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부터 조금 전까지 뚝딱 읽었다. 230여 페이지, 많지 않은 분량의 이 책은 그러나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한국 경제 위기의 내용을 진단하는 장하준, 정승일 두 교수의 의견은 상당 부분 놀랍다. 장하준 교수의 경우, 지난해 읽은 <사다리 걷어차기>로도 이미 파악할 수 있었지만, 스스로 성장론자임을 자처하고 있다. 정승일 교수의 입장도 별 차이가 없다. 두 사람이 얘기하는 내용은 걸린 이름만 틀릴 뿐 동일하다. 그들의 주장은 이렇다.
박정희식 개발 독재와 재벌 구조는 경제 성장을 이루는데 긍정적 역할을 했다. 정부 주도의 산업 정책, 보호주의, 재벌을 통한 과감한 투자가 아니었다면 기술이 일천한 한국과 같은 나라가 60년대로부터 현재의 경제 발전을 이루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충분하지 않다. 한국은 이제 소득 수준 1만불 밖에 되지 않으므로, 일본 수준의 3~4만불에 이를 때까지는 성장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국 경제의 위기를 진단하고 개혁을 논하는 진보/ 개혁세력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다. 진보/ 개혁 세력은 무조건 박정희에 반대하느라 시장 우선의 논리를 펼치고 있지만 그러한 신자유주의/자유주의의 논리로는 경제 성장도 분배도 이룰 수 없다. 박정희식 개발 독재와 재벌 구조에서 비민주적인 내용은 틀림없이 잘못된 것이지만, 비자유주의적인 요소를 구별해야 한다. 한국 경제가 나아가야 할 길은 스웨덴이나 핀란드 식의 '비자유주의적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거칠게 요약되어 다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다. 어쨌거나─ 성장 우선론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개발독재와 재벌, 주주 자본주의, 국가와 노조의 역할, 한국 경제 위기의 근본 원인 등에 대한 여러가지 사실(fact)을 파악하는데는 상당히 도움이 된다. 이들 대담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경제/사회 문제에 대해서 '사회적 대타협'을 전제로 여러 세력들이 의견을 나누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특히 민주노총이나 민주노동당의 정책 개발자들은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입장을 정리하고 토론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뉴스를 볼 때 과학 관련 기사는 거의 읽지 않는다. 읽어봐야 무슨 말인지 모르니까. 간혹 읽는대도 그저 눈으로만 훑을 뿐 기사의 내용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내 의견을 말하는 일도 절대 없다. 그냥 그렇군 넘어간다.
저자는 언론매체에 실린 과학 관련 기사들을 뽑아놓고 그 기사들이 어떻게 이루어져서 유통되는지 조목조목 따져들어간다. 배아 줄기 세포니 블랙홀이니 하는 진짜 '과학'스러운 문제들부터 편도선, 암 등의 건강 관련 문제들까지, 각종 사례를 따라가다 보면 신문 기사들이 어떤 식으로 사실을 왜곡하거나 잘못된 인식을 독자에게 강요하고 있는지 볼 수 있다.
과학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도록 노력해야하고, 그걸 보는 독자들도 아무 생각없이 받아들이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는 말씀.
저자의 지적 중 한가지. 흔히 뉴스에서 볼 수 있는 기사들 중 하나가, 어떤 어떤 연구가 되어 미래에는 수퍼 농산물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는 내용인데 그런 기사를 숱하게 들으면서도 그게 유전자변형농산물이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나만 그렇지는 않았겠지, 설마─ -_-
제목만으론 안봤다고 생각했는데, 몇 페이지 넘기다가 몇 년 전에 이미 본 것임을 확인. 그럼 그렇지,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내가 안 보고 넘어갔을 리가 있어, 라는 어이없는 생각 따위나 했다.
후배가 꾸준히 밀고 있는 작품이라는데, 상사라나 동료라나, 마이너 취향이라고 하더란다. 이런 작품을 마이너라고 한다면 도대체 메이저 취향이란건 뭐냐, 라고 혼자 볼멘 소리.
여태 이런 만화도 안 보고 뭐한거냐. 폐쇄자를 보며 했던 어이없는 생각, 여기서 취소.
에피소드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세세한 내용을 전부 설명하려고 하지 않는 방식이 마음에 든다. 내용의 여백이랄까, 그저 짐작으로도 사랑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