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즈 보르코시건 : 남자의 나라 아토스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6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지음, 최세진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남자의 나라 아토스 – 마일즈가 없어도 재미있다는 것을 증명하다

 『남자의 나라 아토스』는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사의 대형 기획인 16권에 달하는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중 6번째로 출간된 책이다.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인 만큼, 시리즈의 핵심 주인공인 마일즈 보르코시건이 어느 정도 등장할 줄 알았으나, 이름만 언급되고 마는 시리즈의 외전이다. 그만큼 분량도 얇아서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외전이면 보통 본편보다 크게 재미가 떨어지지 않나 하고 염려할 수 있다. 그러나 웬걸, 이 책 충분히 재미있다.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의 특징 중 하나는 16권이나 되는 시리즈이지만, 각 권이 단독으로도 충분히 완성도가 높고 그 자체로 다 재미있다는 점이다. 작가의 능수능란한 스토리텔링 능력과 단권 내에서 플롯을 풀어나가는 능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이점 때문에 작가의 단편들도 수준급의 재미와 완성도를 지닐 수 있음은 물론이다.
 분량으로 따지면 경장편이라고 할만한 이 작품의 주인공은 남자들만 사는 아토스라는 행성의 에단 박사다. 미래 우주 시대를 배경으로 한 세계관을 가졌기 때문에 인공자궁을 통해 남자들만 태어나고 사는 행성이 가능하다. 아토스는 바로 그런 행성으로 그리스신화의 여성들만 사는 아마존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이곳은 굉장히 바르고 선한 사람들이 모인 행성처럼 비친다. 일종의 경쟁과 다툼, 싸움, 폭력이 없고 시골의 정다움만 느껴지는 곳처럼 묘사된다는 것이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또 남자들끼리의 관계도 굉장히 귀엽고 자연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평화롭고 조용한 행성에서 난소배양조직들이 사멸되어가고 있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행성의 존립이 위험한 것이다. 외부와 단절되고 자기들만의 문화에 안주하고 있는 이 행성에서는 통신 판매로 난소 조직을 사지만, 그게 어이없게도 엉터리 물건이 도착한다.
 배송 사기를 당한 셈이다. 이 점은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의 핵심 재미를 떠올리게 한다. 바로 예산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점을 언제나 잘 드러낸다는 것이다. 『전사 견습』에서도 용병단을 말로 집어 삼키는 마일즈이지만, 용병들의 수당이나 보험 문제로 골치 아픈 상황에 빠진다. 보통 다른 데서라면 쉽게 넘어갔을 문제들을 현실적으로 그려냄으로서 이야기의 질감을 부여하고 독특한 관점에서 오는 재미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 외전 역시 행성의 운명이 달린 난소 조직을 통신 판매로 구입하는데 배송 사기를 당해서 에단 박사가 직접 행성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우스꽝스러우면서 흥미롭고 재미를 주는 부분이었다.
 광활한 우주, 또 미래지만, 현실적인 돈 문제가 언제나 이 소설을 지탱하고 있다. 에단 박사가 행성의 돈을 긁어모아서 클라인 우주정거장으로 나가는 것도 재미있고, 돈 때문에 벌벌 떨고, 또 새로운 문화적 충격을 받는 부분들은 역시 이 소설의 백미 중 하나다.
 클라인 우주정거장에서 에단은 온갖 고생을 하게 된다. 여러 소설에서 나오는 시골에 살다가 대도시에 나가서 경험하는 신문물의 충격 등이 재미있게 잘 묘사되고 있다. 그러면서 아토스 행성을 호모들의 행성으로 보고 핍박하는 부분에서는, 미래 우주 시대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성적인 편견과 박해가 있다는 점이 지금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들면서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어떻게 보면 진짜로 몇 세기가 지나도 인류는 변함 없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면서 씁쓸한 장면이기도 하다.
 이 소설에서 에단 박사를 돕는 인물은 바로 덴다리 용병대 중령, 엘리 퀸이다. 이전 작품에서 플라즈마 총에 얼굴이 녹아버렸지만 마일즈가 배타 개척지의 의술로 아름다운 얼굴을 갖게 된 인물이다. 덴다리 용병대에서 엘리 퀸 혼자만 단독으로 첩보 임무를 수행하는 데 이야기가 처지는 곳 하나 없이 숨가쁘게 잘 전개되며, 엘리 퀸의 매력도 잘 살아 있는 작품이다.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이 작품이 바로 전작인 『마일즈의 유혹』과 이어진 연계성이다. 『마일즈의 유혹』에서 마일즈는 대화를 하나 엿듣는데 거기서 나온 단어를 가지고 엘리 퀸을 투입시켜서 사건을 파헤치게 만든 것이다. 두 작품이 통신 대화를 통해서 연결되어 있는 셈인데, 이런 점들이 시리즈의 연계성을 강화해서 재미있는 부분이다.
 전작인 『마일즈의 유혹』이 하드보일드 추리물이었다면, 이번 작품은 우주 정거장을 배경으로 한 첩보물이다. 원래 다양한 첩보물을 좋아하는 터라, 이렇게 우주를 배경으로 한 SF 첩보물은 신선하면서도 매우 재미있고 만족스러웠다. 이처럼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는 작품마다 다른 장르가 느껴진다는 점도 장점이자 매력이다. 『명예의 조각들』은 로맨스 소설의 전형이었고, 『전사 견습』은 스페이스 오페라의 재미와 성장소설의 재미를 동시에 가진 작품이었다. 『남자의 나라 아토스』 같은 경우도 우주를 배경으로 한 첩보 소설이자, 아토스라는 행성에만 살아온 인간이 전혀 다른 세계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모험을 겪는 소설로 여러 재미를 담고 있다. 여기에 처음 단독 임무를 맡은 엘리 퀸의 실력과 또 성장을 엿보는 재미도 크다. 우주 정거장의 묘사는 이 시리즈가 엔터테인먼트 소설로써 매우 재미있으면서도 SF적인 배경을 잘 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주정거장인 만큼 여러 행성의 세균이나 전염병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제한된 생태계를 지키는 생물통제국의 권한이 막강하다는 설정 등은 흥미로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이런 배경 설정을 그냥 보여주고 마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전개 됨에 따라 적절한 복선으로 작용하여 이야기의 실마리가 되는 부분은 절로 탄성이 나오게 하는 지점이다.
 앞에 5권이나 나왔지만, 하나도 읽지 않고 이 작품만 읽어도 충분히 SF소설로써, 장르소설로써, 모험소설로써, 첩보소설로써 등 다양한 재미를 가진 오락소설로 즐기기 충분하다. 외전이고 분량도 적기 때문에 독립적인 작품으로 읽기에도 무리가 없다. 따라서 처음부터 다른 책을 접하기에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면 얇은 이 책부터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책들을 읽은 다음에 다시 이 책을 읽는다면 새삼 엘리 퀸이라는 인물이나 몇몇 대사들이 새롭게 다가오기도 할 것이다.
 장르를 떠나서 재미있는 소설을 찾는 이들에게 언제나 부담없이 권할 수 있는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그 시리즈의 첫 외전인 『남자의 나라 아토스』는 기분 좋은 모험을 떠나게 해주는 좋은 소설이다. 재미있는 소설을 찾는다면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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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즈 보르코시건 : 마일즈의 유혹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5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지음, 김창규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마일즈의 유혹』은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드디어 오랜 기간 기다려온 『보르 게임』 다음 시점의 이야기를 다룬 첫 번째 책이다. 이전에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사에서 『명예의 조각들』과 『바라야 내전』이 나왔지만, 일종의 프리퀄로써 마일즈 보르코시건이 주인공이 아니고, 그의 부모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맥마스터 부졸드 여사가 굳이 한국 내에서 출간 순서를 정해준 것은 그만큼 의미가 있었다. 『명예의 조각들』과 『바라야 내전』을 다 읽고 나서 다시 읽은 『전사 견습』(구판 『마일즈의 전쟁』)은 완전히 다른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이어 읽은 현재 전자책으로는 무료로 풀려 있는 『보르 게임』은 여전히 동일한 재미를 준다. 그리고 드디어 오랜 시간이 지나, 국내에서도 『보르 게임』 다음 이야기가 나왔다. 『보르 게임』까지 읽은 독자들이 애타게 기다린 다음 책. 사실 어느 정도 이전작보다 재미가 많이 떨어지면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왜냐하면 『전사 견습』이 시리즈의 최고 재미있는 작품이고 나머지는 그에 걸맞지 않을 수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이런 걱정을 날려버릴 만큼, 『마일즈의 유혹』은 그 자체로 완성도가 높으며 충분히 재미있었다. 그야말로 부졸드 여사의 클래스를 증명하는 소설이었다. 이 시리즈의 다른 책들도 똑같이 기대하게 만들 만큼, 완성도가 높았고 흥미로웠다.
 여기서 마일즈 보르코시건, 우리의 주인공은 우주에서 네이스미스 제독으로 함대를 지휘하고 누군가를 감언이설로 꾀지 않는다. 그보다는 살인 사건을 파헤치는 탐정 역할에 가깝다. 이미 행복한책읽기 SF 무크지에 공개된 중편 「슬픔의 산맥」에서 탐정 역할을 선보인 적이 있는 마일즈이지만, 이 소설은 장편에서 미스터리를 풀어나간다는 점이 다르다. 마일즈가 명탐정이며, 이를 우주 배경에서 다른 행성에서 추리력을 발휘한다는 점은 흥미로운 소재 설정이고 이전 작품들과는 다른 재미를 준다. 그래서 이 작품이 개성이 있고, 시리즈 전체에서 이 작품만의 독특한 재미를 획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정확히는 의자에 앉아서 사건을 꿰뚫어보는 안락의자형 탐정이라기보다는, 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면서도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는 하드보일드형 탐정과 닮았다.
 눈에 띄는 엄청난 미인의 사건 의뢰, 계속되는 정체불명의 위협, 때로는 얻어맞고 목숨에 위협을 당한다는 점, 미스터리의 배후자가 여러 명이고 쉽게 밝혀지지 않는 것, 그럼에도 미인과 함께 위기에 처하기도 하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면서도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는 점. 그렇지만 결국 진실에 도달하는 것. 그렇지만 하드보일드 탐정은 적당한 보수를 받으며 미인과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 미인은 홀연이 떠나고 탐정은 의연히 다른 사건으로 나아간다. 이런 하드보일드 소설을 연상케 하는데,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점이 색다른 재미를 준다. 세타간다 행성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센타간다라는 행성의 세계관을 파악하는 SF적 재미도 동시에 느끼면서, 미스터리를 풀어나가야 하는 점이 이 소설의 매력이다.
 이 작품의 원제는 '세타간다'인데 일반 독자들은 제목만 보고는 내용을 전혀 짐작할 수 없고 낯설어할 것을 염려해서 '마일즈의 유혹'으로 바꾼 듯이 보인다. 내용을 따지고 보면 '마일즈'가 미인에게 유혹을 당해 사건에 뛰어드는 느낌이다. 마일즈가 사건을 혼자서 사건을 해결하려는 태도는 여러 이유를 댈 수 있지만 가장 큰 심리적 이유는 미인에게 잘 보이고 보상 받으려는 태도에 기인한 것처럼 보인다. 유혹당한 마일즈인 셈이다. 그렇지만 앞서 『전사 견습』과 『보르 게임』에서도 마일즈는 사랑을 얻지 못했듯이, 이번 권에서도 사랑을 얻지는 못한다. 그게 이 소설의 구성상, 또 구도상 어울리는 결말이기는 하지만, 마일즈에게 연민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마일즈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쉽게 자랑할 수 있을 만한 공헌을 한 것도 아니다. 적국에서 벌인 모험과 적국에게 받은 훈장. 모험의 결과를 널리 알릴 수 없지만, 마일즈는 그 훈장이 자기자신을 증명하는 결과물이다. 아직 마일즈는 성장하는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자기 증명이 필요했고, 이 모든 행동이 처음에는 유혹을 받아 진전되었다고 해도, 끝까지 돌파해나간 것은 자기 증명의 과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일즈에게 적국에게 받은 훈장이라고 해도 결코 우주 공간에 던져버릴 수 없다. 기형의 몸이라도, 작은 키에 쉽게 부서지는 뼈를 가졌더라도 살인사건의 진상을 파헤치고, 미인에게 닥친 위험을 막고, 세타간다의 잘못된 야망을 막았다는 그 증거를 소중히 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마지막에 마일즈가 훈장을 보는 장면은 유독 마음에 깊은 인상으로 남는다. 그 감정이 이해될 뿐만 아니라, 마일즈라는 인물이 한층 더 이해되고 사랑스러워지게 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똑똑하지만 난쟁이 같은 소년이 바로 마일즈다. 마일즈가 키가 훤칠하고 건장한 육체를 가지고 있었더라면, 이 소설의 매력은 반의 반도 안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일즈는 육체적으로 연약하고, 마치 뛰어난 정신이 좁은 육체 속에 갇혀 있는 것 같기 때문에 이 소설은 흥미진진하다. 끊임없이 육체적 한계를 경험하고, 사랑에 실패하며, 원하는 일을 할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더 애정어린 시선으로 마일즈를 보게 된다. 마일즈는 보편적인 감성을 건드린다. 우리도 무언가 결여된 것들이 있고, 그것을 메꾸기 위해서 필사적이 되며, 매번 한계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일즈에 공감할 수 있다. 우리 자신의 어떤 점을 보는 것 같기 때문에. 그래서 마일즈를 보면 자기 자신의 한 부분을 보는 듯한 공감대가 느껴지기 때문에 쉽게 감정 이입을 하며 응원하는 시선으로 읽게 된다.
 기대한 것보다 더 재미있었던 소설이다. 사건이 끝날 때까지 명확한 게 하나도 없어서 긴박감이 느껴졌다. 적국에서 움직이는 마일즈는 제약이 많기 때문에 더 몰입해서 읽게 되었다. 마일즈가 사건의 진상을 추리하고, 범인을 찾아 나서는 것처럼, 독자도 함께 마일즈의 시선으로 범인을 찾기 때문에 추리소설의 재미가 가득했다.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자체의 믿음을 가지게 만든 한 편이었다. 오랜 시간 기다려 보르 게임 그 다음의 이야기를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앞으로도 마일즈의 다양한 모험이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그가 어떤 위험에 처하고, 또 어떤 꾀를 발휘하며 사건을 해결해나갈지 벌써부터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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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4-04-07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까지 나온 것 모두 구입해두었는데, 아직 읽지 못했네요. 언제 날 잡아서 읽어야 할건데요.ㅎㅎㅎ

twinpix 2014-04-08 00:01   좋아요 0 | URL
진짜 재미있는 오락소설이라 큰 부담도 없고 해서, 몰아서 읽으셔도 좋고 하루에 한 권씩 읽으셔도 재미있는 소설이에요. 스트레스 쌓였을 때 스트레스 해소용으로도 좋을 책이지요.
 
마일즈 보르코시건 : 보르 게임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 4
로이스 맥마스터 부졸드 지음, 이지연.김유진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SF 중에서 세계 현대 스페이스 오페라의 양대 산맥은, 아너 해링턴 시리즈와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라고 한다. 아너 해링턴 시리즈는 텍스트 파일로만 십년 넘게 떠돌다가 최근에 현대문학 임프린트인 폴라북스에서 시리즈 첫 권인 『바실리스크 스테이션』(데이비드 웨버, 폴라북스, 2014년 3월)이 출간되었다.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는 행복한책읽기 SF 총서로 『마일즈의 전쟁』과 『보르 게임』이 소개 되었고, 『반지의 제왕』을 낸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사에서 새롭게 16권 전권을 계약하고 『명예의 조각들』, 『바라야 내전』, 『전사 견습』, 『보르 게임』, 『마일즈의 유혹』, 『남자의 나라 아토스』 등 현재까지 6권을 냈다.

 이중 『전사 견습』은 『마일즈의 전쟁』에서 제목이 바뀐 것이다. 그리고 『보르 게임』은 행복한책읽기 판과 동일한 제목으로 나왔다. 『전사 견습』에 이어 마일즈의 활약을 보여주는 『보르 게임』은 역시 『전사 견습』만큼의 재미를 보장하며,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이다.
 놀랍게도 씨앗을 뿌리는 사람 출판사는 휴고상까지 받은 이 『보르 게임』을 전자책은 0원, 즉 무료로 공개했다.(YES24, 알라딘은 물론 리디북스에서 공짜로 받을 수 있다)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세계문학전집 어플을 런칭할 때, 『그리스인 조르바』를 무료로 공개한 것처럼, 시리즈 16권을 홍보하고 소개하는 목적이라고 한다. 즉, 아직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를 접해본 적이 없는 독자라면 부담 없이 공짜로 먼저 『보르 게임』을 살펴보고 시리즈에 빠져도 좋을 듯하다. 물론 『보르 게임』만 읽고서는 제대로 된 상황 파악이나 재미를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다. 일단 시리즈의 첫 권 느낌을 주는 것은 아무래도 『전사 견습』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왕 이 시리즈를 맛보려는 독자라면 『전사 견습』과 『보르 게임』을 함께 보고 난 뒤에 결정해도 좋을 것이다.
 『전사 견습』에서 마일즈는 뛰어난 화술로 몇 명이서 용병단 하나를 통째로 집어 삼켰고, 덴다리 용병대로 만들었다. 신체는 태아에 있었을 때 어머니가 독가스를 흡입한 탓에 기형이지만,(자세한 내용은 『바라야 내전』에서 묘사된다) 천재적인 두뇌와 재치, 화술로 사람들을 조정하는 능력은 이 시리즈에서 마일즈에 빠져드는 재미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마일즈의 뛰어난 능력은 누구나 인정할만 하지만, 지휘관 적인 역할에 어울리는 마일즈에게 문제 있는 상관을 두면 트러블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점이 『보르 게임』 전반에 걸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문제다. 마일즈는 사관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그런 문제 때문에 우주선에 배치되지 못하고 척박한 외딴 곳에 기상 관측관으로 배치된다. 비유하자면 북극 기지에 배치된 셈이다. 마치 유배된 모양새다.
 6개월만 말썽 없이 지내면 다른 곳으로 배치해주겠다는 것이었지만, 당연히 일은 그렇게 순탄하게 흐르지 않는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계속 사건이 터지고, 이를 수습하는 주인공의 활약에 잘 맞물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이 뛰어나다는 소설, 이야기성이 강하다는 소설은 하나같이 지루하고 평이하게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는다. 주인공에게 온갖 불행은 다 몰려든 것처럼, 연속으로 사고가 터지고 도저히 풀 수 없는 사건과 맞닥뜨리게 한다. 흔히 주인공을 굴린다고 하는 바로 그런 것이다.
 마일즈 역시 심각하게 문제의 연속에 노출된다. 사병들의 장난에 목숨까지 뺏길 뻔하고, 이상한 성격의 상관 때문에 병사들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자 기지를 발휘해서 사건을 해결한다. 그러는 과정 속에서 마일즈 역시 징벌을 받게 되고 이번에는 다른 행성에 가게 되는데 여기서도 끊임없이 사건과 운명의 장난에 빠지게 된다. 지나치게 작위적이라고 할 수 있는 우연이 연속적이지만, 그 마일즈 특유의 사건을 불러오고 해결하는 행운이 이 소설의 특징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그런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사건의 연속 속에서 마일즈의 빠른 상황 판단과 사건을 역전시키는 재치를 보는 것이다. 돌파구가 없는 것 같은 상황 속에서 마일즈는 역시 심리적으로는 좌절하고 절망하면서도 최선의 결과를 계산해내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모든 사람의 역량을 끌어올리며 작전을 짠다. 최악의 상황 속에서도 독자들은 기형이면서도 능청스러운 구석도 있고, 불의에 저항하는, 지혜로운 마일즈를 절로 응원하게 된다. 마침내 사건이 해결되고 에필로그를 맞으면 같이 안심을 하면서 기쁨을 나누게 되는 소설이다.
 처음에는 우주에서 펼쳐질 모험을 기대하고 읽는데, 마일즈가 소위로 임관되면서 기상 관측관으로 가게 되자 황당함을 느끼게 되고, 거기서 벌어지는 사건도 기대와는 달리 펼쳐지면서 당황하게 된다. 그러나 우주로 배경이 넓어지면서 이야기는 언제나 그렇듯이 가속도를 띄며 처음에 연관 없어 보이던 기상 관측관으로 부임했을 때의 이야기가 후반에 다시 결합되면서 대단원으로 가는 장면은 이 이야기가 우연적인 요소가 있다고 하더라도 작가가 전체적인 이야기를 잘 짜고 진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령관에게 명령 불복종을 하면서까지 병사들을 구하려고 했던 마일즈의 결단은 결코 젊은이의 치기 같은 게 아니었으며, 아버지도 자랑스러워할 만한 결정이었고, 또 마일즈의 판단이 옳았음은 결말부에 다시 확인된다. 그 척박한 기지에서의 일이 결국 마지막까지 이야기를 관통하고 있다. 군대에서의 고문과 의문사 문제를 우주에서의 인연으로 연결시켜서 이야기를 풀어나간 것이다.
 물론 이 소설의 장점은 사건이 부풀어오르는 점에 있다. 『전사 견습』에 이어 『보르 게임』도 마찬가지로 사건이 우주 전쟁으로까지 커지고 마일즈는 다시 네이스미스 제독을 부활시킨다. 기형의 몸을 가졌지만 그만큼 나이를 짐작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서 네이스미스 제독을 연기하는 부분에서는 역시 재미있다. 사람들을 선의의 거짓말로 속여서 덴다리 용병대를 재정비하는 부분, 결국 우주 전쟁에서 활약하는 지점은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정이 가게 조형된 다양한 인물들도 이 소설의 매력이다. 강인하고 명석하지만 또 아들 걱정과 사랑이 가득한 아랄 보르코시건은 어떠한가. 소설 곳곳에서 인용되는 아랄 보르코시건의 말들은 모범적인 전략가로서 인상적이다.

 “문득 아버지가 내린 정의가 생각났다. 무기란 적의 마음을 바꾸는 도구이다. 마음이야말로 최초 최종의 전쟁터이며, 그 사이에 끼어 있는 것들은 그저 잡음일 뿐.”


 그렇기 때문에 텅 함장의 멘토 같은 역할을 차지하는 것일 테다. 섭정으로도 바라야를 잘 이끌어온 자고, 마일즈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지만, 그가 아들에게 보이는 모습은 여느 평범한 아버지와 똑같다. 그 갭이 아랄 보르코시건의 매력을 형성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조금만 언급되지만 언제나 현명하고 똑부러진 마일즈의 어머니인, 코델리아는 엘레나에게 전하는 대사만으로도 깊은 인상을 준다.

 “또 너를 만나면 이 이야길 꼭 전해 달라고 했어. 아, 코델리아 특유의 베타식 유머니 글자 그대로 정확히 말해야겠지. ‘고향이란, 네가 돌아가면 싫든 좋든 받아주는 장소야.’라고 하더군.”


 이런 통찰력과 또 그걸 전달해달라고 하는 배려심이 코델리아라는 캐릭터를 잘 드러내고 있다. 또, 바라야라는 남성 위주의 사회에서 벗어나 우주에서 용병대로 활약하고 결혼하면서 주체적인 자아가 된, 보타리 중사의 딸 엘레나는 『전사 견습』의 첫모습을 생각해보면 한층 성장한 모습이 반갑다.(여기서 첫사랑을 다시 만나고 싶으면서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는 마일즈의 복잡한 심정 묘사도 흥미롭게 잘 그려져 있다) 또 아랄 보르코시건을 만날 것을 어린아이처럼 기대하는 텅 함정의 모습은 귀엽기까지 하며, 이 사건을 통과의례처럼 성장하는 황태자 그레고르의 모습은 이 소설이 『전사 견습』에 이어 청소년 성장 소설로 잘 어울리는 점을 보여준다.
 한 번 펼치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페이지 터너. 엔터테인먼트 소설. 오락소설. 십대부터 이삼십대, SF를 잘 읽지 않은 독자라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소설이다. 어려운 과학 이론이 나오지도 않고, 유치한 활극에 그치지도 않는다. 그보다 매력적인 인물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고, 쉴틈을 안 주는 이야기 전개가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잘 쓰인 대중소설로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며, 라이트노벨을 즐기는 독자들에게도 모험소설이자 라이트노벨의 원형으로 접할 만한 즐거운 소설이다. 그만큼 캐릭터가 살아있고, 전개는 빠르고 가벼우며, 한 권마다 단권 완결성을 지니고 있고, 내용도 지나치게 무겁지 않고 가볍다. 라이트노벨이 십대, 이십대가 많이 읽고 청소년 소설의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듯이, 이에 걸맞는 성장 소설이자, 청소년 소설로 각광받을 수 있는 소설이 바로 이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인 것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는 언제나 후회 없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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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의 문제 불새 과학소설 걸작선 4
제임스 블리시 지음, 안태민 옮김 / 불새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북펀드에 참여한 책입니다. 제목부터 소개까지 아주 기대되는 SF네요. 얼른 배송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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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운데이션 완전판 세트 - 전7권 파운데이션 시리즈 Foundation Series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김옥수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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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출판 시장에서 이런 대단한 기획이 추진되다니 놀랍습니다. 예약 기간 안에 구입해야 할까 싶습니다! 대박 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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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3-10-07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둘공간이 없어서... 아쉽네요.ㅜㅜ

당장 구입하고 싶은데...