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갈 때 타이항공의 ROH(Royal Orchid Holiday)로 예약을 했다. 항공편과 호텔을 고르면 공항에서 호텔까지의 왕복 픽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호텔은 저가에서 고가까지 다양하고, 따로 일일/반나절 투어를 골라서 신청할 수도 있다. 좀 길게 다녀올 것 같으면 아유타야 일일 투어를 해도 좋았을 텐데, 우린 일정이 짧아 생략했다.
1. 승용차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해서 여행사 직원을 찾았다. 나와 신랑의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든 청년이 한쪽 구석의 의자에 앉아 웃고 있다. 당연히 버스나 미니 버스가 나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승용차다. ROH의 픽업 서비스는 1:1이었던 것이다. 훌륭하다. 게다가 볼보였단다. 난 차종은 확인하지 못하고 그저 실내가 무지 넓다고만 생각했는데 신랑이 그런다. 돌아올 때는 벤츠였다. 운전하시는 분들은 베테랑 운전수다. 연세 지긋하시고, 안전 운전 기본에, 100km 속력으로 달릴 때도 흔들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이건 차가 좋아서? 아무튼.) 운전하시는 분들이 영어를 전혀 못한다는 것이 유일한 단점이다. 조금만 영어를 하면, 짧은 영어나마 이것저것 물어보고 싶었는데.
태국은 자동차산업이 없다고 들은 것 같다. 그래서인지 시내에서 보이는 차종은 대부분 도요타같은 일제다. BMW, 벤츠, 아우디, 볼보 같은 차들도 꽤 보인다. 한국산은 보지 못했고, 다만 기아인가 매장만 봤다. 누군가는 태국에서 한국차도 좋은 차 대접을 받는다고 했었는데, 사실인지 의심스럽다.
방콕의 시내도 출퇴근 시각에는 교통체증이 엄청나게 심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가 있는 동안은 주말이라 그런지 교통체증을 겪지는 않았다. 교통 신호는 우리처럼 단순히 파란불 빨간불이 아니라 숫자로 표시된다.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제안이 있었다. 초단위로 남은 시각을 보여주니까 노란불에 무리하게 달리는 차가 없어진다는 의견과 무슨 소리냐 1초 남아도 달릴거다라는 의견이 갈렸던 걸로 기억한다. 방콕에서는 그렇게 달리는 차는 없더라.
중심가는 아니고 약간 외곽이라고 해야 하나, 곳곳에서 사람들이, 특이 어린아이들이 꽃을 엮어 만든 걸 판다. 신호 대기 중에 서 있는 차량으로 다가가 앞 유리를 닦아 주고 꽃을 내미는 것이다. 잠깐씩 서 있었기 때문인가, 그걸 사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아주아주 조그만 아이가 유리를 닦고 애처롭게 쳐다보며 서 있는데 차는 결국 그냥 가더라. 우리나라에서였더라면 사실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을 법한 풍경이다. 아니, 창 내리지도 않고 그냥 가는 그 차 주인이 아마 나였을게다. 외지에 나가서 새로운 걸 보는 건 좋지만, 평소 내 모습은 생각도 안 하고 감상적으로 구는 건 재수없다.
2. 쌘 쌥 운하 버스
방콕에는 2개 라인의 지상철과 1개의 지하철이 있다. 하지만 노선이 짧을 뿐 아니라 왕궁이나 카오산 로드 쪽으로는 가지 않는다. 왕궁갈 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게 방콕 시내를 동서로 관통하는 쌘 쌥 운하 버스라고 했다. 지도를 보니까 우리가 묵는 호텔에서 가까운 곳에 선착장이 있길래 이 운하 버스를 타보기로 했다. 호텔 직원에게 길을 물어 선착장을 찾아 나섰다. 엄청 가깝다. 근데... 여기가 맞아...? 운하가 이렇게 좁은 물길이었나? 파나마 운하까지는 아니더라도 웬만한 강 정도의 규모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건 개천이라고 해야 할까.
잠깐 어리둥절하고 있는데 오른쪽에서 배 한 척이 달려온다.
저렇게 생긴 배가 선착장에 서더니 파란 옷을 입은 직원이 저 파란 장막을 내리고 타라고 한다. 안에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뒤뚱거리며 올라타자 배가 출발하고 안내양이 다가온다. 왕궁 근처의 싸판 파까지는 1인당 10밧(1밧은 약 33원)이다. 싸판 파까지 가려면 중간에 빠뚜남에서 갈아타야 한다. 하지만 요금을 따로 낼 필요는 없다.
빠뚜남 선착장. 여기는 그래도 제법 규모가 된다. 우리가 탄 위타유 선착장은 저기의 1/5도 안 되었던 것 같다.
선착장에 도착한 배를 끌어당기는 안내양. 안내군(남)과 안내양(여) 두 명이 있었는데, 안내군은 찌푸린 인상, 안내양은 밝게 웃는 얼굴. 배가 채 닿기도 전에 사람들이 뛰어 내리고 또 올라탄다.
갈아탄 배. 안은 이렇게 생겼다. 중간중간에 손잡이가 달려 있어서 그걸 잡아당기면 장막이 올라간다. 장막을 칠 수 밖에 없는게, 햇볕이 엄청 뜨거운 데다 물이 머리까지 튀어 오른다. 그러니까, 손잡이 옆에 앉은 사람은 내내 그걸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 혹은 손잡이 옆에 사람이 없으면 튀는 물방울을 그대로 맞아야 한다는 얘기.
달리는 배 안에서 보이는 풍경. 대개의 집에는 빨래가 널려 있다. 이런 햇살에 바람이라면 1시간이면 다 마르겠다고 생각했다.
사진에 찍힌 집은 그나마 멀쩡한 편이고,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들이 꽤 많다. 방콕 시내의 대형 쇼핑몰들과 고층 건물들을 생각하면, 이런 판잣집들은 좀 이해가 안 가는 구석이 있다. 일본에도 고층 건물들 사이사이 옛 집들이 남아 있지만 느낌은 완연히 다르다. 도쿄에서는 크고 호화로운 게 다는 아니라고, 옛것을 유지하고 있다는 느낌이어서 정겨웠다면, 방콕은 어쩐지 쇠락의 분위기를 풍긴다. 관광 대국이라는 태국의 이미지와도 어긋난다. 에너지가 부족하달까. 신랑이랑 이런 얘기들을 나눴는데, 조만간 태국관광청에 계신 분을 붙들고 질문을 퍼부어댈까 생각중이다. 아무튼.
3. 짜오프라야 강 수상 버스
왕궁과 사원 관람을 마치고(라기보다는 중간에 포기하고) 마사지를 받으러 시내로 나갈 때는 짜오프라야 강의 수상 버스를 탔다. 짜오프라야 강은 왕궁 지역을 감싸안은 형태로 남북으로 이어진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살펴본 태국 관광 정보에 의하면 방콕에서는 몇 가지 사기를 조심해야 한다. 첫째는 툭툭이나 택시 기사들이 엉뚱한 데로 데려가 보석 같은 걸 사게 하는 것. 둘째는 왕궁 앞에서 옷이나 신발 등을 파는 것. 세째는 짜오프라야 강 수상 버스 앞에서 엄청나게 비싼 요금으로 다른 배를 태우는 것. 이 세 가지를 다 읽고 알고 갔는데도 당할 뻔 했다. -_-;
일단 수상 버스 선착장 앞이 좀 복잡하다. 위로 올라가는 배, 아래로 내려가는 배, 강 양쪽을 왕복하는 배 등을 타는 곳이 모두 다르다. 그런데 입구 쪽에 마치 매표소처럼 카운터를 만들어 놓고 어리둥절해하는 관광객들에게 여기서 티켓을 사라고 한다. 내가 목적지를 말하자 익스프레스가 있다고, 두 명에 1,000밧이란다. 별 생각없이 있다가 가격을 듣고 그제서야 이게 사기구나 깨달았다. 됐다고 그냥 안쪽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티켓 없으면 안된다고 막는다. 물론 거짓말이다. 쌘 쌥 운하 버스처럼 타고 안내양에게 돈을 내면 된다. 둘이 합쳐 26밧. 가격 차이가 나도 너무 심하게 난다.
이게 수상 버스. 운하 버스보다 크고 멀쩡해보인다.
이건 강 양쪽만 왕복하는 배. 요금은 1밧이라고 했던가.
그리고 이게, 그 1,000밧짜리 배. 개인들이 모는 거다. 둘이 저렇게 따로 배를 빌려 타는 거니까 1,000밧 (약 33,000원)이면 우리 입장에서 크게 비싼 건 아니다. 하지만 사실을 알고 선택하는 것과 거짓말에 속는 건 다른 문제다. 배삯이 40배나 차이가 나는데.
짜오프라야 강의 일몰.
짜오프라야 강을 운행하는 디너 크루즈도 몇 종류가 있다. 떠나기 전에 그걸 예약할까 어쩔까 하다가 말았는데, 안 타길 잘 한 것 같다. 일단 음식이 그저 그렇다고 하고, 강 주변의 경치 혹은 야경이 썩 훌륭한 것도 아니다. 강물은 더럽다. 그래도 강 주변에 밀레니엄 힐튼을 비롯한 고급 호텔들이 제법 서 있기는 하다.
4. 택시
방콕의 택시 요금은 무척 싸고 택시도 많다. 그래서 대개의 관광객들이 택시를 이용한다고 한다. 하지만 미터로 안 가고 가격을 흥정하려는 기사들이 가끔 있다. 첫날 저녁을 먹고 호텔로 돌아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미터로 못 간다고 한다. 연말이라 시내가 밀려서 안된다는 말인 것 같다. 미터로 안 가면 내리겠다고 했는데도 못 알아들었는지 그런 척을 하는지 그저 실실 웃으며 계속 간다. 200밧을 달란다. 미터로 가면 50~60밧 정도일테다. 점심 먹은 게 잘못되었는지 오후에 몸이 안 좋아지고 저녁도 제대로 먹지 못한 신랑이 승강이 벌이지 말고 그냥 가자 하여 그렇게 했다. 하지만 기분은 별로.
그래도 이후로는 그런 일이 없었다. 호텔에서 타면 벨보이가 차량 번호와 목적지, 승차 시각을 적은 메모를 기사와 손님에게 건네주고 호텔에서도 보관하니까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경우가 없다. 길에서 잡아탄 택시도 말하기 전에 그냥 미터로 가더라. 마지막 날 저녁 먹고 식당 앞에 세워진 택시를 타려니까 호텔까지 150밧을 부르길래 됐다 했다. 마침 지나가는 택시를 잡아 탔더니 40밧. 서울 생각하면 150밧도 비싼 건 아니지만, 외국인에게 바가지는 그만 해야지. 뭐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5. 지상철(BTS)과 지하철(MRT)
지상철과 지하철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하지만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갈아타려면 새로 표를 끊어야 한다. 시내에서 움직이기에 편리하긴 하지만 택시 요금과 비교하면 오히려 좀 비싼 편이다. 둘까지는 그럭저럭 택시보다 조금 싸거나 비슷할 테지만 셋이면 택시 타는게 나을 것 같다. 우리는 태국관광청에서 BTS 일일 승차권을 받아서 사용했다.
열차의 바깥은 전체가 광고나 그림으로 도배되어 있다. 창문까지 몽땅 광고로 덮여 있길래 안에서 바깥이 안 보이는 줄 알았다. 타고 보니 그건 아니다. 광고가 붙어 있는 것도 우리나라 지하철과 비슷한데 보다시피 문도 전부 광고인 것만 다르다.
임신한 여자가 아이를 데리고 탔는데 문가에 앉아 있던 젊은 남자가 냉큼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더라. 괜히 흐뭇.
6. 버스
버스를 타보지는 못하고 지나는 것만 봤다. 방콕의 버스는 크게 에어컨 버스와 일반 버스로 나뉜다고 한다. 에어컨 버스는 대개 지붕이 높고 멀끔하다. 일반 버스는 이렇게 생겼다. 당연히 창문이란 창문은 다 열고 다닌다. 사람들도 창문 쪽으로 바짝 붙어서 조금이나마 바람을 쐬려고 한다. 마을 버스처럼 작은 미니 버스들은 심지어 앞뒤로 문까지 다 열어놓고 달린다. 떨어지면 어떡해.
7. 툭툭과 오토바이
툭툭은 삼륜차다. 택시들이 안 가려고 하는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 주로 탄다고 하는데, 기사와 가격을 흥정해야 한단다. 왕궁같은 관광지에서 잘못 타면 이상한 곳으로 갈 수 있다는 글을 읽은 터라 무서워서 안 탔다. 방콕 날씨가 워낙 더워서 걸어다니기는 무리이므로 툭툭을 타는 것도 괜찮을 듯 싶긴 하다. 방콕 사정을 좀 안다면.
길에서 오토바이가 꽤 많이 보인다. 이 오토바이들 중에는 택시처럼 운영되는 것도 있다고 한다. BTS에서 같이 내린 남자가 밖에 나오자마자 오토바이 뒤에 타고 사라지는 걸 보았는데 그게 아마 오토바이 택시였던 모양이다.
저기 보이는 게 민주기념탑. 이건 나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