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아파 의자에 오래 앉아있을 수 없다보니 집에서는 거의 컴퓨터를 켜지 않고 지내고 있다. 덕분에 책은 많이 읽는다만 기록을 해 놓지 않아 그새 읽은 게 가물가물. 내일이랑 모레랑 쉴거니까, 에라 모르겠다 오늘은 좀 오래 앉아 있지 뭐,의 자세다.
7월 둘째 세째주 독서 일기.
책에 관해서는, 나는 좀 보수적인 편인가보다. 옛날(?) 같았으면 <가족관찰기>같은 이런 책은 아마 출판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을 거란 생각을 한다. 선현경 가족이 살아가는 모습은 물론 알콩달콩 재미있다. 일상의 자잘한 이야기들을 그림으로 꾸며놓으니 제법 그럴 듯 하다. 하지만 역시, 이런 내용이라면 알라딘 서재지기들의 생활이 훨씬 재미있다. 일 한다고 해 놓고 놀기만 한다고 엄마를 꼬집는 똑똑한 주하나, 집안 일은 당연히 같이 하는 거라고 제대로 알고 있는 작은별, 별난 엄마 덕에 본의 아니게 여장을 하는 연우, 사진찍는 엄마 앞에서 장난치는 마로 등등. (물론 이 엄마들도 장난아니다! ㅎㅎ) 알라딘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이런 책을 내면 어떨까. 소재야 무궁무진할테고 그림은 진/우맘님이랑 검은비님이랑 등등 재주있는 분들이 맡으면 될테고. 흠, 진짜 재밌을 것 같은데.
아이들에게 인권의 개념을 이해시키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데 도움이 되겠다. 아버지 때문에 집을 나가고 싶다는 상담 편지에 대한 답변이, 집을 나가는 건 마지막 방법이다, 집을 나갈 땐 확실히 갈 데가 있어야 한다, 라는 데에 좀 놀랐다. 상담센터나 보호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런 조언을 한다는게 맞는건가. 몇몇 군데에서 턱 걸리는 느낌이 들긴 했지만 어쨌거나 인권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는 의미있는 작업이다.
만화와 사진으로 구분된 두 개의 세계, 그리고 접점. 그림도 사진도 훌륭하다.
최근 박노자의 저작들은 개화기를 연구한 것이 많다. <우리 역사 최전선>이나 <열강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기>와 같이 읽으면 좋을 책. 두껍긴 하지만 술술 읽힌다. 경쟁에서 지면 죽는다라는 우승열패(優勝劣敗), 약육강식의 신화가 어떻게 자리잡게 되었는지에 대한 고찰. 주로 사회진화론과 아시아주의의 유입을 다루고 있다. 1880~90년대 사회진화론에 심취한 유학파, 일본 국가주의를 익힌 1920~30년대 우파 민족주의자들, 1960~70년대 파시스트 정권으로 이어지며 우리 사회에 정착한 억압 구조의 계보를 들여다볼 수 있다. (허리 아픈 관계로 리뷰는 한없이 미뤄지는 중. 이런 상태면 리뷰쓰기는 불가능일지도 모르겠다.)
차모니아 제국에서도 책의 도시 부흐하임에서 일어나는 모험담. 이런 도시가 있다면 어떤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가 보고 싶다! 내용 뿐 아니라 작가가 직접 그렸다는 삽화도 귀엽다. 역시, 리뷰는 보류. 티셔츠 받아야하는데. -_-
현재 세계의 주요 문명을 8개(중화, 일본, 힌두, 이슬람, 정교, 서구,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로 구분한 전제부터 수긍할 수 없고, 결국 미국으로 대표되는 서구가 보편제국으로써 전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는 결론은 더더구나 인정할 수 없다. 보는 내내 짜증냈다. 헌팅턴이야 미국인이고, 미국의 세계 전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 책을 썼겠지만, 일부 우리 나라 사람들이 이 책에 환호했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 그들에게 우리나라는 미국의 51번째 주가 맞는 모양이다. 젠장.
코엘료와는 궁합이 안 맞는다. 리뷰 썼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초 무렵 갑자기 등장한 대중의 성격에 대한 고찰. '대중은 자신의 삶을 우수한 소수로 구성된 상층 권위에 맡길 필요가 있다.' 우수한 엘리트가 지도하고 대중은 따라야 하는데, 갑자기 등장한 대중이 이것을 거부하는 것이 '대중의 반역'이다. 가세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대중은 무식하다, 대중은 철부지다, 대중은 폭력적이다, 라는 내용을 읽고 있자니, 상당히 거북하다. 내가 이를 인정못하겠다고 하면, 가세트는 아마, 그게 대중의 특성이라고 말했을테지.
으아, 허리 아프다. 이제 쉬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