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쌀과 소금의 시대]를 드디어 끝냈다. (사실 뒤에 30여 페이지 남았다. 어제 마저 읽으려고 했는데 보다가 잠드는 바람에. 하지만 끝낸 것으로 간주.)

이렇게 긴 소설을 읽고 나면, 재미가 있었든 없었든 뭔가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읽을거리를 찾게 된다. 게다가 [쌀과 소금의 시대]는 인물들이 환생하면서 전혀 다른 시대,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므로 실상 여러권의 소설을 읽은 것과 다름이 없다. 

재미가 있는 부분도 있고 좀 덜한 부분도 있는데, 그래도 능력있는 작가라는 생각이 드는게, 결국은 같은 인물들이 반복해서 환생을 하고 성격이 비슷하게 그려지는데도, 읽으면서 재빨리 파악하지 못했다. 다양한 변주에 능하다고나 할까. 이슬람과 중국 등 동양권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도 놀랍고.  

아무튼, 아침에 책장 앞에서 어떤 책을 고를까 서성였다. 반다나 시바를 들고 나왔다가, 왠지 미술책이 보고 싶어서 다시 바꿔든 게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 

 

 

 

 

 오오~ 이거 대박이다. 너무 재미있어서, 버스에서 정신없이 읽고 사무실에 들어와서도 또 봤다. 책을 내려놓기가 싫다. 이렇게 재미있는 걸 어째 여태 몰랐을까.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을 당장 주문했다. 2권이랑 [단원 김홍도]랑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랑도 사야지. 재미있는 책 볼 생각에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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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7-08-03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저도 사 놓고 못 읽었는데
얼렁 읽어보고 싶어져요!

2007-08-03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7-08-04 0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국의 미 특강 읽고 나서 주변에 소문도 많이 내고 선물도 하고 그랬어요. 오주석 선생님 돌아가신 게 너무 슬퍼요ㅠ.ㅠ
 

 그제 주문한 [퍼언 연대기]와 수잔 손택의 소설집 [나, 그리고 그 밖의 것들]을 어제 받았다. 손택의 희곡집도 같이 나왔지만 희곡은 읽기 어려우므로 패스.

 

 

 

장바구니에서 주문 대기중인 것들은,

 리처드 도킨스 [만들어진 신]

 지난 주에 읽은 [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는 한국 기독교의 보수성과 복음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그에 이어 '광적인 신앙을 비판한' 도킨스의 책을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최근 기독교 신자인 어느 분과 대화를 나눴는데, 역사가 오래된 작은 교회에 수십년 째 다니고 계신 그 분은 한국의 대형 교회와 지나친 복음주의에 대해 굉장히 비판적이시다. 하지만 전반적인 보수성에 대해서는 인정을 안하려고 하시더라. 그렇지 않은 교회와 신자들이 훨씬 많은데, 다만 큰소리내는 곳이 보수적인 대형 교회라 그렇게 보인다는 얘기. 거기에 대해서는, 나로선 판단 불가.

 

 조지 레이코프 [프레임 전쟁]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는 봤고, 그보다 두꺼운 [도덕의 정치]는 패스. [프레임 전쟁]은 얇으니까 읽겠지만, [코끼리...]와 얼마나 다른 얘기를 하고 있을까 좀 의아하긴 하다. 

 

 

 유재현 [아시아의 기억을 걷다]

 본래 기행문을 좋아하진 않지만, [느린 희망]과 [메콩의 슬픈 그림자 인도차이나]를 통해 유재현은 믿을만한 작가에 포함되었다. 지나치게 여러나라를 다룬 점이 걸리긴 하지만, 그래도 볼만 할 듯. 
 부제가 "유재현 온더로드 1"인 걸 보면 앞으로도 쭉 나올 모양이다. 기대.

 

 

 호시노 미치오 [노던라이츠]

 이번 달에 읽은 책 중 호시노 미치오의 [여행하는 나무]도 있다. 호시노 미치오는 유재현과 같은 과다. 아니, 유재현이 호시노 미치오 과인가. 어쨌든.
 알래스카가 좋다고 알래스카로 이주해 사진을 찍으면서 생을 보내다가 곰에게 죽은 사람. [여행하는 나무]에는 그렇게 죽는 것이 자연의 섭리라는 말이 나온다. 알래스카에 사는 이상 언젠가는 자신도 그렇게 죽을 거라고, 그렇게 죽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과장이라고는 전혀 없는 담백한 호시노 미치오의 글을 읽고 있자면, 내가 자연을 다룬 이야기에 쉽게 감동받지 못하는 이유는 실제 자연을 보고 감동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만들어진 것에 훨씬 익숙하니까. 그런 감성이 쉽게 변할리야 없겠지만, 그럼에도 호시노 미치오의 글과 사진은 볼 만하다.

 

 줄리아 크리스테바 [비잔틴 살인사건]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쓴 추리 소설이라니. 궁금하다.
 크리스테바의 책은 [포세시옹, 소유라는 악마] 하나만 읽었는데, 생각나서 찾아보니 집에 책이 없다. 발 달린 책들이 너무 많다.

 

 

 김행숙 [이별의 능력]

 김행숙 시인의 새 시집이 나왔다. 이건 사서 봐야 한다.

 

 

 

[판타스틱 8월호]가 나왔다는 소문이 있는데, 알라딘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어여 등록해 주세요. 같이 주문하게. 아니면 그냥 정기구독 신청해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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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7-27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재현의 책은 저도 보관함에 냉큼 넣어놓긴 했는데, 페이지 수가 너무 적고, 말씀하신대로 나라가 너무 많아서 망설이고 있어요. 시리즈로 나오는 거라면, 어떤 목차로 나올건지, 책 소개에 좀 더 자세히 나와 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urblue 2007-07-27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린 희망과 인도차이나도 별로 두껍지 않았던 거 같아서 신경 안 썼는데, 272쪽이면 확실히 너무 얇군요. 서점에서 확인해야겠네요. 쩝.

瑚璉 2007-07-27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퍼언 연대기와 만들어진 신, 그리고 프레임전쟁은 빨리 읽어보시고 소감을 써주세요. 저도 구입할까 말까 고민하는 책들이라서... (^.^;)

urblue 2007-07-27 16:32   좋아요 0 | URL
이, 이보세요! 제가 님한테 부탁하고 싶다구욧! 전 책도 빨리 못 읽고, 정리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또..음.. 뭐 하여간!

瑚璉 2007-07-27 16:54   좋아요 0 | URL
명문을 쓰려고 하니까 시간이 걸리는 겁니닷!
저처럼 개조식으로 쓰세욧!

urblue 2007-07-27 17:17   좋아요 0 | URL
그,그게 명문을 쓰려고 해서가 아니라구욧. 머릿속에서 정리가 잘 안된다구요. 흑흑..

2007-07-27 15: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27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27 17: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7-27 17: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perky 2007-07-28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2년도에 알래스카 갔었을때 사진속의 바로 저 청록색의 오로라를 직접 봤었어요..저 책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urblue 2007-07-28 18:48   좋아요 0 | URL
우와아~ 저런 오로라를 보면 어떨까요? 감동받을까요?
호시노 미치오의 글과 사진은 아주 담백합니다. 글에는 꾸밈이 없고, 사진도 전혀 멋부리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보실만 하실거에요. ^^

chaire 2007-07-31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한결같고 변함없는, (이거 진심인데) 제대로 된 독서가라는 생각을 해요, 자주, 블루 님 보면서.. ㅎㅎ. 위에 파는 책을 이제서야 봤어요. 몇 개 갖고 싶은 게 있었는데 다 팔려버렸네요. 블루 님 흔적을 더듬으며 응쿰하게 읽어볼까 하는 맘을 품어봤는데 히히.

전요, 판타스틱 창간호를 아직도 다 못 읽었어요. 아 쩍팔려라. 근데 아마 전 장르 쪽으론 확실히 취향이 아닌 모양이에요. 미미 여사 단편도 그저 그렇고 전반적으로 큰 재미가 없더라구요. 다만 님이 말씀하신 무슨 단편인가는 다시 가서 잘 찾아읽어봐야겠어요..
그리고, 호시노 미치오 책 늘 읽고 싶지만, 선뜻 사지 못하고 있는...^^ 누군진 잘 모르지만 블루 님을 믿고 일단 김행숙 시집도 장바구니에..

urblue 2007-07-31 17:56   좋아요 0 | URL
에에... 한결같고 변함없는, 이라는 수식어는 저랑 전혀 맞지 않습니다. -_-;;
가끔, 책을 왜 읽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잖아요. 최근에는 1년이면 100권이나 그 이상 읽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중에 기억나는 건 거의 없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내가 더 똑똑해지거나 세상을 많이 알게 되는 것 같지도 않고, 대체 왜 책을 읽나 한심스러워지거든요. 그럴 때마다 책을 팽개쳐버리고 싶습니다. 역시,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독서 외에는 알지 못하는게 아닌가 싶어요. 쩝.

그래도 SF는 무지 좋아하는데, 장르라고 해도 판타지는 관심이 조금 떨어지고, 추리 쪽은 영 손이 안 갑니다. 다들 그렇게 좋아하고 싫어하는 장르가 있는거지요 뭐. ^^
 

 52. 판타스틱 vol. 3

 창간호부터 꾸준히 보는 이유는 소설들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몇 가지 기획 기사와 인터뷰도 실리지만 그닥 재미있진 않다. 이번 호의 박민규 인터뷰가 좀 괜찮았나. 장르 전문 잡지 어쩌고 해도, 나로서는 번역되지 않은 훌륭한 소설들을 볼 수 있으면 그것으로 대만족이다. 
 7월 호를 받고 가장 먼저 읽은 건 역시 6월 호에서 끊어먹은 조지 R.R. 마틴의 [샌드킹] 뒷부분이다. 인간을 신으로 받들면서 전쟁을 수행하는 곤충과 신이 되기에는 한참 모자란 인간이 벌이는 대결이 엄청 흥미진진하다. 조지 R.R. 마틴의 다른 책을 읽고 싶어 찾아봤더니 [얼음과 불의 노래]라는 판타지 시리즈가 있다만, 너무 길다. 도서관에서 빌려볼까 했더니 1부는 있는지 없는지. 쳇.
 공감각을 다루고 있는 [아이스크림 제국]도 흥미로운데, 별로 길지 않아 보이는 작품을 또 반으로 쪼갰다. 편집부로서는 불가결한 전략일거라고 이해는 하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짜증난다. 한달을 또 기다려야 하다니. 한번에 읽게 해주면 안되겠냐구요!
 톨킨과 젤라즈니의 단편은 소박한 맛이 있고, 배명훈도 괜찮다.
 정기구독을 신청할까 하다가 귀찮기도 하고 가격 차이도 별로 없어 그냥 있는데, 책 주문이 좀 뜸해질 것 같으면 정기구독을 신청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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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07-07-10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쯤 관심있는 작가의 만화가 연재되기 시작한다길래 그때쯤부터 봐볼까 하고 있어요.

urblue 2007-07-11 08:54   좋아요 0 | URL
연재 계획은 보질 않아서 누구인지 모르겠네요. 어느 작가를 좋아하시는 걸까요? ^^

Mephistopheles 2007-07-10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블루님덕에 새로운 잡지를 접하게 되었네요 한권 사서 봐볼까나 생각하고 있습니다.^^

urblue 2007-07-11 08:55   좋아요 0 | URL
판타지, SF, 추리 등을 좋아하신다면 괜찮으실겁니다. 아니, 꼭 장르문학 팬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많이 실려있어요.

홍수맘 2007-07-11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처음보는 잡지네요.
예전 만화잡지처럼 소설을 연재하는 스타일인가요? (궁금)

urblue 2007-07-11 15:11   좋아요 0 | URL
장르전문잡지라 대개는 국내에 미발표된 외국 장르 소설을 번역해서 싣고 있습니다. SF, 추리, 판타지 등에 대한 기획 기사와 국내외 작가들의 인터뷰도 싣고 있구요.

2007-07-11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urblue 2007-07-11 15:11   좋아요 0 | URL
하하..그렇게 말씀하시니 오히려 궁금해지잖아요!
 

 36.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

 한미 FTA에 버젓이 포함돼 있는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 이 책 읽고 나니까 진짜 무섭다. -_-

 저자의 말대로라면, 어느 순간, 국민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채 갑자기 확 오른 세금과 대면해야 할 수도 있다.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에 의해 어느 기업이 한국을 제소해서 이기기라도 하면 그 액수는 대개 천문학적인 금액이 될 테고, 배상금을 만들기 위해 정부는 세금을 올리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소송은 당사자와 중재자 외에 다른 주체(심지어 시민단체나 국민들도!)가 끼어들 여지도 없을 뿐더러 소송 자체를 대외에 공표해야 할 의무도 없으니, 정부가 입 다물면 그만이다. 세금을 올리려면 이유를 밝혀야 하겠지만, 우리 정부가 과연 국민 편에 선 적이 있었던지, 앞으로 그럴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측은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패라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이 현재는 투자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창으로 변질되었다고 주장한다. 남미에 진출한 미국의 어느 상수도 관련 기업(이름이 기억 안 난다. OTL)은 겨우(!) 100만 달러를 투자하고서는 물값을 국민 평균 월급의 1/3수준으로 인상해버렸다. 폭동이 일어나자 정부가 그 기업의 허가를 취소했는데, 그쪽에서 청구한 배상 금액은 2,600만 달러였다. 이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 정도가 아니라 일어날 거라고 각오해야 한다. 환경, 보건 등 몇 개 분야는 제외한다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는 걸로 알고 있지만, 그간 알려진 소송 내용을 보면 그런 조항이나 국내법을 무시하는 추세란다. 판결 내리고 돈 받아먹는 중재자의 입장에서는 국내법이든 조항이든 관계없이 모든 사항이 투자자에게 해를 끼치느냐 아니냐만 판단하는 것이므로. 

 

 책에서 읽은 내용을 남편에게 열심히 설명하다가 이런 식의 추측까지 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EU를 비롯해서 다른 나라들과도 계속 FTA를 체결할 텐데, 이미 아시아와 동유럽의 여러 나라들에 투자를 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를 거꾸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 (우리 기업이 미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지만, 과연 미국에 투자하고 있는 기업이 얼마나 되나.) 그래서 배상을 받는다 한들 그 돈은 고스란히 기업의 주머니로 들어가지 정부 혹은 국민들과는 하등의 관계도 없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서구 선진국에 빼앗긴(!) 돈을 아시아, 동유럽의 가난한 나라들에서 벌충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아제국주의 국가로 명성을 드높이게 되는 건 아닌지.

 이런 나라에 살면서 믿을 건 로또, 영어, 금밖에 없다고 남편은 말한다. 농반 진반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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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07-05-17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쵸. 너무 암담하네요. 보관함에 넣어둔 책인데 미리 읽네요. 잘 보고 갑니다.

urblue 2007-05-17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울마당님, 지금 이런 책을 본다고 뭐가 달라질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좀 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숨은님, 저희도 마찬가집니다, 영어도 로또도 기댈 수가 있겠어요. ㅠ.ㅜ

2007-06-07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6-07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35. 눈뜬 자들의 도시

 현재의 추세대로 연간 약 50~60권의 소설을 앞으로 한 30년쯤 더 본다고 하면 적어도 1,500권쯤 읽게 된다. 그렇더라도, 언제나 <눈먼 자들의 도시>를 내 평생의 소설 중 하나로 꼽을 거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그만큼 인상적인 작품이다. 그 작품에서 나는 작가의 희망과 의지를 보았다. 모두가 눈먼 곳에서도 누군가 눈을 뜨고 있으면, 그로 인해 인류는 인간다움을 잃지 않으리라는 희망의 메시지, 눈뜬 자가 되기 위해, 제대로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메시지. (http://www.aladin.co.kr/blog/mypaper/540243)

 그런데, <눈먼 자들의 도시>로부터 9년 만에 나온 후속편에서 작가의 시선은 변했다. 눈뜬 사람들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고 말한다. 당연한 듯 희망의 메시지를 기대하며 책을 읽다가, 마지막 페이지를 눈앞에 두고 할 말을 잃었다. 20세기 초에 태어나 21세기까지 80년을 넘게 살아온 노작가의 눈에 비친 현실은 희망과 의지만으로는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리바이어던인 것일까. 아니면, 몇 년 새 내가 변해서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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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7-05-11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어우어어 빨리 저도 읽기 시작해야겠어요. 다른 급한 책 때문에 미루고 있는 차라.

바람돌이 2007-05-11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예약판매때 사놓고는 미루고 있는데 블루님 일생의 책이란 말이죠? 다른거 미루고 빨리 읽어야겠다는 맘이....

무스탕 2007-05-11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저 역시 눈도장 찍어둔 책인데 밍기적 거리고 있다가 오늘 님의 뻬빠 보고 삘받아서주문해 버렸네요..
아직도 사놓고 못읽은 책이 태산을 이루고 있구만 또 질렀으니... 책임지세요!!
(초면에 하소연과 책임 추궁만 하다 갑니다 ^^;;)

mong 2007-05-1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한 삼번 순위정도로 밀려나 있어요~
흐흐

urblue 2007-05-11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넵, 어서 읽어보시지요.

바람돌이님, 일생의 책은 눈먼 사람들입니다, 눈뜬 사람들이 아니라. ^^; 당연히 눈먼 자들 먼저 읽으셔야 눈뜬 자들 얘기도 이해하실 수 있구요.

무스탕님, 안녕하세요. ^^ 사놓고 못읽은 책은 어디 안 갑니다. 천천히 읽으시면 되지요. 좋은 책은 그때그때 사둬야 합니다. ㅎㅎ

몽님, 1,2번은 뭘까 궁금~

mong 2007-05-11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1번은 우리와 그들, 무리짓기에 대한 착각이구요
2번은 다자이 오사무- 나의 소소한 일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