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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와요, 크리스마스 카드.

제가 그런 글을 쓸 때 다른 사람을 좀 의식하고 써야겠어요.

맞아요, 나 힘들어요.

 

...그러니, 이 속모르는 처녀 블루님의 위로가 눈물겹게 고맙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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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12-22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팥죽 먹고 싶었는데, 저녁 약속이 깨져서, 혼자 백화점에서 놀다 들어왔습니다.
정작 지하 매장에서 먹을 걸 살 때는 팥죽 생각은 까맣게 잊어버렸네요. 팥죽을 팔기나 하던가.
달리 드릴 말씀은 없어요. 그저, 기운내시랄 수 밖에.

2005-12-23 1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딧불,, 2005-12-23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하고 처음으로 팥죽을 안쒔어요...
그나저나 즐건 성탄.

2005-12-23 15: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 말 좀 들어봐
줄리안 반즈 지음 / 열린책들
리뷰어: urblue 님
평점 :

상황이나 감정에 대한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남편이 나쁘다, 아내가 나쁘다, 이혼을 해야 한다, 그 정도는 극복을 해야 한다, 쉽게들 얘기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다른 누가 아닌 바로 자신에게 닥친 상황이라면? 이 사람 말을 들으면 그 말이 맞는 것 같고, 저 사람 말을 들으면 또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인생은 그렇게, 상대적인 진실로 가득한 것 아닐까.

 

블루님, 문학레터에 떴길래 델꼬 왔어요.
그냥 두기엔 넘 아깝잖아요 ^^

가을도 깊어가는데 에릭 사티의 그노시엔느 한 곡 놓고가요.
좋아하시려나?
좋아하시길....^^

플레이 누르세요.  


Eric Satie- Gnossien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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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1-0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플레져 2005-11-04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사소한 것에 열광하는 우리의 마음을 블루님이 아실까요? 호호~ =3

플레져 2005-11-04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근데 이상하다. 블루님 리뷰에는 이 리뷰가 없어요. 저 책 리뷰에도 없고...어찌 된 일이지??

urblue 2005-11-04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플레져님. ^^
이 리뷰, 1년도 전에 다른 출판사판에 써 놓은 거에요. 그러니 저 책 리뷰에는 없지요. 소개할 책을 미리 정하고 그에 맞는 리뷰를 고르나봐요. 열린책들 판에는 리뷰가 하나도 없는 모양이네요. 흠.
회사 컴에는 스피커를 빼 버려서 음악을 들을 수가 없어요. 집에 가서 잘 들을게요. ^^

2005-11-07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11-09 1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balmas > 노란색이 파란색에게

몇 년 전 늦가을이었습니다.


전날 밤 나의 잠을 방해하던 몽상의 여운 때문인지 평소보다 일찍 깨어나 버스를 타고 학교로 갔습니다. 전날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고 난 후 하늘은 여전히 두꺼운 회색빛으로 덮여 있었고, 전날의 몽상에서 깨어나지 못한 나는 차창밖으로 빗물에 젖어 우울한 거리풍경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버스종점에 도착했답니다.  


버스의 종점에서 학교 정문까지는 20여미터 정도의 거리로, 곡선으로 굽어 있는 철조망 담장을 따라 돌아가는 길이랍니다. 타박타박, 평소처럼 느릿느릿 담장을 돌아 정문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때였습니다. 담장을 돌아서는 순간 거대한 정문의 모습이 눈가에 어른거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눈부신 빛이 제 눈 속으로 쏟아져들어 왔습니다. 저는 순간 너무 놀라 우뚝 멈춰서서, 멍하니 그 빛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빛이 뭐였나구요? 그건 사실은 빛이 아니라 색이었습니다. 노란색, 너무나도 노란, 비에 젖어 더욱 더 깊어지고 맑아진 노란색 은행나무가 뿜어내는, 정문 옆에 서 있는 은행나무가 펼쳐내는 놀라운 노란색의 광선들이었습니다. 제 입에서는 낮은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아~, 저게, 저게 바로 노란색이구나 ...”


저는 그 때 처음으로 노란색이 어떤 색인지 깨달았습니다. 노란색이야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수백번 수천번도 더 봤지만, 노란색이 어떤 것인지는 그 때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노란색은 바로 그 색이었습니다. 너무 두껍지도 얇지도 않고, 너무 탁하지도 맑지도 않고,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바로 그 색, 그 색, 그 빛깔, 그 광채가 바로 노란색이었습니다. 플라톤이 그 색을 보았다면, 아마도 “노란색의 이데아가 저기 있다!”고 소리쳤을 만한, 바로 그것이 노란색이었습니다.


고흐는 해바라기에서 그 노란색을 봤던 걸까요? 고흐가 봤던 그 노란색을, 제가 은행나무에서, 은행잎에서 다시 본 걸까요? 그렇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할 겁니다. 고흐와 저는, 감히 비교하자면, 노란색의 절정을 경험했다는 점에서는 같겠지만, 둘 모두 노랑의 색채가 뿜어내는 황홀경에 감격했다는 점에서는 한가지겠지만, 각자가 본 노란색은 또 각자만의 노란색이기 때문입니다. 그의 해바라기는 그에게 노랑 그 자체였듯이, 저에게 은행잎은 바로 저에게 노랑 그 자체였던 거죠.   


저는 그래서 그 노란색을 통해, 그 순수한 노란색의 빛을 통해 비로소 발터 벤야민이 말한 아우라의 의미를 이해했답니다. 아우라란 그런 거죠. 그 어디에도 그 자체로 존재하지는 않지만, 동시에 매순간, 여러 곳에서 출몰하는 사물 그 자체의 신비,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예측하지 못한 순간 다가와 문득 갑자기 나의 눈을, 나의 손을, 나의 몸을 스치고 지나가는 그것, 사물 그 자체의 접촉 ... 


그건 다른 말로 하면 아마도 생명의, 삶의 신비라고 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70년 가량을 살아가면서, “나, 살아 있어, 지금, 여기에. 이게 바로 삶이야, 생명이야!!”라고 느끼고 말할 수 있는 순간, 그 순간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체험할 수 있을까요? 내가 노란색을 경험한 그 순간은 1분도 안되는, 아니 10초, 아니 1초도 안되는 찰나의 순간이었으니, 우리가 70년을 살아간다면, 우리는 사실 무한에 가까운 삶의 순간, 생명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셈인데, 그 순간, 삶 자체가 문득 나에게 다가와 나를 스치고, 나를 접촉하고 지나가는 그 절정의 순간을 왜 그렇게 경험하기가 힘든 걸까요?


노란색의 경험, 노랑 그 자체의 경험은 저에게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한번도, 또는 거의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사물 그 자체가 존재한다는, 내가 사물과, 삶과 접촉하고 있다는 느낌,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 ...


블루님의 파란색 이미지를 보면서 가끔 그 때의 노란색을 떠올렸습니다. 블루님에게는 파란색이, 파랑 그 자체가 바로 저의 노란색이 아닐까 하고 말이죠. 삶으로, 생명의 절정으로 통하는, 삶이 우리에게 문득 자신을 드러내는, 그 내밀하면서도 평범한 순간으로 들어가는, 비밀의 문 ...


어느날 문득, 그 열쇠를 얻으시기를, 그리고 그 재미있고 짜릿한 뒷이야기를 들려주시기를 ... ^o^

 

 

앗, 하나 빼먹었다 ... ^^;;;

음악선물!!!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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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04-19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
아아, 정말 멋지구리합니다
발마스님!
명문이네요!
나도 이런 이벤트로 할걸.ㅎㅎ
추천하고 갑니다.^ㅇ^
- 2005-03-02 20:27
 
미스 하이드
어맛, 너무 멋집니다. 음악도! - 2005-03-02 20:35
 
새벽별을 보며
아아, 이거 페이퍼가 갈수록 예술입니다!
추천 때립니다! 철썩! - 2005-03-02 20:36
 
balmas
홍홍, 고맙사옵니다, 로드무비님, 하이드님.
헤헤, 좀 쑥스럽군요. 음악 좋죠, 하이드님?
엉엉, 새벽별님 왜 때리세요, 저 잠 다 깼단 말예요 ...
그래도 고마워요( 더 때려주세요 ... 완존, 마조키즘 -_-;;;). - 2005-03-02 20:56
 
플레져
쫌 더 두고 봤다가 참가하는건뎅... 부럽슴당!! 추천!! - 2005-03-02 21:03
 
날개
발마스님.. 너무 잘 쓰셨어요..!! 예술이란 말이 딱 맞네요.. 추천~~!! - 2005-03-02 21:44
 
balmas
히히, 플레져님, 좋아하는 색이 생기시길 ...
아이 참, 부끄럽습니다, 날개님.
두 분, 추천 감사합니다. ^^ - 2005-03-02 22:06
 
연보라빛우주
진짜 멋진데요. 전 연보라색이요~! ^^ - 2005-03-02 23:25
 
chika
저, 지금 노란색 티 입고 있어요!! 쌩뚱맞은 댓글인가요? ㅡ.ㅡ;;;
근데말이지요... 이렇게 글을 잘 쓰면 저 같은 사람은 어쩌라고요? 쳇! 밑에 로드무비님은 또 어떤 글을 쓰셨을지~
달빛의 꼬드김과 블루님의 투정에 넘어가 글 쓴 내가 미워요오~~~ 헹~ ^^;;;; - 2005-03-02 23:33
 
balmas
히히히히, 우주님, 님의 연보라색 우주야말로 삶의 신비 그 자체군요!! ^^
치카님, 노란색 티셔츠를 입고 계셨군요. 어쩐지 님에게 끌리더라니 ... ㅋㅋ
님이 리버피닉스를 좋아해서 약간 질투를 느꼈어요. 흥=3 - 2005-03-02 23:46
 
urblue
발마스님, 멋진 글 감사합니다.
뭐 대충 아시겠지만, 사실 저 좀 심심하게 사는 사람이거든요.
'삶과 접촉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니, 그 말만으로도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역시~ 멋진 분~ - 2005-03-03 01:08 수정  삭제
 
urblue
치카님, 괜한 말씀 마세요. 추천도 많이 받아놓고는. 헹~ - 2005-03-03 01:10 수정  삭제
 
urblue
연보랏빛우주님, 반갑습니다~ - 2005-03-03 01:11 수정  삭제
 
chika
헤헤헤~ 노란색 좋아하는 건 애래요~ ^^
블루님/ 저 괜히 궁시렁대는 투덜쟁이쟎아요~ ㅋㅋ
발마스님/ 아니, 리버 피닉스를 질투하시다니요! 그럼 나빠요.. ㅠ.ㅠ - 2005-03-03 09:48
 
stella09
쳇, 나도 마지막에 내는건데...괜히 미리 써 가지고 추천도 많이 못 받고...늦게 낼수록 유리한 것 같아요. 전 추천 안 할랍니다. 이미 유효기간 끝났고 전 어차피 예쁘게 튈 자신없으니 미워서 튀는 게 날 것 같습니다. -_-;;
모르긴 해도 발마스님 보다 리버 피닉스가 훨씬 잘 생겼겠죠. 질투하는 거 당연하다고 봐요 치카님. ㅋ ㅑ ㅋ ㅑ ㅋ ㅑ! - 2005-03-03 10:39
 
balmas
흑흑, 치카님, 그래요, 저 애예요, 노란색 좋아하는 애 ... ㅠ.ㅜ
스텔라님, 미안해서 어쩌나요, 메롱~~
앗, 너무 심했나 ... ;;; 하지만 이건 피닉스와 비교한 데 대한 복숩니다. ㅋㅋ - 2005-03-03 12:35
 
urblue
발마스님 추천 많~이 받아서 다행입니다.
어제 캡쳐하느라 그렇게 수고하셨는데...ㅎㅎ - 2005-03-03 12:39 수정  삭제
 
stella09
저 앞으로 논술형 이벤트 하지도 않을거고 참가도 안 하렵니다. 명문장가들이 많아서 열등감 느껴서리...단 발마스님 이벤트는 지난번 약속하신 것도 있고하니 혹 논술형이라도 참여는 고려해 보죠. 흥~ - 2005-03-03 18:23
 
balmas
스텔라님, 그럼요, 제 이벤트에 꼭 참석하셔서 숨은 글솜씨를 발휘해보세요.^^
논술형으로 할까, 캡쳐로 할까, 아님 다른 걸로 할까, 지금 한참 고민중이랍니다. :-) - 2005-03-03 22:02
 
stella09
오, 곧 하시겠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 2005-03-03 22:23
 
balmas
헉, 들켰다 ... 누, 누가 그러던가요?? 곧, 한다고 ...
사실은 20000 이벤트나 22222 이벤트를 한번 해보려구요.
최근 여기저기서 받은 게 너무 많아서, 꼭 복수를 하고 싶어서요. (^___^)v - 2005-03-03 22:49
 
stella09
음하하하! 잘 생각하셨습니다. 2만힛은 얼마 안 남은 것 같고, 22222은 좀 머네요. 가까운 걸로 하시죠. ㅋㅋ. - 2005-03-03 23:09
 
urblue
발마스님 이벤트 하시면 꼭 참가해야죠? ㅎㅎ 기다립니다. - 2005-03-04 00:06 수정  삭제
 
balmas
히히,
20000힛을 할지, 22222힛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두 분 모두 꼭 참가하세요.^^ - 2005-03-04 00:40
 
마냐
정말, 정말 대단한 글, 관심, 애정......넙죽. - 2005-03-04 01:50
 
balmas
앗, 마냐님, 이런 데까지 이렇게 관심을 보여주시고 ... ^^;;;
부끄럽사옵니다. 마냐님의 좋은 리뷰에 비할 만한 글이 아닌데요 ... - 2005-03-04 02:27

urblue 2005-04-19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이 이 글을 줘놓고는 몰래 가져가버린 걸 오늘에야 알았다.
그렇다면 가만 있을소냐! 다시 가져와야지. 흥.

날개 2005-04-19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찾아오셨군요..ㅋㅋ 발마스님이 실수해놓고 원 위치로 돌려놓으려고 쩔쩔매시는 현장을 목격했었죠..^^

urblue 2005-04-19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저만 몰랐을까요. 흑흑..

chika 2005-04-19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알라딘의 그 유명한 바보돌대가리새 클럽이 결성된 것도 모르셨어요? 블루님도 '새'클럽에... ^^;;;

urblue 2005-04-19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흑..아무래도 저도 '새' 맞나봅니다. 오늘 왜 이래..

클리오 2005-04-19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블루님 서재글 몰래 훔쳐만 보다가, 저도 치카님, 발마스님과 더불어 바보돌대가리 새클럽인지라.. 자수하려구요.. 근데 치카님. 우리가 아무리 새 클럽이라지만, 블루님의 수준은 새 정도를 넘어서는 듯 한데요.. ^^ 이런 멋진 글을 당연 다시 빼앗아 와야 된다고 봅니다.

urblue 2005-04-19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허억~ 클리오님, 제 수준이 새 정도를 넘어섰다 하심은, 혹시 금붕어 수준을 말씀하시는겐지요? 흑흑..오늘은 여기저기서 치이옵니다. ㅠ.ㅠ

클리오 2005-04-19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블루님. 새보다는 높다는 말씀인데요.. 새 주제에 어찌 그런 말씀을.. 저렇게 읽힐 수도 있군요.. ^^ 슬퍼하지 마세요, 아녜요.. 저 결백해요....

urblue 2005-04-19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리오님, 네, 결백하다고 믿지요. ㅋㅋ

balmas 2005-04-20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히 블루님,
도로 갖다 놓으셨네요. ^^;;;
잘 하셨어요. 이렇게 제자리에 도로 갖다 놓으니까 더 빛이 나는군요. ㅋㅋㅋ

urblue 2005-04-20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마스님, 흥, 어쩜 그리 낼름 가져가버릴 수가 있는지. 게다가 저만 여태 몰랐구. 진작 자수하셨어야죠. 그럼 일찍 가져왔을 거 아녜욧. 밉다구욧!!
 

퇴근 후 좀 놀다가 그만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한참을 자고, 12시가 넘어 일어나서 아직 잠이 덜 깬 채 서재에 들어왔습니다. 그 사이에 올라온 발마스님과 어디에도님의 글에 잠이 확 달아났습니다.

찬찬히, 여러분들께서 제게 남겨주신 글들을 하나하나 다시 읽었습니다. 아아, 어쩌면, 오늘은 제가 서재를 시작한 이래로, 아니, 제 삶에서도 드물게 행복한 날이 아닌가 싶습니다.

예전에 어느 분께 그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내 서재에 대해 혹은 나에 대해 글을 써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상당한 욕심이라고, 내게 그만큼의 관심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온당한가 모르겠다고. 그건 제 삶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저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합니다. 부러 그런다기보다 성향 자체가 그렇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에게라도 지나치게 기댄다거나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건, 저에게는 맞지 않는 일입니다.

그런데, 어째서 이런 이벤트를 벌였냐구요? 사실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로드무비님이 말씀하신 엽서나 바람구두님이 말씀하신 이미지 추천이나,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그저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면 그뿐이라고 여겼습니다.

제가 서재지인들을 과소평가한 것일까요? 저 혼자만 가볍게 여기고 있었던 걸까요? 남겨주신 글들 하나하나가 제 가슴에 묵직하게 남아있습니다. 어쩌면 이런, 따뜻하고 세심하고 애정어린 글을 쓰실 수 있는 건가요.

감동이고 감격입니다. 막 연애를 시작한 스무살인 듯 설렙니다. 행복합니다.

저에게 글을 남겨주신 분들, 물만두님, 조선인님, 바람구두님, 울보님, 스텔라님, 플레져님, 치카님, 반딧불님, 날개님, 로드무비님, 발마스님, 어디에도님, 모두 고맙습니다. 여러분께서 제게 주신 글을 잊지 않고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두고두고 꺼내보겠습니다. 그러면, 혹여 오랜시간이 지난 후에라도, 여러분들을 기억할 수 있겠지요. 단지 기억이 아니라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따뜻한 댓글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님들 덕에 이벤트가 좀 더 풍성해졌네요.

오늘밤은,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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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5-03-03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블루님의 이 글을 읽으니 바득바득 글을 쓴 저도 행복해져요!! 오늘 갑자기 또 을씨년스러운 회색날씨가 되어버렸는데 블루님 서재에서 맑은 향기가 흘러나와 전 또 행복해질꺼예요!! 흐흐흐~ (^^)

조선인 2005-03-03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장의 무기를 오늘이야말로 써먹을 수 있겠네요. 유아블루님 때문에 을씨년한 날씨가 잠포록해졌어요. *^^*

urblue 2005-03-03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님, 제 협박에 글 써주신거 진짜 감사드려요~ ^^ 기분 좋은 아침입니다.

조선인님, 그러고보니 잠포록한 날이군요, 오늘이. ^^

울보 2005-03-03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유아블루님의 머리에 핀꽃초럼 빨리 봄이 왔으면.........

urblue 2005-03-03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뻔뻔별님, 네, 쓴 것처럼 생각해 드리지요. ㅎㅎ

urblue 2005-03-03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울보님, 님도 행복하게 지내시구요.
오늘 날이 참 좋아요. 봄이네요. ^^

하얀마녀 2005-03-04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48228

그냥 한번 갈무리 해봤습니다. 이미 끝났네요. 방금 천천히 이벤트 페이퍼들 읽고 오는 길입니다.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글이 없더군요. 정신이 아득해서 그냥 댓글도 안 달고 그냥 여기에 씁니다. 그 왜 있잖아요. 잘 쓴 글들에 댓글달기 뻘쭘할 때... 마치 공연이 끝난 무대에서 혼자 궁상 떠는 것 같지만 뒤늦게 읽은 제 마음이 이리 따뜻해지니 당사자인 블루님 마음은 이미 녹아내렸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축하드려요.


urblue 2005-03-04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녀님, 말씀하신 것처럼 저 완전히 녹아서 흐물흐물해졌답니다. ^^ 며칠 동안 내내 웃고만 있습니다.
늦게라도(?) 한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비교적 초기부터 인사하고 지내던 분이라 마녀님께도 나름 친근감 느끼고 있습니다. 표현은 안 되지만.
 

 어느 날, 혼자 뒹굴거리던 내서재에 낯선 이가 와락 등장을 했다. 무슨 뜻인지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를 닉네임과 번뜩이는 면도칼 사진을 옆에 끼고, 흔히 처음 서재에서 말문을 열 때 하게 되는 안녕하세요 같은 인사도 완전 생략한 채, 세풀베다의 책을 받아보고 판형이 어쩌네 양장본이네 혼자 구시렁댄 내 페이퍼 밑에 나는 구판을 가지고 있지롱 하는 내용을 달고는 훌쩍 사라진 urblue. 나는 익숙치 않은 누군가의 출현에 적잖이 긴장한데다 뭐라 대꾸를 해야할지 모르겠는 상황이라 그저 조용히 면도칼 사진을 눌러서 그 사람의 서재에 옮겨가 보았다. 심심한 나날, 심심한 서재라는 제목과 흑백의 사막. 간단명쾌한 페이퍼의 제목들. 그리고 독서일기와 CD목록을 슬금 살펴본 나는 urblue는 남자다, 그것도 지나치게 편중된 책 읽기 혹은 삶을 살아가는 나와 매우 상반된 사람일 것이다, 하는 내멋대로 추측결론을 도출하였는데, 곧 고개를 쳐든 생각은 이 사람, 어떻게 내 서재에 왔을까? 뭐 그런 거였다. 그리고 그 순간에는 결코 짐작하지 못했다. 그저 스쳐가는 사람일거라 생각했던 그가, 댓글이든 방명록이든 단 한 번도 내게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를 건네지 않은 그 사람이, 내게 이렇게도 소중한 인연으로 새겨질거라는 걸 말이다.

사실 사람을 온라인 상으로 만나서 그저 그의 일부분인 글을 좀 읽고 취향과 성격을 조금 알았다고 해서 내가 그를 잘 안다고 말하기는 당연히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다양하고 세부적인 선입견들을 속속들이 잘 갖추고 있는 나라는 인간은 나중에 결국 깨질 것을 알면서도 일단 느낀 첫 인상에 상당히 강하게 사로잡힌다. 그런데 문체만 좀 건조하면 대번 글쓴이의 성별을 XY로 판단해버릴만큼 단순한 인간이라 그런가, 내가 그의 서재에서 받은 첫 느낌은 어떤 금속성의 차가움이었다. 지붕과 사진만 다양하게 다를 뿐 대부분의 서재화면은 모두 똑같은 색인데, 웬지 urblue의 서재를 클릭할 때면 순간 무광택의 매끈한 회색이, 마치 백화점의 거대한 엘리베이터 문처럼 스르르 눈 앞에 열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단지 대문에 걸려있던 면도칼 사진 때문이라고 한다면 스스로를 단순계의 지존으로 인정해야 할지도 모르므로 일단은 아니라고 둘러대야 할 것 같다. 어쩌면 그것은 나와 완전히 다른 냄새를 풍기는 강한 존재를 감지한 두렵고도 설레는 한기를 오스스 느낀 것은 아니었을까.


스무 살 무렵 내 바람은 ‘가볍게 살기’였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오래 고민하지 않고, 보이는 대로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느끼는 대로 표현하기.
그로부터 십여 년. 지금의 나는 예전에 내가 바라던, 딱 그 만큼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 번 더 곱씹을 줄 모르고, 다른 방향에서 생각할 줄 모르고, 돌려 말할 줄 모르고, 그래서 융통성 없고 즉물적인 사람.  < 가볍게 살기 > 中

내 성격은, 발끈에 시니컬.
내가 사랑하는 것은, 딱히 무언가를 사랑한다고 느껴본 적 없다.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은, 딱히 두려운 것도 없는데.
내 친구는, 나를 참을 수 있는 인간. 물론 많지 않다.
나의 친구들은 나를, 뾰족하다고 한다.
나의 형제(자매)는 나를, 까칠하다고 한다.  <나를 구성하는 요소들 > 中

 

스스로 말하듯 그녀는 대단히 살가운 성격의 소유자는 아니다. 허나 십년 전 자신이 바라던 모습을 현재 하고 있다 말하는 그 명쾌함이 나는 너무나 좋았고 내심 부럽기도 했다. 그녀는 딱히 사랑한 것도 두려운 것도 없다고 하고, 뾰족 이나 까칠 같은 메마른 질감의 단어를 스스로에게 부여했지만 오히려 내가 느낀 것은, 혼자서 광합성을 하고 스스로 물을 뿜어올리는 것 같은 풍부한 존재감이었다. 스스로 충만함에서부터 비롯되는 자신감, 그녀는 그것을 획득하고 있는 듯 보였다.


로드무비님이 수첩 얘기를 꺼내셔서, 옛날 수첩들을 꺼내보았다…… 가끔 생각하는 거지만, 내가 가장 많이 고민을 하고 가장 많이 생각을 한 건 아마 고 3 때였던 것 같다…… 글 사이사이, 시가 꽤 많이 눈에 띈다. 이제는 기억나지 않지만, 당시에 나는 상당한 피로감을 느꼈던 듯 하고, 시에서 내 심정인 듯 느껴지는 구절을 적어두었던 모양이다. 그러고보면, 상당히 센서티브 했잖아. 

3월 27일
나도 모를 아픔을 오래 참다 처음으로 이곳에 찾아왔다. 그러나 나의 늙은 의사는 젊은이의 병을 모른다. 나한테는 병이 없다고 한다. 이 지나친 시련, 이 지나친 피로, 나는 성내서는 안된다.

4월 14일
비와 바람을 더불어 근심하고 나의 생명과 생명에 속한 것을 열애하되 삼가 애련에 빠지지 않음은 ─ 그는 치욕임일레라. 나의 원수와 원수에게 아첨하는 자에겐 가장 옳은 증오를 예비하였나니. 

5월 9일
……눈으로만 먼 파도를 어루만진다. 오돌. 어느때나 푸른 새로 날아오르랴. 먼 위로 아득히 짙은 푸르름 온 몸에 속속들이 스미면 어느때나 다시 뿜는 입김을 받아 푸른새로 파닥이려 날아오르랴. 10월 24일

......허나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할퀴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막음 날 내 외로운 혼 건지기 위하여. 
< 수첩 > 中

상당히 센서티브 했잖아- 말하는 그녀, 웬지 불만인 듯 하다. 아니 그저 조금 놀란 것인가. 그런데 센서티브라는 것이 자신의 심정과 비슷한 시를 수첩에 옮겨적는 행위를 말한 것인지 아니면 시에 담겨 있는 심정 자체를 말한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으나 내가 보기에는 가장 예민하고 센서티브해질 확률이 높은 고3 시절 그녀가 옮겨 적은 시들이 그 자체로 참 그녀스럽다, 고 한다면 엇다대고 아는척, 이 될까? 문득 궁금해졌다. 힘든 순간을 겪는 동안 말랑말랑해진 마음 속을 파고드는 구절에서 웬지  어떤 결의 같은 것들이 느껴지는 듯 하다. 그녀는 힘이 들수록 힘이 나는 사람인것일까? 그녀는 도대체 언제부터 저리도 옳은 증오를 가슴 속에 예비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녀가 읽는 책들과 그녀가 관심있어 퍼온 글 목록을 보면 옳은 증오 라는 말에 무게가 실리는 느낌이 든다. 그녀는 밝은 눈으로 넓게 보고 깊게 본다. 그녀가 내게 깨닫게 해 준 것들은 전혀 몰랐던 아주 먼 옛날의 이야기이거나 혹은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그저 외면하고 있었던 어제의 이야기였다. 자신의 두 발로 땅을 밟아 올곧게 서 있는 그녀는 그 힘으로 세상을 두루 바라보고 관심을 표한다. 다리가 아프네 눈이 아프네 늘상 징징거리며 제 머리 속으로만 침잠하려는 나는 부끄러웠다. 한편 고맙기도 했다. 나를 깨워 주었으므로 그리고 나의 센서티브하다 못해 과도하게 질퍽거리는 성향을 그녀는 그저 좋다 말해주었으므로.



저는 지금 혼자 살고, 앞으로 쭉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쓸 만큼 돈 벌고, 좋아하는 취미 있고, 만나는 사람들 있고, 혼자 지내는 것도 좋아하고, 네, 사는 것도 그럭저럭 재미있습니다. 


제가 버렸으니 뭐 미련도 아쉬움도 없어요. 다만 지나치게 오랜 시간을 함께 했기에 어쩔 수 없이 남아 있는 기억이 있기는 하죠. 그치만 이젠 생각도 안나는걸요. 갑자기 꿈에 나타나서 오히려 놀래버렸다니까요. 사랑하면 보낼 수 있을까, 그건 잘 모르겠네요.


그래, 나야 뭐 회사 일 널널하고, 6시면 칼퇴근하고(덕분에 월급은 많지 않지만), 술도 안 마시고, TV도 안 보니까 시간은 무진장하니 많다. 친구들은 주로 주말에 만나니, 평일 저녁은 온전히 내게 쏟아부을 수 있다. 그 사람들에게는 그저 흐응, 웃고 만다. 뭐 한 마디 하자면, 냅둬라 이렇게 살다 죽을란다, 정도.

문득 나는 걱정이 되었다. 그녀는 서재의 제목처럼 정말 심심한 것은 아닐까, 자신의 시간을 온전히 자신에게 쏟아부을 수 있는 그녀, 오래 사귀다 헤어진 아니 버린 남자에 대해 미련도 아쉬움도 없다 담담히 말하는 그녀, 뭐 그럭저럭 사는 것이 재밌다고 말할 수 있는 그녀의 삶이 너무 순조롭고 평평한 것은 아닐까, 하고 말이다. 이런 생각은 평탄하고 아름다운 삶에 대한 단순한 시기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누구인들 질곡 많은 삶을 일부러 선택하겠나 할 수 있지만, 그래도 심장이 터질 듯이 슬프기도 하고 미친년마냥 웃기도 하는 것이 더 삶스러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다. 허나 이것 또한 어쩌면 부드럽게 흘러가는 삶에 대한 질투의 일종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어깨에 힘을 잔뜩 주고 뻣뻣하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니고 온 몸을 바닥에 부려놓고 쳐져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 그저 가벼운 걸음으로 삶이라는 ㄹ 과 ㅁ의  꼬이고 닫힌 길들을 여유롭고 즐겁게 통과하고 있는 것일 뿐이니, 나는 그것이 못내 배가 아픈 가 보다.
허나 나는 이제 그녀에게 내 마음을 고백해야겠다.


1시간 늦은 퇴근 길, 핸드폰이 '딩동' 울린다. '저녁 맛있게 먹었어요?' '이제 퇴근해요. ㅠ.ㅠ' 전화가 오고, 저녁을 먹기로 하고, 홍대 앞으로 향했다. 기다리는 동안 서점에서 <헌법의 풍경> 앞 부분을 읽었는데 예상보다 재밌다. <남자의 탄생>이 생각난다. 어쨌거나 사야할 책 한 권 늘었다. 한식집에서 갈비찜과 찌개로 푸지게 밥을 먹고, 차를 마시러 갔다. 책 많이 읽은 사람을 만나니 할 얘기도 들을 얘기도 많다. 요즘 읽는 책, 좋아하는 작가, 예전에 본 소설, 번역가, 출판사 등등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 데이트 > 中


 
오랜만에 보는 장이라 이것저것 한보따리를 들고서 돌아오다, 뭐에 걸리지도 않았는데,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나이 서른 넘어 아직도 넘어지다니, 한심해하면서, 찢어진 비닐 봉지를 그러모으며, 그래도 깨질만한 건 사지 않았다고 흐뭇해했더니, 이런, 무릎이 깨졌다. 원피스 아래 두 다리는 시멘트 바닥에서 묻어난 먼지로 뿌옇고, 오른쪽 무릎에 오백원짜리 동전보다 크게, 왼쪽 발목에는 1원짜리 동전만하게 피가 맺혀있다. < 칠칠맞지 못한 > 中


나는 <헌법의 풍경>을 모른다. 그녀처럼 서점에서 언뜻 보았다해도 결코 재밌다 여길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남자의 탄생>도 읽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에 비해서는 물론 누구에 비해서도 결코 책을 많이 읽지 않았으며 번역가, 출판사 같은 것 잘 모른다. 한 술 더 떠서 나는 말수도 적고 말주변도 없으며 낯선 이와 둘이 있으면 눈을 어디에 둘지 몰라 한참을 덤벙인다. 하지만 나도 그녀와 만나서 목이 아플 때까지, 차가 끊겨 택시를 타고 돌아가야 할 때까지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 싶다. 내가 듣는 역할 을 낼름 먼저 꿰 차고 앉아서 넙죽넙죽 듣기만 하더라도, 그녀가 이야기하는 책이며 음악들을 잘 몰라서 무구를 가장한 무지한 표정을 짓고 있게 되더라도 나는 그녀가 나와 이야기하는 것을 조금은 즐겨준다면 참 좋겠다.

그녀와 이야기를 하고 영화를 보고 책을 고르고 밥을 먹고, 두 사람이 만나서 할 수 있는 그런 사소하고 정겨운 일들이 쌓이게 된다면 언젠가는 그녀를 따라 장을 보러 갔으면 좋겠다. 필요도 없는데 우겨서 따라가는 꼬마처럼 나는 무거운 장바구니를 들지도 않은 채 그저 호떡이나 하나 얻어먹고 실실 쪼개다가 서른 넘은 그녀가 철푸덕 넘어지기라도 하면 일으켜 세워 주지도 않고 그저 크흐흐 웃을 것이다. 그리고 실컷 약을 올리면서 느릿느릿 집에 도착하면 언제 그랬냐 싶게 걱정을 하면서 무릎을 살살 소독하고 빨간 약을 척척 발라주었으면 좋겠다.

이것은 그저 글이고 이야기고 상상이고 바람이다.
어쩌면 내일이면 까먹고 말 쌩구라일지도 모른다. 허나 단 한가지,
그녀가 고마운 존재라는 고백만큼은 최소 3년간 잊지 않을, 오래라면 오래일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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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03-03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에도님, 너무너무 반가워요.
엄청난 글입니다.
제 추천수 다섯 개 가져가세요.^^

로드무비 2005-03-03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블루님이 언제 저런 멋진 이야기를 했단 말이오!('')(..)

비로그인 2005-03-03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한 서재지인에 대한 감상을 이렇게 정직하고도 친밀하게 쓸 수 있다니..블루님이 좋아하시겠어요. 두 분의 우정이 영원하시길 바랍니다. 어디에도님, 블루님, 화륑!(어디에도님, 투덕투덕.. 겨울잠에서 깨어나셨군요. 반가워요, 이제 종종 뵙고 그랍시다, 쫌!) 아.. 로드무비님은 언제나 이 놈 복돌이를 위해 저런 글을 써 주실까..T^T 앗, 그렇다고 정말 쓰시면 안 돼요! 곧바로 둘 다 이 바닥에서 강툅(강제퇴장)니다.

플레져 2005-03-03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에도님, 너무 반가워요, 질투 선물 상자도 들고 오셨군요! ^^
블루님, 진짜 멋있다............ 그런 블루님을 보고 있는 어디에도님도 물론...!

balmas 2005-03-03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18080

어헉, 이 야심한 시간에, 또 이렇게 멋진 글이 올라오다니 ...

블루님, 너무 인기 좋은 거 아녜요?? 부러워라~~

정말 감동적인 글이에요, 어디에도님.^^

첨 뵙는데, 이렇게 좋은 글로 만나뵈서, 어떤 분일까 너무 궁금~~

 

 


urblue 2005-03-03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어디에도님!!!
너무 보고싶었다구요!!
그렇게 모습을 보여주지 않더니, 자기는 다 보고 있었네요.
고마워요. 그리고 행복하네.
언젠가, 어디에도님과 만나서, 맛있는 차를 마시며 주저리주저리 떠들게 될 날을 기다려요.
아마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반딧불,, 2005-03-03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해요.
블루님만 편애하고..저도 추천 다섯 개^^..

chika 2005-03-03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저도 제 추천수 다섯개 어디에도 님에게 드려야겠어요. 우와~ 우와~

어디에도 2005-03-03 1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복돌이님, 플레져님, 반딧불님, 치카님!
저도 정말정말 반갑고 좋네요. 추천 고맙습니다. ^^
그리고 처음 뵙는 발마스님, 과분한 칭찬이세요.
저도 어떤 분이신지 많이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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