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돌아왔습니다. 서재에 정말 오랜만에 접속했습니다. 그동안 역시 바쁘기도 바쁘고, 서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도 갈피가 잡히지 않아 접속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고민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일단 오랜만에 접속을 했네요. 앞으로도 어떤 글을 올릴지, 어떤 기간을 두고 올릴지 이래저래 고민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만, 일단 반드시 올려야 할 리뷰들은 있는 것 같아요.

2.
  영화 이야기.
  추석 전에 『본 얼티메이텀』을 봤습니다. 멋졌어요.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정말 근사합니다. 특히 사무용품을 무기로 쓰는 제이슨 본이라는 먼치킨 캐릭터는 정말 멋지죠. 상대방은 칼을 쓰는데 주위에 아무렇게나 집히는 잡지책을 둘둘 말아서 압도적인 실력으로 눌러버리는 장면 등은 정말 무협 소설에서 나뭇가지로 칼을 든 하수를 제압하는 고수를 보는 재미가 느껴집니다. CIA 요원들을 갖고 노는 명석한 두뇌와 기민한 몸놀림도 예술이고 화려한 자동차 추격씬도 멋지고요. 앞서 1, 2편을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이후 시리즈도 나왔으면 좋겠지만 멧 데이먼은 자신은 확실히 본을 끝냈다고 했으니, 멧 데이먼의 본 시리즈는 기대하기 어렵겠지요. 원작은 오래전에 절판되었네요. 다시 어디서 나오면 꽤 반응이 좋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죠. 스포일러를 하자면(보실 분은 이 이후는 읽지 말고 다음 문단으로 넘어가시는 게)『본 얼티메이텀』은 『본 슈프리머시』와 하나의 영화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죠. 그래서 2편을 보고 3편을 보는 게 여러모로 중요해 보이더라고요. 아무튼 현재도 반응이 좋던데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즐겁게 감상하시길.

  추석 이후에는 『즐거운 인생』을 봤습니다. 이준익 감독이 역시 영화를 잘 만드네요. 작년에 『라디오 스타』도 정말 재미있게 봤는데 이번에 『즐거운 인생』은 더 재미있게 봤습니다. 뭐랄까, 영화 상영 시간이 길게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짧게 느껴졌어요. 별 대단한 이야기 거리는 없는 것 같은데 쉴새없이 웃음이 터졌습니다. 저에게는 웬만한 코미디 영화보다 이 영화가 더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극장을 나오고 나서 뿌듯한 영화라고 할까요? 본 걸 다행이라고 여기는 영화. 정말 신나게 콘서트 장에 있었던 기분이었어요. 아직 안 본 분들이 있다면 강력 추천입니다. 가족들끼리 봐도 좋을 영화고요.

3.
  독서 보조 기구를 두 개 샀습니다. 독서대 하나랑 이지그립이라고 한 손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기구요. 알라딘에서 5% 할인 이벤트도 하는 중이더군요. 그냥 책 읽을 때 팔 아프고 그러길래 편히 읽을 수 있는지 궁금하여 구입해봤습니다. 한, 일주일 이상은 사용해보고 리뷰를 적으려고요. 첫인상은 일단 좋습니다. 이지그립만 우선 도착했는데 편한 것 같아요.

4.
  장르 소식.
  http://humanbooks.egloos.com/323206

  휴먼북스 출판사에서 마스터피스 시리즈로 엠버 연대기 5권과 신앰버 5권이 나온다고 합니다. 역자는 김상훈님이 아니라고 하고요. 그동안 신앰버를 기다린 독자들도 꽤 많았던 걸로 아는데 희소식이겠네요.

5.
  구입해야 할 도서들.
  장르 월간지『판타스틱』 10월호가 서점에는 이미 진작에 깔린 걸로 아는데, 인터넷 서점은 느리네요. 『판타스틱』만 들어오면 당장 책들을 구입하려고 하는데 계속 기다리는 중입니다. 천명관 단편집인 『유쾌한 하녀 마리사』와 김애란 단편집 『침이 고인다』는 반드시 살 예정이죠. 두 작가 다 좋아해요. 잘 쓰고 재미있고요. 또 두 작가의 첫 작품도 이미 소장하고 있기 때문에 전작주의로 나가기 편한 신인 작가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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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09-30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 시리즈 처음 나왔을 때는 시큰둥했는데 이제사 보고 싶어지더군요 ㅎㅎ
트윈픽스님 오랜만에 뵈서 더 반가워요!

twinpix 2007-09-30 23:01   좋아요 0 | URL
본 시리즈 정말 명성에 걸맞게 재미있더라고요. 특히, 2, 3편은 정말 긴장감도 있고 속도감도 있고 재미있었어요. 4편이 나왔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요.^^ 기회되시면 보세요. 네, 저도 오랜만에 뵈서 더 반갑습니다. ^-^/~~

라로 2007-10-01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오랫만에 접속하셨어요!!!
본 시리즈 전 처음게 젤 재밌는듯,ㅎㅎㅎ
이번것도 괘않치만,,,,요즘은 워낙 시대가 시댄지라
왠만해선 그저그래요,,,흐흑
하지만 이번건 정말 끊이지 않는 액션때문에,,,,
근데,,,,본 넘 무적이얍!!ㅎㅎ

twinpix 2007-10-01 21:34   좋아요 0 | URL
첫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본은 무적이라 매력적인 것 같아요. 아, 무적의 모습을 더 보고 싶은데 말이죠.^^

토트 2007-10-01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앰버 연대기가요? 아... 기대되요.ㅎㅎ

twinpix 2007-10-01 21:35   좋아요 0 | URL
김상훈님의 번역이 아니라서 아쉽기도 하지만, 팬들에게는 신앰버를 볼 수 있는 기회라 좋을 것 같아요. 신앰버가 나오기 전에 기존 앰버연대기부터 다시 나온다고 하지만요. 'ㅁ'

비로그인 2007-10-01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반가워요~(흔들흔들 ^^)

twinpix 2007-10-01 21:36   좋아요 0 | URL
네, 반가워요!^^ 아이디가 바뀌셨네요.^^~~ 없는 사이에 많은 일들이...^^

비로그인 2007-10-01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에요.
반가워요.
너무 오래 안 보이셔서 무슨 일 있었나 궁금했었답니다.

twinpix 2007-10-01 21:36   좋아요 0 | URL
네, 반갑습니다.^^ 민서님도 아이디가 영어 표기로 바뀌었군요. 'ㅁ'~~ 별다른 일은 없었어요.

2007-10-01 14: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01 2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넷 2007-10-02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엠버... 좀 안 좋은 이야기도 있더군요.^^;

twinpix 2007-10-02 23:58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행책 게시판 가보니 그간의 사정들이 전부다 알게 된...^^;;;
 

황석영 : (생략) 그리고 나는 심층과 표층, 죽음과 삶을 갈라서 얘기한 게 아니에요. 죽음과 삶, 현실과 비현실, 이게 다같이 공유되어 있는 거예요. 박민규(朴玟奎)란 작가가 최근에 젊은 작가들끼리 좌담하면서 근사한 말을 했더라고. 소설은 물질이다…… 이게 근사한 말이지요. 내가 최근에 리옹에 가서 얘기를 하는데 어떤 프랑스 여성작가가…… 인기 절정의 여성작가래요. 몇 십만부가 팔리고 하는데 맨날 자기 사생활을 작품으로 쓰고 그런데요. 누가 "글은 어떻게 씁니까?" 물었더니 작가가 하는 말이 내면이 피투성이가 되고 어쩌고, 아주 난리가 났어요. 나는 뭐라고 했냐면 "글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쓴다. 그리고 궁둥이로 쓴다." 그건 뭐냐면 소설창작은 8, 90퍼센트가 노동이 결정하는 거예요. 우선 오래 앉아 있어야 되거든, 프로 작가는 글이 안 나와도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 해요. 안 나오면 어떡합니까? 그래서 난 글쓰는 행위를 물질적 행위로 보고, 세상에 표출된 것도 그 물질의 부분으로 봅니다. 요새는 작가들이 왜 그렇게 엄살이 심한지 모르겠어요. 하늘에서 천형, 천벌을 받은 것처럼 말하더군.

― 『창작과 비평 2007 가을호』, 「도전인터뷰|한국문학은 살아 있다」, 심진경, 251~252면

 

심진경 : 이제 서서히 마지막 주제로 넘어가볼까요? 요즘 젊은 작가의 작품 중에서 재미있게 읽은 작품에 대해서 얘기 좀 해주세요.
황석영 : 외국에 있는 바람에 다 자세히는 읽지 못했는데, 작년에 박민규의 『핑퐁』하고 이혜경의 『틈새』, 김애란의 단편을 봤는데 기분이 좋았어요. 내가 『르몽드 디쁠로마띠끄』 한국어판에 "이 소설들을 읽으니 나에게도 돌아갈 정처가 아직 있다는 걸 알고 반가웠다"고 썼죠.

― 『창작과 비평 2007 가을호』, 「도전인터뷰|한국문학은 살아 있다」, 심진경, 272면

 

문학은 자폐의 길에서 벗어나야

황석영 : (생략) 내가 얼마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가 한국문학의 중흥기야" 어쩌고 했는데 한국문학 격려하느라고 그런 거예요. 사실이 그렇기도 하고…… 아니, 기자라는 사람들이 겨우 이삼년을 못 참아서 지난 몇년간 한국문학은 끝났다 어쩐다 하면서 난리를 쳐요? 한국문학이 잘 안 팔리고 번역소설들이나 팔리고 그러니까 그런 기미가 아주 없지는 않았어요. 그러면 편집자 평론가 기자 들이 좋은 작품이 나올 거다 하면서 옛날 것도 다시 한번 얘기하고 그러면서 기다리고 북돋아주어야지. 올해를 봐요. 그동안 한국작가들이 제각기 쓰고 있었던 거야. 나도 쓰고 있었다고…… 말은 안하고 있었지만 다들 쓰고 있던 거예요. 올해 나올 책들이 앞으로도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는데. 쏟아져나올 거요. 김애란도 가을에 나온다며? 천운영도 나온다고 하고, 또 김영하 나올 거고, 김연수도 준비중이고. 지금 원로에서 젊은 신인들에 이르기까지 연이어 역작들을 내놓고 있어요. 그래서 나는 물론 한국문학이 위기가 아니었던 때가 없지만 지금이 결코 나쁘지 않다고 봐요. 그리고 우리는 아직 사회변혁이 진행중이고 분단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얘기할 거리가 너무 많아요. 문학을 하는 사람들마저 문학이 현재 '문하의 최하위'라고까지 말하는데…… 자학하지 말고 자기를 존중해야 남들도 존중한다고.
  근데 나는 요새 기분나쁜게 어디 가서 호통을 쳤으면 좋겠어요. 아니, 이 싸가지없는 국회의원들이 저희들끼리 싸우다가 상대가 거짓말하는 것 같으면 '소설' 쓰지 말래. 그러더니 어린 네티즌들도 누가 허튼소리하면 '소설 쓰고 있네' 그래요 외국에서는 당대의 소설, 문학책, 이런 게 그 사회 교양의 척도예요. 아니, 이렇게 허섭스레기 같은 취급을 받다니 말이야. 그래서 좀 자부심을 갖고…… 왜냐하면 사회에서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없어졌기 때문에 근대문학의 종언이 아니고, 그런 역할을 잊을수록 허섭스레기가 되고 종언되는 거예요.

― 『창작과 비평 2007 가을호』, 「도전인터뷰|한국문학은 살아 있다」, 심진경, 275~276면

  예전에 수업시간 발표 때문에 『오래된 정원』을 읽었을 때는 시간은 없는데 책은 두 권이나 되고 촉박한 마음에 지루하게 읽은 기억이 나네요. 만약, 이런 인터뷰를 먼저 읽었다면 황석영 작가 발표를 훨씬 더 열심히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황석영 작가도 저번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린 좌담회를 읽었었군요. 그때, 저 말 말고도 박민규 작가가 좋은 말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근대문학 종언 파트의 글들은 전체적으로 시원했습니다. 여기에 일부만 옮겨놓아 봤지만요. 아무래도 요즘 작가들의 언급이 있는 부분들이 눈이가서 옮겨적어 봤습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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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16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밖에서는 출간되지 않아서 모르지만 작가들은 안에서 열심히 글을 쓰고 있었답니다.
진득하니 기다리기 이전에 너무 많은 책들이 나오는게 문제일까요?
잘 읽었어요.

twinpix 2007-09-16 20:5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정말 묵묵히 열심히 쓰고 있는 작가들이 있고, 또 앞으로 날개를 펼치고 싶어하는 예비 작가들도 많은데 매번 문학은 죽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야속해 보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쏟아질 많은 책들이 기대가 됩니다. 언제 다 읽을 지는 모르겠지만요. :D

얼음장수 2007-09-16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래된 정원"을 느긋하게 읽었는데도 지루하더군요. 그래서 읽다 말았습니다. 책 자체가 좀 지루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가을에 많은 작품들이 나올 거라고 하니 기대되네요^^

twinpix 2007-09-16 20:52   좋아요 0 | URL
음, 원래 좀 지루한 면이 있는 소설인가 봐요. 아무튼 읽을 때 큰 감흥이 없어서 나중에 영화로 나온 것도 안 봤어요. 하지만 다른 황석영 작가의 글들은 읽어보고 싶어요. 다 같은 스타일의 글들은 아닐 테니까요.^^ 이번 『바리데기』 같은 경우도 시적 서사라고 짧은 장편 스타일이라고 하니까 말이죠. 김애란의 다음 작품집이 특히 기대 중이에요.

얼음장수 2007-09-16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개인적으로 괜찮았습니다. 저도 김애란과 김연수가 기대됩니다.

twinpix 2007-09-30 20:25   좋아요 0 | URL
언제 영화를 찾아봐야겠네요. 김연수 작가의 장편은 아직 나온 것 같지 않은데, 김애란의 단편집 『침이 고인다』가 나왔네요. 얼른 구입할 예정이에요.

은비뫼 2007-09-23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비 가을호군요.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작가의 고뇌는 책이 출판되는 여부와 상관없이 늘 진행형이라 생각합니다.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

twinpix 2007-09-30 20:25   좋아요 0 | URL
두 번째 문장이 인상깊네요. 그런 것이겠지요. :D
 


1.
  그동안 통 알라딘 서재에 들리지조차 못했네요. 오랜만에 페이퍼에 글을 남겨 봅니다. 그동안 정신없이 바빴죠. 8월에는 특근을 두번이나 연속으로 했고, 일거리가 워낙 많아서 야근도 통 못 빠졌고요. 게다가 환상문학웹진 거울(http//mirror.pe.kr ) 이번 호에 웹진 거울 두번째 소재별 앤솔러지인 외계인 앤솔러지『제15종 근접조우』 리뷰를 쓰느라 정신이 없었죠. 여유를 부리다가 마감을 앞두고서야 급하게 읽고 쓰느라 겨우 마감날에 넘겼어요. 'ㅁ';;;;

2.
  책은 라이트 노벨만 집중적으로 읽었네요. 타임 루프물인 『all you need is kill』은 시간이 소재라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읽은 1권 짜리 라이트 노벨이기도 했고요. 『은반 컬러이더스코프』는 소재가 독특합니다. '피겨스케이팅'이라는 소재를 라이트 노벨에 접목시킨 점이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렇다고 재미나 완성도가 뛰어난 편은 아니라서 동생이 샀으니 읽었지, 만약 제가 사봐야 했다면 구입하지 않았을 책이긴 합니다. 그래도 김연아 선수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된 피겨 스케이팅을 소설로 즐겨서 좋은 시간이었어요. 유령 빙의라는 고리타분한 소재를 새로운 요소로 사용하기도 했고요. 
  현재는 『달의 바다』,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등의 책을 옆에 두고 있습니다. 일단 읽고 있는 건 장르문학월간지 『판타스틱』8, 9월호이고요. 8월호를 밀려서 읽는 속도가 느리네요. 9월호에 실린 전민희님의 단편은 소품격이지만 재미있군요. 인터뷰를 읽으니 단편집도 생각중이신데 꼭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다만 전민희님 글은 『태양의 탑』, 『룬의 아이들』3부 등 밀린 작품이 많아 언제가 될지 모르겠네요.

3.
  저번주 수요일에 목을 삐끗했는데, 쉽게 안 낫네요. 이번주까지 고생했어요. 목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문짝을 나르는 일을 하다보니, 어깨까지 심하게 아프기 시작하더라고요. 결국 어제 정형외과를 갔는데 목과 어깨라고 말을 했지만 목만 물리치료를 받아서 어젯밤에 어깨통증이 가시지 않아 쉽게 잠들지 못했죠. 결국 오늘 다른 병원을 찾았어요. 의사선생님도 어제 병원보다 훨씬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하셨어요. 주의사항도 많이 알려주시고요. 하루에 컴퓨터를 20분 이상 하지 말고, 베개도 낮은 것을 쓰고, 또 재발할 수 있기 때문에 2주간 통원치료를 받으라고 하더군요. 어제 의사선생님은 별 말씀 없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물리치료도 어깨를 집중적으로 받아서 통증이 사라졌어요.(양 병원의 또 다른 차이점은 어제는 물리치료할 때 남자만 보이더니만 - 어차피 기계만 하는거더군요. 물리치료 어제 처음 받아봤어요. - 오늘 병원은 여자 간호사들만 있더라고요.^^) 아무튼 여러모로 좋았는데 그대신 가격은 웬일인지 세 배가 넘더군요. 어제 병원은 똑같이 엑스레이 찍고 다 했지만 오천원 정도 나오던데 오늘 병원은 만 팔천원이더라고요. 아무튼 조심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4.
  요즘 빠진 드라마는 《개와 늑대의 시간》입니다. 친구가 보는 것을 옆에서 보다가 빠져서 나중에 못본 1화부터 6화까지 전부 시청했어요. 정말 영화같은 드라마더군요. 오늘도 보고 자려고요. 오랜만에 열광하면서 보는 국내 드라마 같습니다. 다음 스토리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커다란 매력 중 하나. 이번 주가 끝인지 결말이 어떻게 날지 전혀 짐작도 가지 않습니다. 제발 많이 안 죽기만을 바라고 있어요.
  《아이엠샘》도 재미있더라고요. 원작 만화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요. 양동근은 정말 자연스러운 연기를 잘하는 멋진배우인 것 같습니다. 《닥터갱》 때도 느꼈지만 친근하고 자연스러운 연기 같지 않은 연기가 멋진 것 같아요.

5.
  부모님이 친척분들과 4박 5일로 오늘 중국 여행을 떠나셨습니다. 아무 일 없이 재미있게 놀다 오셔야 할 텐데요. 예전에 백두산을 갔을 때 제 기억 속의 중국은 차가 굉장히 무서웠다는 거였어요. 도로를 건너는데 차도 사람도 아무도 신호를 지키지 않아서 저랑 같이 가던 사람은 정말 눈앞에서 버스가 스쳐지나가는 경험까지! 도로를 건널 때는 무서워서 다른 중국 사람 뒤를 따라 재빨리 건너곤 했었죠. 아무튼 뭐 여행사에서 가는 거니까 큰 위험은 없겠죠. 이번 주에 집에 올라가면 동생과 저만 있겠네요. 동생은 또 밖에 잘 돌아다니니 집에 혼자 있을 시간이 많을 듯. 이번 추석 때 동생은 또 친구랑 일본을 갑니다. 이래저래 가족들이 전부 해외에 가는군요. 저도 내년 초에는 친구들과 일본을 가볼까 생각중이기도 해요. 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고, 무산될지도 모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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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07-09-05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구,,,고생하셨네요,,,,그러니 더욱 컴퓨터를 가까이 하기 힘드셨겠다...
제 남편도 어제부터 님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데 그게 굉장히 괴로운거에요,,,
한의원에 가보시지,,,,
그나저나 여자 간호사만 있어서 호전되신거 아녜요???ㅋㅋ

twinpix 2007-09-05 23:14   좋아요 0 | URL
아프니까 한의원도 생각났어요.^^ 컴퓨터도 줄여야죠.^^;; 지금도 리플만 달고 얼른 끌 생각이에요.^^~ 글쎄요~~ 예쁜 분도 확실히 있었던 게 도움이~

보석 2007-09-05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바쁘셨군요.^^ 건강 관리 잘하세요~

twinpix 2007-09-06 12:40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많이 나아진 것 같아요.^^/

Mephistopheles 2007-09-06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쪽은 관리 잘하셔야 합니다.. 특히나 격무에 시달리는 직장인들 목쪽에 문제는 심각해질수 있으니까 치료 잘 받으세요.^^

twinpix 2007-09-06 12:40   좋아요 0 | URL
그동안은 함부로 목을 움직였는데, 이제 조심스럽게 됐어요.^^ 관리 잘해야죠.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2007-09-06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했어요 트윈픽스님~
왼쪽에 독서 리스트 보니 반갑네요 ^^ 저도 얼마전에 감기랑, 강산무진 읽었답니다

twinpix 2007-09-06 12:41   좋아요 0 | URL
앗, 전 언제 다 읽을지 모르겠어요. '감기' 읽기 전에 '거기? 당신'도 읽어야 하는데 진도가 잘 안 나가네요.^^~~~

프레이야 2007-09-06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다 목을 삐끗? 언능 잘 나으시기 바래요^^

twinpix 2007-09-06 21:40   좋아요 0 | URL
그냥 별 일 없이 삐끗했어요. 잠버릇이 나쁜 것도 있을 테고 그동안 목을 함부로 한 게 쌓인듯도 싶어요. 'ㅁ' 감사합니다~~

마태우스 2007-09-06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 컴퓨터20분이라...알라딘 페이퍼 하나 쓰면 땡이네요? 댓글은 언제 달아야 할까요... 어여 나으시고 다시 돌아오시길!!

twinpix 2007-09-06 21:40   좋아요 0 | URL
이제 거의 통증이 사라졌어요. 아직은 조심해야 할 것 같지만요^^~~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2007-09-06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간 바쁘셨군요.
제가 안 들어오는 생각은 안하고 님께서 안 들어오는것만 아쉬워했어요.
이제 자주 뵈어요.

twinpix 2007-09-06 21:41   좋아요 0 | URL
제가 포스팅을 통 안하니 들리실 수도 없으셨을 듯한^^;;;
네, 자주 뵈어요.~~

mira95 2007-09-06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 빨리 나으시길 바라요. 저는 요즘 다리가 아파 걱정이긴 하지만 뭐 괜찮겠죠..나이 들었나봐요 ㅋㅋ

twinpix 2007-09-12 15:58   좋아요 0 | URL
앗, 감사합니다.^^~~ 덕분에 다 나은 것 같아요.

가넷 2007-09-09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허리 쪽은 정말 조심을 해야되는데... 그래도 그렇게 큰일은 아닌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저도 목에 통증이 있는 건 아닌데 목을 숙이고 있다 보면 등쪽이 결릴때가;;;

양동근... 정말 좋아요~~~

요번에 출연한 아이엠샘은 그렇게 완성도가 높은 수작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 같긴 해도, 오랜만에 밝은 내용의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니 좋네요.^^ (네멋이나 닥터깽같은 경우는 좀 슬픈 내용들이였으니까요.)

twinpix 2007-09-12 15:58   좋아요 0 | URL
저도 이번에 등쪽이 많이 결렸어요. 아이엠샘은 그래도 정말 밝고 코믹한 드라마라 좋은 것 같아요.^^~~

은비뫼 2007-09-10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이 어서 나으시길 빌겠습니다. 저도 예전에 그런적이 있는데 참 불편했어요.
괜찮아지셔도 신경을 좀 쓰셔야겠네요. ^^ 건강이 최고입니다.

twinpix 2007-09-12 15:59   좋아요 0 | URL
네, 이제부터 함부로 하지 않고 자세를 조심히 하려고요. 감사합니다^^~~~
 



이번 서재 2.0 이벤트로 열렸던 서재 상품이 도착했습니다.
토요일에 도착해서 설치까지 해주고 갔습니다. 한샘 인테리어 하부도어형 책장 1800mm입니다. 굉장히 두껍고 튼튼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 집안에 어질러져 있던 책들을 급하게 꽂아보고 사진부터 일단 찍었습니다.^^




이 책들은 저번 알라딘에서 "힘내라! 한국문학"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받았던 한국문학 24 종입니다. 훈련소를 다녀오니 발표가 나 있어서 좋았는데 막상 멋지게 꽂아놓을 적당한 공간이 없어서 아쉬운 참에 이번에 제 자리를 찾았네요. 아직 열심히 읽는 중입니다.(성석제 작가의 『소풍』은 부모님께서 읽고 계셔서 사진에 없습니다.^^)




박스셋만 모아봤습니다. 시공주니어에서 나온 『나니아 나라 이야기』, 제우미디어에서 출판된 전민희님의 『룬의 아이들 - 데모닉』, 황금가지에서 나온 이영도님의 『눈물을 마시는 새』 그리고 500부 한정 양장본인 『폴라리스 랩소디』

저 『폴라리스 랩소디』에는 스토리가 있습니다. 사실 출간되었을 당시에 구한 책이 아니죠. 제가 고등학교 때 나왔는데 그때 당시 7만원은 상당한 거금이라 구입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갖고 싶어도 500부만 한정으로 나온 양장본이라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옥션에 올라왔다는 소식을 보고, 끝나는 날에 대충 입찰해서 구입하면 되겠지,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전까지 비싸도 십 얼마에 거래되던 폴랩 양장본이 누군가 좀 많이 올린 상태였습니다. 그래도 당시 대학 홍보팀 명예기자로 받은 취재비가 있었던 터라 가능한 상태였죠. 그래서 운명의 날이 다가왔습니다. 경매 마감을 앞두고 입찰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저 말고도 두 명이나 더 차례차례 돈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흥분한 저는, '좋아! 해보자 이거지? 이겨주겠어!' 라는 생각에 빠져 정신없이 경매에 매진하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을 하듯 온 신경을 집중하고 두 명을 견제하며 끝없이 돈을 올려갔습니다.(경매 마감 시간이 되어도 5분 남기고 누군가 돈을 올리면 다시 5분이 늘어나는 시스템이죠.) 에잇! 이래도 안 되냐! 식으로 오천원! 만원! 팍팍 올리다가 결국 승리! 아싸! 만세!를 외치며 이성을 차리고 보니 구매액 28만원. (으허허어억!)
서로 편의상 직거래로 만나서 책을 받았는데, 그 분이 자기가 생각하기에도 비싼 것 같다며 3만원은 빼주셨습니다만. 아무튼 지나치게 경매에 몰두한 나머지 다른 건 전혀 신경을 안 쓴 결과였죠. 그때는 폴랩 양장본 역대 최고가 거래로 화제가 되었고 하이텔 시리얼란에서 당시 치열했던 경쟁을 캡쳐해서 올리기도 했었죠. 하핫.(-_-;;) 이후로 거래되던 폴랩 양장본은 기본이 삼십만원으로 올라오기도 했었던. 'ㅁ';;;(제 죄가 큰.;;;;;;승부욕이 화를 부르다? ㅋ) 뭐, 그런 고로 제가 가지고 있는 책 중 가장 고가의 책입니다. ㅇ_ㅇ;;;




하부도어형으로 밑 책장은 하부도어로 가려져 있습니다. 원터치 방식으로 한 번 누르면 열리는 형식이고요. 'ㅁ' 깔끔하고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의자가 없어서 이번에 동생꺼와 함께 의자 두 개를 주문했습니다. 사장님 의자 같지만 아무튼 편하면 돼죠. 뭐. 이제 좋은 의자도 생겼으니 더 이상 도구에 불평하지 말고 많이 읽고 써야겠습니다.^^

아무튼 앞으로 차차 더 정리해 나가야겠죠. 좋은 이벤트 준비하고 선정해주신 알라딘분들께 감사드립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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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08-27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전 왜 오늘에서야 이렇게 멋진 님의 책장을 보게 된거죠??
많이 늦었지만, 축하드리구요.^^
많이 부러워하고 갑니당.^^ 의자도 아주 편해보여요.^^

twinpix 2007-08-28 22:1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Heⓔ 2007-08-27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이게 그 말로만 듣던 그거로군요...부럽습니다 -_ㅠ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twinpix 2007-08-28 22:18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

가넷 2007-09-09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폴랩 양장본을 가지고 계시는 군요... 와와.. 좋으시겠습니다.;ㅁ;

twinpix 2007-09-12 15:57   좋아요 0 | URL
네, 엄청 비싸게 주고 구입했죠.^^ 그래도 소장 가치가 충분하니까요.^^

아는여자 2007-09-24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그 책장이 이책장인가봐요~ 너무 부러워요~
정말 축하 드립니다..
우연히 지나가다가 축하글 남기고 갑니다..
좋겠삼~^^*

twinpix 2007-09-30 20:24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좋아요. 감사합니다~~~~~

우와~ 폴랩 양장본이라니! 2007-11-24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너무 부럽습니다 ㅜㅡ

twinpix 2007-11-28 16:55   좋아요 0 | URL
^^ 정말 비싸게 주고 산 만큼, 아끼는 레어본이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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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해 여름. 스릴 넘치는 계곡 피서.

  - 스릴 넘치는 여름 계곡 피서법을 소개합니다?!


  대학교 1학년 때였다. 새내기라 불리던 시절. 답답한 고등학교 시절을 벗어난 것이 마냥 좋았던 시절. 그 해 여름은 그저 무더웠다. 자유로웠지만, 그 자유를 제대로 활용할 줄 몰랐던 것 같다. 집 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나날들. 그러던 중에 고등학교 친구들이 느닷없이 계곡으로 놀러가자는 이야기를 꺼냈다. 텐트를 치고 2박 3일 신나게 놀자고 했다. 나는 당연히 가겠다고 했다. 안 갈 이유가 없었다. 가면 가는 거지. 뭐.

  그렇게 해서 여섯 남자의 계곡 피서가 결정되었다. 회비는 6만원. 그 중 90% 가까이가 먹는 것에 투자되었다. 먹고 죽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략 당시의 대화를 떠올려 보자면.

  “자, 이것도 넣어.” “이건 뭐지?”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골든 키위’다!” “우와아! 이름만 들어본 그 전설의 과일!” “난 여태껏 그냥 키위조차 제대로 먹어보지 못했어!” “우오오! 진짜 신난다!” “앗, 이건! 카~프리!” “계곡 물에 넣어놓으면 얼마나 시원할까.” “이건 100% 오렌지 주스다.” “고기, 소화 잘 되는 고기.”

  다시 말하지만, 먹고 죽자는 건 아니었다. 호화롭게 먹고 마시고 신나게 놀자! 라는 것이었지.

  맑고 화창한 날씨. 인적 드믄 계곡 속으로 출발했다. 먹거리를 잔뜩 싸들고서 말이다. 도착하자마자 텐트를 치고 과일이나 음료수, 맥주 등은 차가운 계곡물 속에 넣어놓았다. 왠지 가족과 간 것과는 전혀 다른 기분이었다. 친구들끼리 이것저것 음식을 해먹기도 하고 신나게 물장구도 치고 카드놀이도 하고 주위에는 아무도 없고 계곡물은 참으로 맑고 시원하고. 모든 게 신선했으며 즐거웠다. 그야말로 피서였다.

  이윽고 밤이 되었다. 고작 첫 날일 뿐이었으므로 우리는 무리하지 않고 비교적 일찍 잠에 들었다. 텐트는 넓었고 여섯 명이 자기에도 충분했다. 매일 똑같은 방안에서 벗어나 낯선 곳에서 그것도 텐트 안에서 잔다는 건 흥미로운 일이었다. 낮에 신나게 물속에서 논 탓인지 금세 잠에 들었다.

  그리고 그 밤중에 일이 일어나고 말았다.

  대략 새벽 3시쯤 되었을까? 아니면 4시? 정확한 시간은 떠올릴 수 없다. 당시 그 때의 급박했던 순간만이 뇌리에 남아있다. 누군가 날 깨웠다. 음……냐아. 뭐야? 왜? 졸린 눈을 비비며 내가 뭉그적거리며 일어났다. 야, 소리 안 들려? 응? 무슨 소리?

  막 잠에서 깨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무언가 텐트에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빗소리. 투둑. 투두둑. 무심하고 투박한 빗소리.

  비오는 거야?

  응, 그것도 많이. 텐트 밑까지 찼어.

  내가 누워있던 자리는 축축했다. 텐트 밑은 이미 침식당한지 오래였다. 난 물침대 위에서 잔 것마냥 물이 찬 바닥 위에서 자고 있었다. 위, 위험하잖아. 다들 깨우자. 급하게 애들을 깨웠다. 아움, 졸려. 왜? 지금 비가 엄청 오고 있어. 위험하다고. 부랴부랴 모두 잠에서 깼다. 텐트를 열어 밖을 쳐다보았다. 물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두컴컴한 시야 속에 온통 물밖에 없는 것 같았다. 아까 잠깐 잠에서 깼을 때 비가 조금씩 오긴 하더라고. 그런데 이렇게 많이 올 줄이야.

  얼른 나가자. 누군가 말했다. 텐트를 그대로 버릴 수도 없고 비는 세차게 내리는 중이라 텐트를 위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우린 텐트를 위로 쳐든 채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에 텐트를 칠 때까진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그때 당시야 당연히 그렇게 해야만 했기 때문에 아무 생각도 없었지만 지금 누군가 주위에서 보고 있었다면 참 이상한 모습이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남자 여섯이 팬티 차림으로 텐트를 쳐들고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는 것이다. 영차! 영차! 으윽. 미끄러지니까, 조심해. 서로 격려하면서 가까스로 텐트를 위에다 올렸다. 모두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수건으로 몸을 닦고 다시 텐트 속에 들어갔다. 비는 징하게 내렸다. 원망스런 빗소리를 들으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 해가 뜨면서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우린 우리가 있던 장소를 내려다보았다. 그곳은 이미 물 천지였다. 그대로 있었다간 격류에 휩쓸려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자고 있다가 영문도 모르고 죽어버렸을 것이다. 계곡에 피서를 갔다가 갑작스런 비 때문에 죽은 사람 이야기를 그 전에도 들어봤지만, 내가 그 상황에 처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실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죽을 뻔 했다는 것이 머리로는 이해가 가도 가슴에 와 닿지는 않은 것이다. 아무튼 그때 우리는 적절한 타이밍에 알아차리고 무사히 위험을 피했기 때문에. 그때 누군가가 오줌이 마려워서 잠에서 깨었기 망정이지 아니라면 지금 이 글을 적지 못하고 있을 게다. 생리현상이 참으로 고맙게 느껴지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우린 다 같이 세차게 흐르는 검붉은 흙탕물을 쳐다보며 이렇게 생각했다.

  ‘아까운 골든 키위!’ ‘아껴둔다고 뜯지도 않았는데!’ ‘치즈 떡볶이!’ ‘프리야! 카프리야!’

  아무튼 누군가는 그래도 남은 거라도 먹고 가야하지 않겠느냐며 그 와중에도 고기를 구웠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한 채, 가까스로 살아남은 상태에서 배고프다고 고기는 또 잘도 집어 먹었다. 고기와 소금 밖에 없었지만 참 맛있었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의 식량도 없기에 철수를 해야 했다. 이미 계곡은 사라진지 오래였고. 그렇게 2박 3일 계곡 여행은 죽음의 위기로 뒤바뀌며 끝을 맺게 되었다. 아마 내 생애 가장 죽음과 맞닿아 있던 순간이 아니었을까?

  워낙 외진 곳이라 핸드폰이 터지지도 않았다. 한 명이 핸드폰이 터지는 곳까지 내려갔다 오겠노라고 했다. 아니면, 전화가 있는 곳이라도 찾아서 전화를 쓰고 오겠노라고. 우리는 그러라고 하고 또 기다렸다. 뭔가 참 허망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우리는 갑자기 조난당해 구조를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다. 인생이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생은 그 의미를 가진다고 하지만, 참으로 묘한 기분이었다. 아, 이게 뭐지. 어찌해야 할까.

  그때 기적처럼 봉고차 한 대가 나타났다. 바로 한 친구의 가족이었다. 어제 비가 세차게 내린 것을 보고 아침부터 달려온 것이었다. 정말 구원받은 기분이었다. 막막한 상황에서 너무 완벽하게 구원팀이 나타난 바람에 이것 역시 신기하면서 너무 딱 맞아떨어진다는 기분도 들었다. 무슨 각본에 짜 맞춰진 것인양.

  아무튼 우리를 태워줄 차량까지 도착해서 기분이 좋아진 상태에서 친구들은 무모한 도전을 하기 시작했다.

  카프리를 구해야 해.

  음, 저기 안 하는 게 좋지 않을까? 위험할 것 같은데. 물살이 세.

  내 목소리는 묻혔고 애들은 서로 손을 잡아 그 강한 물살 속에서 서로를 지탱했다. 그리고 바닥을 휘젓기 시작했다. 난 이미 다 쓸려 버렸을 거라고 포기한 상태였다. 아마 밑에 사람들은 둥둥 떠다니는 과일이나 카프리를 보지 않았을까. 한 십 분을 그렇게 물속에 손을 넣고 찾았을까. 한 친구가 두 손을 번쩍 들며 외쳤다. “심봤다!” 친구의 두 손에는 음료수 패트병 두 개가 들려 있었다. 100% 천연 오렌지 주스.

  더 찾겠다는 친구를 만류하고 차를 타고 우리는 귀환했다. 집으로 바로 간 게 아니라 고생한 몸을 쉬게 하기 위하여 찜질방으로 갔다. 난생 처음 가본 찜질방이었다. 피곤한 몸을 씻고 찜질방에 누우니까, 천국이 따로 없었다. 우와, 찜질방 최고! 내가 가진 찜질방의 첫인상은 정말 극적이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비교를 불가하지 않을까 싶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아 찜질방에 아늑함을 느끼는 순간, 정말 만사가 다 편했다. 행복한 기분이 마구마구 솟구쳤다. 친구들이 모두 공통된 의견을 말했다. 계곡가지 말고 그냥 여기 올걸 그랬어. 좋은데.

  그새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이제 그때 죽을 뻔했던 친구들은 대부분 군대를 다녀왔고, 한 친구는 올해 군대에 들어갔다. 그때 그 시기, 그 해 여름이었기 때문에 그런 피서가 계획 될 수 있었을 거다. 이제 다시는 그런 피서 계획을 잡자고 느닷없이 말하는 사람도 없겠지. 우린 더 나이를 먹어갈 테고 각자 더 살기 위해서 바빠질 테니까. 막간이었다고 할까? 자유가 자유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도 모른 그 잠깐의 시기. 모든 게 맞아떨어진 순간에 우린 계곡으로 피서를 갔었고, 귀중한 식량들을 모두 잃고 찜질방에서 위로를 받아야했다. 그래도 좋은 추억 하나는 남았으니, 이 추억 하나는 앞으로도 계속 될 테니 다행이랄까. 아직도 골든 키위를 보면 혹은 카프리를 보면 그때 그 순간들이 생각난다. 골든 키위나 카프리의 맛 따위는 전혀 기억하지 못하지만 (못 먹고 못 마셨으니 당연한가?) 그 비가 세차게 내리는 새까만 밤중에 팬티 차림으로 텐트를 이고 올라간 의외로 담담했던 순간. 다음 날 기적같이 나타난 봉고차. 처음으로 가본 찜질방의 그 상쾌하고 즐겁고 평안한 공간의 느낌.

  글을 쓰니 문득 골든 키위와 카프리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보다 그때 목숨을(?) 같이 했던 친구들의 얼굴을 보고 싶기도 하다. 잘들 살고 있겠지. 만나서 오랜만에 그때 이야기를 하면 또 다양한 웃음들이 터져 나올 게다. 야, 너 그날 아침에 무슨 잠자리를 보았다고 잠자리, 잠자리 외치면서 막 달려 나가지 않았냐? 그때 정말 내가 안 일어났으면 큰 일 날 뻔 했지. 너 그때 물속에 들어가서 음료수 두 개 찾은 거 정말 걸작이었어, 걸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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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당시 제가 카메라를 갖고 가서 사진도 꽤 찍었지만 여긴 기숙사라서 올릴 수가 없네요. 하하. 어디 찾아보면 있을 텐데.^^ 그 날의 포토제닉상은 역시 세찬 흙탕물 속에서 심봤다를 외치며 음료수 패트병 두 개를 들고 포효하는 제 친구를 찍은 것. 당시 찍은 사진들 중에서 그 사진만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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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7-08-16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정말 짜릿한데요. 물론 무사히 살아돌아왔으니 즐겁게 추억할 수 있는 것이겟지만...^^ 아 남자들은 좋겠다. 계곡에서 텐트치고 잘 수도 있고 ^^

twinpix 2007-08-18 09:34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살아돌아와서 다행이에요.^^/~~ 'ㅁ' 긴 글 읽어주시고 리플 달아주셔서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