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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 당신을 병들게 하는 스트레스의 모든 것 ㅣ 메디컬 사이언스 9
로버트 새폴스키 지음, 이재담.이지윤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8년 11월
평점 :
스탠퍼드대의 생물학/신경학 교수 겸 의사가 '스트레스'를 완전 분석했다. 여러 복잡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스트레스가 우리 혈관을 물리적으로 폭행하는 것과 같다는 취지의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우리가 잊어버리든 폭발시키든, 스트레스의 고리를 빨리 끊어낼 수록 '이득'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물론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폭발시키는 것은 스트레스의 연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인용보다는 소화시킨 요약을 해본다.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본질적으로 1) '예측 가능성'과 '통제력'이 필요하다. 예상됐거나 감당 가능한 실패는 상대적으로 작은 스트레스를 준다. 하지만 세상사 어디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일이 태반이다. 예측 가능한 환경 속에서 자기 마음대로 사는 사람이 세상에 과연 얼마나 될까. 2) 주어진 사태를 어떤 맥락, 의미를 부여해 받아들이는가도 관건이다. 다소 식상하지만, 물이 반이나 차 있는가, 반밖에 없는가의 비유와 같은 맥락이다. 3) 운동, 명상, 사회적 관계도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준다. 4) 마주하게 되는 힘든 일이 있을 때, 그것을 적극적으로 다수 경험하는 것도 해법이 된다. 예를 들어 처음 고공 낙하 훈련을 할 때 스트레스와 수백번 뛴 베테랑이 되었을 때의 스트레스는 다를 것이다. 5) 다소 슬픈 이야기이지만, 저자는 적절한 경제력과 관계성을 갖춘 가족들 사이에서 자라 양육된 아이는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잘 처리한다고 한다.
모든 해법을 일람하고 나니, 결국 정신을 말랑하게 하는 것이 해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말하자면 회복탄력성의 문제. 물론 이마저도, 극복하지 못할 재난 앞에서는 무력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긴 하겠다. 아울러 저자가 선행을 통제능력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신선했다. "통제 능력이 결여된 세상에서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멋진 통제 능력의 근본은 바로 한 번에 한 가지씩,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에 있는 것이다." 다소 감상적이지만, 멋진 표현이다. 오타니가 쓰레기를 줍는 것은, ‘운’을 모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자신의 통제력을 확인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일 수도 있겠다.
책의 내용은 대체로 전문적이거나, 평범하다. 분석도 해법도 뭔가 깨달음을 주기보다는 이미 생활 속에서 느끼는 부분을 재확인시켜준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스트레스의 메커니즘을 찬찬히 일별한 것만으로, 대응법에 있어서의 어떠한 지향성 - 적극적 회피 - 이 마음에 떠오르며,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가라앉는다. 사실 앞서 여러 전문가들이 말했듯 불안은, 무지에서 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