훌륭한 능력이다.
 데르수 우잘라의 비극적인 결말에 관해서는, 책을 읽고난 당시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건 이미 100년 전에 일어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이제 와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사건이 지구상에 한두번 있은 것도 아니라고. 그러니 그것에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기보다는 앞에서 말한, 아르세니예프가 보여주는 자연과 데르수의 모습을 기억하고 가슴에 담는 편이 낫다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 <호텔 르완다>를 보고 나서, 이 책이 떠올랐다. 이 사건은 데르수 우잘라의 비극적 결말의 반복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그의 죽음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던 나는 왜 영화를 보면서는 같은 태도를 취하지 않았을까. 더 많은 사람이 죽어서? 불과 10여 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서? 활자가 아니라 영상이라서?
 한달이 지난 지금은 이 책을 언급하는 것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한국전쟁

 한국전쟁의 원인부터 전쟁 중 일어난 여러 의문에 가득한 사건들까지를 다각도로 보여준다. 읽다보면 자칫 '다 아는 내용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한국전쟁에 관한 여러 팩트를 확인하고 시각을 넓히는데 유용하다.

 

 

 사볼따 사건의 진실

 <어느 미친 사내...>가 재미있어서 선택한,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작품.
 <어느 미친 사내...>가 우스꽝스러운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에 가깝다면, 이 작품은 보다 정치적(政治的)이고 냉정한 추리소설이다.
 시간과 장소를 이리저리 뛰어 넘는 퍼즐같은 구조는 읽다보면 금방 익숙해지면서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그런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재미를 잃어버리기에 딱이다.

 

 펭귄의 우울

 우울증 걸린 펭귄과 함께 사는 외로운 사나이가 아직 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조문(弔文)을 작성한다니. 설정만으로도 흥미롭다. 
 정치와 사회를 과감하게 풍자하고 추리소설과 판타지, 순문학을 넘나드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쳐온 작가(알라딘 소개)라더니, 과연, 사회주의가 붕괴한 러시아(우크라이나였나? 아무튼)의 우울을 이만큼 그릴 수 있을까 싶다. 우울하지만 스스로를 동정하거나 체념하지는 않는다. 알싸한 유머를 구사할 수 있는 작가의 태도가 마음에 든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직과의 쫓고 쫓기는 대립이 시종일관 궁금증과 긴장을 자아내어 소설로서의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원제를 알 수 없으나 영역판의 <죽음과 펭귄>보다는 <펭귄의 우울>이 훨씬 잘 어울린다. 

 

 전쟁과 사회

 한국전쟁에 관해 동일한 팩트를 얘기해도 박태균과는 시각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크게 피난, 점령, 학살로 나뉘어 있는데, 4장 4절의 "학살의 정치사회학"이야말로 저자가 하고 싶은 얘기인 듯 하다. <한국전쟁>을 읽은지 얼마 되지 않아 앞부분을 그다지 긴장감 없이 읽고 있다가 이 부분에 이르러서 정신이 확 들었다.
 전에도 얘기한 적 있지만, 이런 책은 좀 강제적으로라도 사람들에게 읽게 하면 안될까.

 

 도쿄 로망 산뽀

 일본인들도 알기 어려운 도쿄의 문화 아지트 30곳에 대한 소개서.
 곧 있을 도쿄 여행에서 꼭 가보고 싶은 몇 곳을 골랐다. 
 장기간 체류하는 사람들에게 더 유용할 법한 책. 
 

 

9월까지 72권. 역시 올해 100권은 무리야 무리~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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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10-10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중 제가 본 책은 없구만요. 역시 이 세상엔 사람보다 책이 더 많아요. ^^
그래도 보고 싶은 책들은 있네요. 저 한국전쟁 두권은 사놓고 옆지기만 열심히 보고 저는 쌓아놓기만.... ㅠ.ㅠ

urblue 2006-10-10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 '독서'가 생략된거죠 뭘. ㅎㅎ

돌이님, 그 두 권은 상당히 훌륭한 책들입니다. 곧 보실 수 있었으면 하네요.

urblue 2006-10-10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왜 최소 3권일까요? 2권인 듯한데...

urblue 2006-10-11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헛갈릴 때도 있는 거죠. ㅎㅎ
바람구두님이 쓴 리뷰나 페이퍼가 있으면야 당연히 땡스투...하나..? 할걸요, 아마.

미완성 2006-10-1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맨아래책은...어디서 많이 보던...-_-;;

urblue 2006-10-11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님께 땡스투했어요. ^^

urblue 2006-10-1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니 뭐,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이 세상엔 사람보다 책이 더 많으니까, 한 권도 없어도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요..? ^^;

2006-10-11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13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명성에 비하면, 내게는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 작품.
딱히 재미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뭐랄까, 너무 늦게 본 게 문제일까. 모님이 리뷰에 쓰신 것처럼 옛날 영화의 분위기가 그대로 나서 특별한 감상이 일지 않는다.

 

 

 

 여행기를 마뜩찮아 하는 내게도 비교적 좋은 여행기.
감상적이지도 호들갑스럽지도 않은 점이 마음에 든다.

 

 

 

 휴가가면서 들고 간 책. 역시, 슬렁슬렁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는 영화가 꽤 좋았고 (상당 부분 남자 주인공이 멋졌던 탓이지만), <레벌루션 NO.3>의 가벼움도 유쾌해서 좋았는데 이건 그냥 그렇다.
이문식과 이준기의 영화는, 예고 프로그램을 본 것으로 만족. 뭐 별게 더 있을 것 같지도 않으니까.

 

 

 <두개골의 서>가 재미있어서 바로 주문한, 로버트 실버버그의 대표작.
나이 많이 든 아저씨가 주인공이지만, 남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텔레파시 능력을 점점 잃어가면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한다는 점에서는 성장소설이다. <두개골의 서>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수다스러운 소설.

 

 

 

 갑자기 왜 이런 책을 읽었냐 하면, 마포 도서관에 꽂혀 있는 걸 애인이 빌렸기 때문.
알튀세르, 스피노자 어쩌구 하는 이름만 들어 본 사람들이 등장하는 맥락을 대강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이 수확이라면 수확. 대학 때 잠깐 읽은 정치경제학 관련 서적들이 얼마나 엉터리였던가 하는 것을 알게된 것도.
이 책은 윤소영 교수가 서울대에서 강의한 내용을 채록하여 책으로 묶은 것이라 하는데, 윤소영 교수의 강의를 직접 들은 사람에 의하면, 책에 씌인 그대로를 4~5시간 동안 쉬지않고 얘기한단다. 저주받은 기억력이라나. 이런 내용을 책으로 읽는 것도 아니고 강의로 한꺼번에 들으면, 뭘 들었는지 제대로 기억이 날까, 궁금하다.

 

 마포 도서관에서 빌린 책. 완전히 너덜너덜 찢어졌다. 그나마 없어진 페이지가 없는 게 다행. 절판이라니 헌책방이라도 뒤져서 구입할 생각.

 

 

 

 

 차기 총리 후보라는 아베도 야스쿠니 참배를 멈추지 않을 모양인데, 그나마 일본에서 이런 책이 나오는 게 다행인걸까.
저자는, 문제는 야스쿠니 신사가 아니라 전쟁과 평화에 관한 일본인의 의식이라고 말한다. 확실히 일본은 군사 대국(침략)으로 향하는 길을 멈출 생각이 없는 것이지.


 

 

 1부는 엄청 몰입해서 읽다가, 2,3부에서 좀 지루해졌는데, 마지막 부분에 이르니 2,3부가 꼭 필요한 내용이었다는 걸 알겠다. 잘 짜여진 소설.
자신의 죄를 깨달은 사람이 그걸 평생 동안 잊지 않고 속죄한다는게 가능할까.

 

 

 

 여자 꼬실 생각만 가득한 젊은 작가 무슈 장의 분투기.
키득키득 웃다가도 좀 짠하기도 한데, 어쩐지 무슈 장보다 내가 조금 더 나이를 먹었기 때문인 듯 느껴진다. 그래, 너도 좀 더 나이가 들면 달라질거다, 싶은 마음.
2,3권에서는 더 나이 든 무슈 장이 등장한다고 하니 봐 줘야겠지.

 

 

8월 말까지 64권. 올해 100권을 채우려면 매달 9권씩 읽어줘야 하는데, 아무래도 어려울 듯. 흐음.

오랫만에 숨어있는 책에 들렀다가 세 권 구입.

 

 

 

 

 

마포도서관에서 두 권 대여. 언제 다 읽나~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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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6-09-03 0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슈 장은 얼마전에 홍대 앞 퉁크 들렀다가 살까 말까 망설였던거에요. 남성판 섹스앤더씨티라고 하는 책홍보 문구가 어쩐지 마음에 안들어서요.(섹스앤더씨티는 재미있게 봤는데, 그 드라마가 유행시킨 것들은 도무지..우.) 누가 리뷰라도 써서 올려주면 참고해야지 했는데. 헤헤. 저도 봐야겠어요.

도서관에서 두 권을 빌렸으면 한 권 정도는 그냥 반납하는 게 정상이에요. -_-

urblue 2006-09-04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성판 섹스앤더시티라는 홍보 문구는 저도 마음에 안 들어요. 뭐 비슷하다고 우기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굳이 그렇게 홍보할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아직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 전부 읽고 반납했는데요. ㅋㅋ

로드무비 2006-09-04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빌리는 경우도 있겠네요.
아니지, 참. 주종이 달라서.

무슈 장은 아무 생각없이 그때그때 추파를 던진다는 인상을 받았는데.
'여자 꼬실 생각만 가득하다'는 블루님 말에 웃음이 나옵니다.^^
(같은 프로를 보고도 선택한 음식이 달랐던 것처럼?)

urblue 2006-09-04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씩은 겹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요? ^^
생각없이 추파를 던진다는 말도 맞긴한데, 여자만 보면 그러니 평상시 머리 속에 든 건 뭘까 싶어서요. ㅋㅋ

반딧불,, 2006-09-05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많이 읽으셨군요.
저는 구월시작이 좋아요. 벌써 두 권. 쉬운 소설들이지만 이게 웬일이랍니까.
도리안그레이의 초상밖에 겹치는 것이 없어요. 그나마도 다 잊었습니다ㅠ.ㅠ

urblue 2006-09-05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월은 오랜만에 많이 읽은 거구요. 흑흑. 8월 말에 시작한 책을 여태 붙들고 있어요. 오늘은 기필코 끝내야지, 맘먹고 있는데 집에 가서 청소할 생각하면..ㅠ.ㅜ
읽은 책 잊어버리는거야 당연하죠 뭐. 저 위에 책들도 벌써 가물가물합니다.

반딧불,, 2006-09-05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공포의 청소.
울집은 요새 거실하고 방하고 번갈아가면서 닦아요. 어찌나 컨디션도 안좋고
닦기가 싫은지..요렇고롬 게으르게 산답니다ㅠㅠ

urblue 2006-09-05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밖에 안 하는데, 매일 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아웅. 도대체 30평 넘어가는 집에 살면 그 청소를 어쩔 것인지. 집 작은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니까요. 휴~
애들 있으니 더 힘드시죠? 그게 어디 게을러서겠어요. 환절기인데 건강 챙기세요. ^^
 

 

 

 

 

 

신간 서적을 둘러보다가 눈에 띈 책.

나온다나온다 하더니 드디어!!

91년인가 92년인가 한길사에서 나온 책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역시 새로 출판된 건 반갑기만 하다.

하고많은 러시아 소설이 있지만 가장 재미있는 작품 중 하나. 

이 책이 절판되어 묻혀버린 걸 개인적으로 엄청 안타깝게 여기고 있었다.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가 무섭거나(?) 지겨운 분이라면

불가꼬프에 도전해보시길 강력 추천한다.

악마들이 등장하여 서글픈 삐에로처럼 웃음과 재미를 던져주는 환상 소설이니까.

러시아에서는 TV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다.

이 참에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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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6-08-0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잽싸게 보관함 넣어놨던 작품이에요.

urblue 2006-08-01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보세요. 정말 재미있습니다. ^^

물만두 2006-08-01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고민중입니다.

2006-08-01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瑚璉 2006-08-01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민 x 3

플레져 2006-08-01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음... 이렇게 강력한 뽐뿌라니... 저두 고민중...

urblue 2006-08-01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고민하실 필요 없다니까요. 이건 진짜루 재미있어요.

瑚璉 2006-08-01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삼국지11이랑 HOMM5만 안샀어도 이걸 살 돈이 있었을 텐데... 흐음... 여전히 고민되는군요(짜장면을 줄여야 하나 -.-;).

urblue 2006-08-01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짜장면으로 연명하시는 건 아니죠? -_-;

Mephistopheles 2006-08-0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나..강력한 삐끼성 페이퍼였군요..^^
보관함에 쏠랑....읽고 나서 재미 있는데도 재미 없다고 땡깡부려볼까 생각 중....

urblue 2006-08-01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나서 땡깡 한번 부려주세요. 제가 어떻게 반응할까~요? ㅎㅎ

날개 2006-08-01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보관함에........^^

瑚璉 2006-08-01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아니겠어요(-.-;).
- 붕어빵만으로 사흘 버티기 실천위원회 간사

sudan 2006-08-01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군말 없이 땡스투 누르고 주문 완료했어요.(얼블루님 최근 페이퍼는 염장성 아니면 삐끼성. 염장성 보다는 삐끼성이 훨씬 나아요. -_- )

urblue 2006-08-01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단님, 저 놀랐어요. '군말 없이 주문 완료'라구요? 그러니까, 제가 추천하는 걸 믿으신단 말씀? 쫌 감동인데요. (앞으로 염장성 페이퍼는 자제할게요. 흑흑.)

호질님, 흠.. 그럼 당분간 붕어빵으로 연명하시고 저 책 사세요. ㅎㅎ

날개님, 보관함에 담아만 두고 잊어버리심 안 됩니다~ ^^;

nada 2006-08-01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두 권만 아니었어도...

urblue 2006-08-0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권 다 300백 쪽 조금 넘어가는 수준이긴한데, 그래도 역시 부담인가요? ^^

2006-08-01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6-08-02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ster를 '사감'이라고 했나 보네요. 그런데 삼성은 왜 '악마'라고 했을까요..? 흐음. 삼성에서 나온 건 몰랐어요. 제가 가지고 있는 한길사판도 역자는 박형규 선생님인데, 이번 것도 아직 책을 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새로 번역한 건 아니지 싶네요. 그래도 복사본보다는 책이 보관하거나 읽거나 하는데 더 낫지 않을까요? ^^

로쟈 2006-08-02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품 속에 '거장'도 나오고 '악마'도 나옵니다(아마 '거장'보다는 '악마'가 더 눈에 띌 거라는 판단이었을 듯하구요. 사실 '거장'은 유폐돼 있는지라 작품 속에서 조금만 등장합니다. 대개는 악마가 판을 치구요). 같은 역자의 번역본이 이번에 판을 달리해서 세번째 나오는 거구요. 조만간 다른 역자의 번역서도 나올 예정입니다. 참조하시길...

2006-08-03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6-08-03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역자의 번역서가 또 나온다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군요. 그럼 다시 읽는 건 새책이 나오는 때로 미뤄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한미 FTA를 통해 시장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규제를 완화하라는 것이 아니다. 조약문에 나타난 그 흐름을 볼 때 그것을 넘어 이제 시장이 국가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이야말로 일찍이 '국가소멸론'을 설파한 맑스의 진정한 계승자라고 한다면 과장일까. 원래 경제란 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제도와 시스템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그러나 이 경제가 사회로부터 떨어져 나와 경제의 논리를, 곧 이윤의 논리를 사회에 강제하기 시작하였고, 국가 역시 경제의 무한이윤과 경쟁논리에 복속되기 시작하였다.

  한미 FTA는 공공영역에 대한 공격을 의미한다. 시장에서의 약자보호는 국가의 기본에 속한다. 그럼에도 한국 국가는 농업을 보호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 중소기업도 경쟁의 논리로 내몰린다. 이미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잠식할 수준인 양극화는 단지 사후처리 수준에 맴돌고 있을 뿐이다. 한미 FTA의 공공성에 대한 공격은 특히 에너지, 교육, 의료, 문화 등에 집중되어 있다. 금융은 공공성을 운운하기조차 힘든 수준으로 외자 지배하에 넘어가 있고, 투자와 지적재산권은 미국형 FTA가 각별히 공을 들이는 부분이지만 한국에서는 제대로 공론화조차 힘겨운 실정이다. '카지노 자본주의'라는 말조차 한국에서는 낡은 개념이 되어 버렸다. 이 모든 것의 결과는 결국 국가 주권적 정책공간의 위축과 잠식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FTA는 무역의 자유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식으로 보자면 삼라만상 모든 것이 무역의 대상이기 때문에 결국 모든 것의 자유를 위한 협정이라는 말일까. 그렇지는 않다. '지상에 자유로운 것은 오직 바람과 돈뿐'이라는 말이 있듯이, FTA는 돈의 자유, 자본의 자유를 의미한다. 그러면 노동의 자유는 없는가. 없다. 있어야 하는 데 없다. 그것이 서비스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S 모드 4 '자연인의 이동'을 대부분 주요 선진자본주의 국가가 양허하지 않는 이유이다. 한미 FTA도 마찬가지이다. 자본은 바람처럼 자유롭게 태평양을 오고 가도, 사람은 안된다.

  미국형 FTA는 실은 자본의 극단적 보호주의이다. 이미 '자유무역주의는 강자의 보호주의'라는 말이 있다. 비교우위에 있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선점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개방을 요구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방하면 경쟁력이 강화된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단 개방하면 강한 자는 살아남고, 약한 자는 망한다, 그래서 살아남은 자는 강하다는 말을 줄여서 이렇게 표현한 것이라면 옳다. 그런데 서비스산업의 경우 이미 개방하기 전에 생산성이 절반이고, 경쟁력이 절반이라면 그 말은 곧 절반은 망한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면 된다. 하청업자가 대기업을 좋아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지나기만큼 어려운 일이다. 마찬가지로 어떤 자본도 종속을 좋아 할 리가 없다. 모든 사업자의 최대의 소원은 독점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런데 한미 FTA는 종속이 눈앞에 보임에도 그것을 경제선진화라고 부르자고 한다. 대미 종속이 그것도 포괄적인 종속이 어떻게 새로운 성장엔진인가.

 

책을 읽는 동안 시작된 갑갑증은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나서 최고조에 이른다. 휴... 대체 내가 뭘 믿고 이 나라에서 이러고 살고 있는 걸까.
대통령은 대내 협상팀을 구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하고, 어제 청와대의 누군가는 협상팀이 축구 대표팀이라도 되는 양 응원을 부탁한다는 글을 올렸다. 협상 전문가라고? 드림팀이라고? 믿어달라고?
그런 주제에 벌써 오늘 오전에 '개성공단 한국산' 포기 방침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한미 FTA의 내용과 방향 등에 대한 연구를 위해 미국에서는 대학교수만 1,400여 명이 달라붙었다 한다. 미국 국회의원들의 관심과 압력은 당연하다.
공청회 없고, 연구보고서 달랑 3권 내고, 국회의원들은 4대 선결조건이 뭔지, FTA 내용이 뭔지 전혀 알지도 못하고, 협상팀은 미국에서는 이미 다 공개한 협정문을 꽉 움켜쥔 채 전략이 어쩌고 하는 따위의 소리나 지껄이고, 미국에서 요구하는 대로 다 퍼주고, 경찰은 시위대를 밟고,
미국
드림팀이냐? (미국)개가 웃겠다.
아우, 속쓰려. 점심 먹은 거 안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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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7-11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urblue님, 처음 인사드립니다. 정말 답답한 마음 그지없습니다. 글 퍼갈게요.^^

urblue 2006-07-11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마음행로님.

happyant 2006-07-12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 며칠 전 pd수첩을 보고 한번 더 크게 울컥- 했더랬지요. 대체 내가 뭘 믿고 이 나라에서 이러고 살고 있는 걸까, 라는 문장에 너무나 동감입니다. 답답하고, 무기력해요...

로드무비 2006-07-15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사볼까 했어요. 먼저 읽으셨군요.
뭘 믿고 이 나라에, 하는 생각을 모두 하게 되나 봅니다.
주말 잘 보내고 계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