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이야기

 막부 시대 천황이 머물던 간사이 지방에 비해 열등감을 가지고 있던 작은 도시 에도가 어떻게 현재의 도쿄라는 코스모폴리탄적 대도시로 변화해왔는지에 관한 생활/문화사. 단순히 도시의 외양 혹은 지리적 변화를 서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에도를 살았던 서민들의 문화가 어떠했는지, 그것을 새로운 도쿄의 시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변화시켰는지, 구체적이고 적절한 예를 들어가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에도의 중심이라고 할 시타마치 지역에서 시작하여 점점 넓어지는 도쿄의 시가와 더불어 변모해가는 지역적 정서랄까 하는 것들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마치 한 인간이 육체적/정신적으로 성장해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과도 같다. 그리고는, 도쿄는 이런 역사와 배경을 바탕으로 형성되었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된다.

 

 어느 미친 사내의 5년만의 외출

 하하. 다 읽자마자 애인에게 읽으라고 건넸다. 상당히 유쾌하고 재미있는 작품.
 멋부리고 무게잡는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꼬질하고 비굴하고 자존심도 뭣도 없는데다 영악하면서도 바보같은 이 미친 사내의 삶에 대한 태도는 (특히 결말 부분에서) 일정 부분 진실을 포함하고 있다.
 다소 엉성한 구성을 보면 작가의 고백대로 '삘' 받아 일필휘지로 써 내려갔다는 걸 알겠다. 전부 이런 식이라면 곤란하겠지만, 작가라면 또 이런 작품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데르수 우잘라

 어떤 분이 이 책을 읽고 울지 않았느냐고 물으셨다. 내 대답은 No.
 이 책은 기본적으로 시호테 알린(우리가 알고 있는 연해주) 지역의 탐사기이다. 군인이자 학자인 아르세니예프는 글솜씨도 좋고 사물/대상을 보는 눈도 좋다. 그가 설명하는 시호테 알린 지역의 풍광과 데르수 우잘라의 말과 행동을 보면서 나는 내내 웃었다. 탐사기를 이만큼 재미있게 쓸 수 있다는 건 확실히 훌륭한 능력이다.
 데르수 우잘라의 비극적인 결말에 관해서는, 책을 읽고난 당시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그건 이미 100년 전에 일어난,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이제 와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런 사건이 지구상에 한두번 있은 것도 아니라고. 그러니 그것에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기보다는 앞에서 말한, 아르세니예프가 보여주는 자연과 데르수의 모습을 기억하고 가슴에 담는 편이 낫다고.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 <호텔 르완다>를 보고 나서, 이 책이 떠올랐다. 이 사건은 데르수 우잘라의 비극적 결말의 반복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그의 죽음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던 나는 왜 영화를 보면서는 같은 태도를 취하지 않았을까. 더 많은 사람이 죽어서? 불과 10여 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서? 활자가 아니라 영상이라서?
 한달이 지난 지금은 이 책을 언급하는 것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한국전쟁

 한국전쟁의 원인부터 전쟁 중 일어난 여러 의문에 가득한 사건들까지를 다각도로 보여준다. 읽다보면 자칫 '다 아는 내용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한국전쟁에 관한 여러 팩트를 확인하고 시각을 넓히는데 유용하다.

 

 

 사볼따 사건의 진실

 <어느 미친 사내...>가 재미있어서 선택한,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작품.
 <어느 미친 사내...>가 우스꽝스러운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에 가깝다면, 이 작품은 보다 정치적(政治的)이고 냉정한 추리소설이다.
 시간과 장소를 이리저리 뛰어 넘는 퍼즐같은 구조는 읽다보면 금방 익숙해지면서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그런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재미를 잃어버리기에 딱이다.

 

 펭귄의 우울

 우울증 걸린 펭귄과 함께 사는 외로운 사나이가 아직 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조문(弔文)을 작성한다니. 설정만으로도 흥미롭다. 
 정치와 사회를 과감하게 풍자하고 추리소설과 판타지, 순문학을 넘나드는 독특한 작품세계를 펼쳐온 작가(알라딘 소개)라더니, 과연, 사회주의가 붕괴한 러시아(우크라이나였나? 아무튼)의 우울을 이만큼 그릴 수 있을까 싶다. 우울하지만 스스로를 동정하거나 체념하지는 않는다. 알싸한 유머를 구사할 수 있는 작가의 태도가 마음에 든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조직과의 쫓고 쫓기는 대립이 시종일관 궁금증과 긴장을 자아내어 소설로서의 재미도 놓치지 않는다.  
 원제를 알 수 없으나 영역판의 <죽음과 펭귄>보다는 <펭귄의 우울>이 훨씬 잘 어울린다. 

 

 전쟁과 사회

 한국전쟁에 관해 동일한 팩트를 얘기해도 박태균과는 시각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다.
 크게 피난, 점령, 학살로 나뉘어 있는데, 4장 4절의 "학살의 정치사회학"이야말로 저자가 하고 싶은 얘기인 듯 하다. <한국전쟁>을 읽은지 얼마 되지 않아 앞부분을 그다지 긴장감 없이 읽고 있다가 이 부분에 이르러서 정신이 확 들었다.
 전에도 얘기한 적 있지만, 이런 책은 좀 강제적으로라도 사람들에게 읽게 하면 안될까.

 

 도쿄 로망 산뽀

 일본인들도 알기 어려운 도쿄의 문화 아지트 30곳에 대한 소개서.
 곧 있을 도쿄 여행에서 꼭 가보고 싶은 몇 곳을 골랐다. 
 장기간 체류하는 사람들에게 더 유용할 법한 책. 
 

 

9월까지 72권. 역시 올해 100권은 무리야 무리~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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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6-10-10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중 제가 본 책은 없구만요. 역시 이 세상엔 사람보다 책이 더 많아요. ^^
그래도 보고 싶은 책들은 있네요. 저 한국전쟁 두권은 사놓고 옆지기만 열심히 보고 저는 쌓아놓기만.... ㅠ.ㅠ

urblue 2006-10-10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 '독서'가 생략된거죠 뭘. ㅎㅎ

돌이님, 그 두 권은 상당히 훌륭한 책들입니다. 곧 보실 수 있었으면 하네요.

urblue 2006-10-10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왜 최소 3권일까요? 2권인 듯한데...

urblue 2006-10-11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헛갈릴 때도 있는 거죠. ㅎㅎ
바람구두님이 쓴 리뷰나 페이퍼가 있으면야 당연히 땡스투...하나..? 할걸요, 아마.

미완성 2006-10-1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맨아래책은...어디서 많이 보던...-_-;;

urblue 2006-10-11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님께 땡스투했어요. ^^

urblue 2006-10-11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니 뭐,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이 세상엔 사람보다 책이 더 많으니까, 한 권도 없어도 문제는 아니지 않을까요..? ^^;

2006-10-11 2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10-13 23:4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