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시작한 폴 오스터의 <브루클린 풍자극>은 올해의 146번째 책.
그림동화책이랑 만화책은 제외. 몇 권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2004년 내가 읽은 책은 70여 권이었고, 그것은 내 생애, 1년간 읽은 책으로 가장 많은 수였다.
하여 올해 목표를 100권으로 잡았던 것.
목표 한참 초과다.
이렇게 많은 책을 읽는 날이 올 줄 몰랐다!
올해는 양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양서를 많이 보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제 베스트를 뽑자고 덤비니,
이 책 저 책들이 자기를 잊지 말라고 아우성이다.
일단 베스트 10.
읽은 순서대로 나열.
거꾸로 된 세상의 학교
갈레아노의 독설과 유머 감각에 제법 킬킬거리다가도, 그 내용의 심각함 때문에 씁쓸함과 분노를 함께 느꼈다. 세계화 관련 책들을 열댓권 읽은 듯 한데, 그 중 비교적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책.
<수탈된 대지>는 내용은 비할 바 없이 훌륭했으나 개판인 번역 때문에 장장 2주간 고생하며 읽었다. 아마 올해 가장 오래 읽은 책이 아닌지.
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발전과 성장과 풍요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
현재와 같은 경제성장을 추구할 때 발생하는 환경적, 이데올로기적인 문제 제기.
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
그들 스스로는 부정하고 있으나 어째서 미국이 '제국', 그것도 역사상 가장 위험한 제국인지를 설명. '미국'에 대해 이 한권으로 종합할 수 있다.
맛
올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소설 중 하나.
이 주의 리뷰로 뽑혀 50,000원을 받기도 함.
그러나 뒤에 읽은 <찰리와 초콜릿 공장>, <세계 챔피언> 등 로알드 달 아저씨의 다른 책들은 실망스러운 편. 기대가 너무 컸나.
유랑가족
아직도 이런 글을 쓰는 작가가 있다는 데서 희망을 본다.
내가 확실히 소설을 좋아한다는게, 공선옥의 <사는 게 거짓말 같을 때>를 최근 읽었는데, 구체적인 사안을 직접적으로 다루고 있지만 저 소설만큼의 감흥은 없었다는 사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아아, 이런 SF소설이라니.
8편의 작품 중 어느 하나 함량 미달이 없다. 굉장하다,라고 감탄하는 수밖에.
총,균,쇠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훌륭한 점은, 방대하면서도 꼼꼼한 연구와 그것들을 이야기처럼 풀어내며 자신의 주장으로 접근해간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유라시아와 유라시아에서 아메리카로 건너간 백인종이 현재와 같은 정치/사회/경제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는 원인을 농경이 시작되던 8,00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설명한다. 지역적 차이는 인종의 문제가 아니라 자연적 자원의 문제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문명의 붕괴>도 올해의 베스트로 꼽을만하다. 역사상 환경을 파괴한 문명은 모두 붕괴했음을, 역시 방대한 자료로 보여준다.
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
인간성에 대해 이만큼 얘기할 수 있을까.
복제 기술을 개발하기에 앞서 이런 정도의 고민과 논의는 있어야 할 것이다.
고릴라 이스마엘
한마디로 충격.
이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읽어봐야 한다.
대담
최재천과 도정일이라는, 생물학과 인문학을 대표하는 학자들이 만나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하는 문제에 대해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훌륭한 대담의 모범.
열 권을 꼽긴 했으되 그냥 빼버리기엔 아까운 책들도 많다.
좋은 책들을 너무 많이 봤다고 스스로 놀라고 있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